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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마법과 검의 이야기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9.9.1

7개의 검의 수호자, 그들 중 하나인 마법사 에노. 그리고 그의 하나 밖에 없는 누나 케일은 한때 자신의 세계를 구한 대가로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다른 세계로 옮겨와 조용한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제는 조용히 살고 싶은 은둔한 마법사 남매에게 찾아온 이 세계의 여검사.

여검사의 등장과 함께 다시 평온하게 지내던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놈들을 박살내주는 수밖에!" 하늘의 여검사와 별의 마법사의 평범한(?) 일상이 시작 됩니다!

(기존의 용사의 검과 이어지는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43. 케일과 이옌
작성일 : 20-01-31 23:06     조회 : 93     추천 : 0     분량 : 8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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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고, 아까와 다른 기품 있는 모습으로 응접실에 앉아있는 케일과 달리 이옌은 자신의 집 마냥 편안하게 두 다리를 탁자에 걸치며 앉아있었다. 정말이지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공기가 응접실 내부를 감돌았다. 여기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까 전에 한바탕 호되게 당한 에노뿐이었다. 그나마 조금 자유분방(?) 그녀가 싱글싱글 웃으며 어색한 공기를 뚫고 입을 열었다.

 

 “문짝은 임시로 고쳐놨으니 괜찮지? 뭐, 여차하면 좋은 목수 하나 소개 시켜줄게!”

 

 “그건 괜찮아. 우리 쪽에도 좋은 연성사가 있으니까.”

 

 문이야 고치긴 했지만, 그래도 그걸로 성이 차지 않는다. 아니, 성이 차서는 안 된다. 이 망할 녀석이 여기에 들어온 것 자체가 제일 큰 문제니까.

 

 “그건 그렇고 정말 오랜만이야, 케이 언니!”

 

 케일의 기분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 이옌은 그저 싱글벙글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순간 그녀의 호칭에 아이샤와 이샤나는 깜짝 놀란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어느 정도 나이를 가지고 있는 그녀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외관상으로는 케일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그녀가 케일에게 언니라고 하는 것이 말이 안 되었으니까.

 

 “저기.... 케일씨가 언니라고요?”

 

 “어? 당연하지. 나보다 한참 나이 많은 사람이니까.”

 

 “그럼..... 케일씨는..... ‘아드라안’이나 ‘달란’이신가요?”

 

 인간 족에서 가장 오래 사는 종족들이라면 이 두 종족뿐이다. 피가 섞인 혼혈인간인 메다인들은 정말로 많이 살아봐야 150년, 이것도 최장수 기록이지 평균 70세 전에는 죽으니까.

 

 “그건 아니야. 케이언니는...... 그저 평범한 ‘메다인’일걸? 아니지 ‘달란’일수도 있겠다.”

 

 “그런 구분 따위 의미 없어. 그리고 너 정말이지 가만히 있지 못하겠냐? 나 말려 죽이려고 작정했냐고?”

 

 “하하하,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줘. 언니를 너무 오랜만에 봐서 그래.”

 

 “아, 정말! 징그럽게 왜 그래, 이 아줌마가! 네 남편이나 딸한테나 그렇게 하라고!”

 

 “아줌마라니! 뭐, 맞는 말이지만, 내 마음 속은 언제나 소녀랑 같다고!”

 

 그녀에게 뛰어들려는 이옌의 모습에 케일은 가볍게 마법으로 그녀를 제지시켰다. 그래도 그녀의 힘이 너무 세서 그런지 마법이 부서질 뻔했지만 말이다.

 

 “그날 이후로 만나려고 해도 만나주지 않고,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에 얼마나 놀란 줄 알아? 정말 깜짝 놀랐다고.”

 

 “참, 너랑 일 해먹다가는 내 돈이 더 많이 깨진다고!! 네가 해쳐먹은 게 얼마인데!”

 

 한 사건을 계기로 만난 뒤로, 이옌은 어떻게 되먹은 건지 그녀가 숨어있는 곳 어디든 찾아와서 곤란하게 했다. 물론 같이 일은 하긴 했지만, 일을 하는 것보다 먹으러 다니거나 놀러 다닌 게 더 많았다. 거기다 가끔씩 일을 망치기도 해서 여간 곤란한 게 아니었다.

 

 “치이..... 그래서 갚을 건 다 갚았잖아. 투덜대기는.”

 

 “아오,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엉? 앙?”

 

 티격태격하고 있는 두 사람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이샤나와 아이샤를 바라보며, 저번과 같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에노가 차를 따라주었다. 정말이지 준비성 하나는 철저한 그였다. 차 끓이는 모습 하나 보이지 않았는데, 따뜻한 차를 만들어서 가져오니까 말이다.

 

 “저.. 에노씨, 이옌씨랑은 어떤 사이인가요?”

 

 이샤나는 조심스레 그에게 말을 걸었다. 일단 그 나이 문제도 있고, 두 사람이 저렇게 티격태격해도 꽤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인 듯싶었다.

 

 “흐음..... 사실 전 몇 번 만나지 못했는데, 아마 누나가 일을 할 때 자주 만났었던 것 같아요. 매번 집에 들어오면 이옌씨 욕부터 했거든요. 누나 성격상 같이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욕을 하지 않는데 말이죠.”

 

 “하하. 하기야 제 아버님도 항상 이옌씨에 관해서라면 한숨을 내쉬고는 하셨죠. 워낙 자유분방하신 분이니까요.”

 

 아이샤 역시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워낙 사건 사고를 많이 치고 다녀서 어지간히 곤란하게 만드는 사람이니까.

 

 “근데 또 누나가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더라고요. 웬만해서 저렇게 털털하게 지내는 사람은 여기서 몇 없거든요.”

 

 하지만 반대로 케일이 무작정 그녀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을 뿐이지, 사람 자체로는 나쁘게 보지 않으니까 말이다. 실제로도 무작정 밀고 들어가기는 해도, 선을 넘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 물론 그게 선의 실천에 관한 거라면 조금 얘기가 다르지만. 그래도 절대로 나쁜 일을 하거나 나쁜 짓을 하지 않고, 약자의 편에 서 있는 사람이라 케일이 싫어할 일은 없었다.

 

 “그래서 왜 나를 만나러 온 거지?”

 

 그래, 본론이 중요하지. 그녀가 찾아온 이유. 아무 이유 없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건 정말로 아무 생각이 없을 때의 이야기다. 지금 그녀가 케일을 찾아온 것은 다 무슨 일이 있기 때문이니까.

 

 “음? 원래는 내기 때문에 온 거지만, 조금 중요한 일들이 있어서 말이야.”

 

 그녀는 천천히 가방에서 작은 신문 하나를 꺼내들었다. 신문의 내용은 지난번 도시연합의 대도시 중 하나가 습격당한 일. 그 곳에서 활약했던 어떤 용병단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나는 말이야. 일단 이 사건을 수습한 용병단에 대해 지지를 하긴 했는데 말이야.”

 

 그녀의 말에 아이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이샤 역시 그녀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

 

 “네? 지지라고요? 이옌님이 말이에요?”

 

 “뭐, 상관은 없잖아. 어차피 내 딸이 거기에 있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대륙투사회의 수장이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돼지. 넌 항상 너의 위치를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케일의 말에 그녀는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딸이 있으니까 표면상으로는 딸을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쳐질 테지만, 그녀가 지지를 한다는 것은 대륙의 모든 투사들로부터의 지지를 받는 거나 마찬가지다. 대륙의 모든 투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고, 그 투사들을 이끄는 단체의 수장이니까 말이다.

 

 “에노씨, 대륙 투사회가 뭔가요?”

 

 아멜은 조심스레 에노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에노는 그런 그녀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조곤조곤 입을 열어 말했다.

 

 “음...... 국적을 불문하고 투사로서 활약하는 이들의 모임이라고 해야 할까요? 순수하게 힘과 수련을 즐기고 그러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교류하는 거대한 단체에요. 예전에 말했던 투사 대회도 이쪽 주관으로 열리고요.”

 

 다만, 이 단체가 갖는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마법학회야 나라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거라, 나라의 입맛에 따라 탑들의 의견이 갈릴 수는 있지만, 이들은 태생부터가 사람과 사람이 모여서 만들어낸 거대한 민간단체이기 때문에 여차하면 나라의 반대편에 설수도 있다.

 

 물론 자신의 나라에 대한 충성에 대해서는 단체에 소속된 회원들끼리 간섭을 하지는 않는다. 나라끼리의 전쟁에는 서로의 소속에서 싸워도 된다. 대신 한 가지 규칙만 지키면 된다. 무의미한 일에 힘을 사용하지 않는 것. 함부로 약자를 건드리지 않는 것만을 지키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어떤 경우에도 대륙 투사회는 한 나라를 지지하지 않고, 한 세력을 지지하지 않았다. 그 끔찍하고 길었던 메자크와 아드라안 제국의 대전쟁 때도 전장에는 있었지만, 어느 하나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하하. 걱정 마. 그래도 생각하고 행동한 거니까. 이건 언니네와도 관계가 있어서 그래. 혹시 하얀 옷을 두른 마녀에 대해 알고 있어?”

 

 “하얀 옷을 두른 마녀? 그건 왜?”

 

 “그 애가 이 도시에 있다는 얘기를 들었거든.”

 

 “네? 그게 사실인가요?”

 

 아이샤가 놀란 듯, 한층 올라간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했다. 하지만 이옌은 그런 그녀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케일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언니도 알고 있었구나. 그것도 ‘이미’ 말이야.”

 

 “지금 내 집에서 싸워보겠다는 거냐?”

 

 순간 그녀의 주변에서 감도는 살기가 주변의 모두에게 뻗쳐졌다. 그런 이옌의 모습에 케일 역시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만큼의 마력을 꺼내 주변으로 발산시켰다. 거대한 두 힘이 부딪히는 것에 모두들 순간 긴장하며 두 사람을 살펴보았다. 이샤나와 아이샤는 품속의 지팡이를 언제든지 꺼낼 수 있게, 아멜과 에노는 언제든지 검을 뽑아들 준비했다. 적어도 두 사람이 부딪히는 것을 막아보기 위해서 말이다. 정말 일촉즉발의 상황이니.......

 

 탕!

 

 “우와악!” / “무.. 무슨 짓이야?!”

 

 갑작스럽게 울린 총성에 모두가 화들짝 놀라 그대로 자빠질 뻔했다. 아이샤와 에노는 정말 빠르게 마법을 발동시켜서 보호 주문을 사방에 뿌리기까지 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총에서 나오는 연기를 후 불며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사람이 말했다.

 

 “참, 무슨 사연인지 몰라도 다들 왜 이리 살벌하게 그래요? 과자 먹기 불편하게시리.”

 

 아무래도 이곳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정말로 순수한 사람이니까 가능한 말이었다. 리엔은 그렇게 투덜거리며 가볍게 과자를 다시 한입 베어서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이옌은 한바탕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역시 리엔이네. 그렇지. 여기서 우리끼리 싸워봤자 의미가 없잖아.”

 

 “쳇, 저 꼬맹이만 아니었어도 확실히 보내주는 건데.”

 

 “참! 꼬마라고 하지마세요! 그거 가지고 대장한테 얼마나 시달린 줄 아세요?”

 

 그래도 리엔 덕분에 분위기가 한층 풀린 것 같았다. 확실히 그녀는 주변을 한층 밝게 해주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에노와 아멜, 이샤나와 아이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각자의 무기를 내려두고는 다시 원래대로 자세를 잡았다.

 

 이옌은 잠시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어 케일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내 딸을 건드렸어. 그러니 난 그 아이를 용서할 수 없어. 아무리 언니와 관련 있다고 해도, 난 봐줄 생각이 없단 말이지. 그래서 나에게 확실히 얘기해줬으면 해. 언니는 그 아이를 도울 거야? 아니면 놔둘 거야?”

 

 그녀의 말에 뜸을 들이는 케일. 그나저나 하얀 마녀가 그녀와 관련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세계의 지식이라고 불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실에, 아이샤는 그저 넋을 놓고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더욱더 새로운 이야기에 그저 놀랄 따름이니까.

 

 한편 반대로 그럭저럭 중간 중간에 말을 하던 에노는 그녀의 말에 갑자기 입을 다물고 케일을 바라보았다. 아멜은 그런 그를 보며 잠시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떠올렸다. 그날 오두막에서 훈련을 하고 있을 때 봤던 서재의 한편에 놓여 진 사진을. 그 안에 들어있던 네 사람의 모습을 말이다.

 

 ‘하얀 마녀라는 게....... 그 아이를 말하는 걸까?’

 

 케일과 그가 이 세계로 넘어올 때 헤어졌다던 또 다른 가족이라고 했는데. 그런 그녀가 지금은 다른 편에 서있다는 얘기이다.

 

 “어차피 집 나간 아이야. 누구에게 혼이 나든 상관은 없어. 자기가 저지른 일은 자기가 책임져야지. 아니지, 여차하면 내가 직접 혼내러 갈 계획이야.”

 

 케일은 단호하게 선을 그으며 이옌에게 말을 했다. 한때 자신의 가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에노의 표정은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평범하게 웃고 있는 것 같아보였지만, 미묘하게 눈썹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

 

 “그래? 그럼 다행이네. 대신 마지막은 나한테 맡겨줘. 알았지?”

 

 “그러시던지.”

 

 이옌은 그런 그녀의 말에 피식 웃으며 다시 한 번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아마 그녀가 원하는 답을 얻은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그녀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인데, 어떻게 여길 찾아오게 된 거지?

 

 “그건 그렇고 어제 왜 그 녀석들한테 습격을 당한거야?”

 

 그래 우선 이것부터 물어야지. 케일은 흐트러진 안경을 손으로 고쳐 쓰며 아이샤에게 말을 했다.

 

 “아, 그게 이샤나씨가 녀석들의 목표가 되어버렸거든요.”

 

 “흠......... 그럴지도 모르겠네. 나도 처음에는 긴가민가하긴 했는데 말이야. 너 특이체질인 것 같더라고.”

 

 “특이체질이요?”

 

 그녀의 말에 이샤나는 귀를 기울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케일은 그런 그녀에게 천천히 작은 종이를 꺼내들며 말을 이었다.

 

 “그래 특이체질. 너 혹시 강화 계열의 마법을 제외하고는 다른 마법은 잘 못 쓰지?”

 

 “아.... 네.... 솔직히 잘은 못써요.”

 

 수석으로 졸업하기는 했지만, 유독 실기 점수에서 마이너스를 받았던 그녀였다. 특히 물체를 소환하는 마법을..... 마법사라면 기초적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마법조차도 3배 이상 느렸다. 그러니까 얼음창이나 화염탄 같은 기초 마법의 시전 시간도, 성공 확률도 낮은 편이라고 해야 하나.

 

 “마법은 술식인 건 뭐 다 알 테지만, 그걸 만들어 내는 데에 있어서 너는 그걸 풀어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거든.”

 

 “네? 그게 가능한 가요?”

 

 “그럼. 여기에 오려면 왜곡마법, 기억 조작 마법, 환각 마법등 수십 개의 마법을 다 풀고 들어와야 한단 말이야. 저명한 마법사라도 1달은 넘게 걸리게끔 되어있다고. 근데, 너는 여길 한 번에 뚫고 왔잖아?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단 말이지. 지금도 내가 건 마법들이 자연스레 풀리는 게 보이고.”

 

 마법을 걸었었다고? 순간 마력감지를 하자, 그녀의 몸에 감싸져있는 수십 개의 마력 흔이 보였다. 정말이지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놀라긴 했지만, 그것들이 더 자연스럽게 풀렸다는 것이 더 놀랄 따름이었다.

 

 ‘맞아, 그러고 보니 그날도 나를 빼고는 사람들이 모퉁이 집으로 가려고 하지 않았어...’

 

 그러고 보니 케일의 말에 그녀는 그녀와 처음 만났던 순간이 떠올랐다. 유독 모퉁이집 주변으로 사람들이 다니지 않았고, 모퉁이 집이 있다는 것만 사람들이 알지 그 외에는 딱히 누가 사는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건 그녀의 강력한 마법이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근데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당당하게 걸어 들어가 집의 초인종을 누른 것이었다.

 

 “그러니까 원래는 말이야. 너 마법사를 하면 안 되는 체질이었단 말이지.”

 

 “네? 제가 말이에요?”

 

 마법사가 되기 위해 그렇게 수차례나 노력했는데, 마법사가 돼서는 안 되는 체질이라니.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란 말인가?

 

 “케이 언니, 참 언니도 짓궂네.”

 

 이옌이 그녀를 바라보며 피식 웃으며 말을 했다. 그러자 케일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짓궂기는. 사실을 얘기해 주는 것뿐인 걸?”

 

 “마법사를 하면 안 되는 체질이라고 해도, 그건 단순히 마탑에서의 기준일 뿐이잖아.”

 

 그녀의 말에 시무룩해 있던 이샤나가 고개를 들어 케일을 바라보았다. 케일은 여느 마탑의 마법사들과 다른 사람이다. 이옌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아마도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언니가 이 아이를 데리고 있는 게 어때?”

 

 “네?” / “뭐?”

 

 그녀의 말에 모두가 잠시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때 이 기회를 놓칠세라, 아이샤는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러네요! 이샤나씨, 이참에 케일씨 밑에서 마법 수업 받으실래요? 케일씨는 대륙에서 손에 꼽히는 마법사니까요!”

 

 이샤나는 놀란 눈으로 아이샤와 케일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케일은 그런 이샤나를 보면서 말했다.

 

 “뭐야...... 우리 집은 탁아소가 아니라고. 그리고 내 친구 녀석의 애들도 돌봐야 한다고.”

 

 이옌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케일에게,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래도 그 아이를 데리고 있는 게 낫지 않아? 녀석들도 그녀의 능력을 알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그녀를 잡으려고 하겠지. 그녀의 마법 해주 능력은 환류석보다도 강력하니까 말이야.”

 

 ........

 

 잠시 말없이 고민을 하는 케일은 고개를 돌려 에노를 바라보았다. 에노는 그런 그녀에게 그저 그녀의 뜻에 따른다는 의미로 고개를 살짝 끄덕일 뿐이었다.

 

 “흐으..... 식구들이 갑자기 늘어나다니....... 참, 오래 살고 볼일이네.......”

 

 그녀는 앞으로 시끌벅적해질 집을 생각하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에노는 그런 그녀의 옆에서 그저 웃으며 서 있기만 했다. 당사자인 이샤나만 떨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럼, 결정이야. 케이. 이 아이를 받아 줄 거지?”

 

 이옌이 마지막 과자를 집어 들어 케일에게 건넸다. 케일은 과자를 붙잡고 천천히 그것을 바라보았다. 시계의 바늘이 똑딱 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깊은 고요 속에서 케일은 한참을 생각 할 뿐이었다. 그런 케일의 모습에 모두들 그녀와 같이 입을 다문 채,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너무나도 부담스러웠는지, 결국 케일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모두에게 말했다.

 

 “그... 나만 보지 말았으면 하는데...... 부담스럽다고. 이런 시선.”

 

 뭐, 이렇게 말을 해봤자 그걸 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그저 한숨을 크게 내쉰 뒤, 과자를 입안으로 넣었다. 마지막 과자를 잘게 씹으며 그녀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알았어. 그녀를 맡지 뭐. 대신, 각오해 두는 게 좋을 거야. 나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니까.”

 

 그녀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이샤나를 바라보았다. 이샤나는 그런 그녀의 미소에서 본능적으로 안 좋은 느낌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번복시키기에는 이미 늦어버렸다. 케일은 마법을 펼치며 말했다.

 

 “자, 그럼 바로 테스트 해볼까? 네가 여기서 버틸 수 있는지 없는지를.”

 

 언제 마법을 펼친 지도 알아채지 못했을 만큼, 엄청난 마법들이 그녀 앞에서 펼쳐졌다. 그것도 처음 보는 술식들로 가득한. 그리고 동시에 강렬한 섬광이 일어나 모두의 시야를 삼켜버렸다. 정확히는 모두를 그대로 삼켜버렸지만.

 

 

 .......

 

 .........

 

 “어라?”

 

 마침 잠시 화장실을 갔다 돌아온 리엔은 모두가 사라진 응접실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또 나만 혼자 남겨 둔 거냐고!”

 

 이렇게 그녀가 외침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외침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작은 외마디만이 응접실에 울려 퍼질 뿐이었다. 모두가 사라진 응접실에. 그것도 외롭게 말이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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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6. 마녀의 제자/ 수사하는 형사 2020 / 2 / 13 356 0 9427   
47 45. 악마의 속삭임 2020 / 2 / 8 393 0 7886   
46 44. 테스트란 말은 시험과 실험! 2020 / 2 / 6 353 0 8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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