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그와 그녀 사이의 거리
작가 : 와짜
작품등록일 : 2020.1.13

좀비로 가득히 변해버린 세상.
그녀를 찾기위해 그와 친구들이 여행을 떠난다.

 
6화. 탈출
작성일 : 20-01-16 17:52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502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미친 듯이 발길질하며 뛰어오는 그것들은 이미 부서져버린 유리조각에 발바닥이 찢겨나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왔다. 순식간에 유리조각들은 모래알처럼 변했다. 그것들의 다리와 팔은 제각각 움직였지만 수십, 아니 족히 백 명은 넘어 보이는 좀비 집단은 하나의 거대한 야생 멧돼지가 되어 점점 가까워졌다.

  만약 이것들이 내는 울림소리가 아파트 10층에서 시작됐다면, 적어도 5층에 있는 사람들까지는 층간 소음으로 신고를 했을 것이 분명했다.

 

  처음 본 공포영화 속 처키보다 백배는 충격적인 모습에 호는 괴성을 지르며 주행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뒷주머니에 쑤셔 넣고 한 손으론 한별을 들쳐 안고 달리기 시작했다. 호가 달릴 때마다 왼쪽에서는 한별이, 오른쪽에서는 골프채가 흔들렸다. 한별은 호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 셔츠 자락을 양손으로 꽉 잡았다.

 

  솔직히 호는 주행이 따라오는지 신경 쓸 겨를 따위는 없었다. 그저 유린만 믿을 뿐이었다.

  이미 상황 파악이 끝난 유린도 지체하지 않고 주행의 손을 잡아끌며 달렸다. 다행히 빨리 정신을 차린 주행은 어느새 유린을 이끌며 도망쳤다.

 

  바닥에 널려 있는 잡동사니들이 작은 허들이 되어 장애물 달리기를 하고 있는 세 사람. 하지만 그것은 좀비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들은 동료로 장애물을 제거하고 그 동료를 밟고 온다는 점에서 달랐지만.

 

  좀비들이 달려오면서 생기는 울림에 가뜩이나 적은 숫자였지만, 그래도 천장에 달려 아직 제 기능을 뽐내던 전구들도 하나둘씩 깨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좀비가 지나가는 길은 어둠에 휩싸였다.

 

  거대한 블랙홀 덩어리가 되어 네 사람을 쫓는 좀비 떼.

 

  그들이 모퉁이를 돌 때면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벽에 처박혔다. 하지만 인간, 아니, 좀비 쿠션이 된 동료들 덕분에 쫓아가는 좀비들은 여전히 수십 명은 되었다. 그래도 복도에서 좁혀졌던 거리는 모퉁이를 돌 때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렇게 잡힐 듯, 잡힐 듯 제리처럼 좀비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네 사람. 좀비들은 약이 바짝 올랐는지 저세상에서나 들을 수 있을법한 음성을 내며 더욱 격렬하게 쫓아왔다.

 

  호, 주행, 유린 세 사람은 바닥에 깔린 지뢰를 피하며 달리기에 여념이 없어 뒤를 돌아볼 여유 따위는 없었다. 다만 소리와 곤두선 촉각으로 좀비들과의 거리를 짐작할 뿐이었다. 게다가 간간이 설치된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가는 길목을 작게나마 밝혀주었다.

 

  이들이 마지막 모퉁이를 돌자 유리문이 보였다. 밖에서 들어오는 햇살이 유리를 더욱 반짝거리게 만들었다. 마치 천국의 문처럼.

 

  “다 왔다!!”

  호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품 안에서 한별이 어찌나 미끄러져 내리던지 호는 쌀자루 메듯 한별을 들쳐 업은 지 오래였다. 그리고 여전히 한 손에는 골프채가 들려 있었다.

  이들이 문을 통과하자 강이 바다로 흘러가듯 모퉁이에서 좀비들이 쏟아져 나왔다.

  “최주행! 빨리 가서 시동 걸어! 유린씨, 애!!”

  “야, 너는?!!”

  “닥쳐, 빨리 가!!!!!”

 

  호가 유린에게 한별을 던지듯 건넨 다음 유리문 손잡이 사이에 골프채를 끼웠다. 그리고는 손잡이를 단단히 붙잡았다. 호의 온몸의 근육은 옷을 찢어버릴 듯 부풀어 올랐고, 얼굴과 목, 팔과 손등엔 문신을 한 듯 핏줄이 튀어나왔다.

  그런 핏줄에 흐르는 피 맛이 궁금한지 좀비들은 검고 누렇게 때가 낀 이빨을 훤히 내놓고 달려들었다. 호는 눈을 부릅뜬 채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 어둠에 휩싸인 병원 내부.

  작열하는 태양빛은 호의 등을 감싸며 병원 내부로 스며들었다.

 

  쿵! 쿵! 쿵!

 

 좀비들이 하나둘씩 박치기를 해댔다. 하지만 태양신의 가호를 받았는지 유리문은 단번에 부서지지 않았다. 호는 밀려날 때마다 다시 일어나 손잡이를 부여잡았다.

 

  살짝 벌어진 유리문 사이로 촉수처럼 흐물대는 수십 개의 팔. 성문에 끼워진 검. 양손에 방패를 든 호.

  지옥문을 뚫고 나오려는 악마들을 막는 신의 기사가 그러했을까.

  외로운 싸움을 하던 호의 방패는 점점 금이 갔다. 끼워둔 검도 구부러졌다. 그렇게 악마들에게 잡혀 먹히려는 순간 신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빵-----

 

  “야, 빨리 와!!!!”

  주행이 경적을 울리며 계단 아래 차를 세웠다. 호가 돌아보자 유린이 뒷문을 열어놓은 채 빠르게 손짓하고 있었다.

 

  호는 손을 놓고 계단으로 달려갔다. 계단 앞에 도착하자 날카롭게 파열하는 소리가 호의 뒤통수를 때렸다.

  조각난 유리들은 신의 화살이 되어 앞서가던 좀비들의 온몸에 박혔다. 하지만 뒤에 있던 동료들은 위로는커녕 희생한 동료들을 짓밟고 호를 향해 돌진했다.

  “빨리!!!!!!! 서둘러요!!!!!!”

  주행과 유린이 절규에 가깝게 외쳤다.

 

  호는 계단 위에서 단숨에 점프를 해 바닥에 떨어졌다. 착지하는 순간 발목과 무릎에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다.

  좀비들은 계단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모르는 듯 굴러떨어졌다.

  그렇게 호와 좀비들은 위치만 다를 뿐 사이좋게 구르고 있었다.

 

  “정호씨, 손잡아요!!!!!”

  유린이 뒷좌석에서 팔을 뻗었다. 호는 쩔뚝거리며 달려가 유린의 팔을 잡았고, 유린은 호를, 주행은 유린을 잡아당겼다.

  호의 몸이 뒷좌석에 반쯤 걸쳤을 때 주행이 엑셀을 밟았다. 그렇게 뒷문이 열린 상태로 차는 출발했다.

 

  한편 눈앞에서 먹잇감을 놓친 것이 분했던지 좀비들이 마지막까지 팔을 휘둘러 봤지만, 자동차가 남기고 간 메아리만 가를 뿐이었다.

 

  좀비들은 멀어지는 자동차를 한동안 따라오다 차가 사라지자, 휑한 공터에서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강렬한 태양빛 아래 맴도는 좀비 떼.

  그것은 마치 무저갱을 탈출한 죄로서 신의 처벌을 앞둔 죄인들 같았다.

 

  ***

 

  주행은 바리케이드를 지나 바로 옆에 있던 샛길로 접어들었다. 뒷좌석에는 커다란 배낭 3개와 한별, 유린, 호가 마구잡이로 섞여 있었다.

 

  이들은 샛길을 지나 한적한 도로에 들어섰다. 다행히 좀비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병원에서 마주쳤던 숫자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다.

  수평을 맞추지 못한 세탁기처럼 흔들리는 자동차로 몇 차례 사뿐히 즈려밟고, 유린이 창문에서 몸을 내밀어 마무리를 하자 쉽게 정리되었다.

 

  그렇게 이들은 산이라기 부르기엔 다소 민망한 언덕 앞에 도착했다. 길가에는 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고, 뒤로는 비닐하우스와 조그만 채소밭이 보였다. 따라오는 좀비도 없었고, 주변에서도 좀비가 보이지 않자 주행은 차를 세웠다.

 

  “야, 다친 덴 없어?”

  주행이 말했다.

  “발목을 살짝 삔 거 같은데, 참을 만해.”

  “고마워요, 정호씨. 덕분에 목숨 하나 빚졌네요.”

  유린이 호의 손을 꼭 잡았다.

  “저번에 빚은 이걸로 청산하기로 하죠.”

  호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저씨 괜찮아요?”

  호의 품 안에 있던 한별이 호를 올려다보았다.

  “그럼~”

 

  호가 한별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자신의 배낭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어디 가?”

  “바람 좀 쐬게.”

  호는 차 뒷바퀴에 기대어 앉아 물과 손수건을 꺼냈다. 호의 양손바닥에는 수레바퀴가 지나간 듯한 시퍼렇게 변해버린 자국이 있었다. 목을 살짝 축인 후 손수건을 적셔 얼굴, 목, 팔, 손을 차례로 닦기 시작했다.

 

  “아, 주행씨! 빨리 전화해보세요.”

  차 안에서 유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참! 진짜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주행이 주머니를 한참 뒤질 때 호가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액정에는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 꿈이 아니라는 듯 수십 개의 줄이 그어져 있었다.

  “조금 부서졌는데 켜지긴 하네.”

  “아, 맞다! 진짜 고마워!!”

 

  주행이 서둘러 처음 봤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1초도 되지 않아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엄마?”

  “아들!!”

  한 단어뿐이었지만 주행의 어머니가 떨고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알 수 있었다. 분명 아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했던 것이 틀림없었다.

  “엄마, 저 병원에서 무사히 빠져나왔어요. 엄만 어디 계세요?”

  “아...”

  주행의 어머니가 말일 잇지 못하고 코를 훌쩍거렸다. 주행과 유린의 코끝도 찡해졌다.

 

  “어, 아들!”

  이번에 남자 목소리로 바뀌었다.

  “아빠? 지금 어디 계세요? 괜찮으신 거예요?”

  “우리는 괜찮다. 네 엄마가 지금 우느라 제대로 말을 못 해. 너는 괜찮니? 그리고 호는?”

  “저희는 괜찮아요. 지금 오산 남쪽에 있는 농장 근처에 있어요. 그런데 지금 어디 계세요?”

  “다행이야... 우리는 지금 수원에 있구나. 네가 고등학교 때까지 살던 곳. 알지?”

  “그럼요. 근데 왜 거기에 계세요?”

  “말하자면 긴데, 아무튼 네 엄마 친구들이 얘기해줘서 사람들하고 왔어. 그 병원에서도 가깝고 말이야. 여기로 올 수 있겠니?”

  “네! 그럼 거기로 갈게요.”

  “우리가 왔던 길 설명해줄 테니 그 길로 오거라.”

  “네.”

 

  주행이 통화를 하는 동안 호의 손수건은 까맣게 변했다. 호가 손수건을 바닥에 내려두고 가방에서 핸드폰과 두꺼운 공책을 꺼냈다.

  호는 공책에 끼워둔 사진을 꺼내 지긋이 바라보았다.

  어느새 하늘에는 구름이 드리웠고 산에서는 바람이 불어와 길가에 있는 나무들이 흔들거렸다.

 

  통화를 마친 주행이 가방에서 플라스틱 통을 꺼내 유린에게 건네주었다.

  “유린씨, 한별이 하고 이거 드세요.”

  유린이 통을 받아들고 뚜껑을 열었다. 샌드위치였던 음식이 비빔밥으로 변해있었다.

  “아, 드시지 마세요!”

  주행이 황급히 통을 뺏으려 했다. 하지만 유린이 슬쩍 피하며 말했다.

  “와, 직접 만드신 거예요?”

  “샌드위치를 만들었는데, 좀 이상해졌네요.”

  주행이 머리를 긁적였다.

  “배고팠는데 잘 됐네요.”

  유린이 웃으며 빵조각과 계란을 집어먹었다.

 

  호는 사진을 손에 쥔 채 핸드폰을 켰다. 배터리는 아직도 80%나 남아있었지만 윤에게 온 연락은 아무것도 없었다. 호가 윤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기대하던 신호음은 온데간데없이 차갑고 기계적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이 구름으로 완전히 뒤덮였고 언덕에서는 더욱더 센 바람이 불어왔다. 호는 실핏줄이 터져 붉게 변해버린 눈동자로 멍하니 흔들리는 나뭇잎을 바라봤다.

 

  “이 샌드위치 진짜 맛있네요. 저 비법 좀 알려주세요!”

  유린이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옆에선 한별이 열심히 빵조각을 씹고 있었다.

  “수원에 안전하게 도착하면 알려드릴게요.”

  “알겠어요, 주행씨~”

 

  주행과 유린의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울려 퍼졌고, 호는 스치는 바람을 맞으며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작가의 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잡힐 듯, 잡힐 듯 제리처럼 좀비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네 사람.

 이 문장에서 제리는 만화영화 '톰과 제리'의 제리입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연재사이트를 옮기려 합니다. 2020 / 1 / 16 537 0 -
공지 안녕하세요 2020 / 1 / 13 492 0 -
6 6화. 탈출 2020 / 1 / 16 248 0 5024   
5 5화. 병원 2020 / 1 / 15 197 0 7482   
4 4화. 좀비! 2020 / 1 / 14 205 0 6669   
3 3화. 전염병? 2020 / 1 / 13 188 0 5812   
2 2화. 전조 2020 / 1 / 13 213 0 6066   
1 프롤로그 +1화. 일상 2020 / 1 / 13 325 0 482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