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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와 그녀 사이의 거리
작가 : 와짜
작품등록일 : 2020.1.13

좀비로 가득히 변해버린 세상.
그녀를 찾기위해 그와 친구들이 여행을 떠난다.

 
5화. 병원
작성일 : 20-01-15 14:22     조회 : 198     추천 : 0     분량 : 7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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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야, 유린씨한테 가기 전에 얘기 좀 해.”

  샤워를 마치고 나온 호에게 주행이 말했다. 호는 찬물로 샤워를 했는지 그의 몸에선 냉기가 피어올랐다.

  “알았어, 근데 뭐해?”

  호가 식탁에 앉았다.

  “배고파서 샌드위치나 만들려고.”

  부엌에서 주행이 분주하게 칼을 놀리고 있었다.

 

  “배고픈데 잘 됐네. 다 되면 하나만 줘.”

  “약속 하나만 지켜주면 줄게.”

  “참나, 무슨 애도 아니고. 뭔데?”

  “유린씨한테 정중하게 사과해.”

  “알겠어.”

  “이렇게 쉽게?”

  주행이 뒤를 돌아봤다.

 

  “내가 잘못했잖냐. 근데 그 여자도 정상은 아닌 거 같던데. 안 쑤시는 곳이 없다.”

  호가 어깨를 빙빙 돌렸다.

  “야! 가서 비꼬지 말고 할 거면 제대로 해! 알겠어?”

  주행이 들고 있던 칼로 호를 가리켰다.

  “알겠어~ 배고프니까 하나만 줘봐~”

  “시끄러! 유린씨하고 같이 먹을 거야. 짐이나 빨리 챙겨.”

 

 

 

  호는 처음 출발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배낭을 가져왔다. 윤과 신혼여행을 갔을 때 사용하던 가방이었다. 왼쪽 가방끈 아래엔 호와 윤의 사진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코펠, 다용도 칼 등 캠핑 용품과 옷을 차곡차곡 집어넣었다. 호가 개인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물건들도 여러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호가 탁자 위에 있는 가족사진을 집어 들었다. 윤이 가운데서 밝게 웃고 있었고, 그 양옆에는 장모와 윤을 쳐다보며 미소 짓는 자신이 있었다. 액자에서 사진을 뺀 뒤 앨범을 찾아 사진 몇 개를 더 가져왔다. 마지막으로 윤의 개인 서랍에서 손바닥을 포갠 것보다 더 두꺼운 공책을 꺼내 사진을 끼워 넣고 배낭 젤 위에 고이 올려놓았다.

 

  ***

 

  호와 주행이 유린의 집에 도착했을 때 식탁 위엔 10명이 먹어도 부족하지 않을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식사 안 하셨으면 식사라도 하고 가요.”

  유린은 샤워를 갓 마쳤는지 그녀의 몸에선 은은한 튤립 향이 피어올랐다.

  “아, 고마워요.”

  주행이 손에 쥐고 있던 플라스틱 통을 허벅지 뒤로 슬쩍 감췄다.

  호는 입술을 살짝 씰룩거렸지만 여전히 굳게 다물고 있었다.

  “와서 앉으세요.”

  유린이 손짓을 했다.

 

 “네, 근데 유린씨 뭘 이렇게 많이 하셨어요.”

  주행이 냉큼 자리에 앉았다.

  “이거 다 냉동식품이에요. 어차피 떠나는 마당에 냉장고에 있던 거 다 꺼내서 돌렸어요.”

  “적당히 잘 돌리셨네요. 속까지 다 익었어요.”

  주행이 찹쌀만두 반쪽을 씹어 먹으며 말했다.

  한편 호는 책들로 가득한 거실에서 멀뚱멀뚱 서있었다.

  “야, 뭐해? 와서 앉아.”

 

  “유린씨, 아까는 죄송했어요.”

  호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유린은 당황했지만 휴지로 입술을 닦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아무도 안 죽고 지금 이렇게 다 같이 밥 먹고 있잖아요.”

  말에 가시가 박혀있었다.

  “제가 정말 정신이 나갔었어요.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호가 이번엔 몸이 땅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숙였다.

  “괜찮아요. 와서 식사나 하세요.”

  “그래~ 빨리 앉아. 빨리 먹고 또 출발해야지. 아, 그런데 유린씨. 혹시 차 있으세요?”

  “아뇨. 저 자전거밖에 없어요.”

  “아, 그래요?”

  주행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지하주차장에 니 차 있잖아. 그 정도면 롤스로이스 아니냐?”

  호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그게, 차키가 어딨는 줄 모르겠어. 니네 집에 놔뒀던 거 같은데 아무리 찾아도 못 찾겠더라고.”

  “음...”

  세 사람은 고민에 빠졌다.

 

  ***

 

  “아! 방법을 찾았어요.”

  유린이 주먹으로 식탁을 내리쳤다. 음식은 이미 식어버린 후였다.

  “오, 뭔데요?”

  주행이 유린 쪽으로 살짝 허리를 숙였다.

  “아침에 봤던 검은색 그랜저 기억나세요?”

  “네, 좀비가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죠.”

  “그러니까 그 차를 타고 가자고요. 그 사람이 차를 타고 도착하던 길이였든 떠나려던 길이였든, 어쨌든 차 안에 있었으니 열쇠가 있을 거예요.”

  “오~~”

 주행과 호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진짜 똑똑하시네요,”

  주행이 말했다.

  “그렇죠. 누구랑 다르게 말이에요.”

  유린이 피식 웃으며 호를 쳐다봤다.

  “...”

  호는 그저 식어버린 꼬마돈가스를 입에 처넣었다.

 

  ***

 

  이번에도 이들은 계단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1층에 도착했을 때 현관문 너머로 구겨진 종이 쪼가리 같은 차와 밑에 깔린 좀비 시체 한 구가 보였다.

 

  지하주차장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한참 된 것 같지만 아침에 출발할 때와 비교해서 3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바뀐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니, 이미 많은 것은 바뀌어 버린 건가.

 

  이들은 검은색 그랜저로 향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이들을 오랜 시간 기다렸다는 듯 차 안에서는 난리가 났다.

  “유린씨, 제가 할게요. 너무 위험해요.”

  주행이 재차 말했다.

  “괜찮아요. 저도 할 수 있어요.”

  “처음 봤을 때 그렇게 떠셨잖아요.”

  “제가 원래 처음 경험한 거엔 약해요. 두 번째부턴 뭐든 잘하고요. 그리고 이미 주행씨에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이번엔 제가 도와드릴 차례 같네요.”

  “그럼 진짜로 조심하세요.”

  “네, 걱정 마세요.”

  유린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음, 내 대신 할 수도 있잖아...”

  한 걸음 떨어져서 지켜보던 호가 조용히 불만을 토로했다.

 

 

 

  주행은 멀리서 짐을 지키며 망을 보기로 했다. 하지만 주행의 시선은 오직 유린에게 꽂혀있었다.

  유린이 앞문을 열자 호가 골프채를 밀어 넣었다. 호가 좀비와 씨름하는 사이 유린이 뒷좌석으로 들어갔다. 주행은 자기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좀비가 포승줄에서 풀려났는지 차 바깥으로 나왔다. 좀비는 골프 헤드를 무느라 입이 찢어진 채 팔을 휘두르며 호에게 다가가려 애쓰는 중이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유린이 뒷좌석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미리 차 뒤편에 놔둔 골프채로 좀비의 머리를 가격했다. 좀비는 그대로 쓰러졌고 호는 차 안으로 들어갔다.

  차위로 호의 엄지손가락이 보이자 주행은 짐을 들고 단숨에 유린에게 달려갔다.

  주행은 두 사람과 하이파이브를 했고 호와 유린은 어색하게 손뼉을 살짝 마주쳤다. 이번엔 주행이 운전대를 잡기로 하고 시내에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

 

  이들이 시내에 있는 병원에 가까워질수록 무법자처럼 도로를 점거하고 있는 차량이 많아졌다. 심지어 연기를 내뿜으며 대장 행세를 하는 자동차도 있었다. 주행은 범퍼카를 타듯 바쁘게 핸들을 돌려댔다. 게다가 끊임없이 나타나는 암초들이 운전을 더 힘들게 했다.

  마치 듬성듬성 나무가 박힌 비포장된 산길을 달리는 느낌이랄까.

 

  “이놈의 좀비들은 어디 숨어 있다가 이렇게 나타나냐. 버려진 차들만 아니었으면 훨씬 편하게 갈 텐데, 도착하기도 전에 고장 나는 거 아닌가 몰라.”

  주행이 연신 앞 유리를 닦으며 불평을 해댔다.

  “그니까. 멀미도 나는 거 같아. 근데 두 분 다 전화 안 받으시는데.”

  호가 말했다.

  “하아... 어제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좀비들도 너무 많이 보이고..”

  주행의 낯빛은 점점 굳어졌다.

  “그나저나 이 좀비들 다 끌고 병원에 갈 순 없잖아.”

  “그니까, 어떡하지?”

  호가 골프채로 글로브박스를 두들기며 잠시 고민을 했다.

  “아! 야, 좀만 살살 달려봐.”

  호가 창문을 열었다.

  “뭐하게?”

 

  호가 창문 밖으로 골프채를 빼서, 지나갈 때마다 멈춰있는 자동차를 힘껏 내리쳤다. 그러자 제대로 머리통을 얻어맞은 몇몇 차량이 울기 시작했다. 따라오는 좀비들과 숨어있던 좀비들이 소리가 나는 곳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오~ 나이스!”

  주행이 엄지손가락을 펴 보였다.

  “이제 따라오는 좀비는 없는 것 같아요.”

  유린이 이곳저곳을 살피며 말했다.

 

  ***

 

  5층짜리 병원이 눈앞에 보이자 바리케이드가 나타났다. 하지만 근처에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뭐지 이게? 나올 때까지만 해도 이런 건 없었는데.”

  “사람들이 모이니까 보호하려고 설치한 거겠지.”

  “근데 왜 아무도 안 보이지?”

 

  주행은 몸을 들썩이며 다리를 떨고 손가락으로 운전대를 두드리는 등 산만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호가 사이드미러와 룸미러로 뒤를 살피더니 나가서 바리케이드를 치우고 들어왔다.

  “가자! 근데 좀비도 없고 길목도 깔끔하게 치워져 있네. 괜찮을 거야.”

  “그런가?”

  “그럼요, 주행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유린이 호를 거들며 주행을 안심시켜주었다.

 

 

 

  주행이 병원 정문에 차를 세웠다. 좀비가 보이지 않는 것은 다행이었지만 사람의 인기척 또한 느껴지지 않았다. 호는 보물이라도 되는 듯 골프채를 가지고 내렸고, 주행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을 올라 문으로 달려갔다. 호도 하늘에 걸린 눈부신 태양을 슬쩍 보더니 주행을 뒤따라갔다.

 

  주행이 병원 문을 여는 순간 바닷가에서 짠 내가 밀려오듯 고약한 냄새가 코를 후벼 팠다.

  차가운 쇠 냄새. 텁텁한 공기. 부서진 가구들. 사방에 떨어져 있는 종이. 무엇보다 좀비인지 사람인지 쓰레기처럼 바닥에 던져져있는 몸뚱이들.

 

  주행이 전화를 걸며 어디론가 달려갔다.

  “어디 가!”

  호와 유린이 서둘러 쫓아갔다. 주행은 복도를 지나 비상구를 통해 3층까지 단숨에 올라갔다. 환자가 대기하는 로비로 달려갔지만 거기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요동치는 심장 소리뿐이었다.

 

  주행이 앞에 있는 의자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처음에는 창백하게 변하더니 호와 유린이 도착하자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끄윽, 끄윽, 끄윽”

  주행이 숨죽여 울기 시작했다.

  “하...”

  호가 머리를 쓸어 올렸다.

  유린은 주행에게 조용히 다가가더니 알을 품듯 그를 꼭 안아 주었다.

 

  ***

 

  유린이 주행을 위로하는 동안 호는 5층으로 올라갔다. 4층과 5층에는 입원실이 있었는데 병실을 모두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호가 처음 병실 문을 열자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다. 모든 침대 위에는 수갑을 찬 시체들이 누워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수갑을 찬 시체라는 것뿐만 아니라 머리통이 없다는 것도 있었다.

  호는 빠르게 5층에 있는 병실을 모두 둘러보았다. 침대 위에 있는 시체 수만 다를 뿐 모든 방이 똑같았다.

 

  호는 그렇게 4층 마지막 입원실에 도착했다. 호는 눈곱만큼도 기대하지 않고 방문을 열었다. 하지만 무언가에 걸린 듯 문은 손가락이 들어갈 틈밖에 열리지 않았다. 호의 심장이 빨라졌다. 문틈으로 안을 살펴봤지만 문을 막고 있는 뭔가가 있다는 것밖에 알 수 없었다.

  호는 살짝 문을 두들겼다. 방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호가 골프채를 집어넣어 문 앞에 있는 장애물을 밀어버리고 들어갔다. 정면에 보이는 창문은 활짝 열려있었고 왼쪽 침대 위에는 메모지 몇 장이 놓여 있었다. 호는 문을 막고 있던 침대를 건너 쪽지를 집어 들었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변한 것을 봤다.

 

  너무나 징그러웠다. 나도 저렇게 되는 걸까?

 

 치료제는 있는 걸까?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을 불러도 대답이 없다. 앞이 점점 보이질 않는다.

 

 의식이 날아갈 것 같다. 우리 아들 어디 있지?

 

 는가 아슬을 할으면 모호해구세소.

 

 ‘뭐지 이 문장은?’

 

 부스럭.

 

  호가 마지막 문장을 해석하는 도중 침대 밑에서 소리가 났다. 호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점프를 해 벽에 찰싹 달라붙었다. 호는 호흡을 가다듬고 조용히 침대 위에 놓아둔 골프채를 집어 들고 허리를 살짝 숙였다.

  침대 밑에는 무언가를 감싸고 있는 모포가 있었다. ‘부스럭’소리는 거기서 난 것이 틀림없었다. 호가 골프채로 모포를 쿡쿡 찔렀다. 딱딱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뭔가가 있었다. 호가 온 힘을 다해 누르자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호는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 모포를 걷어냈다. 거기엔 5살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한 손에는 장난감 로봇을, 다른 한 손에는 과자봉지를 쥐고 쪼그려 앉아있었다. 얼굴을 보아하니 좀비는 아닌 것 같았지만 바지는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아이는 두려운 눈빛으로 호를 쳐다봤고 동시에 그 커다란 눈망울이 촉촉하게 젖기 시작했다.

 

  “아가야 이름이 뭐야?”

  “으아아앙, 엄마아아아아.”

  결국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울지 마, 울지 마. 괜찮아, 괜찮아.”

  호가 아이를 감싸 안고 침대 밑을 빠져나왔다.

  “괜찮아. 아저씨가 엄마 찾아줄 게.”

  호가 아이를 다독이며 창문 밖을 내다봤다. 창문 바로 아래 바닥에 시체 한 구가 보였다.

 

  호가 아까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훌쩍이는 아이를 안고 주행과 유린이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주행은 이미 많이 진정되어 유린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아이 누구예요?”

  유린이 호를 보자마자 말했다.

  “저 위에서 찾았어요.”

  “그럼 애 부모는요?”

  호는 말 대신 손끝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저한테 주세요. 제가 얘기해 볼게요.”

  호가 유린에게 아이를 건네주며 주행 옆에 앉았다.

 

  “위에 찾아봤더니 어머니, 아버지는 안 계셨어. 그냥 좀비 시체뿐이더라고.”

  “그래?”

  주행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하고 유린씨는 여기 돌아봤는데 별다른 건 없더라.”

  “다행이네. 그러면 2층하고 1층마저 둘러보고 생각해보자.”

  “알겠어, 그럼 바로 가자. 유린씨 밑에 층 둘러볼 건데 여기 계실래요?”

  “네. 저는 얘하고 여기 있을게요.”

  “알겠어요.”

 

  호와 주행이 일어나서 떠나려는 찰나 아이가 호의 바지자락을 붙잡았다.

  “아저씨, 가지 마요. 엄마 찾아준다고 계속 그랬잖아요.”

  “응?”

  호가 유린을 쳐다보았다. 유린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저씨, 이거 드릴 테니까 엄마 찾으러 같이 가요.”

  아이가 손에 들고 있던 장난감 로봇을 위로 치켜들었다. 호가 미소를 지으며 무릎을 땅바닥에 댔다.

 

  “꼬마야, 이름이 뭐야?”

  “저, 한별이요. 김한별.”

  “예쁜 이름이네. 여기 누나하고 같이 있어. 아저씨 잠깐 어디 좀 갔다 올게. 그다음에 엄마 찾으러 가자.”

  호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나 한별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호의 팔목을 감싸 쥐었다.

  “저도 데리고 가세요. 엄마도 그렇게 말하고 없어졌어요.”

  “하...”

  호가 이마를 긁적였다. 하지만 이내 아이를 번쩍 안아 들더니 유린을 보며 말했다.

  “그냥 다 같이 가죠. 잔인한 장면은 못 보게 하구요,”

  “네, 알겠어요.”

 

  ***

 

  이들은 2층을 돌고 1층 후문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후문은 정문에서 대각선에 위치해 있어 끝과 끝이었다. 게다가 후문까지 가려면 모퉁이 몇 개를 돌아가야 했다. 가는 길목에는 부서진 가구들과 시체 몇 구 등 일상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누군가에겐 시체가 특별한 것일 수도 있었겠지만 이들에겐 그저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했다. 이제는 냄새까지도 익숙해졌지만.

  하지만 너무 이런 것들에 익숙해져 있던 탓일까. 이들은 이것들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권총, 진압봉 등 특별한 물건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렇게 후문으로 가는 마지막 모퉁이가 보였다. 그 모퉁이를 돌려는 찰나 주행의 핸드폰 진동이 울리며 화면엔 모르는 번호가 떠있었다.

  직감적으로 이들은 주행의 부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행이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들! 호 만났어? 어디야?”

  주행의 어머니였다. 주행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들. 아들! 아들?”

  주행이 차마 말을 잇지 못하자 호가 핸드폰을 뺏어 스피커 모드로 바꿨다.

 

  “어머니~ 저 호에요. 주행이 여기 잘 있어요. 저희 병원에 왔는데...”

  “뭐? 병원?”

  “네. 여기 상통 병원이에요.”

  “안 돼!!! 거기서 빨리 나와!!!”

  핸드폰에서 터져 나오는 절규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지진이 난 듯 땅이 울려댔다. 호가 모퉁이 옆으로 얼굴을 삐쭉 내밀자마자 소리쳤다.

  “씨발, 튀어!!!!!!!!!”

 

 
작가의 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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