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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정체불명연애
작가 : 옛날통닭
작품등록일 : 2019.9.23

수녀원에서 행복하게 지냈던 서우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쌍둥이 동생 때문에 복잡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언니 미안한데 나대신 내 행세좀 해줄래?" 외모는 똑같으나 성격은 180도 다른 쌍둥이 자매의 꼬이고 꼬이는 위장 연애담.

 
33.회사 잠입 대작전
작성일 : 19-12-25 07:26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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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서란은 벌써 한 시간째 지수를 설득하고 있었다. 그런 서란의 모습에도 지수는 쉽게 넘어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 아무도 없는 회사에 가서 남의 컴퓨터를 해킹하자고?”

 

 

 “아니…무슨 말을 또 그렇게.. 미애 몰라? 자주 왔었잖아. 그냥 가서 알아볼게 있어서 그래”

 

 

 “자주 온 사람의 컴퓨터를 왜 그렇게 수상쩍게 봐야 되냐는 얘기지 난”

 

 

 

 

 애교에 협박에 갖은 수를 부려봐도 지수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란도 이번만큼은 절박했다.

 

 

 

 

 “그니까 내가 이렇게 부탁을 하는 거잖아. 혼자 가긴 좀 애매하고 데려갈 사람이 너밖에 없단 말이야”

 

 

 “그러니까 왜 대체 나냐고. 딴 사람 데려가”

 

 

 

 

 언제부턴가 지수는 서란에게 자연스러운 반말을 구사했다. 서란은 그런 지수의 태도가 당황스러우면서도 싫지 않았다.

 

 

 

 

 “뭐야 지금 혹시 저번에 언니랑 바꿔치기 한걸로 아직도 화난 거야? 설마?”

 

 

 “화가 난 게 아니라… 왜 자꾸 대답을 피해?”

 

 

 

 

 요 며칠간 지수가 원한 건 서란의 대답이었다. 서란도 그 점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지수의 앞에 서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

 

 

 “먼저 대답부터 해주고 같이 가는 게 맞는 게 아닐까?”

 

 

 

 

 서란은 이제 확실히 알게 되었다. 평소에 시키는 대로 묵묵히 하던 지수가 왜 오늘은 이렇게 비협조적이었는지.

 

 

 

 

 “알았어. 그러니까 오늘 한번 가서 알아보자는 거잖아.”

 

 

 “?!?!”

 

 

 “가면 어차피 단둘이 계속 있어야 할 텐데. 한 번만 나 도와주는 셈 치고 같이 가자. 대신 올 때쯤엔 대답을 확실히 해줄게"

 

 

 

 

 서란의 확답에 그제서야 지수의 맘이 열린 듯했다. 굳어진 표정과는 다르게 지수는 빠르게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서란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기 맘대로 움직여주는 지수를 흐뭇하게 쳐다보았다.

 

 

 

 

 .

 

 .

 

 .

 

 .

 

 이곳은 미애가 일하는 Now 플랫폼의 본사 건물이다. 밤 12시에 가까운 시간 탓인지 다행히 건물 안에는 프런트 데스크 앞 경비원 빼고는 아무도 없었다. 혹시나 몰라 지수를 경호원으로 변장 시켰는데 다행히 기가 막히게 어울려서 별다른 의심 없이 입구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이 출입증은 누구 거야?"

 

 

 “당연히 미애 거지. 이런 것 정도는 미리 손써놔야지”

 

 

 

 

 오늘 이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서 공들인 사람 중에 한 명은 미애였다. 미애는 줄곧 경계심 있는 태도였지만 곧 서란의 넉살과 애교에 넘어가 어느 정도의 틈을 허용했다. 그 덕분에 서란이 이렇게 회사에 잠입할 수 있었다. 비록 내일 아침이면 들통날 일이겠지만..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은 조용했다. 서란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 긴장한 탓인지 자꾸 손에 땀이 찼다. 슬쩍 올려다본 지수의 표정은 여전했다.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을까 갑자기 지수가 서란에게 말을 걸었다.

 

 

 

 

 “왜?!”

 

 

 “.. 그러고 보니 너 왜 갑자기 반말이야? 생각해보니 웃기네 이거”

 

 

 “곧 사귈 사이에 존대가 무슨 필요 있겠어?”

 

 

 “뭐?! 내가 뭐라고 할 줄 알고 혼자 결론을 내렸어? 말투가 바뀌더니 태도도 뭔가 좀 바뀐 거 같다 너?”

 

 

 

 

 어이없어하는 서란의 모습에도 지수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지수의 표정은 너보다 내가 널 더 잘 안다는 듯한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종알종알 시끄럽게 얘기하지 마. 귀여우니까”

 

 

 “뭐?!?”

 

 

 — 딩동 10층입니다 —

 

 

 

 

 갑자기 서란을 당황하게 만드는 멘트를 날리며 지수는 엘리베이터를 나갔다. 서란도 일단 흔들리는 감정은 묻어두고 지수를 따라나섰다.

 

 

 

 

 — 지금은 정신없으니 이따 두고 보자 —

 

 

 

 

 뭘 두고 보자는지 자기도 모르는 서란이었지만 다행히 목적은 잊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옆 시계는 오전 12시 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두운 회사에는 드문드문 모니터 불빛만 보였다.

 

 

 서란은 엘리베이터 옆에 서있는 지수에게 따라오라고 작게 얘기한 뒤 능숙하게 미애의 자리로 다가섰다.

 

 

 미애의 평소 습관대로 컴퓨터는 꺼져 있지 않았다. 서란은 학창 시절부터 알고 있었던 미애의 비밀번호 리스트를 한 개씩 쳐보기 시작했다. 두 번 만에 컴퓨터의 잠금이 풀렸다. 생각보다 민첩한 행동에 지수가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서란은 미애가 뭐든지 문서로 작성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민우가 내린 지시도 여기 어디엔가 문서로 작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아… 여기 찾았다!”

 

 

 

 서란의 얘기를 들은 지수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가까이 다가와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그 문서에는 민우가 내린 지시사항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해결된 건은 가로선 이 추가되어 있는 듯했다. 수많은 해결 건중 해결되지 않은 꽤 많은 지시사항이 눈에 띄었다.

 

 

 

 “콘서트 표 전달, 선물 전달, 메시지 추가, 메시지 추가.. 역시..”

 

 

 “음?”

 

 

 “의도적으로 빼먹었네 이거..”

 

 

 

 서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지수는 가만히 서란의 곁을 지킬뿐이었다. 잠시 조용히 문서를 쳐다보던 서란은 곧 책상에서 몸을 일으키며 지수에게 말했다.

 

 

 

 “가자!”

 

 

 “음? 끝이야 벌써?”

 

 

 “오늘은.. 확인만 하러 온 거니까”

 

 

 

 

 예상했지만 확인된 사실이 서란의 맘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꼬여버린 건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이 사실을 서우에게 알리고 꼬여가는 관계를 수습할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빠르게 엘리베이터로 돌아가는 서란 일행 앞에 누군가가 플래시를 비췄다. 청소하는 아저씨였다.

 

 

 

 

 “거기 지금 이 시간에 뭣들 하고 있는 거예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서란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서란은 이럴 때를 대비해 데리고 온 지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아 안녕하세요. 전 여기 직원인데 여기 이 보안 요원분이 잠시 사무실에 놔둔 게 있다고 해서 같이 왔어요”

 

 

 “아.. 그래요?”

 

 

 “네네. 그래서 지금 빨리 돌아가려고요"

 

 

 “혹시.. 엘리베이터로 올라왔어요?”

 

 

 “네”

 

 

 “오늘 12시 넘어서부터 점검이라 엘리베이터 지금 못쓸 텐데..”

 

 

 “네? 정말요?”

 

 

 “그래서 나도 이렇게 미리 올라와 있는 거예요. 평소대로라면 새벽쯤에나 올 텐데, 빨리하고 내려가려고”

 

 

 

 

 서란은 근처 엘리베이터로 다가가 버튼을 눌러보았다. 아저씨의 말대로 버튼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몇 주 전부터 공지해서 다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 이런 일이 생기는구먼"

 

 

 “아.. 어쩌죠?”

 

 

 “일단 저쪽에 계단실이 있어요. 사원증 대면 열리니까 그쪽으로 내려가면 될 거예요"

 

 

 “아!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서란은 지수를 이끌고 서둘러 계단실 입구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엔 카드 인식 소리 뒤,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계단실은 코너가 유리벽으로 된 탓에 근처의 야경을 그대로 비추고 있었다. 신식 건물이라 그런지 계단실 자체도 밝고 화사했다. 층고가 높은 건물이라 계단이 많은 게 흠이라면 흠일까. 하지만 지금의 서란은 그런 모습에 감탄할 새도 없이 계단을 빠르게 내려가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갑자기 지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란아”

 

 

 “?!?”

 

 

 

 갑자기 자신을 이름으로 불러대는 지수의 목소리에 서란은 그 자리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돌아본 서란은 곧 자신을 뚫어질 듯 쳐다보는 지수의 시선에 당황했다.

 

 

 

 “여기 어때?”

 

 

 “뭐가 어때?”

 

 

 “우리의 첫 데이트 장소”

 

 

 “뭐?!?!?!”

 

 

 

 서란은 이런 상황에서 느껴지는 지수의 여유로운 모습에 잠시 기가 막혔다. 말문이 막혀 지수를 째려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여긴 두 번 다시 못 올 곳이잖아. 돌아가면 또 북적일 텐데 여기서 잠시만 쉬었다 갈까?”

 

 

 

 게슴츠레 눈을 뜨며 오버하듯 속삭이는 지수의 모습이 신선했다. 서란은 잠시 자신의 처지를 잊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지금 이 상황에 그런 말이 나와?!”

 

 

 “뭐 어때.. 기본적으로 이런 상황을 제안한 건 너잖아”

 

 

 

 이제 지수는 대놓고 반말이었다. 아예 작정한 것 같았다. 서란은 웃음이 터진 시점에서 자신이 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용히 야경이 보이는 계단에 앉았다.

 

 

 

 “그래. 네 말도 맞다..”

 

 

 

 둘은 이제 나란히 계단에 앉아있었다. 한동안 침묵이 두 사람을 감쌌다. 두 사람은 함께 야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서란은 편안한 지금 이 순간을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먼저 일을 연건 지수였다.

 

 

 

 “왜 그렇게 악착같이 대답을 피하는 거야? 답지 않게”

 

 

 

 지수는 진심으로 신기하다는 듯이 물었다. 지수의 태도는 이미 서란이 자신에게 맘이 있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는 듯했다.

 

 

 

 “그냥.. 그냥 아직은 모르잖아”

 

 

 “뭘?”

 

 

 “네가 어떤 사람인지. 나랑 어울리는 사람인지. 날 배신하진 않을지”

 

 

 “호감만 있으면 되는 거지 그렇게 먼 미래가 중요해?”

 

 

 “안 중요하긴 하지..”

 

 

 

 자신과 같은 결론을 내놓는 서란의 말에 지수의 말문이 막혔다. 지수는 정말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란을 쳐다보고 있었다.

 

 

 

 “안 중요한데도 나한텐 중요했거든. 그냥 살면서 모든 일이 그런 식이었거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식.”

 

 

 “응”

 

 

 “그런데 너랑 있으면 나도 그게 잘 안돼. 의심하고 싶은데 그냥 네 말이라면 다 믿고 싶어져. 왜 그럴까”

 

 

 

 아무렇지 않은 척 자신의 진심을 고백하는 서란의 말에 지수의 얼굴이 빨개졌다. 서란은 그런 지수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내 맘대로 편하게 하고 싶은데 잘 되지도 않고 그냥 네가 하자는 대로 다 하고 싶어서 이런 내 모습이 너무 낯설어. 그래서 자꾸 무슨 말을 하려고 하면 경고등이 울린달까..”

 

 

 “…”

 

 

 “거리를 두려고 해도 안되고 나도 잘 모르겠다”

 

 

 

 말을 마친 서란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처음부터 그런 이유로 나한테 거리를 뒀던 거야?”

 

 

 “응..”

 

 

 “제어 안되는 게 지금 가장 불안한 문제고?”

 

 

 “…응”

 

 

 “다 내 잘못이네. 그런 태도를 보여주지 못한 건.”

 

 

 

 지수의 말에 서란은 놀라서 고개를 들어 지수를 쳐다봤다. 서란의 태도를 자기 책임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살면서 처음이었다.

 

 

 

 “내 태도에 진정성이 없어 보인 거잖아. 불안함을 느낄 만큼”

 

 

 “…”

 

 

 “ 왤까. 난 진심이었는데”

 

 

 

 씁쓸하게 중얼거리는 지수의 옆모습이 안쓰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사랑스러웠다. 서란의 불안은 서란이 그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순간부터 점점 가벼워지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무렇지 않은 듯 받아주는 지수의 모습에 자신의 불안한 모습마저도 인정받은 듯한 느낌이었다.

 

 

 

 — 쪽 —

 

 

 

 갑작스러운 서란의 볼 뽀뽀에 지수는 깜짝 놀라 허둥댔다. 허둥대는 표정도 이 순간 너무 사랑스러워 보였다. 서란은 미소 지으며 지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지수는 서란을 잠시 쳐다보는 듯싶더니 곧 달라진 눈빛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의도치 않은 행동에 서란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뭐.. 뭐야..”

 

 

 

 밀어내는 서란의 손을 지수가 여유롭게 잡아 넘겼다.

 

 

 

 "이러려고 그런 거 아냐?’

 

 

 “아냐!!”

 

 

 “아니 무슨 이 시점에 볼 뽀뽀가 뭐야.. 제대로 해줘”

 

 

 

 다가오는 지수의 처음 보는 박력에 서란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서란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수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잠깐만 여기서 이러는 건 아니지!”

 

 

 “아니긴 뭐가 아냐. 그러길래 왜 도발을 해..”

 

 

 

 조용한 계단실이 옥신각신하는 두 사람의 대화로 시끄러워졌다. 분위기에 취한 두 사람은 누가 접근하는 지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서 지금 뭐 하는 거지?”

 

 

 

 낮고 서늘한 음성이 위쪽에서 들려왔다. 서란과 지수는 심상치 않은 목소리에 굳은 표정으로 위쪽 계단을 올려다봤다. 그곳에는 민우가 서있었다.

 

 
작가의 말
 

 흥 니네만 행복할 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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