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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정체불명연애
작가 : 옛날통닭
작품등록일 : 2019.9.23

수녀원에서 행복하게 지냈던 서우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쌍둥이 동생 때문에 복잡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언니 미안한데 나대신 내 행세좀 해줄래?" 외모는 똑같으나 성격은 180도 다른 쌍둥이 자매의 꼬이고 꼬이는 위장 연애담.

 
32.인과응보
작성일 : 19-12-18 10:35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5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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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리 줘봐. 이게 이번에 결제할 서류들이야?”

 

 

 

 조용히 뒤에서 다가온 민우가 미애를 놀라게 했다. 미애는 겉으로 놀란 티를 내지 않으면서 조용히 서류들을 민우에게 건넸다.

 

 

 

 “네. 그런데 오늘은 일찍 출근하셨네요.”

 

 

 “연말이라 할 일이 많아서”

 

 

 

 말을 마친 민우는 곧장 자신의 사무실로 사라져 버렸다. 쓸데없는 일로 비서를 귀찮게 하지 않는 점은 민우의 큰 장점이었다. 미애는 그제서야 서류에 가려져 있던 흰 봉투를 빠르게 서랍 속으로 집어넣었다.

 

 

 

 “아.. 그런데..”

 

 

 “네..?”

 

 

 

 불쑥 말을 이어가는 민우에 등장에 미애가 평소답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민우는 잠시 멈칫하다가 할 말을 이어갔다.

 

 

 

 “내가 준 콘서트 티켓, 서란 님에게 잘 전달했나?”

 

 

 “아. 그거라면 저번 주에 전달했습니다”

 

 

 “그래? 혹시 연락받은 건 없고?”

 

 

 “글쎄요. 워낙에 연락이 뜸한 분이라. 제가 다시 한번 연락해 볼까요?”

 

 

 “음.. 아냐. 그럼..”

 

 

 

 할 말을 마친 민우는 또다시 사무실 문안으로 사라졌다. 미애는 민우가 완전히 사라졌는지 단단히 확인한 뒤에야 작은 한숨을 쉬었다.

 

 

 

 —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

 

 

 

 다행인 점은 지금껏 미애의 방해공작이 그대로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원래도 그리 잦지 않았던 두 사람의 연락은 미애의 계획에 막혀 더욱더 소원해지고 있었다. 작전은 효과적이었지만 그럴수록 미애의 머릿속은 복잡해져만 갔다.

 

 

 

 —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내가 원하는 걸 얻어내야 되는 걸까 —

 

 

 

 먼 발치에서 두 사람이 어떻게 될지 전전긍긍하는 것보다 보다 적극적인 대응으로 방해하면 조금 더 속이 시원해질 줄 알았던 미애는 서서히 무거워지는 죄책감을 견뎌내야 했다.

 

 

 

 — 일단 행동해보고 후회하는 거야—

 

 

 

 애써 자신을 다잡은 미애는 생각을 떨쳐버릴 겸 눈앞에 모니터에 집중했다. 그리곤 익숙한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능숙하게 작성하던 문서를 다시 열었다.

 

 

 

 

 

 .

 

 .

 

 .

 

 .

 

 

 연말이 다가오자 서란의 쇼핑몰이 분주해졌다. 서란의 쇼핑몰은 현재 유행하는 아이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쇼핑몰이었고 그에답게 시즌 변화에도 매출의 변화 폭이 컸다.

 

 

 

 “아 그쪽 제고는 이쪽에 있어. 혹시 저번에 말한 상품 내가 말한 대로 올렸어?”

 

 

 

 서란은 이제는 제법 익숙해져 버린 옥탑방에서 능숙하게 지시를 내렸다. 서란의 말을 들은 지수와 호준의 행동이 바빠졌다. 거의 며칠째 세 사람은 거의 합숙 수준으로 함께 일하고 있었다.

 

 

 

 서란의 옥탑방은 건물 꼭대기인 것만 제외하면 여러모로 서란의 쇼핑몰에 제격인 곳이었다. 생각보다 넓은 옥상 면적에 좋은 뷰, 약하게나마 설치되어 있는 비 가림막까지. 어느 것 하나 뺄 것이 없었다. 이렇게 계속 적응하다간 이곳이 본사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오늘은 바빠진 일정 탓인지 서우도 함께 와서 일을 거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둘이 함께 있는 일을 피하려고 노력했으나 이제는 딱히 그런 점을 의식하지는 않게 됐다. 그러나 정신없이 주문을 처리하고 물건을 정리하는 서란과 달리 서우는 어딘가 한편에 정신이 뺏긴 사람처럼 행동했다.

 

 

 

 — 왜 연락이 안 되지 —

 

 

 

 일주일 전, 서우는 집 앞에 찾아온 민우에게 크게 화를 내버리고 말았다. 그놈의 관계 관계하는 말이 지긋지긋해서 선전포고하듯이 민우에게 빚을 갚겠다고 선언해버렸던 것이다. 사실 처음부터 그럴 작정은 아니었다. 적어도 서우의 계획 속에선 당당한 모습으로 빚을 갚고 대등한 위치에서 민우에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따라 감정이 폭발해서였을까, 반가움도 잠시 민우의 차가운 추궁에 그만 자신의 감정과는 다르게 거센 말을 쏟아 붙이고 말았다. 아니,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민우의 말을 모조리 외면하고 도망쳐 버리고 말았다.

 

 

 

 — 계약 연인이 되자는 말에 동의해놓고 그렇게 행동했으니 얼마나 황당했을까 —

 

 

 

 서우는 그때 민우 표정만 떠올리면 이불킥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황당한 표정으로 서우를 쳐다보던 민우의 모습이 잊히지가 않았다. 그럴수록 서우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기억을 잠잠하게 하려고 모든 일에 열심이었다.

 

 

 

 일주일 간 서우도 이 일을 수습하려고 애를 쓰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민우에게선 아무 연락이 없었다. 아니 아무 반응이 없었다. 서란의 친구인 미애에게도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뿐이었다. 이제 서우에게 남은 방법은 별로 없었다.

 

 

 

 “아 이제 끝이다!!!”

 

 

 

 완료를 외치는 서란의 목소리가 밝다. 어느새 서란의 앞에는 산더미 같은 택배 상자가 놓여있었다. 서우는 뿌듯한 표정의 서란을 잠시 지켜보다 서란에게 단둘이 할 얘기가 있다며 조용히 집 밖으로 불러내었다. 서란은 상의할 일이 있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우를 따라나섰다.

 

 

 

 

 “긴장되게.. 무슨 일이야?”

 

 

 

 

 평소답지 않은 어두운 서우의 모습에 서란이 물었다.

 

 

 

 

 “음.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이번에 민우.. 대표님이랑 크게 싸웠어.”

 

 

 “엥? 언니가?”

 

 

 “응. 그게 자꾸 관계를 분명히 하라고 해서”

 

 

 “엥? 그게 무슨 소리야?”

 

 

 “아무래도 빚독촉을 하는 게 아닐까?”

 

 

 

 

 서우의 말을 들은 서란의 안색이 눈에 띄게 바뀌었다. 서란의 반응에 서우가 더 놀란 눈을 하며 물었다.

 

 

 

 

 “혹시 기억 못하는 건 아니지?”

 

 

 “아.. 아냐. 그냥 요새 바빠서 잠시 잊고 있었어”

 

 

 

 

 빚으로 시작한 관계 아니었던가? 서란의 해명에 서우는 잠시 의문이 들었지만 곧 서란 답다고 생각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어쨌건 아무래도 이 일을 이렇게 놔둘 순 없을 것 같아서 나도 중간중간 개인적으로 돈을 번 일이 있거든.”

 

 

 “언니가?”

 

 

 “뭐 아무래도 이 일을 해결하려면 빚은 갚아야 하니까. 그리고 그래야 우리가 거짓말한 것도 어느 정도 선처를 구할 거고.."

 

 

 “아니 그 말은 맞는데 그래도 그 짧은 시간에 돈을 모았다고?”

 

 

 “그냥 너 하는 식대로 나도 살짝 해본 거야. 마침 지금 환경도 갖춰져 있고”

 

 

 “그래서 얼마 모았는데?”

 

 

 “한…삼천? 그래서 말인데 이 돈으로 그 빚이 해결이 될까?”

 

 

 “삼천?!?!?!?!?”

 

 

 

 

 예상보다 서란의 반응이 훨씬 거셌다. 서우는 자신이 얼마나 어려운 일을 해낸 건지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어때.. 괜찮은 거야?”

 

 

 “괜찮은 수준이 아니라 장사 천재 아냐? 와…”

 

 

 “음. 그럼 빚 갚기엔 괜찮나 보네. 그럼 이 일은 내가 해결할게"

 

 

 “어?”

 

 

 “내가 민우 대표한테 가서 담판을 질께. 네 쇼핑몰에 불이익 없도록”

 

 

 

 

 서우는 한참 동안 계획해오던 일을 서란에게 드디어 말할 수 있었다. 서란의 반응도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어깨가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갑자기 서란이 다급하게 서우를 말리기 전까지는.

 

 

 

 

 “ 아.. 아냐 언니. 일단은 우리 차분하게 더 생각을 해보자”

 

 

 “음?”

 

 

 “아니 갑자기 그렇게 찾아가서 통할지 말지 모르는 일이잖아. 그래서 우리가 지금까지 주의해왔던 거잖아”

 

 

 “그렇긴 하지..”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생각을 하면 훨씬 부드럽게 넘길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까?”

 

 

 

 

 서우는 서란의 말리는 태도에 다시 한번 생각을 가다듬었다. 내가 지금 너무 충동적인 걸까. 이 행동이 서란에게 도움이 될까. 한순간 수많은 생각이 서우의 머릿속을 채웠다.

 

 

 

 

 “아니. 이젠 나도 한계야. 서란아. 이제 못 버틸 것 같아”

 

 

 “언니…”

 

 

 “지금까지 정말 노력 많이 했어. 더 이상 거짓말은 힘들 거 같아”

 

 

 “…”

 

 

 “내가 정말 잘해볼게. 우리 둘 다에게 도움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서우는 이번에야말로 행동할 시간이 되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서란의 응원만 있다면 잘할 자신이 있었다.

 

 

 

 

 “…그.. 그런데 언니..”

 

 

 “응?”

 

 

 “나 할 말이 있는데.. 일단 화내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할 말?”

 

 

 “응.. 사실 오래전부터 했어야 하는 말이긴 한데… 일단 약속해줘”

 

 

 

 

 서란에게서 듣는 말은 항상 예상 밖의 사실이었기 때문에 뜸을 들이는 서란의 태도가 서우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서우의 소극적인 동의에 서란은 말을 꺼내고도 한참 우물쭈물거렸다. 그러나 곧 결심한 듯 서우에게 고백했다.

 

 

 

 

 “ 사실 빚 그거 다 거짓말이야”

 

 

 “…?!?!?!?!?”

 

 

 “아… 진짜 뻥이야. 언니가 조금만 더 내 행세를 해줬으면 해서..”

 

 

 “…”

 

 

 “어…언니 괜찮아? 아니 그게 사실…”

 

 

 “뭐어어어어어?!?!?”

 

 

 

 

 서란의 고백에 서우의 얼굴이 불난 것처럼 빨개졌다. 서란의 거짓말에 화가 나서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민우와 마주칠 때마다 자신이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 생생히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또한 오기에 가득 차 몇 개월간 돈을 모으려 전전긍긍한 사실도 떠올랐다. 이 모든 기억이 서우를 참을 수없이 부끄럽게 만들었다.

 

 

 

 

 “언니.. 진짜 진짜 미안해..”

 

 

 

 

 엄청난 표정의 서우를 바라보던 서란이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듯이 서우의 곁으로 다가왔다. 서우는 지금 그런 서란을 의식할 정신이 없었다. 급격하게 치솟는 감정이 서우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 충격적인 소식을 들을 때 뒷목을 잡는 게 이런 이유에서 였구나 —

 

 

 

 

 점점 강해지는 어지러움에 서우는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미안하다 못해 겁에 질린 서란이 서우의 곁을 계속 맴돌고 있었다.

 

 

 

 

 “.. 좀…자”

 

 

 “응?”

 

 

 

 풀썩 주저앉아 고개를 숙인 서우의 입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서란은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싶어 귀를 기울였다.

 

 

 

 “…지.. 금….. 자”

 

 

 “뭐라고 언니?”

 

 

 “지금은 좀 맞자고!!!!”

 

 

 

 말을 마친 서우가 엄청난 기세로 서란에게 달려들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분노에 찬 서우의 모습은 서란에게 생존 본능을 일깨웠다.

 

 

 

 

 “꺄아아아아아”

 

 

 

 

 서란이 겁에 질려 서우를 피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 뒤를 서우가 바싹 추격하며 달렸다. 한순간 옥상에 맹렬한 추격신이 펼쳐졌다.

 

 

 

 

 “사람 살려!!!”

 

 

 

 

 서란의 비명에 지수가 의문에 가득 찬 표정으로 문밖에 나왔다. 서란은 지수를 발견하곤 살았다는 듯이 지수 뒤로 숨었다. 그런 서란을 받아주던 지수는 곧 죽일 듯이 달려드는 서우의 모습에 놀라 본능적으로 서란을 감쌌다.

 

 

 

 “비켜!!”

 

 

 

 서우는 지금 눈에 뵈는 게 없었다. 당장 서란을 어떻게 해야 된다는 강렬한 분노만이 서우를 지탱하고 있었다. 할 수 없이 둘 사이에 끼워져버린 지수가 서란 대신 서우를 말렸다. 지수에게 팔을 잡혀 옥신각신하는 사이 서우의 강렬함이 조금씩 꺾여갔다. 서란은 그런 서우를 바라보며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서우의 기세가 조금씩 꺾이고 있었다. 둘 사이를 말리던 지수도 어느 정도 여유를 찾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서우의 표정은 그리 밝아지지 않았다. 어두운 서우의 표정에 서란이 덜덜 떨며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어.. 언니. 잘못했어요”

 

 

 “….”

 

 

 “어.. 언니?!?”

 

 

 “딱밤”

 

 

 “.. 응?”

 

 

 “딱밤 맞자”

 

 

 

 서우가 단호하게 서란에게 말했다. 서란은 곧 의미를 파악한 듯 움찔거리며 서우에게 이마를 들이밀었다.

 

 

 

 “딱!!!!”

 

 

 

 강렬한 소리가 옥상에 메아리쳤다. 서란은 이마를 감싸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 곁을 지수가 인과응보라는 듯 감싸고 있었다. 서우는 이제야 후련하다는 듯 서란을 따듯한 눈으로 내려보았다.

 
작가의 말
 

 이정도면 많이 봐준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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