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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장미와 달 그리고 황제를 위해
작가 : 크한
작품등록일 : 2019.9.17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공작 영애 로즈. 운명의 사랑을 믿는 저주 받은 마법사 크리센트. 소설에 빙의해 최애님을 행복하게 하겠다 말하는 황녀 프리지아.
각기 다른 이유와 목표를 가진, '사랑'이라는 것으로 묶인 이들의 이야기. 어쩌면 애달프고, 때로는 귀여운 이들의 사랑으로 가기 위한 복잡한 이야기. 모든 이야기가 얽힌 가벼운 소설입니다.:)
[연하 남주/똑똑한 여주/삽질 많이/조금의 수위?/짜증은 가끔/아가씨/주인님/최애님/빙의/황좌 다툼]
가볍게 쓰는 습작입니다./작가 메일-bori_0415@naver.com

 
23장
작성일 : 19-12-16 21:50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5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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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장 - 변화

 

 

 

 

 폐하께서 프리지아 전하를 기사단이 있는 곳으로 불러냈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데 모이는 중심에서 프리지아 전하가 이 일에 큰 공로를 했음을 폐하께서는 알리고 싶은 신 듯했다.

 

  부드럽게 그린 것 같은 프리지아 전하의 입꼬리 위로 진정으로 기분 좋은 듯한 미소가 덧그려졌다.

 

 열과 행을 맞춰선 기사들은 먼 길을 떠나기전 딱딱 맞는 움직임으로 자신들의 주군에게 기사의 맹세를 해 보였다. 황제 폐하를 향해, 황후 폐하를 향해. 그리고 프리지아 전하를 향해.

 

  곳곳에서 박수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기사단이 출발하자 흙먼지가 일었다. 기사단이 멀어지는가 싶다가 가장 선두의 기사들이 보이게 되지 않자 황제 폐하께서 가장 먼저 자리를 떠나셨다.

 

  “사람이 많으니, 나중에 가도록 하죠.”

 

  나와 크리센트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오며 전하께서 짧게 혀를 차며 황제 폐하가 돌아감과 동시에 너도나도 돌아가려는 사람들을 보며 말씀하셨다.

 

 전하께서는 수많은 인파가 한 번에 움직이는 것을 즐기는 편은 아니신 듯했다.

 

  나도 이 여름날 사람들의 사이에 껴서 움직이는 것이 그리 좋은 생각 같지 않았기에, 기다리더라도 사람들이 먼저 빠져나간 후에 움직이는 것에 동의했다.

 

  잠깐 얼굴을 뵀던 아버지께서는 바쁜 일이 아직 남았다며 급히 떠나버리셔서 제대로 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이리 좋은 일만 줄줄이 일어나니 불안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직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해결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아버지께서 그리 서둘러 가신 것도, 내가 불안해하는 것도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비가 얼른 와야 할 텐데요.”

 

  가뭄을 해결하기 위한 단 한 가지 방법.

 

  비가 내려야 했다.

 

  한 달이 다 되도록 하늘은 여전히 높고, 푸르르고, 맑았다.

 

  우기인 8월의 여름인 것을 하늘 혼자서만 모르는 것 같았다.

 

  비가 오지 않는다는 나의 혼잣말과도 같은 걱정에 답해온 것은 전하가 아니셨다. 하지만 익숙한 목소리였다.

 

  “가뭄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어.”

 

  단호하게 나의 걱정을 불려주는 그 재수 없는 목소리는 오랜만이었지만 달갑지 않은 사람의 것이었다. 레이먼드, 그는 뻔뻔하게도 내게 먼저 말을 걸었다.

 

  이리도 당당히 내게 말을 거는 것은 왜일까? 양심이란 것이 없는 것은 알았지만, 그것과 더불어서 그는 아직 자신이 이길 수 있다는 희망에 빠진 것 같았다.

 

 프리지아 전하께서는 그가 그러 웃기는 희망을 품게 할 만큼 자비롭지 않으셨다.

 

  “3주 후 비는 내려. 물론, 황자 전하께서 그 전에 더 빨리 비를 내리게 할 수 있으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요. 아, 설마…. 제국민이 이리 고통받는데 가뭄이 해결되지 않기를 바라신다든가 하시는 건 아니겠죠?”

 

  약을 올리듯 입꼬리를 올려 웃는 전하를 레이먼드가 어이가 없다는 듯 쳐다보았다. 3주 후에 비가 내리는 것을 네가 어찌 아냐는 듯한 물음이 담긴 눈빛이었다.

 

  “3주 후 비가 내린다고요? 말도 안 돼!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는 거죠?”

 

 살짝 컸던 전하의 목소리에 몇몇이 우리에게 집중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려온 과장된 루니아 영애의 목소리는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자신이 놀란 것을 전하고 말겠다는 듯 잔뜩 과장 된 말투, 귀엽고 편안하다고 느껴지는 목소리.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무구한 모습의 루니아 영애는 의도적인지 그도 아니면 정말 우연인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전하께서 하는 말에 모두가 집중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대답이 불리하게 작용한다면, 안 좋은 소문이 쉽게 퍼질 수 있도록 말이다.

 

  “여자의 직감으로요.”

 

  하지만 프리지아 전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손바닥을 들여다보듯 알고 있다는 듯, 루니아 영애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충 대답해 보이셨다. 무척 귀찮다는 것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누가 그 얘기를 들어도 상관없을 만한 대답을 전하는 완벽히 파악하고 계셨다.

 

  “말도 안 돼요! 저는 그런 거 알지 못하는데….”

 

  두 손을 과장되게 펼쳐 보이며 눈썹을 한껏 늘어트린 루니아 영애는 사랑스럽다는 말이 잘 어울렸다. 모두가 사랑스럽다고 할 모습이 나에게는 끈질기다고 느껴졌다.

 

  “뭐, 영애께서도 나중에 저처럼 나이를 드시게 되면 아실 겁니다. 꼭 비가 오기 전날에는 뼈가 아리고 허리가 아프고 하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아, 비가 오겠구나, 라는 게 느껴지실 겁니다.”

 

  진심인지 장난인지 알 수 없는 전하의 대답에 레이먼드의 표정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질게 대하는 것은 참지 못하겠다는 듯 일그러지는 표정과는 반대로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것인지 대놓고 루니아 영애를 감싸지 않았다.

 

  “결국, 웃게 되는 것이 누구일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야.”

 

  대신 경고와도 같은 인사를 남기고 루니아 영애와 자리를 옮겼다.

 

  “재밌네요.”

 

  멀어져가는 루니아와 레이먼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전하께서 한쪽 입꼬리를 올려 비웃듯 툭 하고 재밌다는 소리를 내뱉으셨다. 나도 크리센트도 전하의 말을 정정하지는 않았다.

 

  이 상황은 정말 재밌었으니까.

 

  레이먼드가 저 멀리 인파에 섞여 사라지고 난 뒤에야 우리는 천천히 전하의 집무실로 돌아왔다.

 

  컵에 담겨있던 얼음은 모두 녹아서 차는 밍밍해져 있었고, 시간은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

 

  “어머, 벌써 점심시간이네요. 가볍게 샌드위치라도 먹을래요?”

 

 밥을 굶는 것은 절대 상상할 수 없다는 듯 기막히게 끼니를 챙기는 전하께서 추천하는 조합이라는 샌드위치는 폭식한 빵에 아삭한 양배추와 양파, 토마토를 비롯해 달걀과 햄 등이 풍부하게 들어가 있었다.

 

  기근이 와도 황궁은 황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전하께서 하셨던 ‘3주 후 비가 내린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여자의 직감?

 

  아무리 여자의 직감이 뛰어난 힘을 발휘한다고는 해도 이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분명 전하께서는 비가 올 미래 또한 알고 계셨던 것일 터였다. 그러니 확신을 갖고 말씀하신 거겠지.

 

  “비가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물며 말했다. 나는 비가 올 것이라는 전하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아삭한 채소와 매콤하고 달달한 소스, 담백한 빵과 달걀의 맛에 더불어 육즙이 가득한 햄이 입안에서 어우러졌다.

 

  전하께서는 내가 한 말에 잠시 생각하시는가 싶더니, 조금 전 루니아 영애께 했던 말을 떠올린 것인지 눈을 크게 떠 보이며 웃으셨다.

 

  “제가 말했잖아요. 미래를 알고 있다고. 변하기 전의 미래에서는 분명 비가 왔거든요.”

 

  “다행이네요.”

 

  “맞아요.”

 

  3주 후에 내리는 비, 예정되어 있던 미래. 거기까지 가는 동안 전하께서 바꾼 것은 대체 무엇일까? 어쩌면 노력을 했어도 결과는 하나도 바뀌지 않는 것은 아닐까?

 

  “전하께서 알고 계셨던 미래와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죠?”

 

  불안을 해소해줄 답을 찾듯 전하께서는 잠깐 고민하셨다.

 

  “첫 번째로는 수많은 곡식이 기근 예방을 위해 모였고, 곧 사람들이 그것을 받을 것이란 것이고, 두 번째로는 병충해에 대한 사실이 밝혀지고, 그 해결방법을 찾았단 거겠죠.”

 

  “그 말은….”

 

  “로즈 덕분에 이길 수 있었던 싸움이었어요. 솔직히 곡식을 많이 사드렸지만, 비가 내릴 3주 후까지 간신히 버틸 수만 있으면 그걸로 됐다고 안일하게 생각하긴 했어요. 비가 오고도 기근이 계속되었던 미래에서 그 이유를 찾으려 하지 않았던 제 불찰이기도 했고요.”

 

  깔끔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해 보인 전하께서는 그 커다랗던 샌드위치를 벌써 다 드신 것인지, 손에 묻은 소스를 가볍게 닦아내셨다.

 

  “고마워요, 로즈. 그리고 더는 걱정 할 건 없어요. 당분간은 말이죠.”

 

  안심하라는 듯 전하께서는 신전에 걸린 그림 속 인자한 여신의 모습처럼 웃어 보이셨지만, ‘당분간’이라는 그 말이 불안하게 귓전을 맴돌았다.

 

  나와 전하의 미래가 완벽할 수 있을지, 지금 그것을 걱정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아 나는 샌드위치를 씹어 삼키며 고민도 같이 넘겨버렸다.

 

 

 -

 

 

 길고 긴 장마가 찾아왔다.

 

  전하의 말처럼 하늘은 그동안 내려보내지 못했던 비를 한꺼번에 토해내듯이 매일같이 비를 쏟아냈고, 그 덕에 길었던 기다림 끝에 가뭄과 병충해는 말끔히 해결되었다.

 

  가을로 성큼 들어선 9월의 중순, 이제 다시 밭에 밀을 심고, 채소를 심어야 했다.

 

  신문을 들여다보자 농번기라면 흔히 볼 수 있는 농기구에 대한 광고와 커다란 농장에서는 일꾼을 구한다는 광고, 새로운 농작물의 홍보문구 등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신문의 구석구석에서 프리지아 전하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그토록 바라던 결과에 웃음이 나왔다. 사람들이 황제를 떠올린다면 그 끝에 자연스럽게 프리지아 전하가 떠오르는 것.

 

  이 결과를 이끌어 내는데 내가 일조한 것이었다!

 

  그 뿌듯함은 이로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가문으로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장식품처럼 레이먼드의 곁에 붙어있던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차원이 다른 뿌듯함이 기분 좋게 퍼졌다.

 

  “주인.”

 

  나른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른 크리센트가 나에게 다가왔다. 나의 뒤에서 가볍게 나를 안아온 그가 나의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계속해서 내리는 비 탓인지, 크리센트는 습기를 가득 머금은 커다란 솜인형같이 변해 버렸다. 나보다도 더 커다란 솜인형이 습기까지 머금으니, 안 그래도 다루기 힘들던 것이 매우 무거워지기까지 해서 다루기 힘들었다.

 

  3주라는 시간은 가뭄이 해결되고 프리지아 전하의 승리가 결정된 것 이외의 일도 있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 동안 이 커다란 인형을 완벽히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것과는 별개로, 크리센트는 더욱더 나를 열렬히 사랑해왔고, 나는 그 사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그의 사랑에 미련을 갖고,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바로 버릴 줄도 알게 되었다.

 

  “무거워.”

 

  크리센트의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목 부근을 간지럽히는 것을 느끼며 나는 그를 밀어냈다.

 

  이것도 내가 3주 동안 배운 것 중 하나였다.

 

  크리센트가 바라는 대로 운명이라는 이름을 들먹이며 그를 사랑으로 묶어 놓지 않기 위해, 그를 향한 마음이 피어오르지 못한 체로 남게 하기 위해서 나는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었다.

 

  “무거웠나요? 죄송합니다. 주인을 좀 더 소중히 다루어야 하는데.”

 

  크리센트가 입술로 가볍게 목 부근을 눌렀다.

 

  머리카락 몇 가닥을 사이로 그가 전하는 감각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비는 언제쯤 그칠까?”

 

  “이번 주 내로는 그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연회 때 입을 드레스 준비도 서둘러야겠네.”

 

  프리지아 전하의 공을 치하하기 위해, 가뭄과 병충해를 무사히 넘어간 것을 축하하기 위해 황궁에서 베푸는 연회는 경사스러운 장마가 끝나는 날로 결정되었다.

 

  계절은 벌써 가을로 들어섰고, 비가 내린 후의 날씨는 평소보다 춥기 마련이었다.

 

  이미 유행이 지나버린 가을 드레스들이 아닌 새로운 드레스가 필요했다. 좀 더 따뜻하고, 화려한 것이 말이다.

 
작가의 말
 

 본선진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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