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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15. 신용(2)
작성일 : 19-12-14 14:52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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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록센 호텔에 에드먼드가 제 발로 다시 찾아온 것은, 톰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막 잠자리에 들려고 했던 참에, 그를 깨우러 온 부하에게 짜증을 내기보단,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먼저 보였다.

 

 "자네가 알아서 찾아올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네, 콜린 선생."

 

  그렇게 말하면서도 톰의 시선은 어째 에드먼드보다, 그의 뒤에 서 있는 마크에게 향해있었다. 그것은 톰의 부하들도 마찬가지였다. 워낙 눈에 띄는 위협적인 모습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시선을 받는 입장에선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아 보였다.

  톰의 부하들은 평소라면 눈싸움엔 지지 않을 사내들이었다. 하지만 마크가 문자 그대로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그들을 노려볼 때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에드먼드는 의도치 않았지만, 마크의 존재는 저들에게 제법 위협이 되어 보였다. 덕분에 일단 상대방의 기를 죽이고 시작했으니, 얘기가 잘 풀릴 예감이 들었다.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일은 반쯤은 자의가 아니어서 말이지. 오히려 이쪽은 숙박비도 제대로 지급은 했으니,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만?"

 

  에드먼드의 태도에 톰의 옅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물론 일반적인 상식에서는 에드먼드의 말이 옳았지만, 톰의 기준에선 아니었다. 애초에 록센 호텔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일반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지 않던가?

 

 "그렇게 생각하면 유감인데. 이쪽은 그쪽 덕분에 근래에 들어 사업상 신뢰도가 말이 아니란 말이지. 뭐, 그때 그 괴물 녀석에 대해선, 콜린 선생을 탓할 생각은 없다만."

 

  톰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힐끗 마크를 쳐다봤다. 거미와는 확연히 다른 외모지만, 괴물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는 점에선 같았던 만큼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았다. 덕분에 그날의 기억이 소록소록 다시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에드먼드는 아직 납득이 안가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차라리 거미의 건을 탓한다면, 그 목표는 자신이었으니 어느 정도 비난받아도 납득은 갔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사정에 그를 휘말리게 만든 거니까. 아마 그 사건 직후 추가 비용을 청구했어도 할 말은 없었다.

 

 "우선은 말이지 어떤 식으로든 날 속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난 사업가지 거지새끼가 아니야. 돈을 받았다고 그걸로 감사하다고 땡일 줄 알아?"

 "그 사업가라는 것도 결국 돈을 벌기 위한 거지 않나?"

 "그래 그 망할 돈을 벌기 위한 게 맞지. 대신 눈앞의 푼돈이 아니라 장기적인 수익에 대해서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두 번째. 댁은 맘대로 내 호텔에서 기어나갔을지 몰라도, 다른 손님들은 그렇게 생각지 않을 수도 있단 거야. 만에 하나 내 호텔에서 손님이 납치당하거나 실종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런 일이 벌어지고도 손님들이 안심하고 여기서 머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톰은 짧은 몸을 책상 위로 숙이고 으르릉거리듯 얘기했다. 확실히 입장 바꿔서 생각하면 조금은 납득이 가는 얘기였다.

  록센 호텔의 손님들은 여러 이유로 신변에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그 신변에 문제가 생기는 것에 가뜩이나 예민했다. 그런데 습격에 연이어 실종까지 벌어졌으니, 은신처로서의 신용도가 대폭 하락하는 게 당연했다.

 

 "뭐, 결과적으로 내가 손해를 끼친 게 있다면 위약금을 지불해서 해결하고 싶군."

 "돈이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은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위약금을 내준다고 해서 다시 손님으로 받아주거나 하지는 않아. 이쪽은 이쪽대로 나름의 룰이란 게 있다고, 선생. 그 룰을 지켜줬으면 좋겠어."

 "난 애초에 그 룰에 대한 얘기는 듣지도 못했다고?"

 

  에드먼드의 불만에 톰의 눈썹은 다시 한번 꿈틀댔다. 그리고 자신의 부하들을 매서운 눈으로 돌아보았다. 확실히 주의사항을 전해 듣지 못한 상황에서, 무작정 그를 탓하기만 할 수는 없었다.

  톰의 시선은 부하들에서 베네딕트로 향했다.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고 있었지만, 베네딕트는 무덤덤한 시선으로 마주할 뿐이었다.

 

 "라나 그 망할 년이라면 잘 알고 있을 텐데?"

 "이 녀석에게 따로 내용을 전달하지는 않았다."

 

  록센 호텔으로서의 이용은 이번이 처음이더라도, 다른 쪽 사업과 관련하여 많은 거래를 해왔던 관계였다. 그러기에 이번 호텔 이용에 대한 얘기도, 여느 때처럼 자세한 설명은 생략했던 터였다.

  이런 상황에서 에드먼드를 무작정 비난하기만 하는 것은 톰의 기준에서도 옳지 않았다. 결국 모든 문제의 원흉은 라나에게 있던 셈이니까. 지금 앞으로의 거래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할 대상은, 눈앞의 에드먼드보다 라나 쪽이었다.

 

 "베니 저 녀석에게도 너무 뭐라 하지 마. 지금은 내 쪽으로 들어왔거든."

 

  에드먼드의 말에 베네딕트는 어이가 없는 눈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뻔뻔함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그의 특성상 분명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자네 쪽? 어째 자신이 라나와는 상관없다는 투로 얘기하는군."

 "애초에 라나는 우리가 여길 왔다는 사실도 몰라. 뭣보다 난 라나의 부하도 아니라고? 설마 당신 내 본명이 크리스토퍼 콜린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당연하지. 사업 방침상 굳이 얘길 꺼내지 않았을 뿐이야, 아르마 백작."

 "지금은 그 이름의 주인은 내 동생이야. 물론 법적으론 그 애가 내 대리인으로서 그 이름을 대신하고 있는 거긴 하지만."

 

  병역이라거나 가문을 물려받은 장남으로서의 행한 의무는 에드먼드가 수행한 것이지, 동생 알베르트는 아니다. 그 때문에 법으로 장남이 아닌 다른 일원이 작위를 계승하게 되면, 대리인 자격으로 물려받게 했다. 그렇게 되면 장남이 앞서 수행한 의무를 그 대리인이라도 같이 인정받는 식이다.

  하지만 톰은 딱히 그 사실에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에드먼드의 배경을 알고서도 당장 거기엔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저 눈앞의 이 골치 아픈 일에만 신경 쓰고 있었다.

 

 "그래서 뭘 말하고 싶나? 아무리 그래도 난 같은 손님을 두 번 받지는 않아."

 "나도 이 호텔에 또 묵고 싶어서 온 건 아니야. 이번에 묵을 것은 내가 아니라 이쪽이거든."

 

  에드먼드는 어깨너머로 손가락질하며 뒤의 마크를 가리켰다. 그것을 본 톰의 이마엔 자글자글한 주름이 생기며, 짜증과 당혹감이 섞인 얼굴을 했다.

  저 뒤의 흉흉하게 생긴 녀석은 단순히 위압감을 주기 위해 데려온 보디가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 괴물을 손님이라고 데려온 거였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었다.

 

 "내가 손님을 받을 때 그자가 어떤 사람인지 상관하지 않는 게 원칙이지. 하지만 그건 사람 얘기지, 괴물에게도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야."

 

  아무래도 거미 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만큼 저항감이 생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마크도 괴물이라 불리고도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마크의 속에서 끓어오르는 소리가 나며, 그의 양손이 붉어지려고 했다. 에드먼드는 벌써 등 뒤에서 열기가 느껴지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금방 이해가 갔다.

 

 "이런! 그를 괴물이라고 부르지 말아줘. 그에겐 엄연히 마크라는 이름도 있다고? 일단 팔다리는 다 한 짝씩 밖에 없잖아?"

 

  에드먼드는 다급하게 상황을 중재하며 마크를 진정시키려 했다. 아무리 그래도 마크가 이 호텔을 다 태워 먹기를 바라지 않았다.

  원래 마크가 받았던 훈련을 생각하면, 저런 도발에도 가만히 있는 게 정상이었다. 온갖 고난과 압박에도 늘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 게 로열 코만도스 대원이었다.

  하지만 역시 그의 생각대로 에테르가 그의 인격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마크의 성격은 그야말로 가둬놓은 불씨와 같았다. 산소와 연료를 만나게 되면 금방 폭발하게 될지도 모르는 그런 상태였다.

 

 "아무리 그래도 다른 손님들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받아 줄 수 없어."

 

  에드먼드는 한순간 네놈들 얼굴이 제일 위압감을 준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도 톰 역시 굳이 여기서 마찰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아 보였다. 마크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은 바뀌지 않았지만, 호칭은 괴물에서 사람으로 바꿔주어 다행이었다.

  하지만 에드먼드는 골치가 아파졌다. 일단 굳이 록센 호텔로 돌아온 이유가, 마크를 이곳에 숨겨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에드먼드의 생각과 달리 톰은 돈으로 해결되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에겐 자기만의 규범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그러면 무슨 일이 있어도 마크를 손님으로 받아 줄 수는 없다는 건가? 그 어떤 조건에서도?"

 "절대로 안 돼. 내 손님들이 불안을 느낄만한 일을 이 이상 늘릴 수는 없다."

 

  톰은 책상을 내리치며 완고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마크가 아니더라도 에드먼드와 어떤 거래도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라나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미 에드먼드는 톰에게 골칫거리로 각인이 되어버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마크를 데리고 보육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사정을 알면 마크도 원치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다른 뾰족한 수가 떠오르는 것도 아니다.

  그를 수로 안이나 보육원의 비밀 지하실 등에 지내게 하는 방법도 생각은 해보았다. 아마 그런다면 수로보다야 지하실 쪽이 나을 것 같긴 하지만, 사람이 지내기에 마땅한 장소는 아니었다. 마크가 얼마나 숨어 지내게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기본적으로 불편함이 없게 지내게 해줘야 했다.

  단순히 그를 배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정신 상태가 불안했기 때문이다. 괜히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로 오래 방치하여, 비유가 아닌 말 그대로 폭발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분실물은 돌려주도록 하지. 원래라면 이것도 곱게 돌려줄 생각은 없었으니, 고맙게 생각하라고."

 "안 그래도 그것도 신경 쓰였는데 그건 고맙게 생각하지."

 

  톰이 고갯짓하자 부하 중 하나가 고이 접어놓은 재킷을 들고 왔다. 재킷을 받은 에드먼드는 가장 먼저 주머니를 뒤져 살폈지만, 그가 찾는 물건은 거기에 없었다.

  에드먼드는 뭔가 불만을 말하고 싶은 듯 톰을 쳐다보며 입을 열려고 했다.

 

 "잠깐만 기다리게."

 

  톰은 그제야 책상 서랍을 열고 회중시계 하나와 동전 하나를 꺼내어 내밀었다. 그것을 본 에드먼드는 안심하는 얼굴로 냉큼 그 두 개를 받아 챙겼다.

  원탁기사회의 동전이야 지금은 애증의 물건이지만, 회중시계만큼은 에드먼드의 소중한 애장품 중 하나였다. 이것을 손에 넣기 위해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결코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십여 일 만에 다시 돌아온 회중시계의 뚜껑을 열어 본 에드먼드는, 그대로 얼굴이 굳어버렸다.

 

 "뭐야 이거! 설마 고장 낸 건 아니겠지?"

 "개수작 부릴 생각하지 마라. 방에서 발견했을 때부터 그 상태였다."

 

  에드먼드는 약간 울상이 되어, 멈춰버린 시계를 계속 쳐다봤다. 시곗바늘은 1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서 멈춘 채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전 세계 단 3개 밖에 없는 희귀품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추억도 담겨있는 물건이기도 했던 만큼 속상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덕분에 마크의 일과 같은 다른 것들은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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