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15. 신용(1)
작성일 : 19-12-13 12:33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526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마친 에드먼드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전화 부스를 나왔다. 해가 지고 어두워진 거리는, 퇴근하고 저녁의 여유를 갖는 사람들로 더욱 북적이게 됐다.

  그가 향한 곳은 한 어둑한 골목이었다. 원래라면 강도를 당하기에 딱인 으슥한 골목이었지만, 지금은 딱히 그럴 걱정이 없었다. 그 안쪽에는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마크와 그의 옆을 지키고 있는 베네딕트가 서 있었다.

 

 "마크 당신의 아내를 인도적으로 대우하기를 약속받았어. 당장에 풀려나는 건 힘들겠지만, 오히려 지금은 외무성이 당신 아내를 교회의 손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해줄 거야."

 "고맙...다."

 

  아내를 풀어준 건 아니지만, 그녀가 집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었다. 마크도 이번 일로 그 사실을 확실히 느꼈다. 오히려 정부가 그녀를 보호해주는 입장이 된다면, 그도 조금은 안심이 됐다.

  물론 아내를 국가보안법 위반이란 누명을 씌우고 잡아간 정부 기관을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전화하러 가기 직전, 외무성도 속았을 거라고 열심히 그를 설득한 끝에 안심시킬 수는 있었다.

  일단은 마크는 외무성을 믿기보단, 에드먼드를 믿어보기로 한 것 같았다. 적어도 그 유명한 추기경 살해자가 아니던가? 교회의 적이란 사실 하나는 무엇 보다 믿을만했다.

  마크가 가진 신뢰의 근원이 무엇인지 에드먼드는 아는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한시름 놓았다는 생각에 긴장 풀린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제 한가지 문제가 남아있었다. 마크의 거취가 문제였다.

 

 "이런 얘기를 꺼내는 건 미안하지만, 마크를 데려가는 건 힘들겠지?"

 "아무리 아만다라고 해도 그를 받아주기 힘들 것 같다."

 

  일단 이 문제에 대해선 라나보다 아만다의 결정권이 먼저인가 싶었다. 하지만 베네딕트의 말에 일리는 있었다. 마크의 외형은 보육원의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그가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그런 그를 아이들이 머무는 장소에 데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소니힐 수도원의 추적이 이대로 끝났을 리가 없다. 그러니 그를 이대로 놔두기도 애매했다. 운 좋게 에드먼드와 베네딕트를 그를 먼저 찾아내긴 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주교의 추적자들이 움직이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들이 마크를 발견하는 것만 아니라, 에드먼드를 발견하는 것도 문제였다. 그야말로 그들에게 있어서 두 마리 토끼를 발견하는 셈이었다.

 

 "음... 이제 와서 톰에게 그를 데려가는 건 좀 힘들려나?"

 "확신하지는 못하겠다. 나도 가끔 톰과 일을 해보긴 했다만, 그가 네 일로 얼마나 화가 났을지는 예상이 안 된다."

 "아니, 애초에 난 머물지도 않는 기간에도 돈을 내줬다고?"

 

  다시 생각해도 에드먼드의 상식에선 기가 찰 노릇이다. 손님이 돈도 안 내고 도망간 것도 아니고, 돈을 내고 사라진 건 데도 그걸 화를 낸다니. 오히려 보통은 공돈 벌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던가?

 

 "아내가 안전... 하다면 됐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지."

 "그렇게 말하지 말해줬으면 좋겠어, 마크. 당신은 교회를 무너트리고 싶은 내 계획에 있어서, 중요한 증거이기도 하거든."

 

  딱히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해서 부담을 줄 생각은 없었다. 실제로 마크는 에드먼드에게 있어서 여러 의미로 중요했다. 래컴 교주가 행한 비인도적이고, 교리를 벗어난 실험의 살아있는 증거가 아니던가?

  무엇보다 일단 그는 물리적으로 전력이 됐다. 결과적으로 에테르를 다루는 힘 자체는 베네딕트 쪽이 더 우세하게 됐지만, 기본적인 신체 능력은 그가 더 컸다. 혹시나 인공 에테르 사용자 군대나, 골렘 군대를 상대하게 될 날이 온다면, 그와 같은 전력은 하나라도 더 있는 게 좋았다.

  무엇보다 그가 주교의 손에 다시 돌아가게 된다면, 결국 세뇌되어 적이 될 뿐이다. 그러니 여러모로 그를 지키는 게 맞았다. 아무래도 라나의 경우엔 잘못되면, 그를 제거할 생각을 했던 것 같지만.

 

 "그보다 돌아가면 라나가 어떻게 나올지가 조금 걱정이네."

 "그걸 이제야 걱정하는 건가?"

 "모두 다 네 계획이었다고 둘러대는 건 힘들겠지?"

 "명령할 생각이면 널 구워버릴 거다"

 

  베네딕트는 능숙하게 손에서 불꽃을 일으켰다. 되찾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선 확실하게 감을 잡은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선 자신을 해치지 못하도록 명령을 해놓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영구적인 명령이 통할 것 같지는 않았다.

  에드먼드가 저주를 내릴 때 머릿속에 자리 잡은 명령이란 개념은, 일회성 명령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베네딕트 본인도 그런 식으로 의식하지 않았다면, 축복과 저주의 계약은 성립되지 않았다.

 

 "역시 지금으로선 록센 호텔 말고는 떠오르는 방법이 없어. 문제는 주교가 눈치채지 못하게 그를 데려가야 한다는 건데..."

 "톰이 널 봤을 때의 반응도 같이 생각해라."

 "위약금을 내겠다고 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암만 생각해도 내가 그래야만 하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톰의 문제를 생각하면 할수록 골치가 아팠다. 그런 이해할 수 없는 감성을 가진 상대와 또 한 번 거래해야 한다는 사실도 실은 내키지 않았다.

  물론 톰이 에드먼드의 일을 위약감으로 용서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톰의 부하 전체를 상대해도, 이길 수 있는 전력을 가지고는 있으니 시도해봐도 나쁜 건 없었다.

 

 "그럼 록센 호텔로 가볼까? 그런데 너 아까 톰이랑 같이 일하기도 했다는 게 무슨 의미야?"

 "약값을 벌기 위해서 가끔 일한 정도다."

 "아무래도 일의 내용이 합법적일 것 같지는 않은데..."

 

  에드먼드는 여러모로 신경 쓰였지만, 베네딕트의 표정을 보고서 그 이상은 묻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정말로 구워버릴 것 같은 눈빛이었다.

  일단 록센호텔까지 가는 동안 사람들 눈에 띄어선 안 됐다. 밤의 어둠을 틈타 골목으로만 이동하는 것에도 한계는 있었다.

 

 "혹시 아까 지하실과 이어져 있던 그 수로, 다른 곳과도 연결된 건 없어?"

 "일단 맨홀을 통해 나올 수 있는 길들은 있다. 록센 호텔 근처까지 이어진 길도 알고 있다."

 "그런 걸 알고 있으면 좀 미리 말하라고!"

 "명령이냐?"

 "아니, 그건 아니지만..."

 

  분명히 저주를 통해 명령권을 얻은 건 자신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베네딕트에게 약점을 잡힌 것 같은 에드먼드였다.

  그는 괜히 진짜로 명령을 하지는 않겠다고 약속한 건가 후회됐다. 그냥 알아서 절박해진 마음에 계약을 받아들이도록 놔두는 게 낫지 않았나 속으로 투덜댔다. 타인에게 능력을 써본 건 이번인 처음이지만, 어째 자신에게 득 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앞장서서 가는 베네딕트의 뒤통수라도 한 대 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또 그러기엔 후환이 두려웠다. 그저 그를 뒤따라가며 속으로 욕을 퍼붓는 게 에드먼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골목을 통해 근처의 개천까지 어둠에 숨어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비밀 지하실에 이어진 수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기까지 한참을 걸어야 했지만, 다행히 주교의 추적자와 마주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까 그렇게 난리를 부려서 주교의 추적자가 따라붙을지도 몰랐는데, 그래도 녀석들은 마크가 남쪽으로 가고 있다가 생각하나 봐."

 "그런데 헨리는 이번 일을 도와줬는데도 괜찮은 건가?"

 "아. 그거라면 걱정 안 해도 돼. 일단 헨리가 알아서 자신의 권한 안에서 로드 부인을 보호해 주는 거니까, 절차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야."

 "내 말은 주교나 공작이 그에게 무슨 짓을 하지 않을까 싶은 거다만?"

 "뭐, 일단은 그 부분에 대해서도 걱정 안 해도 돼. 그보다 넌 헨리의 안부에는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그에게 신세 진 부분이 있으니 당연하다."

 

  오호라. 네 놈에게도 양심은 있다는 거구나. 에드먼드는 의외의 눈으로 베네딕트를 바라보았다.

  이제 더는 에테르가 그의 영혼을 태우는 일이 없으니, 시달리던 환통도 사라지게 된 걸까? 어쩌면 그 까칠한 성격도 지병 탓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그 문제가 해결되고 성격이 조금 부드러워질 만 했다.

 

 "도착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철창으로 막힌 오래된 수로가 보였다. 개천을 따라 걷다 보니 유독 이 수로가 오래되었단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이 근방 곳곳과 이어져 있는 게 이해는 갔다. 다른 수로들은 이 수로가 처리하지 못하는 구역을 추가로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컸다.

  베네딕트가 막혀있는 철창을 숨겨진 장치로 열 때, 에드먼드는 내심 마크의 반응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의 경우엔 속으로 어린애처럼 들떠있었으니, 이것을 처음 보는 마크의 반응에 자연히 관심이 갔다. 하지만 그는 무던한 모습으로, 베네딕트가 철창을 여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어쩐지 조금 자존심이 상하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그가 속해있던 로열 코만도스는 해외에서 비밀스럽게 작전을 수행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니 이런 비밀 통로들을 찾아내어, 시설에 침투하는 것도 그가 수행한 작전에 포함되어 있었을 터였다.

 

 "지금은 수로 안이 조금 어둡..."

 

  에드먼드가 말하기 무섭게 양쪽에서 불이 켜졌다. 지금 자신이 인간 횃불 두 명과 동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다가왔다.

 

 "그러고 보니 마크 당신도 라나 스콧에 대해선 알고 있겠지?"

 "워든 하사... 말인가? 당연... 하다. 내가 있던 로열 코만도스의... 창립 멤버였고, 최고의 대원... 이었다고 들었다."

 

  마크는 라나의 결혼 뒤에 바뀐 성보단, 현역 때의 워든이란 성이 더 익숙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녀가 부대 안에 만든 전설들은, 라나 워든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냈으니 당연했다.

  그녀에 대해 서류상의 기록으로만 접했던 에드먼드와는 미묘한 차이인 부분이었다.

 

 "베니, 어떻게 생각해? 혹시 톰과의 일이 잘못되면, 라나가 자기 후배를 저버리진 않겠지?"

 "그걸 나에게 묻지 마라. 나라고 해서 라나가 생각하는 걸 다 아는 건 아니다."

 "그래. 넌 그냥 라나가 말하는 걸 듣기만 할 뿐이었지."

 

  빈정댈 생각으로 한 얘기지만, 정작 베네딕트는 그것을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그런 부분을 얼마나 당연하게 여기는 건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구불구불한 수로 안을 한참 들어가다 보니, 한 사다리 앞에서 베네딕트가 멈춰 섰다. 그는 뭔가를 확인하듯 사다리 옆의 벽에다 불을 들이대어 살폈다. 그곳엔 위쪽 도로를 표시한 주소로 보이는 글자가, 페인트로 적혀 있었다.

 

 "여기로 올라가면 록센 호텔 뒷문과 이어진 골목이 나온다."

 "정문도 아니고 뒷문과 이어져 있는 거라면 딱 좋네."

 

  베네딕트가 먼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맨홀 뚜껑을 밀어 열었다. 그가 위로 올라가서 주변을 살피고는, 아래에 있는 마크와 에드먼드에게 올라오라고 손짓을 했다.

  에드먼드는 마크를 먼저 올려보내고 뒤따라 올라갔다. 곰팡이 생길 것 같은 공기에서 해방되고 나니, 햄필드의 공기가 이토록 맑게 느껴질 줄 몰랐다. 역시 최악이라 생각한 것보다, 언제나 그 아래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하루였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1부 완결 안내 2019 / 12 / 16 603 0 -
공지 연재 주기에 대한 안내 2019 / 11 / 5 694 0 -
70 15. 신용(3) 2019 / 12 / 16 326 0 6067   
69 15. 신용(2) 2019 / 12 / 14 262 0 5201   
68 15. 신용(1) 2019 / 12 / 13 276 0 5261   
67 14. 반항(5) 2019 / 12 / 12 285 0 5711   
66 14. 반항(4) 2019 / 12 / 11 289 0 6124   
65 14. 반항(3) 2019 / 12 / 10 280 0 5157   
64 14. 반항(2) 2019 / 12 / 9 287 0 5265   
63 14. 반항(1) 2019 / 12 / 2 332 0 5735   
62 13. 불꽃(6) 2019 / 11 / 30 279 0 5777   
61 13. 불꽃(5) 2019 / 11 / 29 265 0 5315   
60 13. 불꽃(4) 2019 / 11 / 28 271 0 6278   
59 13. 불꽃(3) 2019 / 11 / 27 301 0 5199   
58 13. 불꽃(2) 2019 / 11 / 26 294 0 5746   
57 13. 불꽃(1) 2019 / 11 / 25 303 0 5399   
56 12. 숙녀(5) 2019 / 11 / 23 293 0 6042   
55 12. 숙녀(4) 2019 / 11 / 22 292 0 6401   
54 12. 숙녀(3) 2019 / 11 / 21 273 0 5584   
53 12. 숙녀(2) 2019 / 11 / 20 267 0 5623   
52 12. 숙녀(1) 2019 / 11 / 19 286 0 6217   
51 11. 소등(5) 2019 / 11 / 18 282 0 5988   
50 11. 소등(4) 2019 / 11 / 16 289 0 5282   
49 11. 소등(3) 2019 / 11 / 15 284 0 5171   
48 11. 소등(2) 2019 / 11 / 14 280 0 5911   
47 11. 소등(1) 2019 / 11 / 13 282 0 5202   
46 10. 고백(5) 2019 / 11 / 12 261 0 7064   
45 10. 고백(4) 2019 / 11 / 11 293 0 5974   
44 10. 고백(3) 2019 / 11 / 9 298 0 5383   
43 10. 고백(2) 2019 / 11 / 8 264 0 5319   
42 10. 고백(1) 2019 / 11 / 7 289 0 5498   
41 9. 악몽(5) 2019 / 11 / 6 272 0 6190   
 1  2  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