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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화의 난
작가 : 어항
작품등록일 : 2019.10.17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죽어간 자신의 종족들을 위해 복수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

 
32
작성일 : 19-12-10 19:46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4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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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

 

 [ …어떠한 경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주일 확률이 높아보입니다. 서나리가 이곳으로 와줘야 할 것 같습니다. 되는 시를 적어서, 서신 주시길 바랍니다. ]

 

  매화의 서신을 본 이안은 생각보다 침착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며 결국엔 서신이 구겨졌다. 그를 본 서나리가 이안의 손을 붙잡았다.

 

 "전하."

 "서나리, 시간 언제 되지?"

 "시간이요? 무슨 일인데요?"

 

  갑자기 시간은 왜 묻느냐는 말에 이안은 그녀에게 서신을 건넸다. 그리고 그걸 읽어보는 순간, 서나리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이게 무슨…."

 "잘은 모르겠으나 저주의 일종인 듯 하다는군."

 "그러니까, 황제가 저주에 걸려 태후의 말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겁니까?"

 "거부는 할 수 있다고 해. 그러나 그럴수록 두통의 강도가 세진다."

 

  이안이 검지로 관자놀이를 톡톡 두들기며 말했다. 서나리는 경악에 차 중얼거렸다.

 

 "자기 자식에게 저주를 내렸단 말입니까."

 "모르지. 술수를 쓴 건 확실한 모양이야."

 "어디까지 악독해질 예정이랍니까. 이런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한 나라를 말끔하게 무너뜨린 작자인데, 자식이라고 하물며 예뻐할까. 이안은 분명 충격 받기는 했으나 어느정도 예상하기도 했다. 어릴 때 교류하던 친우, 그에게서 모정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게 이상하게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달리 말하지 않았던 건 친우의 어두운 얼굴 때문이었다.

  이제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더는 친우가 아니거늘. 이안의 얼굴이 슬쩍 어두워졌다.

 

 "저는 언제든 상관 없습니다. 지금 조사하는 일에 제가 투입될 확률은 적고요."

 "살인사건 말이군."

 

  두통이 밀려오는지 머리를 꾹꾹 누르며 이안이 말했다. 이안의 말에 서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왕모가 최선을 다해 정보를 모으고 있으니 뭔가 나오지 않을까요?"

 "백하는 아직도 기도실에 들어가있고?"

 

  예언가인 백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며 기도실로 들어갔다. 건강도 잃은 그녀가 오랜 시간 기도하는 건 무리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안으로 들어가 오랜 시간 동안 나오지 않았다.

 

 "네."

 "도대체 매화와 어떤 관계이기에 백하는 저리도 노력하지."

 "글쎄요. 사실 그 심정은 저희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아요."

 

  서나리 또한 이안처럼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나 백하는 웃기만 할 뿐, 제대로 된 답을 내준 적이 없다. 아마 제대로 된 답을 들려준다고 해도, 서나리는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런가. 마치 연인처럼 애틋하고, 가족처럼 질긴 무언가 있는 기분인데."

 "저도 그렇게 느껴요. 둘 사이에는 진짜 뭔가 있는 듯해요."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왕모가 안으로 들어섰다.

 

 "살인사건에 대해 할 말이 있습니다. 어, 서나리도 있었네."

 "뭔가 알아왔나."

 "아, 네. 그게 보성이 죽기 전에 숙비랑 마주친 듯 합니다."

 "숙비?"

 

  훤의 후궁들 중 한 명이었다. 대가문 오씨에서 태어난 딸로, 자란과 함께 황후 후보 중 하나였다. 허나 그녀의 소심하고 주눅 든 성격덕에 결국 후궁에만 머무르게 되었다. 그녀가 왜?

 

 "그녀가 뭐?"

 "그게, 보성의 성격이 그다지 좋지 않았더라고요."

 

  왕모 말을 들어보면 이랬다. 보성은 그 날, 매화의 심부름을 하러 가는 길이었다. 그러다가 숙비의 궁녀와 부딪히게 되었다. 그때 숙비는 자신의 궁으로 가던 중이었다. 그러다 모퉁이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보성과 부딪힌 셈이었다. 당황하고 있던 찰나, 넘어진 보성이 벌떡 일어나 투덜거렸다.

 

 '아, 진짜 짜증나.'

 '…….'

 '별 게 다 부딪히고 난리야.'

 

  보성은 숙비의 궁녀인 걸 알고 무시하며 중얼거렸다. 그녀는 강한 자에게 약했고, 약한 자에게 강했다. 이래저래 말도 못 하고 웅얼거리는 숙비를 만만하게 보고 있었다.

 

 '너, 그런 식으로 내 궁녀에게….'

 '짜증나. 먼저 가겠습니다. 바빠서요.'

 

  보성은 그렇게 말하고 휙 가버렸다. 건방지기 짝이 없는 태도였다. 이건 아무리 허수아비 후궁이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과연 모욕적이군. 일개 궁녀주제에 후궁을 모욕했다."

 "그렇죠. 아무리 그래도 한치 앞을 못 본 경우는 처음 봅니다. 매화님이 미리 잘라낸 걸 다행으로 여겨야죠."

 "그래서 숙비는 어떤 반응을 보였던가."

 "그날 궁에서 내내 울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범인은 숙비인 건가?"

 

  서나리의 중얼거림에 왕모는 어깨를 으쓱했다.

 

 "답은 모르지. 하지만 그럴 확률이 높아졌어. 한낱 궁녀가 높은 품계인 후궁을 모욕했으니까."

 "그렇다면 숙비 쪽을 파보는 게 좋겠군."

 "그렇죠. 지금 이 상황에 중요한 건 매화님이 '첩자'라는 걸 알아서 나온 죽음은 아닌 것 같다는 겁니다."

 

  분명 그쪽으로 기운 면은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만약 숙비가 보성을 고문하던 중, 뭔가 들었을 확률은 없는가. 이래저래 짚어보고 나아가야했다.

 

 "아직 잘 모르는 일 아닌가. 더 조사해보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바로 또 나가?"

 "얼른 실마리 잡았을 때 끝내는 게 낫지."

 

  왕모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흔들었다. 바로 자리를 뜨는 그를 보며 서나리는 여전히 일벌레라며 투덜거렸다.

 

 "서신에는 일주일 후에 찾아간다고 하면 되겠지."

 "아, 네. 그런데 왜 일주일 후죠?"

 "곧 사냥대회야. 비가 와서 늦어졌지."

 "아, 사냥대회. 매번 하는 그것 말인가요."

 "그래, 다른 말로 비싼 가죽 바치기 대회."

 

  이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군. 작게 중얼거린 이안이 쓱쓱 서신을 써내려갔다. 일주일 후, 미시에 만나자는 답변과 함께 똘똘 말았다.

 

 

 *

 

 

  난리도 아니군. 매화가 이 광경을 보며 든 생각은 딱 이거 하나였다.

 

 "건방지게 고개 빳빳히 들고 쳐다보는 것이냐?"

 "마마, 그것이 아니옵고…."

 "그것이 아니면? 지금 내가 잘못 봤다는 거야?!"

 

  화비는 쉴새없이 리상재를 몰았다. 말릴 수도 없었다. 그때문에 골치가 아픈 건 이 자리에서 신경 쓰고 싶지 않은 사람들 뿐이었다.

 

 "아닙니다, 마마."

 "건방지기 짝이 없는 계집애로구나. 태후마마를 잠깐 등에 업으니 뭐라도 된 것 같으냐?"

 "……."

 

  무슨 말을 못 하는 군. 아무래도 화비는 태후의 마음에 그녀가 들었다는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정확히 말해서 그녀는 이용 당하고 있는 거였지만 말이다. 결국 지켜보던 황후가 나섰다.

 

 "그만 진정하지 못 하겠는가."

 "하지만, 마마!"

 "태후마마의 명으로 이제는 후궁이 된 사람일세. 같은 가족 아닌가. 잘 대해주도록 하게."

 "하, 참. 가족은 무슨. 한낱 화이인 따위가."

 

  예나 지금이나 화이인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았다. 오죽하면 나이야가 안 좋은 인식이 있을 때, 화이인의 목숨이 여럿 살았다는 말까지 돌 정도였다. 그처럼 화이인에 대한 인식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릇된 인식이 어디까지 몰아갈 수 있는지 잘 아는 매화는 이 상황이 불편할 뿐이었다.

 

 "그래, 리상재."

 "네, 마마."

 "리상재는 뭐하던 사람이었는가."

 "아, 아주 작은 나라의 공주였습니다."

 

  곱게 자란 티가 난다 했더니 공주였구나. 화이인에게도 '나라'는 있었군. 하기야 어딜 가나 자신의 터전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자란은 그녀의 말에 살짝 놀라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그런데 공주인 사람이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나."

 "그, 그게."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말 못할 사정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의 표정에 훗- 하고 웃은 화비가 말했다.

 

 "뻔하지 않습니까. 화이인이니 나라가 정복되기라도 했겠지요."

 "그, 그건…."

 "한낱 망국민의 여식일 뿐입니다. 공주는 무슨."

 

  화비가 자신의 나라를 모욕하는 말을 하자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분노로 인해 달아오른 얼굴을 보며 화비는 같잖다는 듯 중얼거렸다.

 

 "맞는 말에 발끈하기는. 그러니까 천하다는 거야."

 "……."

 "화비, 적당히 하라고 했네."

 

  탁. 부채로 탁상을 두들기며 자란이 말했다. 자란의 말에 흥- 콧바람을 분 화비가 소매로 자신의 입가를 가렸다. 리상재의 몸이 천천히 떨리고 있었다. 이게 나라도 없고, 신분도, 권력도 없는 자의 모습인가.

 

 "사냥대회에서는 저희가 무얼 할 게 있습니까."

 "뭐, 다양하게 있지. 귀족 여식과 남식들을 만나기도 하고, 가축을 바치기도 하지."

 "거기서 마음에 드는 여인에게 아름다운 가축을 바치고 한다면서요?"

 

  소재인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말했다. 그 말에 자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 태후마마께서 아름다운 금공작도 받으셨지."

 "세상에, 금공작을 말입니까?"

 

  화려하고 찬란한 빛을 뿜는 금공작은 의외로 잡기 어려운 동물이었다. 우선 수가 적었고, 생각보다 사납고 살아남는 법을 잘 아는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잡고 나면 그 깃털이나 육질 등이 많이 쓰이는 동물이었다.

 

 "누가 금공작을?"

 "물론 폐하께서 바치셨지. 아주 용맹하시고 멋지셨다."

 "상상만 해도 멋있어요. 진짜 엄청 재밌을 것 같아요."

 "그래도 안전에 주의해야하네. 어떻게 될지 몰라."

 

  사냥대회라. 왠지 누구 하나 죽어 나가도 알 길 없을 것만 같았다. 매화는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수다를 떠는 그녀들 사이로 물 흐르듯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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