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14. 반항(3)
작성일 : 19-12-10 13:31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515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문 너머로 축축하고 퀴퀴한 공기가 흘러들어왔다. 지하의 수로는 여태껏 지나온 통로와 크게 다르지 않은 크기였다. 대신에 바깥의 빛이 새어 들어오는 덕에 조명이 필요할 정도로 어둡지는 않았다.

  베네딕트는 들고 있던 랜턴을 끄고는, 비밀통로 안쪽에 내려놓고 문을 힘차게 밀어 닫았다. 그 문은 수로 쪽에서 보면 그저 평범한 벽처럼 보였다. 거기엔 손잡이처럼 보이는 것도 없었다.

  에드먼드는 나중에 이 문을 어떻게 열지 의문이었지만, 다 방법이 있을 거라 여기고 굳이 묻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이 수로 안에 오래 있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주로 인근의 빗물이 모여 흐르는 통로였지만, 맡은 것만으로도 머릿속에 곰팡이가 생길 것 같은 그런 냄새가 났다.

 

 "이쪽이다."

 

  베네딕트가 가리킨 방향은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출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수로의 끝이 보였다.

  에드먼드는 계속해서 베네딕트의 뒤를 따라가며, 수로의 끝으로 향했다. 거기에도 역시나 곧바로 외부로 향하도록 뻥 뚫려있지는 않았다. 수백 년간 이 자리를 지켜온 것처럼, 잔뜩 녹이 슬어있는 철창이 수로의 끝을 가로막고 있었다.

 

 "일단은 딱 봐도 최근에 막힌 건 아닌 것 같네."

 

  막다른 길은 아니니 여기로 안내한 거겠지. 에드먼드는 이번엔 어떤 기믹이 숨겨져 있는 걸까, 기대하며 베네딕트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했다.

  베네딕트는 철창에 다가가서, 창살 하나를 잡고 비틀어 돌렸다. 그러자 철컥하는 소리가 나며 돌아가더니, 그대로 당기자 레버처럼 젖혀졌다. 그리고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철창이 문처럼 열리기 시작했다.

  수로는 인근의 개천과 이어져 있었다. 바로 위로는 다리가 놓인 덕분에, 외부에서 이곳을 지나다니는 모습을 보기가 더욱더 힘들어 보였다. 제법 여러 가지로 신경을 많이 많이 쓴 비밀통로라는 생각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 통로를 만든 게 누군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네가 원하는 대로 밖으로 나왔다. 이제 뭘 할거지?"

 "일단 우리 목표부터 정리해보자. 우선은 마크 그 자가 킹스가든에 도착하기 전에 그를 찾아내는 것과. 동시에 그의 아내의 안전을 확보하는 거겠지?"

 "설마 여기서 둘로 나뉘자는 얘기는 아닐 거라 생각하마."

 "당연히 그건 아니야. 네가 그렇게 해줄 리도 없을 테고."

 

  에드먼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딱히 눈에 띄는 장소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수상하게 여길 위치였다.

 

 "우선은 움직이자. 모자 같은 거라도 있으면 좋겠네. 이대로 걸어 다니다가 혹시나 내 얼굴을 아는 사람과 마주치면 곤란해."

 "그거라면 적당한 곳이 있다."

 

  그렇게 베네딕트의 안내에 따라간 곳은, 에드먼드의 취향과는 전혀 맞지 않는 모자가게였다. 일단 여러 가지 모자가 진열되어 있긴 하지만, 하나같이 낡은 느낌이 들었다.

  가게주인으로 보이는 노인은 두 사람이 들어와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가게 안쪽의 자리에 앉아서, 낡은 모자들을 수선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가게의 모자들은 죄다 중고 모자를 수선해서 팔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데 밖에 없는 거냐?"

 "일단은 여기가 제일 가깝긴 하지만, 딱히 별다른 곳도 없다."

 

  딱히 치장을 위한 모자를 구하러 온 건 아니었지만, 선뜻 고를 마음이 생기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지금 입고 있는 옷도 라나의 죽은 남편의 유품이었다. 하지만 원래라면 평생 남이 입던 옷을 걸쳐볼 일이 없던 에드먼드였다. 그러니 선뜻 이런 물건에 손이 가지 않는 게 당연했다.

 

 "멍청히 서서 뭘 하는 거지? 얼른 고르기나 해라."

 

  베네딕트의 재촉에 하는 수 없이 적당한 중절모 하나를 골랐다. 선택의 기준은 외관보단 안쪽이 얼마나 깨끗한가를 살폈다. 역시나 몇몇 모자들은 안쪽에 누런 때가 남아있는 것들도 있었다. 그래도 개중에 그나마 깨끗해 보이고 모양도 나쁘지 않은 모자를 하나 골라낼 수 있었다.

  다행히 사이즈도 적당히 맞았기에, 굳이 다른 모자를 살펴볼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한 눈으로 봐도 마음에 드는 물건은 없으니, 그나마 거부감이 덜 드는 걸 찾은 것만 해도 다행인 일이었다.

  계산을 끝내고 가게를 나오면서도, 선뜻 모자를 쓸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잠깐 가게 앞에서 서서 모자를 보며 망설이더니,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한번 둘러보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애초에 이런 데서 시간 낭비하는 건 현명하지 못한 행동인 건, 누구보다도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우선 마크 로드를 찾아보자. 그의 인상착의는 잘 모르지만, 전례를 생각하면 아마 그도 외형이 뒤틀려있을 가능성이 높아. 그렇다면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밖에 움직이지 못하겠지."

 

  에드먼드는 모자를 눌러쓰며 자기 생각을 얘기했다. 래컴 주교의 실험 목표에 외형이 멀쩡한 상태로도 만드는 게 포함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단기간에 실험 결과가 발전했을 거라 생각되지 않았다.

  리타의 추측에 따르면 그들의 우선적인 목표는, 에테르 응집기의 영향을 받지 않고서 자율적으로 활동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크의 경우 그 단계에선 성공했을 가능성은 기간상 충분했다.

  거미의 최초 활동이 포착된 게 4개월 전이었다. 그보다 훨씬 전에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최소 마크와 거미 사이의 연구 기간에는 4개월 이상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시간으로 외형에 대한 부작용까지 개선된 단계에 다다랐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은 조금 위험하겠지만 불탄 경찰서 근처로 한번 가보자. 그의 목적지는 알고 있으니, 거기서부터 그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볼 거야."

 "알고는 있을거라 생각한다만, 당연히 그 근처에는 경찰들이 많이 있다."

 "어차피 그들은 내 얼굴도 모를거야."

 

  에드먼드가 교도소로 이송 중에 납치된 지 한 달이 다되었다. 하지만 그가 수배되거나 했던 소식은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심지어 당일날 뉴스 이후로, 라디오에선 에드먼드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의 아버지가 죽었을 때도, 잠깐 에드먼드의 이름이 언급됐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공작이 뭔가 손을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에드먼드를 지켜주기 위해서 한 짓은 결코 아닐 거라 생각됐다. 에드먼드가 지금 하려는 일들과 공작이 에드먼드에게 하려는 짓들이 알려지지 않도록, 미리 은폐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공작의 방식을 잘 알고 있는 에드먼드였다. 어차피 자진 출두가 아닌 이상, 일반 경찰은 제대로 체포도 하지 못하는 게 브리카 왕국의 귀족이었다. 분명 내각실에서 이번 일을 전담하는 형태로, 경찰 쪽에선 전혀 손도 못 대도록 하는 게 뻔했다.

  그렇다면 에드먼드에게 경찰이란 존재는 딱히 위협이 되지 않았다. 본인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일단은 사회적으로 범법자 신분이면서 경찰이 걱정되지 않는 이 상황이 우스웠다.

 

 "일단 여기서 경찰서까진 조금 거리가 있다."

 "그럼 택시를 잡아탈까?"

 "아니, 버스가 더 낫다."

 

  에드먼드는 속으로 귀찮다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여기선 베네딕트의 말을 듣는 게 맞았다. 에드먼드는 지리를 모르기도 하지만, 이 동네의 사정도 잘 모르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거리엔 이들이 탈 택시가 별로 없었다. 햄필드 바로 남쪽의 오슬라드나, 동쪽의 러스트베인의 경우 골목마다 택시가 서서 기다리는 광경을 시간대 상관없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 햄필드의 사정은 전혀 달랐다. 애초에 그냥 지나다니는 택시조차 보기가 힘들었다.

  결국, 에드먼드는 군말 없이 베네딕트를 따라 정류장으로 향했다. 마침 타이밍 좋게 금방 도착한 버스를 타고서, 두 사람은 햄필드 중앙에 있는 거리로 이동했다. 그곳은 구청의 광장을 중심으로 자치구의 행정기관들이 밀집해 있는 거리였다.

 

 "여길 오니까, 왜 햄필드를 굳이 서부와 동부로 구분 지어놓는지 이해가 가네."

 "그런 감상에 빠져있을 시간은 없다."

 "너 성격 급하단 소리 많이 듣지?"

 "네가 쓸데없는 것들에 관심이 많은 거다."

 

  에드먼드는 베네딕트와 티격태격하면서도 다시 한번 광장 전체를 둘러보았다. 방향감각이 없더라도, 햄필드의 동부와 서부의 차이를 알면 쉽게 방위를 알 수 있게 해주는 풍경이었다. 구청 광장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이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이곳 햄필드에 도착했을 때 에드먼드의 첫인상은 허름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봤던 동부는 그나마 나은 것이었다. 서부 쪽을 바라보면 허름하다는 표현보다 더 아래의 어휘를 찾기 위해 노력을 해야만 했다. 오래되고 낡아 보인다는 느낌을 떠나, 그야말로 시궁창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단 저기가 그 현장인 건 확실히 알겠네."

 

  에드먼드는 주변을 둘러보다, 완전히 불에 타버린 건물을 하나 발견했다. 에테르에 의한 인공적인 불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말해주듯, 주변에 불이 옮겨붙은 흔적은 전혀 없었다.

 

 "저 화재 당시에 사람들이 모여있던 곳은 이 광장이야?"

 "그래. 저쪽 거리부터 시작해서 광장까지 사람들이 이어져 있었다."

 "그럼 일단 어젯밤에 이 장소를 빠져나간 경로는 저 반대쪽이겠네."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가로질러 지나갔을 가능성은 없었다. 에드먼드는 당연하듯 결론을 내리고 경찰서 반대편 골목 쪽으로 향했다.

  베네딕트는 에드먼드를 따라가며 다시 한번 슬쩍 불에 타버린 경찰서를 바라보았다. 그야말로 숯덩어리가 되어버린 경찰서는, 경찰 나름대로 형식적으로나마 조사와 현장 수습을 하느라 분주해 보였다. 아무래도 사망자가 완전히 재가 되어버린 바람에, 유해를 찾는 일이 어려워 보였다.

 

 "어이, 에디."

 "뭐냐, 베니?"

 "네 생각엔 마크 로드에게서 제대로 된 불을 만들어낼 방법을 알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아, 그도 불을 다루니까? 하긴, 그 가능성도 있었네. 하지만 솔직히 확답은 못 하겠어, 그의 능력이 원래의 너와 같다는 보장도 없는 데다, 너도 알겠지만, 그도 순전히 직감적으로 에테르를 다루고 있을 거잖아?"

 

  베네딕트는 아무래도 불을 다루는 에테르 사용자라는 점이 여러모로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았다. 나름대로 꾸준히 연습해보고는 있지만, 아직 큰 성과는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혹시 모를 가능성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자꾸만 들었다.

  결국 오늘 에드먼드를 따라나서게 된 건, 반쯤은 자기 자신에게도 이유가 있었다. 어젯밤 마크의 불꽃을 보고서 정체모를 느낌을 느꼈다. 무언가 선명하지 않지만, 분명 자신이 찾는 해답을 찾을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여겨졌다.

  에드먼드의 요청은 망설이던 마음에 등을 떠밀어준 계기였을 뿐이었다. 아직도 그는 사실상 헨리의 안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단지 마크라는 사내를 직접 마주해보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1부 완결 안내 2019 / 12 / 16 602 0 -
공지 연재 주기에 대한 안내 2019 / 11 / 5 694 0 -
70 15. 신용(3) 2019 / 12 / 16 326 0 6067   
69 15. 신용(2) 2019 / 12 / 14 262 0 5201   
68 15. 신용(1) 2019 / 12 / 13 274 0 5261   
67 14. 반항(5) 2019 / 12 / 12 285 0 5711   
66 14. 반항(4) 2019 / 12 / 11 288 0 6124   
65 14. 반항(3) 2019 / 12 / 10 279 0 5157   
64 14. 반항(2) 2019 / 12 / 9 287 0 5265   
63 14. 반항(1) 2019 / 12 / 2 330 0 5735   
62 13. 불꽃(6) 2019 / 11 / 30 279 0 5777   
61 13. 불꽃(5) 2019 / 11 / 29 263 0 5315   
60 13. 불꽃(4) 2019 / 11 / 28 271 0 6278   
59 13. 불꽃(3) 2019 / 11 / 27 300 0 5199   
58 13. 불꽃(2) 2019 / 11 / 26 292 0 5746   
57 13. 불꽃(1) 2019 / 11 / 25 303 0 5399   
56 12. 숙녀(5) 2019 / 11 / 23 293 0 6042   
55 12. 숙녀(4) 2019 / 11 / 22 291 0 6401   
54 12. 숙녀(3) 2019 / 11 / 21 273 0 5584   
53 12. 숙녀(2) 2019 / 11 / 20 267 0 5623   
52 12. 숙녀(1) 2019 / 11 / 19 285 0 6217   
51 11. 소등(5) 2019 / 11 / 18 282 0 5988   
50 11. 소등(4) 2019 / 11 / 16 289 0 5282   
49 11. 소등(3) 2019 / 11 / 15 283 0 5171   
48 11. 소등(2) 2019 / 11 / 14 280 0 5911   
47 11. 소등(1) 2019 / 11 / 13 282 0 5202   
46 10. 고백(5) 2019 / 11 / 12 259 0 7064   
45 10. 고백(4) 2019 / 11 / 11 292 0 5974   
44 10. 고백(3) 2019 / 11 / 9 297 0 5383   
43 10. 고백(2) 2019 / 11 / 8 262 0 5319   
42 10. 고백(1) 2019 / 11 / 7 289 0 5498   
41 9. 악몽(5) 2019 / 11 / 6 271 0 6190   
 1  2  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