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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스트랄 휴먼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사회부적응자들의 세상, 아스트랄 휴먼

 
여덟-2
작성일 : 19-12-10 08:31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3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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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뎁이 쓰러져 있었고 뎁의 이마는 찢어져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의 습격이었다. 나는 뎁을 깨우려고 했지만 뎁은 깨어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구급차를 부르는 거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들것을 든 구급요원 세 명이 나와 뎁에게 다가왔다. 구급차는 들어올 수 없는 좁은 길이었다. 한 구급요원은 내게 담요를 덮어줬고 한 명의 구급요원은 뎁을 들것 위로 옮겼다. 그리고 뎁을 옮긴 구급요원과 또다른 구급요원은 들것을 들고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나 따라올 수 있겠니?”

  내가 담요를 덮어준 구급요원이었다.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뎁이랑 같이 가도 되죠?”

  내가 물었다.

  “그래.”

  그녀가 말했다.

  나는 그녀를 따라 뎁이 누워있는 구급차 안으로 들어갔다.

  구급차 안은 아주 따뜻했다. 자동차의 모터 때문인지 기분 나쁜 냄새도 났다. 역했다. 나는 미간을 구겼고 옷소매로 코를 막았다.

  “알코올 냄새 때문이니?”

  여자가 말했다.

  “아뇨. 자동차 냄새가 너무 심해서요…….”

  내가 말했다.

  “그래? 나는 잘 모르겠는데…… 차를 너무 많이 타서 잘 모르나봐. 조금만 참아줄 수 있니?”

  여자는 나를 배려했다. 나는 그런 여자의 배려심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나는 그런 여자에게 대답했다.

  “네. 참을 게요. 소매로 틀어막으면 냄새 잘 안 나요.”

  여자는 내 말에 눈웃음을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구급차는 아주 심하게 흔들렸고 구급차의 냄새는 오늘 점심시간에 먹은 참치샌드위치를 뱉어내게 할 정도로 지독했다.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역겨운 신음을 내뱉었고 나를 본 여자는 내게 푸른색 비닐봉지 하나를 건네줬다.

  “네 친구 때문에 멈출 수가 없어. 검은색은 아니지만 속이 안 좋으면 여기다가 토를 해.”

  여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미친 듯이 헛구역질을 했다.

  헛구역질을 끝낸 나는 시선을 뎁으로 옮겼다. 이마에 찢어진 상처의 피는 굳은지 오래였고 뎁의 이마에서는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모습이 너무 끔찍했다. 그런 나를 위해 여자는 이상한 단어들이 적혀있는 메모장으로 나의 시야를 가려줬다.

  “네 친구의 모습이지만 두렵다면 보지 않아도 돼. 계속 보려고 할 거 없어.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되는 거야.”

  여자가 내게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리고 아무것도 이해하는 능력이 없었던 나에게 하는 여자의 조언과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런 여자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키가 아주 컸다. 5.5피트가 넘어보였다. 나는 그 여자의 명찰에 적혀있는 이름을 보았다. 앤…… 아주 짧고 간단한 이름이었다.

  어느새 병원에 도착한 구급차는 나와 뎁을 뱉어냈고 뎁을 응급실로 데려갔다. 나는 여자 옆에 앉아 아줌마와 조이스 삼촌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이스 삼촌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아줌마는 단번에 전화를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줌마가 응급실로 달려왔고 전화로도 느꼈던 아줌마의 떨림을 나도 느낄 수가 있었다. 아줌마는 내게 뎁을 찾아줘서 고맙다며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당연한 거였다. 차갑게 식어가는 펌킨파이의 필링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너무 늦었네. 너는 집에 가 봐도 돼. 제이미가 걱정한다. 데이브 깨어나면 연락 줄게.”

  “네.”

  미련이 없었다.

  뎁을 찾았기 때문에 나는 미련 없이 병원을 떠날 수 있었다.

 

  “괜찮니?”

  엄마가 내게 물었다.

  “네. 치료 받고 있어요.”

  “데이브 말고 너 괜찮은 거지?”

  엄마는 다친 뎁이 아닌 나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 다친 건 뎁이었고 나는 아주 멀쩡한데 엄마는 뎁이 어떤지 궁금하지 않아보였다. 나는 그런 엄마에게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내 행동에 엄마는 마음이 놓인 건지 가슴 속에 쌓아뒀던 한숨을 내뱉었다.

  “엄마. 피곤해요. 올라가서 잘게요.”

  내가 말했다.

  내 말에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 계단 위에서 뒤를 돌았을 때 내게 시선을 거두지 않는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그때 엄마의 눈빛이 너무 싫었다. 차라리 앤이 엄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 위에 누웠다. 옷에는 응급실의 약품 냄새가 베어있었고 그 냄새가 내 침대를 감쌌다. 그 냄새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역하지는 않았다. 나를 괴롭게 하지도 않았고 나의 속을 뒤틀리게 하지도 않았다. 그냥 마음에 들지 않는 냄새뿐이었다.

  침대 위에 누워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가 방문을 활짝 열고 들어왔다. 나는 갑작스러운 엄마의 방문에 놀라 자리에서 번뜩 일어났다. 그리고 엄마를 쳐다봤다.

  엄마의 두 눈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뭐하고 있었니?”

  목소리도 심하게 떨렸다. 엄마는 일부로 침착한 척 보였다. 엄마는 아주 무서운 사실을 내게 숨기려고 했다.

  “누워있었어요.”

  “그래?”

  “무슨…… 할 말 있어요?”

  “아니…… 없어…….”

  거짓말.

  곧 알게 될 사실을 엄마는 내게 숨겨버렸다.

  “엄마.”

  엄마는 내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아니에요.”

  그리고 엄마는 방을 빠져나갔다. 엄마가 방을 빠져나간 뒤에 아주 기분 나쁜 공기가 이 방 안을 가득 채웠고 나는 그런 공기가 너무 싫어 문을 활짝 열었다. 그때 나는 저 인도 위에 서서 내 방 창문을 보고 있는 모자를 쓴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조이스 삼촌…….”

  조이스 삼촌은 아주 무서운 표정을 하곤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조이스 삼촌이 내 방 창문을 쳐다보고 있었던 거처럼 조이스 삼촌의 형체가 사라질 때 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다음날이 돼서야 나는 엄마가 내게 숨기려고 했던 걸 알 수 있었다.

  “아직도 뎁이 일어나지 않았어요? 왜요? 많이 안 좋은 거예요? 이상한데…… 내가 봤을 땐 이마만 찢어진 건데…….”

  뎁이 일어나지 않았다. 끔찍하게도 열 두 시간 동안 일어나지 않았다. 뎁은 아주 긴 잠을 자고 있었다. 너무 많은 마취약을 투여했기 때문일까 생각했지만 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이었다.

 

 

  보름이 지났다.

  며칠 전 뎁은 일어났고 병원 생활을 계속했다.

  나는 매일 학교에 가야만 했고 뎁은 아줌마와 함께 지루한 병원에 있어야만 했다. 나는 뎁을 위해 해리 슈와일더의 유치한 코미디쇼 비디오를 구했다. 해리 슈와일더의 유치한 코미디를 볼 때가 유일하게 뎁이 웃는 순간이었다.

  “뎁 내가 비밀얘기 해줄 게 있어.”

  내가 말했다.

  내 말에 뎁과 아줌마는 나를 쳐다봤다. 나는 문 앞에 서서 뎁에게 손짓했다.

  “비밀 얘기야.”

  내 말에 뎁은 침대에서 나와 나를 뒤쫓았다.

  “무슨 얘기야?”

  내 뒤에서 걷던 뎁이 말했다.

  “여기서 말하면 안 돼. 누가 들으면 안 되거든. 옥상에서 말해야 돼.”

  내가 말했다.

  내 말에 뎁은 묵묵히 나를 따라왔다. 우리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말이 없었고 옥상 난간에서도 말이 없었다. 처음으로 침묵을 깬 사람은 내가 아닌 뎁이었다. “추워…….” 뎁은 춥다며 온 몸을 떨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듣지 못한 척 난간 앞에 서서 지상 위의 사람들을 내려다봤다.

  “뎁.”

  “응?”

  “네가 다친 날 밤에 조이스 삼촌을 봤어.”

  “……”

  “조이스 삼촌이 날 보고 있었어. 우리 집 앞에서.”

  “잘 못 본 거 아니야……? 밤이면 어둡잖아. 그러니까 착각할 수 있잖아.”

  “그런가…….”

  “아무 일 없어. 추워. 난 들어갈게.”

  뎁이 말했다.

  뎁의 음성은 아주 이상했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고 무언가에 두려워하고 있었다. 나는 그게 조이스 삼촌이라고 느꼈다.

  뎁의 병실 안으로 들어 온 나는 조이스 삼촌과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뎁과 조이스 삼촌의 눈빛은 평소보다 더 이상했다. 눈빛이 아주 매섭고 분노가 가득했다. 나는 조이스 삼촌에게 묻고 싶지만 물을 수가 없었다.

  “오늘은 뭘 가져왔어?”

  아줌마가 물었다.

  뎁은 얼음처럼 굳어있었다. 조이스 삼촌을 쳐다보지 않고 자신의 발끝만 쳐다보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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