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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14. 반항(2)
작성일 : 19-12-09 12:18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5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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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라나가 모르게 밖을 나가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어차피 라나도 종일 보육원 안에 머무르고 있지 않았다. 애초에 에드먼드를 감시하는 역할은 베네딕트의 몫이었으니, 에드먼드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을 사람은 없었다. 이후의 뒷감당에 대해선 나중에 생각해봐야 하겠지만.

  남은 문제는 건너편 거리에 서 있는 남자였다. 톰의 부하로 추정되는 이들이 교대로 돌아가며 보육원 주위를 감시하고 있다. 그들의 눈에 띄게 되면 귀찮은 일이 생길 게 뻔하다. 굳이 톰네 패거리가 아니더라도 골치 아픈 문제가 많은데, 걱정거리를 더 늘릴 필요는 없었다.

 

 "넌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없어?"

 "너는 계획도 없었으면서 일단 일을 저질러 볼 생각이었나?"

 "난 이 동네 지리도 잘 모른다고? 애초에 길 안내 역할은 네가 할 일이잖아?"

 

  저 뻔뻔함이 아니꼬웠겠지만 실은 에드먼드가 이 얘기를 꺼낼 때부터, 베네딕트의 머릿속엔 그를 빠져나가게 할 경로가 떠올랐었다. 단지 아직은 적극적으로 그를 도울 의욕이 생기지 않았기에, 먼저 얘기를 꺼내진 않았었다.

 

 "따라와라."

 

  따라오라 말하면서도 베네딕트의 표정은 전혀 내켜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에드먼드를 데리고 방을 나섰다.

 

 "어머나, 에디 씨. 평소엔 방에서 통 나오지 않더니 간만에 외출하려고?"

 "어디 볼일이 있어서요, 워든 부인."

 

  1층으로 내려오다 아만다와 마주치자, 에드먼드는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하지만 그가 어떤 입장으로 이곳에 머물고 있는지,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아만다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을 뿐이었다. 어차피 그녀는 라나의 어머니일 뿐, 자유혁명군과는 별 관계가 없는 인물이었다.

 

 "이쪽으로 나간다."

 "당연히 현관은 아니었네."

 

  베네딕트가 안내한 건 뒷마당으로 이어지는 문이었다. 에드먼드도 복도에 난 창문을 통해서 봤지만, 참으로 폐쇄적인 마당이라 생각되었다. 사방은 다른 건물들의 벽으로 막혀있고, 심지어 이 방향으로 창문이 난 것도, 보육원 건물밖에 없었다.

  구조적으로 보면 확실히 공용부지는 아니라, 이 보육원의 뒷마당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단지 굳이 이런 구조로 만들어진 이유를 도무지 이해하기가 힘들었을 뿐.

 

 "창고 안에 보면 가스 랜턴이 있으니, 거기에 불붙여 놔라."

 "진짜 너 그 체질이 은근히 주변도 귀찮게 하는 거 알지?"

 "네 녀석한테 들을 소리는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사람을 귀찮게 만드는 재능은 에드먼드가 한 수 위였다. 보통은 자각을 못 하는 단점이지만, 에드먼드는 굳이 부정은 안 하겠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창고 입구에서 살짝 떨어져 있는 베네딕트 대신, 에드먼드 혼자 들어가서 안에 있는 랜턴을 찾았다.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위치에 걸려있어 찾는데 오래 걸리진 않았다. 거기다 바로 아래 테이블에 성냥도 놓여있는 덕분에, 랜턴을 켜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단지 굳이 이런 불편한 도구를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질 뿐이었다. 둘러보면 에테르로 작동하는 플래시가 없는 건 아니었다. 저번처럼 에테르 응집기가 작동하지 않는 환경이 아닌 이상, 이런 연료로 작동하는 조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한낮에 조명을 필요로 한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이유는 뻔했다. 어딘가 지하로 내려간다는 소리였다.

 

 "불 켰으면 비켜라. 성냥은 챙겨놓고."

 

  에드먼드가 랜텀에 불을 붙이는 것을 확인한 베네딕트가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에드먼드를 밀어내고 그가 서 있던 자리에 서서는, 나무상자 하나를 옆으로 밀어 치웠다. 그러자 바닥에는 상자에 가려져 있던 문 하나가 나타났다.

 

 "오호라, 이런 데에 비밀통로가 있는 건가?"

 

  에드먼드는 제법 흥미로운 눈으로 지하실 문을 여는 베네딕트를 지켜봤다. 경첩이 굉장히 뻑뻑해 보이는 소리는 내며, 두꺼운 나무문이 위로 열어 젖혀졌다.

  역시나 그 아래로는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공간이 보였다. 이런 탐험하는 기분이 들게 하는 공간은, 에드먼드에게도 드물게 들뜬 기분을 안겨줬다.

 

 "랜턴."

 

  베네딕트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하실 안쪽을 기웃거리는 에드먼드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랜턴을 넘겨받아선 앞장서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올 때 문은 닫아놔라."

 

  에드먼드는 지하실 문을 닫고는 베네딕트를 뒤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텅텅거리는 철제 계단에 닿는 발소리가, 지하실 안쪽 깊은 곳까지 울려 퍼졌다.

 

 "꽤 오래되어 보이는 공간이네."

 "보육원이 지어지기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원래는 오래된 양조장이 있었던 장소라고 들었다."

 "그래서 이런 커다란 지하실이 있었던 거네."

 

  에드먼드는 베네딕트를 따라가며 지하실 안쪽을 둘러봤다. 단순히 통로라고 생각했던 장소가, 알고 보니 꽤 널찍한 지하실이었다. 게다가 안쪽에 놓인 상자들이나 가구들을 보면, 여기가 자유혁명군의 비밀기지 같은 장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정보에 대해선 자세하게 들려줄 리가 없으니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하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느끼는 사실은, 단순히 양조장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무엇보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이 장소를 베네딕트가 택한 것을 보면 더 그랬다. 이곳으로 들어온 건 반대쪽에 또 다른 출구가 있다는 소리고, 평범한 지하 양조장이라면 그런 출구가 있을 이유가 없다.

 

 "잠시만 들고 있어라."

 "진짜 이것저것 시키는 게 많네."

 "도움받는 주제에 말이 많다."

 

  에드먼드는 베네딕트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일단은 그의 지시를 따랐다. 베네딕트는 에드먼드에게 랜턴을 건네주고서, 한쪽 벽을 천천히 밀기 시작했다.

 

 -드드득

 

  거칠게 돌끼리 마찰하는 소리가 나며 벽이 밀렸다. 에드먼드의 생각대로 지하실엔 평범한 돌벽처럼 위장한 숨겨진 문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좁고 기다란 통로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어릴 적에 있었던 해적 소설에서나 봤을 장면 같았다. 해적들이 보물을 감추기 위해서 만들어낸 비밀기지로 통하는 문처럼. 이 장소가 밀수품 창고로도 쓰였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크게 다르지 않은 감상이긴 했다.

  그래도 이런 광경이 직접 눈 앞에 펼쳐지자, 어른이 된 지금도 조금 흥분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보육원이 생긴 게 라나가 자유혁명군 활동을 시작한 이후는 아닐 테고, 지하에 이런 장소가 있는 게 단순한 우연이란 건가?"

 "라나는 필연이라고 표현했다."

 "의외로 감상적인 단어 선택이네."

 

  필연이란 단어가 제법 마음에 와닿았다. 어쩌면 이런 지하의 비밀장소가, 어렸을 적 라나에게 모험심을 길러주는 역할을 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가 군인이란 직업을 택하는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녀는 그 군대에서 남편을 만났다. 그 남편은 권력을 가진 자의 횡포로 인해, 형장의 이슬로 생을 마감했다. 그렇게 해서 생겨난 복수심은, 이 지하실의 존재로 인해 어떤 식으로 복수를 이루게 할지 영감을 제공했을지도 몰랐다.

  자유혁명군의 리더인 라나의 집 아래에, 하필이면 이런 공간이 있던 게 아니다. 어쩌면 이 공간이 지금의 라나가 존재하게 만든, 그녀의 인생의 갈림길 중 하나였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이 지하실이 발견되지 않았거나, 없었다면 그녀의 삶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을지도 모른다.

  물론 어디까지나 에드먼드 혼자만의 상상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라나가 어떤 이유로 필연이라는 표현을 썼는지 조금은 짐작이 갔다.

 

 "역시나 밀수품 창고 같은 곳이었으려나."

 "그건 자세히 모르겠다."

 

  통로 중간에 한번 널찍한 장소가 나왔다. 이곳에도 뭔가 상자나 꾸러미들이 놓여있었다. 비밀의 장소 안에 위치한 더욱 비밀스러운 공간이니, 이곳에 놓인 짐들의 내용이 조금 신경 쓰였다. 하지만 당연히 베네딕트는 그 호기심을 채워주기 위해 에드먼드를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유일한 광원을 그가 들고 있으니, 혼자 어두운 곳에 남아봤자 의미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곧장 뚜벅뚜벅 통로를 계속 가로지르는 베네딕트를 뒤따라가야만 했다.

 

 "그러고 보니 카라바스 후작의 편지도 이곳에 보관되고 있는 거 아냐?"

 "아마도 그럴 거다. 서류를 보관하는 캐비넷은 아까 지나온 안쪽에 있지만, 열쇠로 잠겨있다. 그것만큼은 라나 이외엔 아무도 못 열게 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그 편지는 거기에 있을 거라 생각한다."

 "기왕 반항해보는 김에 아예 그 캐비넷을 부숴서 열어볼 생각은 없어?"

 "너 지금 제정신인가?"

 

  안 그래도 무단외출에 대한 후폭풍도 고민인데, 아예 되돌아가지 못할 지경까지 가고 싶은 건가 싶었다. 어차피 이번 사건이야 에드먼드의 우정이 발단이니, 말 그대로 혼나는 정도로 끝날 순 있다.

  하지만 캐비넷을 부숴서 내용물을 살피는 행위는, 지금 어떠한 마음을 갖고 있는 건지 자세하게 알려주는 꼴이었다. 에드먼드를 돕기는 해도 라나와의 관계를 파탄 낼 생각은 없었다. 물론 에드먼드로 당장은 라나와 협력할 것들이 남은 상황에서, 그런 짓을 벌여선 더더욱 안 됐다.

 

 "그야 답답해서 하는 소리지! 그 열쇠를 네가 어떻게든 해야 우리 계획의 큰 흐름에도 진전이 생기잖아?"

 "지금은 그 편지보다 네 친구에게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사람이 한 번에 하나의 생각밖에 하지못하는 건 아니야."

 "넌 조금 그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베네딕트는 에드먼드의 성가신 성격의 원인 중 하나가 저런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사에 체스라도 두는 것처럼, 장기적이고 큰 계획을 세워서 행동하려 든다. 그런 부분은 일단 눈앞의 일에 집중하는 베네딕트와는 너무 맞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에드먼드가 보기엔 베네딕트는 너무 단순했다. 자신을 도구처럼 여기고 만족하는 게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였다. 그런데 그렇게 수동적으로 보이면서도 고집은 꽤 있었다. 그런 부분이 묘하게 성가셨다.

 

 "그런데 대체 이 통로는 어디까지 이어지는 거야? 생각보다 꽤 기네."

 "지하의 수로와 이어진다. 거기로 빠져나가고 나면 금방이다."

 

  이 통로를 만든 2백 년 전의 사람은 묘한 데서 성실하다 싶었다. 수도이긴 해도 당시에는 랭커튼이 지금과 같은 거대한 도시는 아니었을 테지만, 용케 이런 비밀통로를 만들어놓고 들키지 않구나 싶었다.

  만에 하나 이 지역이 다른 곳처럼 고층빌딩이 세워지거나 했다면 상황이 달랐을지도 모른다. 높은 건물이 올라가게 되면 그만큼 기반공사도 지하 깊숙이 파고들어 가게 된다. 그렇다면 분명히 이 지하 통로는 벌써 없어지고도 남았다.

  하지만 이 근방에서 높은 건물이라고 해봤자, 8층의 록센호텔 하나뿐이었다. 아무래도 위치상 그 아래를 지날 것 같지는 않고, 그 건물도 원래는 3층 건물에 추가로 쌓아 올린 구조였다.

  향후 2백 년을 내다보고 터를 잡은 건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위치선정 한번 잘했구나 싶다. 물론 이 통로를 만들 당시엔, 2백 년 넘게 쓰이게 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겠지만.

 

 "이 앞이 지하수로다."

 

  베네딕트는 그렇게 말하며 에드먼드에게 랜턴을 넘기고, 통로 끝의 벽을 몸으로 힘껏 밀었다. 다시 한번 돌끼리 마찰하는 소리가 나며 비밀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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