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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어느 날 막장 남주가 찾아왔다
작가 : 연새하
작품등록일 : 2019.11.6

그는 내게 그의 형제를 유혹하라 했다. 나는 고개를 떨궜다. 그것만은 할 수 없다.
“카일을 유혹해.”
그가 다시 말했다. 나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은밀히 속삭였다.
“제가 존재감이 없습니다.”

- 부제: 회귀 좀 그만해주실래요.( Feat. 빙의)
단역, 무존재 여주. 존재감이 없는데, 없어야 하는데, 존재감 어필을 너무 잘해버림 // 표지: 픽사베이 저작권 무료 이미지

 
30. 카일은 아빠다
작성일 : 19-12-02 10:17     조회 : 215     추천 : 0     분량 : 4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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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십니까! 누구 없으십니까!”

 

 에드워드와 나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뛰어갔다. 테리우스가 저택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에드워드는 인상을 팍 구겼다.

 

 “예의가 없으시군요. 남의 집에 불쑥 찾아오시고.”

 

 “죄송합니다. 레이디 캔디스를 만나기로 했는데, 나타나지 않으셔서 찾아왔습니다. 큰일이라도 벌어졌는지 걱정이 되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아무 일도 없습니다. 캔디스는 건강히 잘 있으니 그만 가보십시오. 당신 소식은 제가 전해드리죠.”

 

 에드워드는 불청객을 서둘러 돌려보내려고 했다. 한데, 캔디스가 테리우스의 목소리를 듣고 나타났다.

 

 “테리!”

 

 마치 몇 년 만에 만난 듯 캔디스는 테리우스에게 달려가 눈물을 훌쩍였다.

 

 “레이디 무슨 일이 생기신 겁니까? 그 좋아하는 목장에 나오지도 않으시고.”

 

 “그게... 흑, 멜리가.... 사라졌어요...”

 

 “멜리가 사라져요?!”

 

 "네... 흑..."

 

 테리우스는 살며시 캔디스의 어깨를 감쌌다. 캔디스는 테리우스의 가슴에 머리를 대고 훌쩍였다. 테리우스는 캔디스를 위로하며 슬쩍 주변을 훑었다. 테리우스의 시선이 내게서 멈췄다.

 

 ‘너구나.’

 

 테리우스의 입술이 소리 없이 움직였다. 나는 손가락으로 작게 동그라미를 그렸다. 테리우스 엷은 미소를 보이고는 캔디스를 위로했다.

 

 “레이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사람 찾는 일을 잘합니다. 제가 기필코 멜리를 찾아드리겠습니다.”

 

 “정말이요?”

 

 “네. 제게는 실종된 사람을 찾는 데 도움을 줄 탁월한 인재들이 많습니다. 저만 믿으십시오."

 

 “오, 테리우스!”

 

 캔디스가 감격하며 테리우스를 가볍게 안았다.

 

 “그럼 멜리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라지게 되었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캔디스는 오늘 아침 멜리가 침대가 없었다며 멜리를 찾아 저택을 얼마나 열심히 오래 헤맸는지 상세히 말했다.

 

 테리우스는 캔디스의 이야기를 다 듣고 바삐 되돌아갔다. 그리고 두 시간 후 그가 되돌아왔다.

 

 

 

 ***

 

 

 

 “안녕, 멜리.”

 

 문간에 선 아름다운 언니님이 내게 윙크를 날렸다. 행동 양태가 딱 테리우스다.

 

 근데, 금발의 파란 눈이라......

 

 “에... 에블린!!”

 

 “알아보는구나, 얘.”

 

 에블린이 부채로 내 어깨를 톡 치고서 부채를 쫙 펼쳤다. 그러더니 입을 가리고 호호호 간드러지게 웃었다.

 

 내 뒤에서 누가 왔나 보던 에드워드가 경기를 일으켰다. 에드워드는 후다닥 나를 밀어내고 에블린의 입을 막았다. 그러곤 왼쪽, 오른쪽 빠르게 살피고 에블린을 납치하듯 연구실로 끌고 갔다.

 

 “어머나- 나를 여기 데려온 거야? 캔디스도 못 들어온다는 곳에? 오호호.”

 

 에블린이 에드워드에게 애로틱한 눈웃음을 보냈다. 에드워드는 뜨헉, 인상을 썼다.

 

 “어머, 자기 왜 그래? 숙녀를 보고 그런 표정 지으면 못. 써.”

 

 에블린이 부채로 에드워드의 뺨을 톡 쳤다. 에드워드의 얼굴이 더 구겨졌다.

 

 “연극은 그만해라.”

 

 “아잉.”

 

 에블린이 윙크를 날렸다. 에드워드는 더 못 참겠는지 연구실 문을 활짝 열고 에블린을 밀었다.

 

 “알았어. 알았어. 자기야. 그만할게.”

 

 에블린이 에드워드의 가슴팍을 두 손으로 퍽 치고, 도도하게 티테이블로 걸어갔다. 에드워드는 기분 나쁜 듯 가슴팍을 탁탁 털었다.

 

 테리우스는 티테이블에 다리를 쩍 벌리고 앉으면서 에블린 코스프레를 그만두었다.

 

 “나도 이게 편해. 어른 멜리도 여기 와서 앉아.”

 

 목소리가 걸걸했다. 캔디스에게 보이던 부드러운 음성도, 정중한 태도도 온데간데없었다.

 

 나는 조용히 테리우스가 빼 준 의자에 앉았다.

 

 “거기 로드, 그쪽은 뭐 해. 그쪽도 앉아.”

 

 에드워드는 내키지 않은 티를 팍팍 내며 테이블에 앉았다.

 

 “초면에 말을 너무 편하게 하시는군.”

 

 “우리 초면 아니잖아. 자기. 자기도 편하게 해.”

 

 테리우스가 또 눈을 찡긋했다. 에드워드는 못 볼 걸 본 양 고개를 홱 돌리고 말했다.

 

 “에블린은 죽었다고 했다.”

 

 “들었어. 죽었다는 말을 직접적으로는 안 했다며. 어린애가 뭘 몰라서 한 말이라고 대충 둘러대면 돼.”

 

 “그다음은요?”

 

 내가 말했다.

 

 “멜리는 내가 데리고 있다고 할게. 일단 그렇게 시간을 벌자고.”

 

 “네가 왜 우리를 돕는 거지.”

 

 에드워드는 테리우스를 미심쩍게 봤다. 테리우스에게 카일이나 에드워드나 얄밉기로는 도긴개긴이다. 그는 에드워드에게도 한 방 먹이고 싶어했다.

 

 “자기야, 눈빛이 너무 살벌해.”

 

 테리우스가 또 언니님으로 변했다. 눈웃음 한번 쳐주고는 다시 테리우스로 돌아왔다.

 

 “공짜로 돕겠다는 건 아니야.”

 

 “그럼 뭘 원하나?”

 

 “캔디스.”

 

 “안 된다.”

 

 에드워드가 단칼에 잘랐다.

 

 “그럼 뭐, 당장 카일에게 가서 그간 네가 한 짓을 다 떠벌려야겠네.”

 

 “한번 해 봐. 네놈이 카일에게 똥을 주겠다고 여장을 했던 일도 까발려질 거다.”

 

 “그게 내가 바라던 반데. 카일 뒷목 잡는 거.”

 

 “멍청한 놈. 일을 키우면 네놈 여장 취미도 캔디스 귀에 들어간다.”

 

 “카일이 망신살 뻗칠 일을 캔디스가 알게 하겠어?”

 

 “그럼 내가 하지.”

 

 “말해. 하나도 무섭지 않아. 야비하게 고자질이나 하는 오빠를 캔디스가 좋아할까?”

 

 에드워드가 두 손으로 탁자를 탕, 치며 일어섰다.

 

 “야비? 네놈은! 야비한 건 네놈이다! 정정당당하게 이기지 못하니까 카일을 골탕 먹이려고나 하고!”

 

 테리우스도 지지 않고 탁자를 탕, 치며 일어섰다.

 

 “그러는 넌! 이번 사건도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원흉이라고. 이기적인 네놈은 형제고, 멜리고 다 너 편한대로 이용하잖아.”

 

 “뭐라고!”

 

 두 사람은 이마를 맞붙인 채 눈싸움을 벌였다. 어느 하나 물러섬이 없었다. 둘을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지켜보는데,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렸다. 두 사람의 맞붙은 이마가 떨어졌다. 나는 에드워드에게 물었다.

 

 “연구실에 폭탄이라도 있어요?”

 

 “위험물은 잘 보관하고 있다. 이건 밖에서 난 소리다.”

 

 “밖이요?”

 

 나는 창가로 뛰어갔다. 창밖에는 흙먼지가 자욱했다. 누런 흙먼지가 가라앉으면서 두 동강이 난 떡갈나무가 모습을 드러냈다. 떡갈나무는 칼로 자른 듯 깨끗이 잘려 있었다. 잘린 나무 뒤에는 카일이 있었다. 카일이 검을 들고 검은 오라를 무시무시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로, 로드 카일?!”

 

 나는 창문에 얼굴을 떡 붙였다. 에드워드와 테리우스도 창가로 뛰어와 차례차례 얼굴을 붙였다. 순간 카일의 눈이 우리를 향했다. 살벌했다. 나는 움찔하고 뒤로 물러났다. 나만이 아니었다. 에드워드와 테리우스도 다 같이 유리창에서 한걸음 떨어졌다.

 

 “참, 이 유리 밖에서는 안 보이지 않아요?”

 

 “아, 그래. 안 보인다.”

 

 우리 셋은 다 같이 창문에 얼굴을 떡 붙였다. 언제 싸웠냐 싶게 좁은 창에 옹기종기 다정히도 붙였다.

 

 카일은 우리 쪽을 그냥 한번 본 모양이었다. 무심하게 돌아서서 무섭게 검을 휘둘렀다.

 

 “실력이 녹슬지 않았군.”

 

 에드워드가 말했다.

 

 카일은 제국 최고의 검사였다. 매년 열리는 검술대회에서 6회 연속 우승을 거머쥐었더랬다. 하지만 캔디스를 향한 마음 때문에 방황하면서 검을 놓았다.

 

 카일이 나오지 않게 된 첫 검술대회에서는 테리우스가 우승했다. 노력파인 테리우스가 카일을 이기겠노라 열심히 검술을 갈고 닦은 결과였다.

 

 하나, 카일을 이기겠다는 그의 목표는 이룰 수 없었다. 라이벌이 없는 경기에 흥미를 잃은 테리우스는 그 이후 검술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제대로 겨뤄도 보지 못한 라이벌의 검사위를 보는 테리우스의 심경이 남다를 것 같았다. 나는 힐끔 테리우스를 보았다.

 

 응?

 

 테리우스의 반응이 예상과 달랐다. 두 주먹 불끈 쥐고 라이벌을 향해 불꽃을 튀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테리우스의 두 눈이 경이로움으로 가득 찼다. 그는 입을 떡 벌리고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대단해...”

 

 “카일 싫어하지 않아요?”

 

 내가 말하자, 테리우스가 떡 벌어진 입을 다물었다.

 

 “시, 싫어하지. 나는 에드워드처럼 속이 좁지 않은 거뿐이야. 칭찬할 건 한다고.”

 

 “내가 속이 좁다고?”

 

 또 시비가 붙을 것 같았다. 나는 에드워드의 옆구리를 쳤다.

 

 “왜 치는 거냐.”

 

 “지금이 싸울 때예요? 이상하잖아요.”

 

 “뭐가?”

 

 “로드 카일 말이에요.”

 

 “그래. 이상하다. 몹시.”

 

 카일은 계속해서 화려한 검사위를 선보였다. 한참 열정적인 신체단련의 시간을 보낸 후, 끝이란 걸 알리듯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턱을 들었다.

 

 “와- 섹시해.”

 

 넋을 놓고 카일을 감상하는데, 에드워드가 내 뺨을 꼬집었다.

 

 “아얏. 왜 꼬집어요.”

 

 “정신 차려라.”

 

 “두 사람 잡담은 그만둬. 카일이 어디론가 가고 있어.”

 

 에드워드와 나는 눈빛을 교환하고 카일을 따라나섰다.

 

 “너희 둘 어디 가!”

 

 에드워드는 테리우스가 나오지 못하게 잽싸게 연구실 문을 닫았다.

 

 “나를 가둘 셈이야!”

 

 테리우스가 크게 소리치며 문을 뻥 찼다. 남다른 힘에 연구실 문이 찌그러졌다. 에드워드가 “아니, 저놈이!” 하며 돌아서자, 테리우스가 찌그러진 문을 열고 나왔다.

 

 “이 내가 옛날의 내가 아니야. 쉽게 당할 것 같아?”

 

 테리우스가 기세등등하게 걸어오다가 돌연 표정을 바꿨다. 가녀린 여인네가 되어 처량하게 고개를 떨궜다.

 

 갑자기 왜 저래?

 

 나와 에드워드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곧 그 이유를 알았다. 우리 뒤에 카일이 사색이 되어 서 있었다.

 

 “에, 에.... 에블린?”

 

 “오랜만이에요... 카일...”

 

 “멜리는 엄마가...”

 

 “아... 땅속에 있다고 했던가요?”

 

 “그래... 그랬어.”

 

 “멜리도 참... 토네이도로 집이 날아가서 한동안 지하에서 생활했더니, 그런 말을 했네요. 집을 고치는 동안 잠깐 친척 집에 맡겼는데, 그사이에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정말... 흑... 꿈에도... 몰랐어요... 한참 찾아다녔어요... 흑... 미안해요... 카일... 내가...”

 

 테리우스는 아련한 눈빛으로 카일을 바라봤다.

 

 “너도 사정이 있었겠지. 우리 사이의 일보다 지금은 멜리가 먼저다.”

 

 “네... 멜리... 멜리는 지금”

 

 테리우스가 카일 몰래 내게 찡긋 윙크를 날리며 운을 뗐다. 아까 말한 대로 멜리는 자신과 있다고 말하려는 듯했다.

 

 한데, 카일이 말을 막았다.

 

 “내가 꼭 찾을 테니 걱정하지 마.”

 

 “멜리는 제가”

 

 “멜리는 내 딸이기도 해. 내가 찾는다.”

 

 “그게 제가”

 

 “괜찮대도. 내가 꼭 멜리를 데리고 오겠다.”

 

 “저, 그러니까.”

 

 테리우스가 다시 시도했다. 그러나 카일은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내가 꼭 멜리를 찾아올 거야.”

 

 카일은 다짐하듯 말하고는 에드워드를 보았다.

 

 “에디, 멜리를 찾을 때까지 에블린을 부탁한다.”

 

 카일은 그렇게 말하곤 바쁜 일이라도 있는지 혼자 가버렸다.

 

 뭐, 뭐지...

 

 남은 우리 셋은 멍하니 서로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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