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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스트랄 휴먼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사회부적응자들의 세상, 아스트랄 휴먼

 
스물-4
작성일 : 19-12-02 09:34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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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스와 마주쳤다.

  트리스와 마주친 곳은 위드 타코가 아니었다. 빅 스토어 마켓이었다. 트리스는 나를 보자마자 내게 달려왔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아주 천천히 거북이처럼 나무늘보처럼 눈을 깜빡이며 내게 달려오는 트리스를 쳐다봤다. 내 앞에 선 트리스가 내게 물었다.

  “요즘 왜 위드 타코에 안 오는 거야?”

  역시나였다.

  트리스의 질문은 단 한 가지였다.

  “요즘 밥스 버거에 가. 뉴트론이랑 바바라가 자주 가거든.”

  내 말에 트리스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래? 네가 안 오니까 섭섭하다.”

  트리스의 음성은 진심이었다. 거짓이 없었다. 나는 그런 트리스에게 거짓이 담긴 음성으로 말을 했다.

  “알았어. 다음에 뉴트론이랑 바바라랑 갈게. 위드 타코에.”

  “응…… 그래. 나중에 봐. 내가 네게만 탄산음료 서비스로 줄게.”

  나는 트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트리스는 내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나는 트리스가 간 방향을 계속해서 응시했다. 트리스가 나의 시선을 느낀 듯 뒤를 돌아보았고 트리스와 눈이 마주쳤다. 트리스는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줬다. 나는 그 미소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었다. 너무 먼 거리였다. 하지만 트리스의 미소는 아주 선명히 보였다.

  트리스를 떠나보낸 나는 도넌을 살폈다. 도넌이 엄마에게 대하는 행동을 보며 혼자 비웃었다. 자만에 빠진 표정과 행동 그리고 대사들이 아주 우스웠다. 해리 슈와일더의 스탠드 업 코미디 만큼이나 우스웠다. 도넌은 엄마가 자신에 대해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느끼고 있다. 그건 아주 바보 같은 착각이었다. 나는 도넌에게 현실을 일깨워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엄마가 싫어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자만에 빠진 도넌의 행동을 보며 비웃는 거뿐이었다.

  엄마는 바보 같은 도넌의 행동에 따라 웃어줬다. 엄마의 웃음은 가식과 모순덩어리였다. 생존에 필요한 웃음 그리고 나를 위한 웃음이었다. 나는 그런 엄마의 웃음이 싫었고 가증스러웠다. 나는 맥주병을 들고 손을 놓았다. 그 순간 맥주병은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깨졌고, 도넌의 표정은 엄마에게서 나로 옮겨갔다. 그때 나는 구겨진 도넌의 미간을 보았다. 쾌감이 느껴졌다. 엄마가 도넌의 표정을 봐야 되는데……. 하지만 엄마의 시선도 나를 향해 있었다. 엄마는 놀라 내게 다가왔다. 그래서 도넌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안 다쳤니?”

  엄마가 물었다.

  “맥주를 사려고?”

  도넌이 물었다.

  내가 다친 거 보다 내가 술을 먹는 게 더 중요했나봐, 도넌은.

  “엄마 다치지 않았어요. 그리고 도넌. 저는 성인이에요.”

  내가 말했다.

  내 말에 도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넌은 아직도 나를 퇴학이나 당하는 열여섯 짜리 꼬마로 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도넌의 얼굴에 침을 뱉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엄마가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날 보지 않는다면 난 도넌의 얼굴에 가래침을 뱉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기 전에 도넌이 이 자리를 떠났기 때문이다.

  “다행이야. 다치지 않아서. 그런데 정말로 맥주를 사려고 했니?”

  엄마가 물었다.

  나는 엄마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런데 제가 마실 맥주는 아니에요. 엄마 오늘 퇴근하고 마시라고 사려고 했어요.”

  “그래? 그건 내가 사도되는데…… 네가 술을 살 필요는 없어.”

  “전 탄산이나 마실게요.”

  내가 말했다.

  아주 단호했다.

  엄마도 나를 어린 애로 보고 있었다. 엄마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도넌처럼 얼굴에 침을 뱉고 싶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엄마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도넌이 싫어서 일까.

  “저녁에 뭐 먹고 싶은 거 있니?”

  엄마가 물었다.

  엄마의 말에 도넌에 대한 모든 생각들이 사라졌다. 먹고 싶은 음식이라……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거처럼 뉴턴이 사과가 왜 떨어지는 지 생각하는 거처럼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먹고 싶은 게 뭐가 있을까……. 딱 하나가 떠올랐다.

  “트리스가 위드 타코에 오라고 했어요. 위드 타코에 가야겠어요. 물론 오늘은 트리스가 일 하는 날이 아니지만…….”

  “그래? 15분 후에 끝나니까 마트 한 바퀴 돌고 있어.”

  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또 다시 엄마는 저 멀리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내 시선은 엄마를 쫓고 있었다.

 

  요즘 들어 증상이 더 심해진 게 느껴졌다.

  갑자기 코피를 흐르지 않나 이상한 것들을 보지 않나……. 며칠 전에는 졸도까지 했다. 나는 그런 나의 증상들을 잭에게 말할 수 없었다. 물론 다른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혼자만 알고 있었다.

  “수면제를 처방해줄 수 있어요?”

  그때였다. 부작용이었을까 잭이 내게 수면제를 처방해줬을 때부터 내 증상이 더 심해졌다.

  “수면제를? 잠을 못 자니?”

  “네. 요즘 잠이 너무 안 와요. 불면증이라도 찾아올까 겁나요.”

  내 말에 잭은 미간을 종잇장처럼 구겼다.

  “그래. 처방해 줄 수 있어. 하지만 제이미와 상담 후에 해줄 수 있어.”

  나는 잭의 말에 좌절했다. 엄마는 분명 허락하지 않을 게 뻔했다. 나는 목울대에 잠긴 침을 여러 번 삼켰다. 그럼에도 침은 가라앉지 않았다.

  “잭. 엄마는 허락하지 않을 거 알잖아요. 저는 불면증으로 점점 더 미쳐갈 거란 말이에요.”

  “어쩔 수 없어.”

  잭의 말은 단호했다.

  “됐어요. 필요 없어요.”

  잭의 단호한 대답에 걸맞는 또 다른 나의 단호한 대답이었다. 나는 그런 나의 대답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잭을 당황시켰다. 저 당황한 표정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나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 필요 없어요. 잭.”

  이중인격자가 있다면 나와 같은 모습을 하겠지? 하지만 정말로 필요 없었다. 내겐 불면증이라는 것이 없었다. 원래였다. 원래부터 잠이 잘 오지 않았고 온갖 이상한 생각들이 나를 괴롭혔다. 그래서 나는 수면제가 필요 없었다.

  다음 상담에서 잭에게 수면제를 처방받았다. 내가 미리 엄마에게 말했다. 잠이 오지 않아 너무 고통스럽고 괴롭다고 했다. 악몽을 꾼다고 했다. 악몽에서는 목이 잘려 피범벅이 된 제이슨이 내게 달려온다고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거짓말이었고 제이슨은 내 꿈속에서 나타난 적 없다. 하지만 엄마는 내 바보 같은 거짓말에 속았고 수면제 처방을 허락했다.

  “제이미에게 뭐라고 말했니?”

  잭이 물었다.

  정말 궁금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내게 의심 가득한 표정이었다. 나는 그런 잭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잭의 표정을 감상하기만 바빴다.

  “네가 원하는 대로 수면제 처방을 해줄 거야. 하지만 남용은 하면 안 돼. 그리고 이 수면제는 제이미에게 전해주고 잠이 오지 않을 때마다 제이미에게 받아서 먹어. 내가 제이미한테 확인 전화 할 거야.”

  나를 믿지 않는 잭의 행동은 아주 당연했다. 내가 잭이었어도 내 자신을 믿지 않았을 테니까. 나는 잭의 행동을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이해할 수 있었다.

  “네. 그렇게 하세요. 저는 오남용 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거든요.”

  맞았다. 나는 약물 중독자도 아니고 환각 효과를 보겠다고 본드를 흡입한 적도 없다. 나는 그런 거에는 관심이 없었다. 잭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잭은 내가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멍청한 십대를 보낸 나에게 한 기본적인 언어표현이었다.

  잭은 나의 처방전에 사인을 하고 내게 건네줬다. 구식의 방법이었다.

  “헤일리에게 도장 받으렴.”

  잭이 내게 건넨 작별인사였다. 나는 잭에게 가벼운 목 인사를 하고 상담실을 빠져나왔다. 그 순간 헤일리와 눈이 마주쳤다. 헤일리는 내 손에 들린 종이 한 장을 보더니 서랍에서 도장을 꺼냈다.

  “찍어주세요.”

  내 말에 헤일리는 도장을 찍었다.

  ‘잭 선생님이 웬일로 약을 처방해주지……?’

  헤일리의 눈으로 본 생각이었다.

  “그러게요. 웬일로 약을 처방해줬을까요.”

  헤일리의 궁금증에 대한 대답이었다. 완벽한 답변은 아니었다.

  “뭐……? 어…… 그래. 다음 주에 보자.”

  당황한 헤일리의 반응은 일을 회피하는 거였다. 가장 비겁하고 모순된 방법이었지만 나는 그런 방법이 아주 좋았다. 귀찮지 않으니까 그리고 지금 당장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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