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13. 불꽃(5)
작성일 : 19-11-29 14:14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531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무리 우범지역인 동네라고 해도 경찰서가 공격받는 광경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었다. 세상엔 절대로 라는 게 없는 법이다.

  늦은 시각 불길에 휩싸인 햄필드 경찰서의 광경은 혼돈 그 자체였다. 야밤에 일어난 난리에 구경나온 시민들과 그것을 제지하는 경찰관들로 경찰서 밖의 상황도 상당히 어수선했다. 그 중심인 안쪽의 상황이야 말할 것도 없이 더 혼란스러웠다.

  이곳 햄필드의 치안이 아무리 나쁘다 해도, 대다수는 그냥 잡범들이었다. 단순한 도둑에서 강도나 폭행범 등등 그 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을 뿐이었다. 정작 위험한 부류인 갱단과 자유혁명군의 경우엔, 가끔가다 큰일을 저지를 뿐 나름 햄필드 안에선 조용히 지내는 편이다.

  그러니 이렇게 경찰서를 공격해오는 정신 나간 녀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단지 문제는 어디까지나 평범한 사람의 범주라면 그게 당연하였다. 그리고 지금 경찰관들의 눈앞에 있는 상대는, 그 평범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그를 놔주고 투항하길 명한다! 어서!"

 

  한 경관이 온몸이 새까만 석탄으로 덮여있는 것 같은 사내에게 붙들려 있었다. 다른 경관들은 주변이 불바다가 된 상황에 빠져나가고픈 마음이야 가득했다. 하지만 동료가 붙잡힌 상황에다, 저 습격범을 눈앞에 두고서 그럴 수가 없는 게 그들의 슬픈 현실이었다.

 

 "그녀는 어디 갔지...?"

 "반복한다! 어서 그를 놔주고 투항하라!"

 

  사방에서 총을 겨눈 경관들이 둘러싸고 있었지만, 그 사내, 마크는 그들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처음엔 아니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변해버린 몸의 특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단단한 탄소 물질로 뒤덮인 자신의 피부는, 총알 따위가 뚫지 못한다.

  경관들의 입장에서도 동료가 맞을까 봐 함부로 방아쇠를 당기고 있지 못했다. 물론, 이미 저 괴물 같은 사내를 향해 총알이 소용없다는 것도 확인은 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들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력이 총인 이상은 어쩔 수가 없었다.

  통하지 않는 위협이라 할지라도, 혹은 이 지역 경찰이 제 할 일을 못한다고 욕을 먹긴 해도, 그래도 눈앞에 벌어진 일을 두고서 도망갈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일단은 자신들도 경찰은 경찰이니까.

 

 "그녀는... 어디로 갔는지 말... 하라고...!"

 "히익! 대체 누굴 말하는 거야!"

 

  마크의 손에 붙들린 경관이 겁에 질린 채 되물었다. 저런 괴물의 동족 따위 잡아 온 기억이 없었다. 그러니 이성을 잃고 날뛰는 저 괴물이 말하는 그녀가 누군지는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여성 범죄자라 해도 이 동네선 흔하게 있었다.

 

 "제인 로드! 네 놈들이... 어제 잡아 온 죄... 없는 여인...!"

 "빌어먹을! 그 사람이라면 이미 없어! 낮에 중앙으로 이송됐다고!"

 

  원래라면 말해주면 안 될 내용이었다. 하지만 코앞에서 괴물에게 위협받는 입장에선 그걸 가릴 처지가 못 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말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또... 늦었나!"

 

  마크는 분노했다. 다시 잡혀가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움직이느라, 아내가 누명을 쓰고 잡혀가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뒤늦게 그녀를 구하러 왔지만, 그것도 늦어버리고 말았다.

  마크의 분노는 불꽃으로 바뀌었다. 경관을 붙잡은 손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경관의 몸도 점점 빨갛게 달구어져 갔다.

 

 "제길! 전원 사격!"

 

  불타서 숯덩이가 되어가는 동료의 모습을 보자, 결국 경관들이 방아쇠를 당길 수밖에 없었다. 동료에 대한 복수심이라기보단 겁에 질린 모습에 가까운 사격이었다. 다음 장작이 자기가 되지 않기만을 빌며, 적에게 전혀 통하지 않는 납탄을 무작정 때려 붓고 있었다.

  자신에게 총알은 통하지 않았지만, 파리 떼가 꼬이는 것 마냥 성가셨다. 안 그래도 아내를 지키지 못한 분노에 가득 찬 그의 마음에, 더욱더 큰불을 지피게 했다.

 

 "네놈들도... 다 재로 만들어... 주마!"

 

  비유가 아닌 문자 그대로 이글거리며 불타는 눈으로 경관들을 노려봤다. 명령에 따르는 입장을 잘 알고 있을 그였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이성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의 분노라는 감정은 그야말로 업화가 되어버렸다.

  마크의 손만이 아니라 전신이 붉게 달아올랐다. 몸속에 불을 담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의 몸 그 자체가 커다란 불덩이가 되어버릴 기세로 온몸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경관들은 그 광경에 겁에 질리면서도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어느새 그들의 총에선 아무것도 발사되지 않았다. 그나마 제정신이 남아있는 경관이, 탄약이 떨어졌다고 판단하여 재장전하려 했다.

 

 "뭐야? 아직 총알이 남아있잖아?"

 

  아직 다 비워지지 않은 약실을 보는 경관이 당황하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눈앞의 괴물 주변을 감싼 불꽃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어 가자, 그의 남은 이성이 계속해서 뭔가를 소리치고 있었다.

 

 "젠장! 도망쳐! 모두 다 도망쳐!"

 

  누군가가 말해주길 기다렸던 한 마디였던 걸까? 그의 외침 한마디에 위아래 직급 상관없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한마디가 나오기까지 너무 오래 걸려버렸다. 이내 마크의 몸에서 세차게 뿜어져 나오는 불길들이, 도망치는 경관들의 몸을 뒤덮었다.

  타오르는 경찰서 안 사방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맹렬한 기세로 퍼져가는 불길보다 발 빠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세상에 신이시여, 이게 무슨 일입니까..."

 "저건 대체 뭐야..."

 

  밖에서 구경나온 시민과 대치 중이던 경관들이, 완전히 불꽃에 뒤덮인 경찰서의 모습을 보며 아연실색했다. 하지만 이들을 경악하게 만드는 건, 단순히 경찰서가 타오르게 만드는 풍경만이 아니었다.

  저 불꽃이 단순히 누군가 불을 질러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듯, 불꽃은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불꽃 괴물이, 식탐에 빠진 듯 경찰서를 먹이로 삼아 집어삼키고 있는 모습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그 거대한 불꽃 괴물은 식사를 마치고 한 번 포효하더니, 한순간에 사그라져 없어져 버렸다. 그리고 경찰서가 있던 자리는 오직 재와 숯만이 남아 있었다.

  그 광경에 시민들의 표정도 경악에 빠져있었다. 자신들이 이날 목격한 사건이 단순한 화재나 경찰서 습격 사건이 아니었음을 눈치채게 되었다. 그야말로 괴물의 출현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본 광경에 대해 옆 사람과 수군대며, 정체 모를 불안에 빠져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큰일이네..."

 

  구경하는 인파 속에 섞여 있던 라나가 당황하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옆에 있던 베네딕트 역시 라나의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미 때와 비교하면 차이가 너무 큰걸요."

 "직접 보고 나니까, 에디가 말한 세뇌 실패설에 무게가 더 실리는 것 같네."

 

  아마 수도원이 예상한 것 이상으로 너무 강한 결과물이 나온 건지도 몰랐다. 덕분에 통제에 실패하고 탈출하게 만들어 버렸을지도 몰랐다.

  솔직히 마크의 아내가 체포됐단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것도 공작과 주교가 짜놓은 함정일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마치 탈출한 마크가 도움이 필요할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라나쪽이 직접 접촉하게끔 만들려는 전략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오늘 마크가 저지른 짓을 보고서 확신했다. 결코 그런 자작극 따위가 아니었다. 그리고 마크를 과연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통제 못 할 위험은 괜히 끌어안을 필요가 없었다.

 

 "어쩌시려고요? 그자를 추격할까요?"

 "아니. 일단은 지켜보도록 하자. 잘못하다간 우리에게 불똥이 튈지도 모르잖아."

 

  아내가 잡혀갔다고 경찰서를 통째로 불태우는 미친놈이잖아. 굳이 그 말은 꺼내지 않았다.

  솔직히 그의 마음 자체는 이해 못 하는 게 아니었다. 아마 에드먼드가 이 상황에서 그 말을 들으면, 자신과 그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하겠지. 라나는 그 생각이 들자 조금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에게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었다. 나름 자신의 후배이기도 했고, 국가에 의해 배우자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자 하는 행동도 이해 못할게 아니었다.

  하지만 마크와 라나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마크는 지금 너무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그 힘을 제대로 컨트롤하고 있는 것인지도 의심이 들었다. 특히 불꽃이 사라지기 직전에 본 그 광경이, 더욱 그런 생각을 들게 했다.

 

 "그런데 아까 본 불꽃은 꼭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렇지? 마크가 저렇게 변한 건지, 아니면 그가 가진 힘이 정말로 살아 움직이는 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자든 후자이든 이후에 마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한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과연 베네딕트가 마크를 상대하는 게 가능할지도 의문이었다.

  그를 직접 본 게 아니라 아직 정보가 많이 부족하긴 했지만, 그가 보여준 힘의 크기를 생각하면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라나와 베네딕트는 아직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등지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갈색 코트를 입은 덩치 큰 사내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더니 공중전화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는 수화기를 들고 공중전화에 동전을 집어넣었다. 다이얼을 돌리고 기다리자, 수화기 너머에서 걸걸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접니다 보스. 조금 전 햄필드 경찰서가 습격당하는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듣고 있다. 계속 말해."

 "경찰서는 뭔가 에테르 장치 같은 걸로 한방에 잿더미가 돼버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방금 라나 스콧과 베네딕트가 현장을 떠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콜린 선생은 그 자리에 없었고?"

 "네. 같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알았다. 계속 수고해라."

 

  톰의 부하는 보고를 마치고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주변은 한두 번 둘러보더니, 다시 한번 수화기를 들었다.

  그는 동전을 넣지 않고서 다이얼을 돌렸다. 당연히 수화기 너머에선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그는 그렇게 약 1분을 가만히 기다렸다. 그러자 수화기에서 삐 하는 신호음이 한 번 울렸다.

 

 "요원 번호 CA0306. 식별 번호 RG24F014. 사무차관께 직통 보고."

 "확인됐습니다, 제임스 요원. 연결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수화기를 든 채 잠깐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간의 기다림 뒤, 한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에드먼드의 친구이자 외무성의 사무차관인 헨리 멜윈이었다.

 

 "수고 많습니다, 제임스 요원. 보고하세요."

 "조금 전 마크 로드가 햄필드 경찰서를 습격. 현재 해당 서는 전소하고 말았습니다. 직후, 그의 행적은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추가로 라나 스콧이 현장을 목격하고서 조금 전 자리를 떠났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계속해서 기존의 임무를 수행해주시길 바랍니다."

 "명령 받들겠습니다, 전하."

 

  제임스 요원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다시 주변을 살폈다. 경찰서가 습격받아 불타 없어지는 광경을 구경하던 인파들이, 긴급 남은 경관들에 의해 해산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제임스 요원은 공중전화 부스에서 나와, 돌아가는 인파 속에 자신의 몸을 숨겼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1부 완결 안내 2019 / 12 / 16 601 0 -
공지 연재 주기에 대한 안내 2019 / 11 / 5 690 0 -
70 15. 신용(3) 2019 / 12 / 16 325 0 6067   
69 15. 신용(2) 2019 / 12 / 14 261 0 5201   
68 15. 신용(1) 2019 / 12 / 13 274 0 5261   
67 14. 반항(5) 2019 / 12 / 12 283 0 5711   
66 14. 반항(4) 2019 / 12 / 11 287 0 6124   
65 14. 반항(3) 2019 / 12 / 10 278 0 5157   
64 14. 반항(2) 2019 / 12 / 9 285 0 5265   
63 14. 반항(1) 2019 / 12 / 2 328 0 5735   
62 13. 불꽃(6) 2019 / 11 / 30 278 0 5777   
61 13. 불꽃(5) 2019 / 11 / 29 261 0 5315   
60 13. 불꽃(4) 2019 / 11 / 28 270 0 6278   
59 13. 불꽃(3) 2019 / 11 / 27 297 0 5199   
58 13. 불꽃(2) 2019 / 11 / 26 291 0 5746   
57 13. 불꽃(1) 2019 / 11 / 25 302 0 5399   
56 12. 숙녀(5) 2019 / 11 / 23 292 0 6042   
55 12. 숙녀(4) 2019 / 11 / 22 290 0 6401   
54 12. 숙녀(3) 2019 / 11 / 21 272 0 5584   
53 12. 숙녀(2) 2019 / 11 / 20 267 0 5623   
52 12. 숙녀(1) 2019 / 11 / 19 284 0 6217   
51 11. 소등(5) 2019 / 11 / 18 280 0 5988   
50 11. 소등(4) 2019 / 11 / 16 287 0 5282   
49 11. 소등(3) 2019 / 11 / 15 281 0 5171   
48 11. 소등(2) 2019 / 11 / 14 278 0 5911   
47 11. 소등(1) 2019 / 11 / 13 282 0 5202   
46 10. 고백(5) 2019 / 11 / 12 259 0 7064   
45 10. 고백(4) 2019 / 11 / 11 290 0 5974   
44 10. 고백(3) 2019 / 11 / 9 296 0 5383   
43 10. 고백(2) 2019 / 11 / 8 261 0 5319   
42 10. 고백(1) 2019 / 11 / 7 287 0 5498   
41 9. 악몽(5) 2019 / 11 / 6 270 0 6190   
 1  2  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