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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13. 불꽃(3)
작성일 : 19-11-27 13:40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5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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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먼드는 종이 위에 몇 개의 단어들을 나열해나갔다. 그가 생각했을 때, 문서의 암호에서 인공 에테르 사용자와 관련 없는, 다른 내용에서 반복되어 나오던 몇 가지 단어들. 의식과 개혁. 그리고 회복.

  그것이 자세히 무엇을 지칭하는지는 에드먼드도 알 수 없었다. 특히 회복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의미심장했다. 이것은 한가지 만을 지칭하는 것 같지 않았다. 베크햄 공작도 래컴 주교도 서로 다른 의미로 이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굳이 회복이라는 단어를 쓴다는데서, 과거엔 마땅히 그래야 했지만, 지금은 아닌, 무언가를 지칭한다는 것은 유추할 수 있었다. 공작의 경우엔 그의 반란계획과 엮어본다면, 왕권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있다. 지금 브리카 왕국의 왕권은 과거에 비하면 많이 약화한 것이 사실이긴 했다.

  단지 그는 그 수단으로 현 국왕을 몰아내고, 본인이 왕좌에 자리 잡아서 이루려는 것 같았지만.

  에드먼드도 왕실에 충성을 바치긴 해도, 그렇다고 전제 군주 정치로 회귀하는 것에는 반대였다. 진정한 충심은 잘못된 것도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기에 왕권과 의회의 권한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이상적이었다.

  지금은 의회의 힘이 너무 강해져 있고, 그중에서도 에테르 교회의 힘이 너무 강했다. 그리고 에드먼드가 바라는 이상은 교회가 아무런 정치적 권한을 갖지 못하는 것이었다.

 

 "에디. 제법 재미있는 기사가 났어."

 

  언제나처럼 짧은 노크 뒤에 곧바로 방문을 열고서 라나가 나타났다. 그녀의 등장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던져준 신문으로 시선을 옮기자, 그의 얼굴이 금방 흥미로운 표정으로 변했다.

 

 [소니힐 사원 화재 발생! 새벽을 틈탄 방화사건?]

 

  래컴 주교의 본거지인 소니힐 사원에서 발생한 화재에 대한 기사였다. 발생 시각이 오늘 새벽 2시쯤이었으니, 이 사건 덕분에 수많은 신문사의 기자들이 새로운 기사를 쓰느라 밤잠을 설쳤을 것 같았다. 그래도 그 짧은 시간 만에 기사엔 제법 많은 정보가 담겨 있었다.

  우선 화재의 원인을 방화로 보는 시선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수도원 측은 오히려 방화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하고 있었다. 그 부분이 제법 흥미로웠다.

  심지어 기사의 내용은 그 범인을 자유혁명군으로 짚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동기에 대해서도 최근에 일어났던 에테르 제한 정책을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정작 수도원은 화재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기 좋은 방화 의혹을 두고서, 굳이 화재의 책임을 내부로 돌리려 했다. 그것도 자유혁명군에게 누명을 씌울 좋은 기회인데도!

  분명히 이 사건엔 기사가 다루지 못한 무언가가 있을 거라 직감이 들었다.

 

 "이 사건에 대해서 라나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미리 말하자면 우리 쪽에서 한 건 아니야. 하지만 기사에서 방화 가능성을 꼽는 것에 반해, 수도원은 그걸 굳이 부정하려는 게 뭔가 감추려 든다는 느낌이 들어. 그냥 사고로 처리하고 빨리 마무리하길 원하는 것 같아."

 "화재의 원인을 조사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건가? 어쩌면 인공 에테르 사용자와 관련된 내용일지도 모르겠네."

 

  처음엔 무관심하던 베네딕트도 인공 에테르 사용자란 단어가 나오자 관심을 보였다. 열중하던 연습을 멈추고, 슬그머니 테이블로 다가와 기사를 읽어내려갔다.

  기사의 내용을 보면 화재의 진행 방향이 내부에서 외부로 퍼진 거라고 적혀있었다. 이것만 보면 단순한 화재로 볼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이 기사를 쓴 기자는 단순히 불이 번진 게 아니라, 누군가가 안에서부터 밖으로 연속적으로 불을 지르며 나온 것처럼 보고 있었다.

 

 "혹시 인공 에테르 사용자중에서 탈출한 사람이라도 생긴 걸까?"

 "말 나온 김에 거미 같은 녀석들 경우엔 어떻게 명령을 듣게 만든 건가 싶어. 솔직히 나였으면 날 그런 괴물로 만든 사람을 용서할 것 같지가 않거든."

 "거미 녀석은 이성이란 게 남아 있었는지가 의심이 들었어요."

 

  그 괴물 같은 녀석과 가장 접전을 벌였던 베네딕트가,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솔직히 리타의 조사 결과를 듣기 전엔, 그게 원래 사람이었단 사실도 생각지 못했다.

  기이한 몸놀림도 그렇고 연신 괴성만 지르던 모습을 떠올리면 이성이 남아있었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야말로 여러 의미에서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란 단어가 어울렸다.

 

 "베니 말대로 이성을 날려버리고 명령만 듣게 만들었을 수도 있지."

 

  라나는 베네딕트를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으로 이마를 톡톡 두들겼다. 그녀의 동작 의미를 깨달은 베네딕트는, 미간을 찌푸리며 왼쪽 눈 위로 난 흉터를 쓰다듬었다. 아마 방법은 똑같지 않을 수도 있지만, 라나가 한 말의 가능성은 있었다.

  암호문의 내용만 봐도 자발적으로 그런 개조 수술을 받은 사람은 없어 보였다. 대다수가 강제로 인공 에테르 사용자가 되었을 테고, 자의로 충성을 다하는 사람은 얼마 없었을 것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강할 거라 기대되는, 군인들을 일부러 차출하긴 했다. 그래도 아마 외과적 수술이나 고문 등을 통해서 충실한 노예병사로 정신 개조를 했을 거라 여겨졌다.

 

 "그럼 세뇌를 당하기 전에 탈출한 인공 에테르 사용자가 나타난 건지도 모르겠네. 잘하면 우리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도 몰라."

 

  에드먼드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우리라는 단어가 나오자, 라나의 입엔 미소가 지어졌다. 물론 에드먼드가 말한 우리라는 단어가 지칭하는 대상들은, 라나가 생각한 것과 조금 차이가 있었다. 그는 어느 정도 계산을 하고서 그 단어를 입에 올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에드먼드의 말에 동의하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에드먼드의 말에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입을 열었다.

 

 "제법 구미가 당기는 얘기지만 나는 반대야. 어쩌면 그것을 노리고 꾸민 자작극일 가능성도 있잖아?"

 "확실히 그런 방향에선 머리가 잘 돌아가네."

 "일단 그런 것들이 내 전문분야니까."

 

  라나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확실히 라나가 말한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안 그래도 위험한 대상인데 섣부르게 접촉하는 건 경솔한 행위였다. 잘못하면 스스로 폭탄을 끌어안는 꼴이 될 수가 있다.

 

 "그런데 만일 인공 에테르 사용자가 화재의 원인이라면, 불꽃을 일으키는 녀석인 걸까?"

 

  에드먼드는 베네딕트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헨리의 말대로라면 원래 베네딕트의 능력이 불꽃을 일으키는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라나는 그 시선의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이번엔 베니가 그 녀석과 상극일지도 모르겠네. 잘하면 아예 능력을 봉쇄할 수 있을지도 몰라."

 "단순한 불이 아니라 에테르에 의한 것이니 아닐 가능성도 있어."

 

  이번엔 라나의 생각에 에드먼드가 곧바로 반론을 꺼냈다. 만일 라나의 말대로 된다 해도 큰일이었다. 겉으로 볼 땐 그냥 불꽃이 생기지 않는 것이지만, 사실은 불꽃의 방향이 잘못된 곳으로 향했던 것뿐이니까.

  하지만 그 사실을 라나에게 얘기할 순 없었다. 물론 라나가 진실을 알면, 금방 에테르를 쓰지 말라고 못 박아 놓겠지만, 그 정보의 출처를 밝힐 순 없으니 무리였다. 그저 베네딕트가 알아서 조심하길 바랄 뿐이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 사건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하게 맞겠네. 그래도 일단 계속해서 주시할 가치는 있을 것 같아."

 "일단 시간상으로 보면 최근에 군에서 일어난 사망 사건을 조사하면 피험자의 신원에 단서가 나올지도 몰라. 특히 시신이 나오지 않은 건이나 실종이라면 더욱 확실하겠지."

 "네 말대로 그것을 조사할 수단은 있긴 한데, 신원은 알아내서 뭐 하려고?"

 "어딘가에서 탈출한 사람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은 뻔하잖아?"

 

  에드먼드의 대답에 라나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에드먼드 말대로 탈출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군인이 가고 싶어 하는 장소는 한결같았다. 한때 군인이었던 라나도 그것은 잘 알고 있었다.

  누구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그러기 힘든 상황에서도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비록 그 집에 있기 싫어서 군에 지원하고 난 뒤에도, 결국 그 있기 싫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던 경우도 봤었다. 물론 끝끝내 집으로 돌아가기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건 소수였다.

 

 "그나저나 어느새 제법 협조적인 태도가 된 것 같네, 에디. 역시 은근히 적성에 맞는 것 같지?"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난 가능한 한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뿐이야."

 

  에드먼드의 퉁명스러운 대답에도 라나는 킥킥대며 웃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라나는 에드먼드가 진심으로 동료가 되어주길 바라는 것 같았다.

  저번 이스트필드 수도원장 회유 작전을 통해서, 에드먼드가 가진 재력의 일부도 엿봤으니 더욱 그런 맘이 드는 게 당연했다. 대충 들어보니 그때 퍼부은 자금이, 라나가 카라바스 후작을 통해 받은 자금의 총량이 우습게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에드먼드는 그때 사용한 자금을 나중에 회수할 생각이긴 했다. 그러니 그냥 길바닥에 버린 돈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작전이 성공하면서 당시에 사들였던 공장부지의 가치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숨어 지내는 상황에서도, 쓸 수 있는 자금의 수준이 남다르단 사실 하나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조금 불쌍하네."

 "뭐가 불쌍해?"

 "거미의 경우를 생각하면, 그 탈주자가 아무 문제 없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거든."

 

  라나의 말에 에드먼드는 리타가 했던 얘기를 떠올렸다.

  그녀가 분석한 대로라면, 인공 에테르 사용자는 외형의 변화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아마 이 탈주자로 예상되는 자도 평범한 인간과는 거리가 먼 모습일 거라 예상됐다.

  그런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간들 과연 가족이 그를 맞이할 수 있을까? 그 현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가 있을까? 아마 그가 본인들이 알던 사람이란 사실부터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많은 사람이 가족의 사랑이란 것에 환상을 품고 있지만, 생각지도 못한 것에 쉽게 깨어지기도 한다. 그것은 절대적이고 신비한 힘 같은 게 아니다. 그리고 상상하기도 힘든 비현실적인 현실 앞에서 그것이 어떨지는 쉽게 짐작되지 않았다.

 

 "물론 불쌍하다 해도, 만일 우리에게 위협이 된다면 가만히 놔둘 순 없겠지. 가능하면 불똥이 자기를 그렇게 만든 쪽으로만 향하면 좋겠네."

 "그렇게 생각하면 아예 관심을 끄고 있는 게 최선이겠지만, 그건 당신이 알아서 할 일이겠지."

 

  에드먼드는 신문의 다른 기사들을 읽어가며 말했다. 신문을 읽어가다 보면 세상은 참 평온하게 돌아간다 싶어졌다. 라나 입장에선 낭보였던 소니힐 사원의 화재 말고는, 딱히 이렇다 할 비보는 없었다.

  정작 에드먼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리고 그가 알아가고 있는 새로운 사실들을 생각하면, 반대로 나라 꼴이 잘 돌아간다 싶었다. 하지만 정작 신문과 라디오 뉴스가 비춰주는 세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왠지 오늘따라 에드먼드는 그 사실에 기분이 씁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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