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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죽음이 살고 있다.
작가 : 꽃잎그늘
작품등록일 : 2019.10.30

어느날 벌어진 살인 사건.
그 살인의 과정에는 평범하지 않은 존재가 끼어 있다.

형사 여운은 평범해 보이는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의문의 존재와 접촉하여 은밀한 거래를 하게 되는데...

 
12화. 다시 찾아온 죽음
작성일 : 19-11-25 11:35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4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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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화. 다시 찾아온 죽음

 

 정신이 아찔했다. 또 한 번 머리가 핑 도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마저 쓰러져버리면 모든 게 끝이나 다름없었다.

 가까스로 정신을 다잡은 영후는, 다시 한 번 달려들고 있는 의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퍽!

 

 의찬의 손에 쥔 벽돌이 영후의 머리에 내리꽂히기 직전이었다.

 재빨리 내지른 영후의 발차기가 그의 가슴팍을 밀쳐냈다.

 손에 들고 있던 벽돌을 놓치고 바닥에 우당탕 미끄러진 의찬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영후를 바라보았다.

 분명 제대로 때렸는데, 꼼짝도 않는 형사의 모습을 보고, 놀란 것 같았다.

 의찬은 빠르게 꼬리를 내렸다.

 아무리 발버둥 치고 덤벼봤자, 정면으로 싸워서는 이길 수 없는 상대 같았다.

 

 저벅저벅-

 

 섬뜩한 소리에 고개를 든 의찬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영후의 모습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얼굴에 온통 피를 뒤집어 쓴 채 다가오는 그의 모습은 마치 악마 같았기 때문이다.

 황급히 몸을 일으킨 의찬은 꼴사납게 버둥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영후는 우뚝 멈춰 서서 겁에 질려 있는 그의 모습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겁에 질려 있던 의찬이 재빨리 그에게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서둘러 그를 향해 팔을 뻗던 영후는, 더 이상 쫓기 못하고 멈칫했다.

 머릿속에 저릿한 느낌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대로 몇 발자국만 더 달리면, 균형을 잡지 못하고 쓰러질 것 같았다.

 게다가 그에게 더 급한 상황이 남아있었다.

 고개를 돌려 건태가 누워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검붉은 피가 그가 누운 땅바닥 위의 구정물과 흥건하게 뒤섞여 있었다.

 영후는 비틀거리는 몸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건태를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건태의 입에서는 질퍽한 핏물이 튀어나오고 흘러내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의 옆에 선 영후는 황망히 주변을 살펴보았다.

 음침하고 복잡하게 둘러싸인 골목, 서늘하게 허공을 맴도는 바람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 경우는 겪어본 적도 없고,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언제나 몸으로 부딪치는 것은 영후의 몫이었고, 그나마도 가해자 입장이었다.

 자신이 있는 한, 주변에 있는 사람이 이토록 위태로운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구급 처치 시간에 들었던 교육 내용들을 더듬어 보았다. 생각나지 않았다.

 교육도 잘 듣지 않았을 뿐더러, 거대한 불안감이 그의 마음을 휩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태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영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의…….”

 “뭐라고?”

 

 영후가 급히 다가가서 그의 얼굴에 귀를 가져갔다.

 건태는 붉은 피를 쿨럭 토해낸 뒤, 힘들게 입을 뗐다.

 

 “한의찬은…… 어디…….”

 “도망갔어, 새끼야. 그게 중요해?”

 “빨리 쫓아가…….”

 “뭘 쫓아가! 씨발 좀 닥쳐!”

 

 영후는 바들바들 떨며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건태에게 덮어주었다. 그 때,

 

 칙-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렸다. 영후는 동물적으로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건태의 허리춤에 채워져 있는 무전기였다.

 재빨리 무전기를 낚아챈 영후가 수신버튼을 누르자, 반장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새끼들아! 왜 무전을 안 받아?! 어디야!]

 

 곧바로 송신 버튼을 누른 영후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꾸 했다.

 

 “여기 빨리 구급차 보내줘요.”

 [구급차는 갑자기 왜? 너 또 트럭에 치였냐?]

 “아, 씨발! 그럼 내가 어떻게 대답을 해요?! 김형사 칼 맞았어요.”

 [뭐? 한의찬이는!]

 “지금 그게 중요해요?! 김건태 칼 맞았다고!”

 [무슨 소리야? 거기 어딘데?]

 “그게 중요하냐고, 씨발! 사람이 죽어간다니까!”

 [그러니까 거기가 어디냐고!]

 

 반장도 당황한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재차 무전을 보냈다.

 

 [거기가 어딘지 알아야 구급차를 보낼 거 아냐?]

 “여, 여기가 어디냐면요…….”

 

 번쩍 정신이 든 영후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으슥한 골목, 구정물과 핏물이 질척거리는 바닥, 낡은 담장과 흐릿한 가로등 불빛.

 허공에 안개처럼 깔린 어둠 외엔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어디냐면…….”

 

 갑자기 머리통이 텅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고, 어떤 단어도 떠오르지 않았다.

 무전기 너머, 어서 위치를 알려달라는 반장의 재촉 소리가 공중으로 어지럽게 흩어졌다.

 불현 듯, 가슴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마치 수십, 수백 개의 바늘이 일제히 심장을 찔러대는 것 같았다.

 영후는 가슴을 움켜쥐고,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신음 소리를 삼켰다.

 이마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려 코허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시야가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벽돌에 맞은 머리가 아직도 제 기능을 못 하는 것 같았다.

 땅에 손을 짚고 겨우 몸을 지탱하던 영후는, 으슥한 골목길 모퉁이로 거뭇한 무언가가 어른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서늘한 바람에 흩날리는 검은 옷과 하얀 얼굴.

 그것은, 며칠 전에 만난 의사였다.

 영후가 트럭에 치여 죽음의 문턱에 머물렀던 그 날, 기괴하고 음산한 병실에서 만났던 그 의사.

 검은 가운을 입고 있는 의사가, 영후를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순간, 격렬한 현기증이 영후의 팔 다리를 휘감았다.

 

 “다, 당신은…….”

 

 입 밖으로 겨우 목소리를 꺼낸 영후는, 그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바닥에 떨어뜨린 무전기에서 반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영후의 귓전을 때렸다.

 

 [야, 이영후! 너 임마! 대답 안 해? 지금 어디냐고!]

 

 

 

 드르르르륵!

 

 요란한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누군가가 수레를 끌고 빠르게 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

 

 드르르르르륵!!!

 

 소리는 점점 크고 빨라졌다.

 마치 누군가가 무거운 짐을 잔뜩 싣고 영후를 향해 달려오는 것 같았다.

 

 헉!

 

 눈을 번쩍 뜬 영후는 그 수레를 끌고 있는 누군가가 의사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의사가 끌고 있는 수레가 스트레처카(이동식 침구)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 수레에 실려 있는 무거운 짐이, 건태의 몸이라는 것도 더불어 알게 됐다.

 영후는 머리에 붕대를 한 채 옮겨지고 있었다.

 흐린 시야가 뚜렷해질 때까지 잠자코 누워있던 영후는, 문득 자신이 왜 침대에 누워 있는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분명 칼에 찔린 것은 건태였고, 자신은 반장에게 구급차를 요청했었다.

 그렇다면 지금 침대 위에는 건태가 있어야 맞다.

 

 “으…….”

 

 머리를 움켜쥐고 일어나던 영후는, 급히 자신의 어깨를 잡고 다시 눕히려 하는 반장의 얼굴을 발견했다.

 그의 안색은 오래 빨지 않은 셔츠처럼 누렇게 떠있었다.

 찌릿 퍼져오는 두통을 느끼며 다시 침대에 누운 영후는 반장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반장님…….”

 “누워 있어 임마.”

 “건태는……?”

 “수술실 갔어.”

 “수술실…….”

 

 영후는 중얼거리며 빠르게 스쳐가는 병원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도화지처럼 하얀 천장 위로, 건태의 모습이 그려졌다. 입에서 붉은 피를 화산처럼 토해내며 헐떡이던 그는, 그런 끔찍한 상황에서조차 한의찬의 도주를 걱정했었다.

 영후는 이마에 손등을 올린 채 반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한의찬은…… 어떻게 됐어요?”

 “…….”

 

 입을 꾹 다문 채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는 반장의 모습 속에 이미 모든 대답이 다 담겨있었다.

 머리가 깨지고 피를 쏟아내면서까지 쫓았던 놈인데…….

 아쉬운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영후를 보며 반장이 찝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나마 너네들도 겨우 발견한 거야. 무전 끊어져서 얼마나 헤맸는지 알아?”

 “김건태 상태는 어떻대요?”

 “…….”

 

 이번에도 침묵이었다. 역시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영후는 계속해서 반장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의 침묵이 던지고 있는 대답을 인정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뭐예요? 괜찮은 거예요?”

 “…….”

 

 반장은 여전히 불길한 침묵을 계속 했다.

 영후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반장의 눈을 쳐다보았다.

 

 “이 사람이 다친 사람 눈앞에 두고 장난질이네? 대답 안 해줄 거예요?”

 “일단은…….”

 

 반장이 힘겹게 입을 떼는 사이, 영후를 실은 스트레처카가 병실에 들어왔다.

 의료진이 그의 상태를 체크하는 동안 반장이 무겁게 말을 이었다.

 

 “네 몸부터 좀 안정 시켜라. 며칠 사이에 몇 번을 다치는 거냐?”

 

 걱정 같지 않은 걱정만 남겨두고, 반장이 몸을 피하듯 자리를 떠나려 했다.

 영후는 재빨리 손을 뻗어 반장의 손목을 잡아챘다.

 그 바람에 영후의 팔에 꽂혀있던 링거와 주사기다 모조리 뽑혀나갔다.

 

 “환자분!”

 

 당황한 의사와 간호사들이 영후의 몸을 급히 붙잡았다.

 바늘이 떨어져나간 영후의 팔뚝에서 시냇물처럼 피가 흘러나왔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는 궁지에 몰린 사자처럼 반장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조용히 물었다.

 

 “왜 대답 안 해줘요? 김건태 상태가 어떠냐고 물어봤잖아요.”

 

 반장은 한숨을 내쉬며 영후를 향해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지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꼭 대답을 해야 알아 들을 수 있는 거냐?”

 “…….”

 “아까 내가 말했잖냐. 니들 쓰러져 있는 거, 한참 헤매다 발견했다고…… 그거면 충분한 대답이 된 거 아니냐?”

 

 물론 다 알아들었다.

 건태의 상태가 어떤 지도 충분히 짐작이 갔다. 하지만 믿고 싶지 않았다.

 믿을 수도 없었다.

 이를 악물고 있는 영후의 표정에서 살벌한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

 반장은 그런 그의 얼굴을 계속 바라보고 있는 것이 괴로웠다.

 다시 몸을 돌려 병실 입구를 향해 걸어가던 반장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는 그나마 몸도 튼튼하고, 치명상을 안 입어서 이 정도야. 김건태는…… 조금 힘들 거 같댄다. 의사 말로는.”

 

 입구에 서서 멈춰 있던 반장은 조용히 고개를 돌려 사나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영후를 바라보았다.

 그는 금방이라도 병실을 박차고 나올 것 같았다.

 그런 그를 자제시키기 위해 무슨 말이든 해야 할 것 같았다.

 

 “얌전히 있어라. 네가 병원 안에서 길길이 날 뛰면 더 좋아질 건 없으니까.”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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