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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스트랄 휴먼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사회부적응자들의 세상, 아스트랄 휴먼

 
스물-2
작성일 : 19-11-21 08:44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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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 그 어떤 사람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사람들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그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천장의 스피커 소리와 환풍구 소리 그리고 기분 나쁘게 돌아가는 냉장고의 모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내 주변으로는 검정색의 암막 커튼이 쳐져있었고, 그 커튼을 걷자 방음벽이 보였다.

  엄마의 발걸음 소리와 숨소리를 듣기 위함이었는데 이젠 그 모든 소리가 차단됐다. 나는 그 기분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건 나를 저 깊은 해저 동굴 안으로 밀어 넣었고 나를 저 푸른 육지와 차단시켰다.

  해저 동굴을 헤엄치지 못했다. 흉측한 모습을 한 사이렌이 내 두 발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사이렌의 두 눈은 아주 붉었고 검정색의 눈동자가 아주 컸다. 사람보다는 외계인의 형체와 더 가까웠다. 그리고 사이렌의 지느러미에서는 하수구에 빠진 오래된 걸레 냄새가 났고 사이렌의 손톱은 바늘처럼 아주 뾰족했고 움직일 때마다 뾰족한 손톱이 내 살을 파고들었다. 그래서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저 바다 위의 또 다른 사이렌은 흉측한 모습으로 배에 탄 선원의 공포감을 선물했다. 그건 아름다운 노래 대신이었다. 한 선원은 공포감에 괴로워하다 바다 위를 뛰어들었고 마침내 해저 동굴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 남자의 표정은 아주 평온해보였다. 마치 바다 속이 천국인 거처럼 아주 행복해보였다.

  “뭐 찾는 거 있어?”

  그 남자가 내게 물었다.

  “제이미가 도와주라더라. 찾는 거 없어?”

  도넌이었다.

  “아니요. 없어요. 그냥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 그럼 난 일하러 가볼게. 천천히 골라.”

  도넌이 웃으며 말했다.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걸까 궁금했다. 하지만 도넌의 과거를 읽지 않았다. 별로 그럴 필요 없다는 게 느껴졌다. 도넌에게는 미안하지만 내 인생에서 도넌의 과거와 미래는 중요하지 않다.

  “애플파이…… 펌킨파이.”

  뭘 먹어야 될지 고민 됐다. 잭이 좋아하는 애플파이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펌킨파이.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가 좋아할 피칸 파이. 고심 끝에 고른 건 애플파이였다. 나보다 누군가보다 내 머릿속에는 잭이 지배하는 생각이 더 컸다.

 

  집에 오자마자 TV를 켰다. 아주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TV를 제지하지 않았다. 나는 그 소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드렸고 내 귀속을 괴롭히도록 놔뒀다.

  오븐이 경쾌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달콤한 애플파이를 토해냈다. 나는 그 오븐이 토해낸 애플파이를 꺼내 내 방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타고 점점 더 높이 올라갈수록 TV 소리는 더 작게 들렸고 방 안으로 들어왔을 때 모든 소리를 차단할 수 있었다.

  그건 내 착각이었다. 모든 소리들이 차단되기 무섭게 기분 나쁜 시계 침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는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나는 책상 위에 애플파이를 올려놓고 시계를 찾기 시작했다. 내 방은 폭풍이 몰아친 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시계는 없었다. 그리고 기분 나쁜 소리를 내는 물건 또한 없었다. 내 귀를 괴롭히던 그 소리는 불안한 나의 기분 나쁜 감각이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귀를 여러 번 후벼 파냈다. 그러자 나를 괴롭히던 기분 나쁜 소리들이 사라졌다. 소리들이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아주 고요했고 아주 따뜻했다. 나는 침대 위에 누웠다. 마침내 마음을 놓을 수가 있었다.

  애플파이가 식어갔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적당히 맛있는 온도를 뿜어내던 애플파이는 내게 자신을 먹어달라며 소리쳤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애플파이 한 조각을 베어 먹었다. 사과의 달콤한 향과 계피의 씁쓸한 향이 내 입 안 가득 퍼졌다. 마음에 들었다. 입 안에서 사과가 터지자 행복함이 함께 터져버렸다.

  책상 위에 있던 핸드폰이 뱃고동 소리처럼 울렸다. 다시 또 귀가 아팠다. 나를 괴롭히지 않았지만 그 소리는 내 기분을 좋지 않게 만들었다. 나는 핸드폰을 확인 하지 않고 신경질 적으로 던졌다. 던져진 핸드폰은 러그 위에서 울음을 끝냈다. 나는 내게 전화를 한 대상이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그래서 애플파이를 다 먹기 전까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뉴트론이었다.

  애플파이를 다 먹고 내게 전화를 한 사람을 확인했다. 그 사람은 뉴트론이었다. 나는 뉴트론의 전화에 뉴트론이 왜 내게 전화를 걸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바바라나 트리스라면 궁금해 하지도 않을 거였는데 뉴트론의 전화는 나를 호기심 가득한 다섯 살짜리 꼬마로 만들어버렸다.

  중요한 일이 생겼다는 듯 핸드폰은 다시 또 울렸다.

  “어 이제 받네.”

  뉴트론이 말했다.

  뉴트론의 음성에는 늦게 전화를 받은 내가 마음에 들지 않다는 게 섞여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뉴트론의 음성을 무시했다.

  “응. 애플파이를 먹고 있었어.”

  내가 대답했다.

  “내일 모임 시간 바뀌었어. 네가 연락이 안 된다고 센티네오가 연락 되면 전해달래. 무슨 일 있었어?”

  뉴트론이 말했다.

  “별로. 아무 일도 없었어.”

  “그래? 그럼 내일 봐. 내일 모임은 열두시에 405호에서 해. 다행이게도 내일 헬시는 오지 않는다네.”

  “응. 그럼 내일 모임에서 봐.”

  내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누군가와의 대화는 오늘 잭과의 상담 그리고 트리스만 해도 충분하다. 다른 누군가와의 불필요한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가장 반가운 엄마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불 위의 접시를 뒤로한 채 단걸음에 1층으로 내려갔다. 오늘 하루 힘이 들었는지 엄마는 나를 보며 거짓된 미소를 보였다. 사실 엄마의 얼굴에 비치는 건 미소는 아니었다. 그냥 엄마의 평상시 표정이었다. 엄마가 거실에 들어서자 시끄러운 TV 소리 때문에 미간을 심하게 구겼다. 나는 구겨진 엄마의 미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리미로 펴버리고 싶다는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 나는 그런 생각 때문에 웃음을 터트렸고 엄마는 그런 나의 웃음 때문에 더욱 더 깊게 미간을 구겼다. 곧 있으면 협곡이 생길 거 같다.

  “애플파이는 다 먹었니?”

  엄마가 물었다.

  나는 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의 미간을 괴롭히던 주름은 펴져있었다.

  “먹을 걸 좀 가져왔어. 배고프면 이거 먹자.”

  엄마는 노란색의 봉지를 흔들어보였다. 봉지에는 빅 스토어 마켓이라고 적혀있었다. 나는 저 봉지를 투시할 수 없었지만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도넌은 엄마에게 잘 보이기 위해 유통기한 다 돼가는 음식들을 챙겨줬다. 고맙지 않았다. 거지가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우리는 돈이 없고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인생이었다. 엄마는 그걸 너무 잘 알고 있음에도 인정하지 않았다. 나는 그게 너무 싫었다.

  노란 봉지를 들고 흔드는 엄마에게 웃음을 보였다. 나도 엄마처럼 미소대신 평상시의 표정을 보였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엄마는 봉투에서 피자 한 판을 꺼냈다. 포테이토 피자였다. 포테이토 피자는 오븐에 이상한 냄새를 내뿜었다. 나는 그 냄새가 좋았고 그 피자가 좋았다. 엄마는 내게 가장 큰 조각을 덜어주었다. 엄마는 나보다 훨씬 작은 조각의 피자를 먹었다. 엄마의 입속에서 피자는 엄마의 타액과 섞였고 나는 그 모습을 보자 더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엄마의 입속을 응시했다. 엄마는 내 시선이 불편한지 입속에 섞여있던 피자를 꿀꺽 삼켰다. “왜 그러니?” 엄마의 물음에 나는 좌우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정말 아무것도 아닐까 생각해봤다. 내 말처럼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포테이토 피자를 먹기 시작했다. 포테이토 피자는 애플파이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약간 설익었다. 그거만 빼면 완벽하다.

  “엄마.”

  내 말에 엄마는 나를 저 흐리고 큰 눈으로 쳐다봤다.

  “도넌은 우리한테 왜 이렇게 많이 주는 거예요.”

  내가 물었다.

  내 말에 엄마는 “유통기한 다 돼가는 걸 버릴 수는 없잖아. 우리 말고도 로사에게도 줘.”라며 내가 원하지 않는 답변을 내려놓았다. 나는 그런 엄마의 답변에 미간을 구겼다. “우리 사정이 딱해서 주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말했다. 아주 퉁명스럽다. 그런 나의 퉁명스러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은 엄마는 살짝 미간을 구겼다.

  “먹기 싫은 거야? 다른 곳 가도 도넌처럼 우리를 챙겨주지 않아.”

  “도넌은 엄마랑 자고 싶어서……”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엄마는 내 뺨을 쳤다. 엄마의 손바닥과 내 뺨의 마찰음이 아주 컸다. 반경 30미터 앞에서 핵전쟁이 일어난 듯 내 바로 앞에서 지뢰가 터지는 거 보다 더 큰 소리였다. 나는 엄마한테 맞았다는 거보단 소리가 더 싫었다. 내 뺨은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귀만 약간 먹먹했다.

  “괜찮니……? 내가 때리려고 한 게 아니고…….”

  엄마는 자신의 행동에 후회를 한 듯 손을 벌벌 떨고 있었다.

  “네. 괜찮아요. 별로 안 아파요.”

  내가 말했다.

  정말 괜찮았고 정말 아프지도 않았다. 엄마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나는 정말 괜찮았다.

  “계속 말해도 돼요?”

  내가 말했다.

  내 말에 엄마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니.” 그게 엄마의 대답이었다. 엄마는 접시 위의 피자를 놔두고 거실을 빠져나갔다. 내 시선은 거실을 빠져나가는 엄마에게서 피자로 옮겼다. 조금 더 익혀야 되나…… 감각이 매우 무딘 나의 생각이었다.

 

 

  “엄마한테 뺨을 맞았는데 별로 아프지는 않았어. 그때 나는 그냥 피자를 먹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지. 엄마는 나와 다르게 나를 걱정하고 있더라. 내 뺨을 때린 건 본인이면서 정말 우스웠어. 해리 슈와일더와 같이 스탠드 업 코미디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야.”

  내 말에 센티네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센티네오의 꿈틀거리는 눈썹이 매우 흥미로웠다. 애벌레 같았다. 그리고 그 눈썹이 어떠한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낼까 매우 궁금했다.

  “네 생각에는 도넌이 어떤 사람 같은데?”

  뉴트론이 말했다.

  내가 기다렸던 센티네오의 질문이 아니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나는 뉴트론의 질문에 걸 맞는 대답이 하고 싶어졌다.

  “배 나오고 멍청하고 숫자 계산 하나는 못 할 거 같은 바보 같은 갈색 눈동자의 나이 많은 남자.”

  내가 말했다.

  “그리고 엄마랑 한 번 자보려는 더러운 남자.”

  나는 재미없는 내 말을 꾸며줬다.

  “해리 슈와일더.”

  센티네오가 나를 불렀다.

  “그만하는 게 좋겠어.”

  센티네오는 나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다는 듯 나를 멈추게 했다. 그 순간 나의 맥박까지 멈추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숨이 막혔고 의자에 떨어졌고 주저앉았다.

  나를 본 센티네오와 뉴트론은 내게 달려왔고 다른 사람들은 의자에 앉아 나를 보고 있었다. 마치 연극을 하는 배우가 된 기분이었다. 그 사람들은 관객이었고 나의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관객들이 매우 싫었다. 그 관객들의 숨통을 끊어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나와 같이 고통에 몸부림치기를.

  하지만 내 지독한 상상은 상상에 그쳤다. 더 이상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아무 일도 없었어요.”

  내가 말했다.

  “특별히 재미있는 것도? 친구들이랑 놀았거나……”

  “친구가 없어요.”

  내가 말했다.

  내 말에 센티네오는 당황한 듯 나를 쳐다보며 머쓱하게 웃었다.

  “음…… 뉴트론도 친구고 헬시도 친구고 바바라도 친구잖니.”

  센티네오가 말했다.

  나는 센티네오의 말을 곰곰이 되뇌었다. 뉴트론과 바바라는 친구가 맞는데 헬시는 과연 내 친구가 맞을까? 나는 뉴트론과 헬시를 번갈아보며 쳐다봤다. 자신만만해 하는 뉴트론과 다르게 헬시는 거짓된 웃음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차라리 엄마에게 뺨을 맞은 얘기를 해버릴걸. 헬시의 저 가식적인 미소를 보고 있기 고통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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