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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정체불명연애
작가 : 옛날통닭
작품등록일 : 2019.9.23

수녀원에서 행복하게 지냈던 서우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쌍둥이 동생 때문에 복잡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언니 미안한데 나대신 내 행세좀 해줄래?" 외모는 똑같으나 성격은 180도 다른 쌍둥이 자매의 꼬이고 꼬이는 위장 연애담.

 
28.돌아갈 준비
작성일 : 19-11-19 06:25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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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야. 수습하려면 어느 정도의 연습은 필요하지 않겠어?”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가벼운 서란의 말투에 서우의 마음도 덩달아 가벼워졌다. 서란과 바꿔치기한 지도 어느덧 3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서우는 생각보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에 깜짝 놀랐다.

 

 

 

 

 “그렇지. 아무래도 회사 미팅은 내가 많이 나갔으니까 좀 더 익숙해져야겠지?”

 

 

 

 

 서우는 서란의 의견에 동의하며 말을 이어갔다. 어느새 이 이벤트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 내 맘속에서 느껴지는 이 감정은 무엇일까.. 아쉬움? 해방감? 서우는 자기도 모를 정체 모를 감정을 곱씹는 중이었다.

 

 

 

 

 “시험 삼아서 하루 정도는 그쪽 가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마침 오늘 회사 미팅 있댔지?”

 

 

 

 

 “어 그렇긴 한데.. 바로 회사에 출근해도 되겠어?”

 

 

 

 

 “아 뭐.. 대표님만 없다면.. 언니가 아닌 걸 대표님이 한눈에 알아볼까?”

 

 

 

 

 “글쎄…”

 

 

 

 

 지난번 동혁 씨와의 만남 이후로 민우와의 사이는 어느 정도 멀어진 채 방치되어 있었다. 잦았었던 민우의 연락도 어느샌가 뜸해져있었다.

 

 

 

 

 “아무래도 연말 세일 시간이 다가오니까 바빠서 정신없을 거야. 그리고 이번엔 대표님이 직접 참여할 미팅도 아니고..”

 

 

 

 

 서우는 복잡한 생각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민우를 생각하면 언젠가 사실대로 말해야 될 생각에 정신이 아찔했다. 일단하루하루 눈앞에 닥친 일들만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다.

 

 

 

 

 “ …언니 그런데 생각보다 미팅이나 이런 업무에 적응을 잘하네. 생각보다 적성에 맞을지도?!”

 

 

 

 

 “응?”

 

 

 

 

 “아니, 처음엔 계속 어리바리 하더니 이젠 제법 척척 진행을 잘해놓길래.. 혹시… 같이 일할 수도 있잖아”

 

 

 

 

 

 서란에게 조금의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 이것저것 해왔던 일이 이제서야 조금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티를 내진 않았지만 서우는 남는 시간 내내 쇼핑몰 운영과 마케팅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

 

 

 

 

 

 “오. 언니 정말 생각이 있는 거야? 예전엔 그렇게 물어봐도 아무 대답 없더니”

 

 

 

 

 

 “아니.. 일단 말이 그런 거지. 그래도 생각해볼게"

 

 

 

 

 

 현재에 집중하라는 원장 수녀님의 말이 떠오른 서우였다. 서우는 남아 있는 시간 동안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하기로 결정했다.

 

 

 

 

 

 “아무튼 오늘 올 거지?”

 

 

 

 

 

 “응. 일단 오피스텔에 챙겨 놓을 것도 있고.. 나 지금 출발할 테니 언니도 슬 출발해”

 

 

 

 

 

 “알았어”

 

 

 

 

 

 전화를 끊은 서우는 거울 앞에 서서 조금은 낯선 자신의 옷차림을 가다듬었다. 지금 서우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서란이 동혁에게 전달해준 옷가지를 입고 있었다. 단정한 서우와는 다르게 서란의 옷은 대부분이 몸에 딱 달라붙고 눈에 띄는 색을 가지고 있었다. 그나마 조신한 편이라며 가져다준 찢어진 청바지와 몸에 딱 붙는 캐주얼한 핑크 티, 짧은 베이지색 퍼 재킷이 평소의 서우와는 다른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비교적 옅은 화장만이 서우임을 나타내 주고 있었다.

 

 

 

 

 

 ‘액세서리까지 똑같이 꼭 해야 되나’

 

 

 

 

 

 서우는 서란이 애지중지하는 굵은 링 귀걸이와 두껍고 복잡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 반지도 여러 개 끼고 있었다. 이 액세서리가 없으면 자기의 아이덴티티가 살지 않는다며 서우에게 꼭 같이 입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었다. 여러 스타일이 믹스된 서란의 패션은 확실히 쇼핑몰을 열만큼 특이해 보이긴 했다.

 

 

 

 

 

 

 ‘아 어색하다.’

 

 

 

 

 

 새로운 옷은 서란의 행세를 처음 시작하게 된 날 만큼이나 어색했다. 집에서 나와 지하철을 기다리던 서우는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힐끔거리는 것을 느끼자 점점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창피한데…’

 

 

 

 

 

 처음 서란이 서우에게 하루 바꿔치기를 제안했을 때, 서우는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며 반대했었다. 서우가 대신했던 일에 적응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었지만 굳이 서우가 서란 행세를 해야 되는지는 의문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란은 지금 같은 일이 언제든지 또 있을 수 있다면서 한 번만 자신 흉내를 내줄 수 없냐고 특유의 측은한 목소리로 부탁을 해왔다. 서우는 언제나 서란의 부탁에 약해졌다. 그래서 지금 이런 일을 벌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서우의 마음과는 다르게 서란의 옷은 서우에게 너무 잘 어울렸다. 언뜻 보면 구분 안 가는 쌍둥이인 만큼 둘은 체형도 비슷했다. 서란이 골라줬던 옷들은 그동안 서란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 연구하고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아이템들이었기 때문이다. 딱 붙은 옷은 자연스럽게 긴 팔다리와 가는 허리를 강조해 주었고 볼드 한 액세서리들은 수수한 서우의 분위기에 화려함을 더해주었다.

 

 

 

 

 

 도착역에 내린 서우는 수많은 사람의 시선을 뒤로 한채 걸음을 서둘렀다. 오늘따라 지하철에는 사람이 많았다. 오랜만에 타보는 지하철에 긴장한 서우는 이동시간이 훨씬 더 길게 느껴졌다.

 

 

 

 

 

 드디어 도착한 지하철 출구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서 서우는 버스를 기다리며 초조하게 발을 굴렀다. 서란의 옥탑방은 지하철에서도 버스로 몇 정거장은 더 가야 했다. 그 사이에 자꾸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되어 서우는 이 자리를 어서 벗어나고 싶었다.

 

 

 

 

 

 “빵”

 

 

 

 

 

 어디선가 들려온 차의 경적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아졌다. 그곳에는 도로 한편에 차를 댄 채 환하게 웃고 있는 동혁의 얼굴이 보였다.

 

 

 

 

 

 “동혁 씨!!”

 

 

 

 

 

 아는 사람의 얼굴이라는 반가움에 서우가 큰소리로 인사를 했다. 어느새 초조함은 반가움으로 변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지금 혹시 서란 씨네 집 가는 거예요? 저도 집 가는 길인데 태워주려고요"

 

 

 

 

 

 동혁이 큰소리로 물어보았다. 서우는 일단 재빠르게 동혁의 차에 올라탔다.

 

 

 

 

 

 “그러주시면 감사하죠. 죄송해요. 지금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정신이 없어서 일단 빠르게 타버렸어요”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서우의 말에 동혁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출발했다.

 

 

 

 

 

 “그렇게 입고 있으니 시선을 안 끌 수가 없겠는데요. 서란씨도 물론 상당히 화려하긴 한데.. 서우 씨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 있네요. 먼가 약간 더 아슬아슬한 느낌이랄까??”

 

 

 

 

 

 서우는 길거리에서도 단박에 자신을 알아보는 동혁이 정말 신기했다. 이렇게 서란처럼 꾸몄는데도 바로 알아보다니.

 

 

 

 

 

 “그런데 저 오늘 서란이처럼 입은 건데 혹시 전혀 안 똑같나요?”

 

 

 

 

 

 “아뇨. 정말 똑같아요. 잘 구별 못하는 사람이 보면 바로 속겠는데요.”

 

 

 

 

 

 서우는 속인다는 말에 뜨끔했다. 아직 자신과 서란의 거짓말을 이쪽 사람들은 모르는 눈치였다.

 

 

 

 

 

 “뭐 저야 원래 이런 쪽 간파를 잘해서.. 신경 쓰지 마세요. 그나저나 너무 잘 어울려서 눈을 못 떼겠네요. 오늘 더 친해져야겠어요”

 

 

 

 

 

 서우는 주위를 너무 신경 쓰느라 의미심장한 동혁의 말을 주의 깊게 듣지 못했다. 그저 연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

 

 .

 

 .

 

 .

 

 

 어느덧 차는 서란의 집에 도착했다. 익숙한 모습의 건물에 안심한 것도 잠시, 서우는 내리기 전 동혁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기로 했다.

 

 

 

 

 “저.. 사실 오늘 부탁이 한 가지 있어요”

 

 

 

 

 “음 먼데요?”

 

 

 

 

 “서란이와 오늘 하루 역할을 바꿔보기로 했거든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그래서 이렇게..”

 

 

 

 

 서우의 말을 들은 동혁은 그제서야 납득이 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서 말인데 절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 해서…”

 

 

 

 

 “어떻게요?”

 

 

 

 

 “음.. 일단 서란인 척 행세를 하려고 하는데.. 혹시 지수 씨에게 약간 실험해봐도 될까요?”

 

 

 

 

 실험은 누구에게라도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동혁과 마주쳐버린 지금 적당한 실험 대상은 지수밖에 없었다. 서우의 말을 들은 동혁은 의외라는 듯이 서우를 잠시 쳐다봤지만 곧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작전을 모의하듯 좀 더 가까이 다가왔다. .

 

 

 

 

 "정말 재밌을 것 같긴 한데요? “

 

 

 

 

 “네? …아 그렇죠. 착각을 정말 하는지 궁금하긴 하네요”

 

 

 

 

 서우는 동혁을 움직이게 하는 감정이 재미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다분히 장난기가 있다는 건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동혁 특유의 쾌활함은 그런 면에서 나오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네?”

 

 

 

 

 “이런 실험은 왜 하는 거죠?”

 

 

 

 

 

 난감한 질문이었다. 장난을 꾸미는 어린아이 같았던 동혁의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그렇다고 서란이랑 제가 쇼핑몰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중인데 나중에도 할 수 있나 시험해보려고요라는 말은 할 수 없잖아’

 

 

 

 

 

 당황한 서우는 뜸만 들일 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동혁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듯이 서우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음…그게…서란이…”

 

 

 

 

 

 “서란씨가?”

 

 

 

 

 

 “음… 실험을….”

 

 

 

 

 

 “시험을?”

 

 

 

 

 

 평소답지 않은 동혁의 추궁에 서우는 머뭇거리며 단편적인 단어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알고 싶다고…”

 

 

 

 

 

 “…? 알고 싶어요? 뭐를?”

 

 

 

 

 

 “그게…”

 

 

 

 

 

 위기의 순간이었다. 서우는 반복되는 이런 상황들에 아직도 낯설어하는 자신을 탓하며 점점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때였다.

 

 

 

 

 

 “잠시만요. 조금 더 가까이 오세요”

 

 

 

 

 

 갑자기 동혁이 서우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동혁의 흘깃거리는 눈빛을 따라 자동차 창문 밖을 쳐다보았을 땐 멀리서 걸어오는 지수가 보였다.

 

 

 

 

 

 “시험해보고 싶댔죠? 그럼 협조해주세요”

 

 

 

 

 

 동혁이 싱글거리며 서우와 눈을 맞췄다. 너무 가까워져버린 거리에 당황스러웠지만 서우는 잠자코 동혁이 이끄는 대로 있었다. 하지만 지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지 못했는지 타고 있는 차를 그대로 지나쳐 현관문으로 들어갔다. 서우는 그런 지수의 모습에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들었다.

 

 

 

 

 "풋…"

 

 

 

 

 

 갑자기 동혁의 웃음이 터졌다. 서우는 난데없이 웃는 동혁의 모습을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

 

 

 

 

 

 동혁의 웃음은 한동안 그치지 않았다. 잠시 웃음을 터뜨리던 동혁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서우의 황당한 표정에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아니 아니 특유의 그 모른척하는 표정이 웃겨서 푸흡…”

 

 

 

 

 

 “…특유의?!”

 

 

 

 

 

 “네. 어렸을 때부터 저런 표정 많이 봤거든요. 맨날 장난치면 자기는 이런 일 신경 안 쓴다는 듯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데.. 오늘도 또 이러네. 아유 귀여워”

 

 

 

 

 

 서우는 진심으로 지수를 귀여워하는 동혁이 좋은 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동혁의 장난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전혀 알지 못했지만..

 

 

 

 

 

 “아무튼 서우씨. 재미있을 거 같으니까 할게요 그거. 하고 싶은 말이 먼지 알았어요”

 

 

 

 

 

 “네?!”

 

 

 

 

 

 “그니까.. 지수의 맘을 알아보고 싶어서 시킨 거잖아요. 충분히 납득이 됐어요. 요새 안 그래도 두 사람 기류가 심상치 않더라니..”

 

 

 

 

 

 기세 좋은 동혁의 말에 서우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번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딱히 변명할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확실히 도와줄게요. 지수 반응도 궁금하기도 하고..”

 

 

 

 

 

 동혁은 서우의 침묵을 동의로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서우는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러면… 오늘 확실히 제대로 협조해줘야 돼요?”

 

 

 

 

 

 “제대로라는 게 뭘….?!”

 

 

 

 

 

 “두고 보면 알아요. 그럼 식사때 맞춰서 서란씨네로 찾아갈게요. 이따 봐요”

 

 

 

 

 

 말을 마친 동혁이 눈을 찡긋대며 차에서 내렸다. 새로운 장난이 떠오른 걸까 신나 보이는 동혁의 분위기에 덩달아 서우의 분위기도 밝아졌다.

 

 
작가의 말
 

 30회쯤 되가니 좀더 자세히 구상해놓지 않았던 2개월 전에 저에게 돌아가 뺨을 치고 싶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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