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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시냇가의 꽃들
작가 : 누리아리마리소리
작품등록일 : 2019.10.1

시냇가에 아무렇게나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처럼,
여러 계층의 개성 있고, 사연 많은 사람들.
각자의 이익을, 그리고 목적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사람들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가혹하고 억울하여, 나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날 한 장소에서 모이게 된다.
급작스럽게 사건에 모두 휘말리게 되고, 계획 없던 동행이 시작된다.
서로를 경계하고 못 믿던 그들이지만,
시간이 지나, 차츰 서로를 알아가면서, 끈끈한 인연이 되어 간다.
하지만, 그들에게 죽음의 그림자는 계속 추격해 오고...
시냇가의 꽃들에게, 추운 봄이라도 찾아올 것인가?...

 
18화. 발렌타인의 과거 4
작성일 : 19-11-19 00:46     조회 : 420     추천 : 0     분량 : 7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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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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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가을>

 

  민지는 허름한 헛간 밖 한 구석에 앉아서

 댕댕이 순심이의 재롱에 한껏 기뻐하고 있다.

 

  “끽! 끼이익!”

 

  발렌타인이 헛간 출입문을 열고 나온다.

 

  민지는 주머니에서 먹다 남은 음식물을 순심이에게 먹인다.

 

  “민지야.. 너무 정 주지 마..”

 

  “응... 언니...

 

  순심이를 집어 들고 배를 만진다.

 

  “울 순심이, 배 나온 것 봐~

 어구, 어구 이뻐~ 밥먹었 쪄여~ 배불러요~ 헤헤..

 엄마가 오후에~ 또 맛있는 것 싸올게~”

 

  “낑낑~ 아우웅~”

 

  민지에게 안긴 채로 한껏 재롱을 부리는 순심이.

 꺄르르 넘어가는 민지.

 

  그 모습을 보고 발렌타인은 왠지 걱정스러움이 밀려온다.

 

  한참동안이나 순심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민지.

 근심이 있었냐는 듯 입가에 살짝 흐뭇한 미소가 걸리는 발렌타인.

 

  “민지야... 넌 여기서 나가면 뭐 할 거야?”

  엄마 미소의 발렌타인

 이어지는 물음에는 신중하고 조용하다.

 

  “가... 족... 있어?”

 

  여전히 순심이랑 놀면서 대답한다.

 

  “없어... 나... 앵벌이였어...”

 

  순심이를 안아 들고 꺄르르 웃는다.

 

  “지금은... 여기가 더 좋아...”

 

  발렌타인을 보며 환하게 웃는다.

 

  “언니도 있고~ 헤헷”

 

  순심이를 볼에 비빈다.

 

  “순심이도 있고~ 헤헤헷”

 

  발렌타인을 보며 굼금한 표정이다.

 

  “언니는? 언닌... 가족 있어?!”

 

  발렌타인은 옥수수 밭을 조용히 바라본다.

 

  “난 원래... 움직이는 건 안 믿어...”

 

  발아래 돌을 줍는다.

 

  “차라리... 이걸 믿고 사는 게 나아...”

 후우~ 움직이는 것들한텐... 전부 버림받았으니까...”

 

  엄마미소로 민지를 본다.

 

  “민지랑은... 괜찮을까?”

  의심의 눈초리로 쏘아본다.

 

  “좋아하는 남자 생기면~ 민지도~

 확! 가버리는 거~ 아닐까나~”

 

  민지는 도리도리 까꿍을 반복한다.

 

  “아냐! 나 언니 안 버려! 헤헷

 그러니까 언니도... 나 버리지 마~”

 

  순심이를 들어 발렌타인에게 내보인다.

 

  “순심이도 버리지 마~”

 

  순심이의 불룩한 배를 바라보는 발렌타인.

 재롱을 떠는 순심이.

 순간 발사되는 물줄기.

 발렌타인의 얼굴에 정확히 꽂혀 들어간다.

 

  조용히 발아래 돌을 집어 든다.

 

  “이래서... 내가... 움직이는 것들이...”

 

 민지가 황급히 옷소매로 발렌타인의 얼굴을 닦는다.

 

  “언니! 미안해! 어떡해~ 이 일을 어쩔~ 아, 저기, 미안 언니~”

 

  순심이를 들쳐 메고 옥수수 밭으로 허벌라게 뛰어 간다.

 

  “순심아! 왜 그랬어! 너 저 언니! 승질나면! 아이구 참내!”

 

  발렌타인이 한 손에 돌을 든 채

 다른 손으로 민지를 애타게 부른다.

 

  “민지야~ 나~ 괜찮으니까~”

 

  어금니를 깨문다.

 

  “그... 순심인지... 순대곱창인지...

 얼른 데리고 와~ 어서~”

 

  어색한 미소를 어색하게 짓는다.

 

  민지는 헐레벌떡 옥수수 밭 근처까지 가서

 순심이를 땅에 내려놓는다.

 

  “어? 어~ 그... 머지... 아~ 순심이 집에 간데...”

 

  한 쪽 발로 옥수수 밭을 향해 순심이를 살살 밀어댄다.

 발을 붙잡고 장난을 치는 순심이.

 

  그 광경을 지켜보며 얼굴은 웃고 있지만

 얼굴색이 점점 붉어지는 발렌타인.

 

  민지가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헤헤.. 언니... 괜... 찮지? 그치?”

 

  연신 한 쪽 발로 순심이를 옥수수 밭쪽으로 밀어댄다.

 아무것도 모르고 계속 민지의 발을 붙잡고 장난치는 순심이.

 

  발렌타인이 엄마미소를 지으며 민지에게 다가간다.

 

  다급해진 민지.

 억지웃음을 지으며 순심이를 손으로 밀쳐내 옥수수 밭으로 보내려 안간힘을 쓴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순심이에게 복화술로 다급하게 중얼거린다.

 

  “순심아... 제발 좀 가라... 응..

 제발 가라고~ 좀~ 안 가면 순대곱창이 된다니까!”

 

  발렌타인이 손에 잡힐 듯한 민지를 향해 애써 웃어 보인다.

 

  “괜찮아~ 민지야~ 순대곱창만 넘겨~”

 

  순심이를 들고 일어서는 민지.

 

  “저기... 언니... 그게...

  ...

 헉! 교관님!”

 

  발렌타인이 잽싸게 돌아본다.

 아무도 없다.

 

  민지는 순심이를 옥수수 밭 저 멀리 던진다.

 

  “순심아 미안해”

 

  민지를 향해 삐진 얼굴로 돌아서는 발렌타인.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무릎을 꿇는 민지.

 두 손을 모아 싹싹! 빈다.

 

  “언니~ 제발~ 응, 응~ 사랑해 언니~”

 

  양 팔을 들어 머리 위로 하트 뿅뿅~

 

  “치... ㅋㅋㅋ”

 

  그 모습에 다시 엄마미소를 되찾는 발렌타인.

 민지는 얼굴에 웃음꽃을 환하게 피우며

 와락! 안긴다.

 

  훈훈한 바람이 둘을 지나서 옥수수 밭을 유유히 흘러간다.

 

  옥수수 밭을 벗어나면 머리 위로 쨍쨍한 햇볕이 내리 쬐는 가운데

 직사각형의 콘크리트 건물이 나타난다.

 

  1~2시간이 흘렀을까?

 

  직사각형의 콘크리트 건물 내부는

 넓은 공간과 좁은 공간이 하나의 철문으로 나뉘어져 있다.

 

  사방은 모두 흰색으로 도색이 깔끔하게 되어있다.

 영화에서 보던 정신병원만큼 황망한 기운이 든다.

 

 좁은 공간에 수십 명의 훈련병들이 훈련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엔 또 뭐꼬?”

 

  “모르지 뭐... 맨날 희안한 것만 하니까?”

 

  “이번만 버티면 마지막 훈련 하나 남는데...”

 

  “우리 꼭 살아남자...”

 

 ...

 

  “스끄와아아앙!”

 

 

  교관과 무장한 부하 5명이 출입문을 열고 들어온다.

 

  시침 뚝하고 멀뚱멀뚱 교관에게 쏠리는 수십 개의 어린 눈동자들

 주춤거리며 양 벽으로 붙어 선다.

 

  부하들을 뒤에 두고 선글라스를 낀 교관이 몇 걸음 앞서나온다.

 

  “오늘 오후 훈련은 말이야~ 아주 간단하다우.

 이것으로 오늘 훈련은 끝이 돼갔어.

 자, 보라우!”

 

  건물 중앙을 가로지르는 철문이 보인다.

 

  “이 문을 지나서 좁은 통로를 지난 다음...

 문을 열고 나가면 제일 처음 보이는 것이 타겟이야!

 타겟은... 들어가 보면 알꺼라우! 알간!!”

 

  “옙!!”

 

  “그카구 타겟트 옆을 보면 말이야...

 야구 빠따가 있을 거라우...

 그걸루 냅다 후려 갈기라우!

 시간은 1분 주갔어!

 완전히 아작을 내야 하는기야!

 애미나이들! 알간!!”

 

  “옙!!”

 

  “건너편에 또 다른 문이 있을꺼이야!

 타겟을 아작내믄! 거기루 나가면 된다우!..

 그런데 말이야... 타겟을 아작내지 못하믄, 어찌 할까?”

 

  찍소리 없이 얼어있는 훈련병들을 바라보며 선글라스를 벗는다.

  “1분이 지나면 ... 다음 선수가 입장 하는기지. 낄낄낄 ...

 그카믄 먼저 들갔던 아새끼가!

 바로 타겟이 되는기야!

 내가 좀 전에 말했잔네 ...

 처음 보이는 것이! 바로 타겟이라구! ...

 고조 재밌지 않갔니?!

 야~ 흥분되누나야! 이거 재밌갔어!! 낄낄끼”

 

  교관의 설명을 듣는 내내 사색이 되어가는 훈련병들.

 

  “아참, 그카구 안에 들가믄 말이야!

 무장한 아새끼들이 있을꺼라우! 와 있갔어?!

 선수 두 명이 들어가도 아작을 못내믄!

 그카구 1분이 지나면! 무작정 갈기는 거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1분 안에 그 방을 나가라우!

 남조선 아새끼들... 한 번 보갔어!”

 

  부하 쪽을 돌아본다.

 

  “시작하라우!!”

 

  부하들이 훈련병들을 정렬한 후 땅바닥에 앉힌다.

 

  교관이 손짓을 까딱한다.

 

  옆에 있던 부하가 앉아 있던 소녀 중 한 명인 ...

 

  민지를 일으켜 세운다 ...

 

  일어선 민지는 손가락이 파리하게 떨린다.

 얼굴빛이 점점 사색이 되어간다.

 

  부하가 출입문을 향해 걸어가라고 재촉한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한 구석 끝에 가서야

 발렌타인의 눈과 딱 마주친다.

 

  둘은 서로 뚫어져라 쳐다본다.

 

  “으...흐흐... 어... 어... 언...”

 

  언니라 부르고 싶은데 ...

 목소리도 그 공간이 두려운 것인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입술만 부들부들 떨린다.

 

  부하에게 붙들려

 철문 앞까지 끌려가는 내내

 발렌타인만 바라본다.

 

  눈망울에 호수처럼 일렁이는 눈물

 이죽거리는 입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쿠앙! 스와앙!”

 

 

  요란스럽게 철문이 열리고 ...

 호수가 빠져나간 눈망울이 사슴 만하게 커진다.

 

  발렌타인을 뒤로 하고 정면을 응시한다.

 새하얀 실내로 천천히 들어선다.

 

  “끼이이이잉! 쿠앙!”

 

  철문이 닫힌다.

 

  “스슥”

 

  좁은 통로를 불안에 떨며

 첫 한 걸음을 뗀다.

 

  “스 ... 스슥 ... 슥 ...”

 

  막다른 곳에 문이 하나 더 있다.

 

  “으그그그~ 후~ 스후~ 으그그극”

 

  쉼 호흡 후 문을 연다.

 

  “스키끼이이이잉! 쿠앙!”

 

  역시 새하얀 방이다.

 

  총기로 무장한 부하들이 사방 벽 주위로 빙 둘러있다.

 실내로 들어오는 민지에게 일제히 총을 겨눈다.

 

  민지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버린다.

 두려운 눈빛으로 부하들을 둘러본다.

 

  서서히 시선을 실내 중앙으로 돌린다.

 

  흰 탁상이 보인다.

 그 위에 나무재질로 된 수박만한 흰색 사각박스가 놓여있다.

 

  탁상 옆 땅바닥에는 야구 방망이가 여러 개 놓여있다.

 

  멀리 떨어진 한 쪽 벽 구석에

 탁상 위에 있는 것과 똑같은 나무 상자들이 균일하게 쌓여있다.

 

  장내스피커에서 교관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진다.

 

  “자, 1분이라우! 상자를 들으라우!”

 

  ...

 

  “후~”

 

  쉼 호흡을 하며 조심스럽게 상자 가까이 다가간다.

 

  “후~ 후~”

 

  상자를 천천히 들어올린다.

 

 ...

 

  “허억!”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눈물이 ... 멈추지 않는다 ...

 

 

  탁상 위에는

 

  잔뜩 겁에 질려 움츠려 앉아 있는 ...

 

  순심이 ...

 

  다리부터 시작해서 꼬리 얼굴 눈썹 귀 끝까지

 온 몸을 파르르 떨고 있다.

 

  무서워서 사람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다.

 

  낚시 줄로 다리와 몸이 묶여서 바닥에 고정되어있다.

 

 

  “수... 순심... 으흐흑”

 

  탁상위로 해가 뜨듯이 올라오는 민지의 얼굴

 

  갑작스런 등장에 순심이는 깜짝 놀라서 활어처럼 펄떡이며 도망치려 몸부림친다.

 

  “오오오 아냐 아냐.... 윽윽... 아냐 순심아... 언니야... 언... 윽윽윽”

 

  민지의 다급한 다독임에도 순심이는 기어코 오줌까지 지린다.

 

  “오 미안... 윽큭... 순심아... 순... 어떡... 해...”

 

 

  장내 스피커가 쩌렁 쩌렁 울린다.

 

 

  “애미나이! ... 30초 남았다우!!”

 

 

  사지를 부들부들 떨며 일어난다.

 

  오른손에 힘없이 들려있는

 

  야구 방망이 ...

 

  언제 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20초!!”

 

  떨리는 두 손 ...

 

  야구 방망이가 얼굴 가까이 올라온다.

 

  인지하지 못하는 민지 ...

 

  지금 민지는 순심이만 바라보고 있다.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야구 방망이는 까맣게 잊고 있다.

 

  하지만, 손에 힘이 꽉 들어간다.

 

  “헉... 어억... 순... 심... 아...”

 

  눈빛은 지진 난 듯이 흔들리고 있다.

 

  서서히 민지의 향기를 맡는 순심이.

 

  꼬리가 조금씩 흔들린다.

 

  ...

 

  “이이잉~ 끄오우엉~”

 

  알아본다.

 

  민지를 알아본다.

 

  “뀨어엉~ 꾸어엉~”

 

  민지를 올려보며 재롱을 부리려고 안간힘을 쓴다.

  낚시 줄에 걸려 넘어지다 일어서다를 반복한다.

 

  “10초!!!”

 

 ...

 

  “후~ 후~ 으으으으”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온몸을 부들부들 떤다.

 

  순심이는 계속해서 멍멍거리며 깜찍하게 꼬리를 흔들어댄다.

 

  손에 들려 있던 야구 방망이가

 힘없이 땅바닥으로 떨어져 나뒹군다.

 

  순심이를 향해 가까이 다가간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오직 순심이의 멍멍거리는 소리만이 귓가에 울린다.

 

  순심이의 얼굴을 매만지며 눈을 마주친다.

 

  “순심아 헤헤... 언니다... 언니 보고시퍼쪄여~ 헤헤”

 

  와락 품에 안는다.

 

  “순심이 무서워~ 아구 괜찮아~ 언니가 지켜줄거야~ 헤헤”

 

  눈물이 계속 흐르는데 슬프지 않다.

 처연히 눈물을 닦는다.

 

  “엄마야~ 응 그래 엄마 왔어~ 헤헤...”

 

  마냥 신나서 숭어마냥 발버둥치는 순심이다.

 

  “우리 순심이~ 많이 무서워쪄~ 이궁~ 괜찮아 이제 헤헤...”

 

  낚시 줄을 이리 저리 만진다.

 

  “많이 아파~ 아파 쪄~ 엄마가 풀어줄게~ 헤헤”

 

  발버둥 치는 순심이를 진정시켜가며 낚시 줄을 끊으려 한다.

 

  낚시 줄에 베여 손에 피가 난다.

 

  순심이는 더욱 발버둥을 치고

 

  민지는 여기 저기 베인 손에서 시뻘건 피가 샘솟는다.

 

  민지가 애쓰는 덕에 순심이는 상처 하나 없다.

 

  발버둥 칠수록 민지의 상처만 늘어간다.

 

  웃는 얼굴로 순심이를 달래기 바쁜 민지다.

 

  “괜찮아... 순심아... 엄마가... 안 아프게...

 울 순심이... 안 아프게... 풀어줄게...”

 

  낚시 줄을 풀려고 애쓴다.

 아무리 애써도 안 된다.

 

  끊으려고 해도 손에서 피만 난다.

 

  눈에 가득한 눈물 때문에 앞이 흐릿하여 잘 보이지 않는다.

 

  맘처럼 잘 되지 않고 낚시 줄이 순심이의 몸에 오히려 더 엉키는 듯하다.

 

  풀어주려고 하면 할수록 켁켁거리고 낑낑거리는 순심이.

 

  맘만 앞서서 허둥지둥 거리게 된다.

 

  떨리는 양손 ...

 

  더 이상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다.

 

  굵은 눈물방울이 비 오듯이 흘러넘친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양손을 서서히 멈춘다.

 

  처절하고 뼈저리게 순심이를 감싸 안는다.

 

  눈물진 얼굴로 순심이를 보듬는다.

 

 

  “엄마가... 미안... 해...”

 

 

  “철컹! 끼끼끼긱!”

 

 

  민지가 열고 들어왔던 철문이 열린다.

 

  실내로 들어서는 ...

 

  지옥의 개 ...

 

 

  여전히 순심이를 얼굴에 품고 간절하게 보듬고 있는 민지가 보인다.

 

  망설임 없이 야구 방망이를 집어 든다.

 

  순심이에게서 얼굴을 약간 떨어뜨리는 민지.

 

  주룩 흘러내리는 한 방울의 눈물

 

  순심이의 눈을 바라본다.

 

  애써 웃어 보인다.

 

 

  “순심아... 엄마... 너무... 무서워...”

 

 

  순심이와 마주친 눈을 깜박이지도 않는다.

 

  오래도록 기억하려는 듯이 ...

 

  마지막 기억을 순심이로 가득 채우려는 듯이 ...

 

 

  “순심이가 있어서... 엄마... 너무 행복해...

 

  ...

 

 그리고 ... 언니 꼭 ... 살아남아 ... 미안해 ...

 

 같이 ... 밖에 나가면 ... 언니랑 ... 언니 딸 하고 싶었어.”

 

 

  지옥의 개는 영혼 없는 얼굴로

 민지의 머리에 대고 야구 방망이를 휘갈긴다.

 

  민지는 미소 짓는 애달픈 얼굴로

 머리에서 피가 터지며 땅바닥에 고꾸라진다.

 

  이미 싸늘하게 죽어가는 민지의 머리를

 야구 방망이로 연거푸 내려친다.

 

  고꾸라진 민지의 몸을 발로 돌려 눕혀 절명한 눈을 확인한다.

 

  핏물이 뚝뚝 흐르는 야구 방망이를

 순심이를 향해 고쳐든다.

 

 

  “10초 남았다우! 애미나이 조준하라우!”

 

  “히히히~ 개새끼는 다음에~”

 

 

  야구 방망이를 던져버리고 출구를 향해 뛰어간다.

 

 “스콰꽝~ 끼이이이익!”

 

  열린 철문 속으로 지옥의 개가 잽싸게 사라진다.

 

 “끼기기긱~ 스꽝!”

 

  민지가 들왔던 철문이 열린다.

 

  실내로 들어서는 발렌타인.

 

  “끼잉~ 끼잉~ 낑낑~”

 

  여전히 칭얼대고 있는 순심이.

 

  왼쪽의 새하얀 벽에 시뻘건 피가 싸늘하게 튀어있다.

 

  그 아래로 머리가 터져나간 채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민지가 보인다.

 

  “민!!...”

 

  선혈의 물든 민지의 절명한 눈을 응시한다.

 

  얼이 빠진 채로 조금씩 민지에게 다가간다.

 

  조심스레 안아든다.

 

  “쿠걱 쿠걱”

 

  피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윽... 윽... 윽...”

 

  소리 없는 통곡 ...

 

  민지의 얼굴과 발렌타인의 얼굴이 맞닿는다.

 

  “으윽... 흑... 어억...”

 

  손을 어루만지고 비빈다.

 

  대답은 없고 힘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민지.

 

  쿨럭 대며 쏟아지는 피만이 대답을 하고 있다.

 

 

  “30초 남았다우!”

 

 

  눈에 핏발이 선다.

 깨문 입술에서 피가 새어나온다.

 

 

  “20초 남았다우!”

 

 

  민지를 바라보는 발렌타인.

 

  “민지야 ...

 

  ...

 

  아가 ...

 

  ...

 

  아가야 ...”

 

  볼에 입을 맞춘다.

 

  민지를 살며시 땅바닥에 내려놓는다.

 

  야구 방망이를 주워든다.

 

 

  “10초 남았다우!”

 

 

  서글픈 눈으로 야구 방망이를 휘두른다 ...

 

  ...

 

  순심이의 칭얼거림이 멈춘다 ...

 

 

  야구 방망이를 힘없이 떨군다.

 

 

  출구를 향해 빠르게 뛰어간다.

 

 

  힘찬 발걸음과는 달리

 눈에서는 하염없는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린다.

 

 

  출구에 다다라서 철문을 열어젖힌다.

 

 

  “스콰꽝~ 끼이이이익!”

 

 

  열려지는 철문 사이로 찬란한 빛이 물결쳐 들어온다 ...

 

 

  그 빛 속으로 처연히 스며들면서 사라져 가는 발렌타인 ...

 

 

  새하얀 벽에 농도 짙은 선혈이 더욱 찬란히 빛난다 ...

 
작가의 말
 

 참...

 이야기를 만나고

 주인공을 만나고

 

 이야기와 주인공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것도

 작가의 몫이란 거...

 

 너무 맘이 아프네요...

 

 여러분 감사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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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화 살리고 싶어... 꼭! 2023 / 4 / 27 237 0 5390   
24 23화 필사의 탈출 2023 / 1 / 23 240 0 6116   
23 22화 폭풍전야 2022 / 12 / 3 259 0 6848   
22 21화. 사연이 있는 대화 2 2019 / 12 / 1 417 0 3543   
21 20화. 사연이 있는 대화 1 2019 / 11 / 23 538 0 7037   
20 19화. 타오르는 것은 양초이지만 ... 2019 / 11 / 21 412 0 4626   
19 18화. 발렌타인의 과거 4 2019 / 11 / 19 421 0 7863   
18 17화. 발렌타인의 과거 3 (2) 2019 / 11 / 11 460 1 3407   
17 16화. 발렌타인의 과거 2 2019 / 11 / 11 436 0 5247   
16 15화. 발렌타인의 과거 1 2019 / 11 / 10 442 1 2695   
15 14화. 비오는 날... 아련한 기다림 2019 / 11 / 10 418 0 3673   
14 13화. 어스름 보다 더 짙어지는 스산함 2019 / 11 / 10 427 0 4786   
13 12화. 초토화 ... 다시 앞으로!!! 2019 / 11 / 10 434 0 4196   
12 11화. 힘들다. 하지만 돌아갈 수 없기에... 앞… 2019 / 11 / 9 421 0 4282   
11 10화. 다가오는 위협의 연속 2019 / 11 / 4 435 0 3156   
10 9화. 의문의 기습 피격, 살아남아야 한다! 2019 / 10 / 31 416 0 3357   
9 8화. 피에 젖은 일행, 그리고 갈등 ... 2019 / 10 / 30 458 0 5088   
8 7화. 도둑들, 절체절명의 위기, 그리고 끝나지… 2019 / 10 / 29 421 0 8456   
7 6화. 탈출!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를, 동행의 … (2) 2019 / 10 / 21 482 0 7363   
6 5화. 킬러, 죽음의 늪을 벗어날 것인가... 2019 / 10 / 18 439 0 4560   
5 4화. 불바다의 소용돌이... 탈출구는... 2019 / 10 / 15 431 0 5370   
4 3화. 킬러 그리고 아비규환 2019 / 10 / 9 437 0 4568   
3 2화. 은행 폭발, 그것은 시작의 신호탄 2019 / 10 / 5 466 0 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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