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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11. 소등(4)
작성일 : 19-11-16 13:10     조회 : 287     추천 : 0     분량 : 5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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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저녁을 먹은 지 얼마되지 않았을 즈음 갑자기 사방이 어두워졌다. 방안의 조명만 꺼진 게 아니었다. 테이블 위에 올려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음악 소리도, 갑자기 툭 하고 끊겨버렸다.

 

 "악! 내 무릎!"

 

  에드먼드는 괜히 일어나서 상황을 살피려다 테이블 다리에 무릎을 찍어버렸다. 고통에 그의 입에서 비명 절로 나왔지만, 베네딕트는 어둠 속에서 에드먼드의 바보짓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만 보고 있었다.

  애써 아픔을 참고 창밖을 내다보니 거리의 모든 조명이 꺼져있었다. 에테르 응집기의 불빛조차 완전히 꺼져 있었다. 그나마 달빛 덕분에 바깥 풍경이 희미하게나마 보이긴 했다. 건너편 건물마다 에드먼드처럼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상황을 살피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자세하게 언제부터라고 예고라도 해줄 것이지..."

 

  에드먼드는 투덜거림과 함께 무릎을 문지르며 다시 테이블에 앉았다. 어두워져서 하던 일을 마저 할 수 없게 됐지만, 그렇다고 벌써 잠을 자기에도 이른 시간이었다. 조명만이 아니라 라디오도 꺼지고 에테르로 작동하는 모든 것들이 꺼졌다.

  아래층에서 아이들이 동요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아이들로선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이해 본 완전한 어둠. 두려움에 떨지 않는 게 이상했다.

 

 "별빛이란 게 저렇게 밝았었나."

 "갑자기 혼자서 시인이라도 됐냐? 이 상황에서 아주 낭만적인 감상이나 내뱉으시고"

 

  창밖을 보는 베네딕트의 중얼거림에 에드먼드는 괜한 시비조로 말했다. 저 태평해 보이는 감상이 어쩐지 아니꼬웠다.

  거리의 모든 빛이 꺼지고 나니, 밤하늘의 빛들이 가장 밝은 빛이 되었다. 낭만주의자라면 이 상황을 오히려 즐길지도 몰랐지만, 에드먼드는 그런 낭만주의자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물질만능주의는 아니지만 한순간에 잃은 사소한 편리가, 이렇게 불편하게 다가올 거라곤 직접 느끼기 전엔 몰랐다.

 

 "그보다 넌 어두운데도 잘만 돌아다니는 것 같네..."

 "시야가 가려진 상태에서 움직이는 건 훈련이 되어 있다."

 

  베네딕트의 능력을 떠올리자 금방 납득이 됐다. 불씨가 생기지 않는 부가적인 효과가 있긴 했지만, 그의 에테르 활용법은 기본적으로 연막이었다. 상대의 시야를 가리기도 하지만, 필요의 따라선 본인도 시야가 차단된 상태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똑똑

 

  어둠 속에서 잡담을 나누는 사이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처음엔 라나라고 생각한 두 사람은 노크에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곧바로 열리지 않는 문에, 노크의 주인이 다른 사람이란 걸 눈치챘다.

 

 "들어오세요."

 

  에드먼드가 대답하자 그제야 방문이 열렸다. 그 너머에 있던 건 다름 아닌 라나의 딸 페니였다. 불붙은 양초를 들고서 들어온 페니는, 아직은 어색한 에드먼드에게 수줍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에디 씨. 엄마가 여기에 양초 가져다드리라고 해서요."

 "고마워요, 페니."

 "라나는 밑에?"

 "응. 엄마는 밑에서 할머니랑 다른 애들 돌보고 있어."

 

  아무래도 어둠에 혼란스러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두 명의 어른이 같이 있는 편이 나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덜 바쁜 페니가 직접 불빛을 전해주러 온 것 같았다.

  페니는 에드먼드가 앉아있는 테이에 작은 쇠 접시 하나를 올려놓고, 그 위에 새 양초를 세워뒀다. 페니가 손에 든 양초로 불을 붙이려다 말고, 뒤돌아서 베네딕트를 쳐다보았다.

 

 "베니 오빠. 조금만 뒤로 물러나 줄래?"

 

  그 말의 의미를 알고 있는 베네딕트는 고개를 끄덕이고 조금 더 뒤로 물러났다. 그제야 페니는 양초에 불을 옮겨 붙였다. 아무래도 페니 역시 베네딕트의 체질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방안을 전부 비추기엔 부족하지만, 적어도 에드먼드가 하던 작업을 이어나가기엔 충분했다.

 

 "엄마가 내일 랜턴을 준비해놓으신다고 했어요. 불편하시겠지만 오늘은 이걸로 참아주세요."

 "아니에요. 덕분에 하던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페니는 에드먼드가 귀족이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 어른과는 달리 어린아이인 자신에게도 예의를 지키려는 모습에, 페니 역시 익숙지 않은 예의 바른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래도 역시 어색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볼일을 마친 페니는 에드먼드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총총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얼굴은 엄마를 닮았는데 하는 행동은 완전히 다르네."

 "부정은 안 하겠다."

 

  아무리 베네딕트라고 해도 라나의 제멋대로인 성격은 두둔하기가 힘들었다. 어쩌면 페니와 아만다도 그 부분에 있어선 동감할지도 몰랐다.

  문가에 기대고 선 베네딕트는, 가만히 테이블 위의 촛불을 바라보았다. 조금 불편하긴 해도 에테르가 없다고 해서 사람이 아주 살수 없는 건 아니었다. 에테르 조명이 아니더라도 저렇게 불을 밝힐 수 있는 수단은 예전부터 있었다.

  베네딕트는 제대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그가 라나에 의해 구출되어 이 보육원에서 지내게 된 이후로, 라나를 통해 배운 것들이 전부였다. 그런 베네딕트도 에테르 공학이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준 건, 2백 년이 조금 지나지 않았단 건 알고 있었다.

 

 "이제 이대로 계속 에테르가 없는 채로 생활하게 되는 건가."

 "왠지 우리 둘은 에테르가 없다고 하기엔 어폐가 있긴 하다만..."

 "내 말이 그 의미가 아닌 건 알 텐데?"

 "왠지 네가 하는 말에는 딴죽을 걸고 싶어지거든."

 

  에드먼드가 키득거리며 대답했다. 물론 그가 농담으로 한 얘기지만 한편으론 맞는 말이긴 했다. 베네딕트와 에드먼드의 경우엔, 온 거리가 어두워졌어도 거기에서 에테르의 부재를 실감하지는 못했다. 애초에 에테르란 모든 사람의 안에도 담겨 있다. 단지 그것을 느낄 수 있느냐 마느냐의 차이일 뿐.

  어쩌면 두 사람이 이 상황에도 비교적 차분하게 있을 수 있는 건 그 때문인지도 몰랐다. 물론 신앙심 따윈 갖다 버린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긴 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신앙심이 깊은 사람일수록, 이번 사태가 더욱 충격적으로 느껴질 것 같았다.

  언제나 늘 일상적으로 느껴왔던 신의 은총을 뺏기고 말았다. 어느덧 그 은총을 당연시 느껴온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럴수록 더욱 신에게 기대고 용서를 받으려 들지 몰랐다.

  그리고 확실히 그 현상은 바로 다음 날이 되어서 나타났다.

 

 "다른 의미로 난감하게 되어버렸어."

 

  라나가 굉장히 당혹스러운 얼굴로 에드먼드와 베네딕트의 방으로 들어왔다.

  아침이 되자 밤새 꺼져있던 응집기의 빛이 돌아왔다. 일단은 언제까지인지 몰라도 밤 동안은 에테르 응집기를 꺼놓을 셈인가 싶었다. 사람들이 주로 활동하는 낮보다야 불편함은 적지만, 시각적으로 다가오는 에테르의 부재는 밤이 더욱 확실히 느껴졌다.

 

 "무슨 일이길래?"

 "결국 고발자가 나타났어. 문제는 거짓 고발이란 거지만."

 

  아마도 다급한 마음에, 확실치도 않은 사람을 고발한 것 같았다. 어차피 그 고발을 행한 사람에겐 진실 따위 중요하지 않을 터였다. 그저 자신의 마음속에서 커진 불안과 죄책감을 해결할 방법이, 그 방법밖에 없었을 것이다.

  라나의 말을 들은 에드먼드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하필이면 최초의 고발이 빗나가버린 거짓 고발이라니. 이걸 행운이라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라나는 이번 일을 굉장히 유감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게 상관도 없는 사람이 휘말리게 된 꼴이다. 게다가 진짜로 그녀의 동료가 잡혀갔다면,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입을 다물 수가 있다. 하지만 지금 잡혀가게 된 사람은 진짜가 아니다.

  그 사람이라면 자기가 살려고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자신이 당한 대로 아무나 수상하다 싶은 사람의 이름을 막 불러댈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면 더욱 큰 혼란이 오고 만다.

 

 "일단 경찰 쪽에서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해올진 모르겠지만, 우리가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지 않아."

 "그 경찰 내부의 동료 쪽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어?"

 "무리야. 이렇게 곧바로 정보를 알려준 것만으로 감지덕지하지."

 

  라나의 경찰 동료는 그렇게 직급이 높지 않은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직급이 높은 자가, 라나 같은 사람의 사상에 동감할 리가 없다. 높아 봐야 이제 승진길이 막히다시피 한 하급 간부 정도가 아닐까 싶었다.

  에드먼드는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졌다. 아무래도 계획의 실행을 서두를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저께 말했던 변장 전문가와의 얘기는 어떻게 됐어?"

 "일단 얘기는 전해뒀는데 확답은 듣지 못했어."

 "오래 걸릴 것 같으면 일단 변장에 대해선 어느 정도 타협을 하는 것으로 하자. 어차피 날 아는 사람과 마주치지 않기만 하면 돼."

 "그건 좀 아쉽네."

 

  라나가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 대체 무슨 변장을 시킬 셈이었길래 저러는 걸까 봐 조금 의심이 되기 시작했다. 차라리 여기서 그 변장 전문가의 도움은 받지 않는 방향으로 밀고 나가는 게 맞을까 싶었다.

 

 "제시카와 얘기는 해봤고? 그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어?"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나랑 제시카 사이라 해도 그 아이랑 연락하는 게 쉽지는 않아."

 "아무래도 그렇겠지..."

 

  일반적으로도 상류층의 사람도 제시카와 직접 대면하는 게 힘들었다. 일차적으로 그녀의 매니저를 통해서 연락하는 것이 원칙이기도 했다. 아마 라나라고 해도 그녀와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할 방법이 딱히 없을 것 같긴 했다.

  일단 왕립 극단 입장에서도, 제시카가 사적으로 누군가와 연락을 주고받는 것에 민감하게 행동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녀가 직접 찾아오는 걸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데,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른단 게 문제였다.

 

 "어째 일이 조금씩 틀어지는 기분이 드네..."

 "그럼 에디. 동부 햄필드 점령 이후의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에 대해 생각해본 건 있어?"

 "지금 타이밍에 그 얘기를 물어오는 저의가 뭐야?"

 "마냥 모든 것이 조건에 맡길 기다릴 순 없잖아? 준비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선 준비를 해 놔야지."

 

  에드먼드는 분했지만 라나의 말이 정론이었다. 이대로 지체하기만 하면 상황이 악화만 될 뿐이다.

  제시카 없이 수도원장과 접촉을 시도를 해봐야 하나 싶었다. 우선은 대충 가발이나 기타 변장할만한 수단을 구해서, 그가 거래했던 회계사 중에 신뢰할 만한 인물과 접촉을 꾀해야 할 것 같았다. 그자를 통해 유령회사 법인을 세우고, 정리할 수 있는 차명계좌를 정리해서 자금을 준비해둬야 했다.

 

 -끼익

 

  에드먼드가 머릿속의 회계사 목록을 체크하는 사이, 보육원 앞에 택시 한 대가 멈춰서는 게 보였다. 창밖의 내다본 에드먼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보통의 거리에서 보던 택시와는 다르게 고급 차량으로 운영되는 특별한 택시였다.

  그리고 이 보육원 앞에서 그런 택시를 세울 사람은 세상에 단 한 사람 밖에 없었다. 에드먼드 옆에서 같이 창밖을 내려다보던 라나도, 그 택시의 승객이 누군지 단박에 알아챘다.

 

 "어머나. 아무래도 상황이 안 좋게만 흘러가진 않나 보네?"

 "그러게. 다행히 계획을 서두를 수 있겠어."

 

  저 고급 택시의 승객은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택시에서 내려 보육원으로 향하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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