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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11. 소등(3)
작성일 : 19-11-15 10:03     조회 : 281     추천 : 0     분량 : 5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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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햄필드에 대한 에테르 제한이 벌써 시작된 건 아니지만, 그 여파가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우선은 많은 공장이 이전을 위해 정리를 하면서, 대량의 실직자들이 나타났다. 물론 다른 자치구로 일자리를 알아보러 다닐 수는 있겠지만, 그 많은 실직자가 수용될 리가 없었다.

  어차피 이 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영향력은 미미했다. 다수의 실직자가 발생하고, 공장들이 다른 지역으로 철수하더라도, 시 전체의 재정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진작에 이랬어야 했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지도 몰랐다.

  랭커튼에서 일어난 전체 범죄의 7할 가까이가 햄필드에서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부분만 생각해도 햄필드 밖의 지역의 주민들에겐, 이곳은 그냥 사회의 쓰레기통이나 다름없었다.

 

 "아주 주변 분위기가 엉망이야. 그나마 다행인 건 경찰 쪽에는 아직 내부적으로 변화가 없더라고."

 

  밖에 나갔다가 돌아온 라나의 표정은 드물게 근심이 가득했다. 아직 본격적으로 에테르 제한이 시작된 것도 아닌데, 빠르게 퍼져가는 여파에 골치가 아파졌다. 그래도 이웃끼리의 폭로전이 아직 벌어지지 않은 건 다행이었다.

 

 "설마 경찰 안에도 당신들 동료가 있는 거야?"

 "당연하지. 이 지역 경찰이라고 잘 먹고 잘살겠어? 우리 말고도 톰이랑도 손잡은 녀석도 있는데 뭘."

 "생각 이상으로 개판인 동네네..."

 

  물론 다른 지역이라고 해서 경찰의 부정부패가 없는 건 아니다. 거기다 지역의 치안율을 생각하면, 갱단이나 자유혁명군 같은 조직을 상대하기엔 이미 다른 문제들로 바빴다. 그렇게 생각하면 솔직히 그들 입장에선, 어느 정도 손을 잡고서 타협점을 가지고 있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단지 에드먼드가 궁금한 건, 그렇다면 굳이 이웃의 고발을 두려워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었다. 어차피 경찰과의 관계를 지금보다 더욱 돈독히 한다면, 해결될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그냥 이참에 지역 경찰을 완전히 아군으로 만들지 그래?"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많이 발전했네."

 "누군 진심으로 원해서 하는 말이겠어? 당신이 생각하는 다른 방법보단 그게 나을 것 같으니 그렇지."

 

  물론 에테르 억제 문제는 해결되지는 않는다. 대신 그에 따르는 부수적인 압박은 해결 가능했다. 물론 다수의 실직자와 일상생활의 불편은 감수해야겠지만, 그런 부분까지 다 신경 쓸 수는 없었다.

 

 "어차피 그 방법도 윗선에서 사람을 갈아치우면 수포가 되잖아? 장기간 자기들이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면, 분명 의심하고 새로운 사람을 보낼걸?"

 "그럼 아까 말했던 건? 리타에게 에테르 응집기의 제어권을 가져오는 게 가능한지 물어봤어?"

 "일단 얘기는 했는데, 리타도 그건 수도원을 장악하지 않고선 힘들 거래."

 

  이러나저러나 결국 에테르 억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수도원을 점령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수도원을 물리적으로 점령하는 것만 해결책이 아니었다.

  지역 경찰도 부패 경찰이 있으니, 지역 수도원도 부패 수도사가 있으려나? 에드먼드는 괜한 상상을 해봤다. 나름 수도원장을 잘 꼬드겨서 해결하는 평화적인 방법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스트필드 수도원장은 어느 파벌의 사람일까?"

 "응? 그건 무슨 소리야?"

 "굳이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만 저항하라는 법은 없잖아? 수도원장이 래컴 주교와 반대 파벌이면 이번 에테르 억제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을 테니, 그걸 잘 이용해보면 방법이 나올지도 몰라."

 

  만일 동부 햄필드의 에테르 관리를 맡는, 이스트필드 수도원장이 교황파의 인물이라면 나름대로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그라면 분명 이번에 내려진 래컴 주교의 에테르 억제에 분명 불만을 품고 있을 것 같았다.

  그 불만을 잘 이용해서, 아예 그가 전면적으로 저항하게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물론 의회에서 통과한 안건이니만큼, 국가에 의한 강제성을 가진 명령이긴 했다. 하지만 그 수도원장이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감안하고서, 완강히 명령 이행을 거부하고 나온다면 사태가 흘러가는 방향이 달라질 수 있었다.

  물론 교황청이 개입하게 되는 일은 바라지 않았다. 잘못하다간 오히려 반대로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절하게 교회의 두 파벌의 갈등을 키울 수 있다면 나름 해볼 만한 방법이기도 했다.

  문제는 수도원장이 교황파라고 쳐도 어떤 식으로 꼬드기냐가 문제였다. 과연 그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어떤 희생이든 감수할 준비가 된 인물인지는 직접 알아봐야 했다.

 

 "그럼 수도원장이 래컴 주교 쪽 사람이면?"

 "그러면 완전히 망한 거지."

 

  에드먼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그 경우엔 뒤돌아볼 것도 없이, 라나의 계획을 실행하는 수밖에.

  우선은 그자가 확고한 교황파 성향이길 비는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정말로 말도 안 되는 도시 점령전을 벌이게 될 테니.

  수도원장이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는 직접 알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얼핏 생각하면 가장 낙후된 지역의 수도원이니 상대적으로 약한 파벌인 국내파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낙후된 건 어디까지나 주민의 삶에 대한 부분이다. 공업단지라는 특성을 생각하면 또 다를지도 몰랐다.

 

 "그럼 일단 한번 부딪혀 보자."

 "혹시 수도원장과 접촉할 방법에 대해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 수도사들은 어지간해선 수도원 밖으로 나오지 않아."

 "에디, 네가 생각한 게 있어서 얘기 꺼낸 거 아니야?"

 "뭐 그렇긴 한데..."

 

  에드먼드는 일부러 대답을 망설였다. 여기서부터가 정말로 그에게 중요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가 뜸을 들여 말하기엔 라나의 눈치가 너무 빨랐다.

 

 "네가 직접 가려고? 거기 가서 당신네 추기경을 죽인 게 바로 접니다 하고 말하게?"

 "내가 미쳤다고 나라고 소개하겠어?"

 

  국내파 사제라고 해도 추기경 살해범인 에드먼드에겐 반감을 품고 있을 거라 생각되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하지 않던가? 서로 대립하는 파벌이지만 자신과 같은 성직자를 살해한 사건에는 분개하는 게 당연하다.

 

 "당연히 다른 사람인 척을 할 거야. 지금 많은 공장이 철수하면서 비게 될 부지가 많아. 거길 매입해서 뭔가 사업을 벌이고 싶으니, 특별히 에테르 허가구역을 마련해달란 협상을 하러 갈 거야."

 "호오. 설마 진짜로 그 많은 부지들을 매입할 생각이야?"

 "아니, 아직 모든 부지가 매물로 나와 있는 단계도 아니고, 일단은 유령회사를 세워서 그 명의로 부지들을 매입하려는 제스쳐를 취해주려고. 어느 정도 나와 있는 부지만이라도 매입하면 신뢰가 가겠지."

 

  그야말로 부자다운 발상이었다. 아무래도 금전 감각이 라나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른 것 같았다.

  아무리 값어치가 떨어진 땅이라 하더라도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거라 예상됐다. 게다가 실제로 뭔가를 하지 않을 거면 그냥 길바닥에 내버리는 돈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에드먼드는 정말로 별거 아니라는 듯 얘기를 꺼냈다.

 

 "그런데 그럴 돈은 있어? 아무리 햄필드가 땅값이 싸더라도 그 넓은 땅들이면 돈이 상당할 텐데?"

 "차명계좌 하나 정리하면 충분하고도 남을 거야."

 "대체 돈이 얼마나 많은 거야... 아니, 그것보다 차명계좌가 대체 몇 개야?"

 "이래 봬도 세금은 제대로 내고 있다고?"

 

  세금이 문제가 아니지 않냐고 생각했지만 라나는 굳이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 주제는 서로 이해하기가 힘든 부분이라 여겨졌다.

  한편으론 의아하게 생각되기도 했다. 이번 일에 대해서, 에드먼드가 이렇게 숨겨둔 지갑까지 열어서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이유가, 라나로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솔직히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솔직히 찬물 더운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에드먼드가 뭘 꾸미고 있든, 이번 사태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면 일단은 맡겨 볼 수밖에 없다. 어차피 라나도 언젠가 에드먼드가 가진 능력을 시험해 볼 겸, 과연 어떻게 해내는지 보고 싶던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정체를 숨기는 건 전혀 문제되지 않지만, 기왕이면 신용할 수 있는 보증인이 있으면 좋겠어."

 "어떤 종류의 보증인이 필요한데?"

 "솔직히 듣도 보도 못한 젊은 졸부가 여기서 사업을 하고 싶다고 해서 쉽게 만나주려 하겠어? 그것을 보증해 줄 수 있을 만큼 사회적으로 신뢰가 있는 사람이 필요해."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하기 싫어할걸?"

 "햄필드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잘 설득해봐."

 

  에드먼드의 사악한 미소가 다시 한번 튀어나왔다. 두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이름은 굳이 서로 확인하지 않아도 같은 이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제시카 헤이즈. 그녀라면 두 사람이 아는 그 누구보다도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녀가 햄필드의 발전을 위해 많은 힘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녀의 성향을 생각하면 이번 일에 대해서도 많이 분개하고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제시카가 지역 발전을 위해서 누군가를 소개하고 싶다고 한다면, 그렇게까지 의심을 사지 않을 수 있다. 어차피 진짜로 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특혜를 얻는 게 목적이 아니다.

  물론 그녀는 자유혁명군의 일에 얽히고 싶어 하지 않아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녀도 어쩔 수 없을 것 같았다. 거기다 라나의 정신 나간 계획을 알면 에드먼드에게 협력하는 게 나을 거라 생각할 게 분명하다.

 

 "그럼 일단은 사전준비가 필요한데..."

 

  에드먼드는 라나의 표정을 살폈다. 라나도 에드먼드가 말하지 않아도 무얼 얘기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의 계좌를 정리하여 자금을 마련하거나, 유령회사를 세우는 일 등은 라나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물론 예전이라면 톰을 통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에드먼드의 실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확인하지 않고선, 그의 도움을 받을 상태가 아니었다.

 

 "네가 맘대로 밖으로 다니려면 일단 변장을 해야겠지?"

 "혹시 그 분야에 대한 전문가라도 알고 있어?"

 "알고 있기는 한데, 어디까지나 예전에 알던 사이라서 어떻게 될진 모르겠어."

 "예전이라면 군인 시절 얘기?"

 

  라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그 사람을 포섭하는 건 라나의 역량이지만, 그 시절의 동료라면 실력은 확실하게 믿을만하다 여겨졌다. 그야말로 첩보 임무 등을 위한 변장의 전문가일 테니, 실력은 이미 검증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럼 곧바로 그 사람을 수소문해볼 테니 기다려줘.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그 사람이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은 없어?"

 "솔직히 애매해. 뭐랄까 그 사람 조금 괴짜거든."

 

  괴짜라는 설명에서 에드먼드는 조금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뭐 단순히 변장하는 일이니 불안할 이유가 있나 싶었다. 어차피 그의 얼굴이 수배서나 신문에 실려서 여기저기 알려진 것도 아니다. 혹시나 알아볼 수도 있는 사람의 시선을 피하는 정도로 충분했다.

  단지, 라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것을 보면, 자꾸만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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