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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하루를 일년같이...
작가 : 아냣
작품등록일 : 2019.10.15

엔지니어인 남자와 한국어교사인 여자
이 둘은 양쪽가정의 불화로 한국에 있기 싫어했는데요.
삶이 터전에서 마주칠 공통점이 전혀 없던 두사람은
베트남이라는 타지에서 운명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첫만남부터 남달랐던 그들은
그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서로의 삶과 싸우며
사랑을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 하루를 일년같이 ..

 
#9 하루를 일년같이
작성일 : 19-11-14 18:37     조회 : 205     추천 : 0     분량 : 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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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송이가 눈을 떳을때 옷은 벗고 있었고, 그 옆에 현종이 누워있었다.

 송이는 바쁘게 눈을 돌리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 아 .. 이런적은 또 처음이네... '

 

 분명 진한 키스까지만 생각이 나는 송이였다.

 섣불리 일어날 수도 그렇다고 이렇게 계속 누워있을수도 없었다.

 그렇게 고민을 하는데 현종의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 끄악.. '

 송이는 얼른 다시 눈을 감았고, 현종이 부스스 일어났다.

 아직 잠든줄로만 아는 송이를 현종은 바라봤다.

 

 " 예쁘다 헤헤 "

 그렇게 현종은 눈을 감고 있는 송이를 한참 바라보며 감상을 하다가 얼굴을 살짝씩 어루만졌다.

 현종의 손은 크고 거칠었으며 따뜻했다.

 그러한 손으로 어루만지는 송이의 얼굴은 너무 부드러웠고 촉촉했다.

 현종은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현종이 욕실로 들어가는 느낌을 느낀 송이는 다시 눈을 떴다.

 머리는 복잡했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싶었다.

 지금 이대로 나가야 하는건가 일어나면 뭐라고 아는 척을 해야하는 것인가, 웃으면서 봐야하는 것인가 어떻게 얼굴을 본단말인가.

 

 그렇게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샤워를 마친 현종이 머리를 털며 나왔다.

 송이는 그냥 계속 자는 척을 하기로 했다.

 

 현종의 샤워는 빨랐고, 출근준비 또한 빨랐다.

 간단했다.

 그렇게 준비를 시작한지 30분도 안되어서 현종은 출근준비를 끝냈다.

 그리고 송이를 한번 더 본뒤에 얼른 호텔을 나섰다.

 

 ' 하... '

 현종이 나가자마자 송이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호텔을 둘러봤다.

 베트남에서 호텔을 처음 와본 송이는 좋은 시설을 갖춘 현종의 호텔에 기분이 좋았다.

 포근하고 따뜻한 침구에 깔끔한 우드인테리어.

 침대에서 보이는 욕실또한 대리석 인테리어로 깔끔했으며, 벌레나 도마뱀도 없었다.

 호텔침대에 누워서 여기저기 둘러보던 송이는 그대로 눈을감고 다시 잠이 들었다.

 그 다음에 송이가 눈을 떳을때는 바로 룸서비스 직원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을때였다.

 아무도 없는줄 알았던 직원은 송이를 보고 놀라서 "sorry!!!" 라고 하며 다시 급하게 나갔다.

 그렇게 한숨 더 푹자고 일어난 송이는 휴대폰을 열었다.

 

 오전11시.

 언제 전화번호를 교환한건지 현종에게서 메세지가 와있었다.

 

 [ 송이씨, 냉장고에 물이랑 호텔에서 주는 과일도 있어요~ 배고프면 그거 먹고 나 기다리고 있어요^^

 집에가지 말아요~~ 나 기다려줘요~ 얼른 다녀올게요^^ ]

 

 그 문자를 한참 보고있던 송이는 일어나 씻었다.

 송이의 옷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 어제 도대체 얼마나 격렬했던거야...? 참..ㅎㅎ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데... '

 

 그렇게 실소를 터뜨리며 욕실로 향했다.

 현종의 면도기와 폼클렌져 이거뿐이었다.

 다른건 아무것도 없었다.

 

 ' 남자라서 그런가..? 정말 별거 없네 ㅎㅎ '

 

 그 외에는 호텔에서 룸서비스로 제공해주는것으로 사용하는 모양이었다.

 송이도 샤워를 시작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 머리를 말리며 옷을 입는 순간. 노크소리가 들렸다.

 아까 놀라며 나갔던 룸서비스 직원이 다시 노크를 한것이다.

 그렇게 오케이 사인을 하며 송이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 저 집으로 갈게요.^^ ]

 

 [ 네? 왜요 ㅠㅠ 호텔에서 나 기다리라니깐... ]

 

 [ 이따가 저녁에 퇴근하고 다시봐요...^^ ]

 

 [ 알았어요^^!! 빨리 갈게요!! ]

 

 현종의 호텔은 함께 노래방을 갔던 건물바로 옆에 있었다.

 샤워를 금방 마치고 나왔는데도 날은 무지 더웠다.

 해는 쨍쨍했다.

 송이는 복잡했다..

 집에가서 더 고민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송이는 책상에 앉아 고민에 빠졌다.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는데, 그리고 송이는 1주일 뒤에 300키로 떨어진 빈시티로 가야하고, 현종은 한국으로

 돌아갈텐데..

 그렇게 고민을 하며 컵라면을 꺼내 들었다.

 컵라면에 물을 붓고 현종에 대해서 다시 생각에 잠겼다.

 

 고향은 마산사람으로 송이와 같은 고향사람이었고, 남중/남고/공대/공장의 이력으로 여자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그래서 그런지 연애를 안한지도7년이 넘었으며 , 술을 정말 좋아하고, 재미있고, 송이에게는 착한남자 였다.

 

 그렇게 현종에 대해 생각을 하며 라면을 호호 불어먹다 결론은 ..

 

 {정리}였다.

 

 그냥 하룻밤 실수로 치부해 버리기로 했다.

 '그래, 성인남녀가 하룻밤 즐길수도 있다고 생각하자..'

 라며 인생처음으로 원나잇을 계획했다.

 

 5시쯤 퇴근한 현종은 바로 송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 송이씨! 저 끝났어요^^!! 송이씨 보러 빨리갈게요!! 만나요!!"

 " 아..네.. 그럼 호텔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

 " 음.. 네..@.@... "

 

 현종은 어제와는 분위기가 다른 송이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상하고 불안한 느낌이 물씬 밀려온것이다.

 ' 왜, 그러지?... '

 라고 생각하며 현종은 회사사람들과 함께 셔틀차량에 올라탔다.

 

 한편 송이는 현종의 전화를 끊고, 검은색 반팔 롱원피스를 꺼내입고 화장을 했다.

 사실 송이는 현종또한 베트남에서 알게되었던 수많은 그저 그런 남자들 처럼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원했고, 잦은 출장으로 이런 가벼운 관계를 자주 가져왔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송이에게 현종은 처음부터 너무 적극적이었으며, 처음 만난 여자와 잠자리를 한 남자도 그와 함께 밤을 보낸 여자도 어느누가 보더라도 쉬워보이는 남녀이기 때문이다.

 송이는 쿨해지기로 했다.

 

 그렇게 호텔앞으로 걸어가니 현종이 서 있었다.

 " 송이씨! 왜 그냥 갔어요..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으라니까.. "

 " 아 할일이 있었어요. 밥 먹었어요? "

 " 아니요^^!! 송이씨랑 먹어야죠!! "

 " 제가 살게요 ~ 밥먹으러 가요. "

 

 송이는 밥도 본인이 사주고 가장 쿨한 모습으로 끝내려고 마음을 다시 다잡으며 현종과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그렇게 식당에 도착한 둘은 한국식떡볶이와 주먹밥을 주문했다.

 그리고 현종은 여전히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며 맥주를 같이 시켰다.

 메뉴를 시킨후에 가만히 앉아만 있던 두 사람중 송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 어제 일은 없었던 일로해요^^ 그냥 한 번 한셈치자구요^^ "

 " ㅡㅡ!!!!!!!!!!!!!!!?????? "

 " @.@...왜..뭐요;; "

 " 아니 이게 무슨 개똥같은 소리야!!!! 이거봐 이거봐 !! 내가 목소리가 이상하다 생각했어!!! 오늘 오늘 끝내려고 나온거네!!! 내가 내가 느꼈어 우씨 !!!! "

 " 엥..? 개똥이요? "

 

 그 말을 들은 현종은 버럭 화를 냈다.

 

 " 나는.. 나는!!! 나는!!!!!!!! 결혼안할 여자랑은 잠자리 안해!!!! 나..난 ... 난 ... 처음이었단말이야!!!!! "

 " 에~~~~~~~~~~~? "

 진심으로 놀란 송이는 벙쪘다...

 30살도 넘은 남자가 말까지 더듬으며 본인은 처음이었다고 말하는데 누가 믿기기야 하겠는가?

 

 " 아니.. 거짓말 하지 말아요 ~!! 잠자리 하는게 처음인데.. 처음만난 여자랑 잠자리를 한다고요? "

 " 그래!!!! 나는 결혼할 여자아니면 안잔다고!!!"

 " 그..그럼 !! 어떻게 하는건진 어떻게 알아요!? 한번도 안해봤는데!!! "

 " 공부했지!!!! 내가 .. 내가 ...!!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는데!!! 영상으로.... "

 " 풋..킄킄킄킄킄 하하하 네?????? "

 

 송이는 이상황이 너무도 웃겼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처음이라 고백하며 야한동영상으로 나중에 만나 결혼할 여자를 위해 공부를 해왔다는 귀여운 말을 늘어놓는 현종이 귀여웠다.

 그러면서 그걸 들으면서 방법은 어떻게 알았는지 묻는 자신도 웃겼다.

 처음인데 어떻게 알았냐니, 그게 말인지 방구인지...

 도도하고 쿨하게 끝내겠다던 송이는 귀여운 현종의 반응과 말에 마음이 녹아 천천히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 흠흠.. 그래요.. 제가 어제도 말씀드렸듯이 전남자친구하고 헤어진지도 얼마 안됐고요.. 그리고 사실 제가 1주일 뒤에 여기 박닌에서 300Km 떨어진 빈시티 라는 곳으로 가야해요. 그리고 오빠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잖아요.. 그리고 우리는 언제 다시 만날지 기약이 없어요.. 사귀어도 문제라고요. 그래서 사실 오늘 정리하려고 나온거예요."

 " 아니.. 아니 그러면 제가 여기 출장올때마다 송이씨 보러 그쪽으로 가면 되잖아요.. 출장자주 보내달라고 회사에 말할게요.. 꼭 베트남으로 보내달라고 이야기 할게요.. 그리고 주말마다 갈게요. 송이씨 보러 갈게요. 아니 주말마다 아니고 시간날때마다 그때마다 갈게요.. "

 " 오빠, 생각을 해봐요.. 그게 어떻게 가능해요.. 그렇게 얼마나 지내야 하는지도 모르고요.. 오랜기간 함께 했던 커플도 장거리 연애를 하면 쉽지 않다고요.. 근데 우리는 일주일 밖에 시간이 없어요.. 그런데 그런 관계가 유지가 되겠어요..? "

 " 이...이... 잇.. 그럼!! 하루를 일년같이 보내면 되겠네요!!!!!!!!! 그럼.. 그럼 우리는 7년을 만난거잖아요.. 내가 내가 하루를 일년같이 보낼 수 있도록 내가 노력할게요!!!!! "

 " 아니 .. 하.. "

 

 하루를 .. 일년같이 보내자는 현종의 말이 송이에게는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더이상 거절의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다음에 하면 되지 ^^, 다음에 보면 되지^^ 다음에.. 다음에 를 말하며 항상 쉽게 거절을 받아들이거나 쿨한척 자존심을 세우는 남자들과는 달라보였다.

 송이에게 매달리는 모습이 신뢰를 조금 주게 되었다.

 그런데 비굴하게 매달리는게 아니라 솔직하고 당당히 매달리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으로 용기있는 남자가 아니냔 말이다.

 

 " 그럼 된거죠? 우리 계속 만나는거예요? 우리 오늘 말고 어제!! 어제부터 사귀는 거예요!! 그리고 일주일 동안 매일 저 만나는거예요!!!!!!! "

 " 하.. 알았어요 .. 기대해 볼게요.^^ "

 " 아 우리 그럼 뭐부터 할까요? 오늘 뭐하고 싶어요? "

 " 글쎄요 ...? 갑자기 ... 하고싶은건 없는데.. 베트남에서 뭘 할 수 있는지도 모르구요... "

 " 그럼 지금부터 같이 알아봐요^^!!! 우리 하루를 일년같이 보내야 하니까 !! 다해봐요!! 다요!! 다!!!!! "

 

 다... 다 해보자라...

 사실 송이는 그랬다.

 송이가 베트남에 온건 여행이 아니다. 살기위해 도망온 것이다.

 아무도 송이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베트남에 온 송이에게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다. 송이 스스로도 자신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무엇을 하고싶은지, 무엇을 먹고싶은지, 어디를 가고 싶은지.. 이런것들 말이다.

 그런데 이 남자가 물어본다. 무엇이든지 다 해줄것 같은 기세로 말이다.

 송이는 생각했다.

 

 ' 만들어... 봐야 하는건가...? 하고 싶은거... '

 

 사실 송이는 하고싶어서 한다기 보다는 해야 하기 때문에 무언갈 한적이 더 많았다.

 본인스스로 본인을 위해 무얼한다는게 송이는 그 어떠한 것보다 어려웠다.

 송이의 삶에는 가족부터 시작해 어느 누구하나 송이가 자신을 위해 사는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어렸을적 송이에게는 그 흔한 여자아이들의 인형같은것도 없었다.

 오빠의 레고, 오빠의 딱지, 오빠의 로보트 그저 오빠가 가지고 노는것을 눈치보며 함께 가지고 놀아야 했고,

 오빠가 보고싶은 텔레비전 프로그램만을 같이 봐야했고, 송이를 위해 텔레비전을 켜는 일은 없었으며,

 송이가 놀고 있는 꼴은 또 못봐서 송이는 눈치를 보며 유치원과 학교의 숙제를 지웠다 다시 썼다 지웠다 다시썼다 하며 책상앞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오빠에게는 언제나 최신제품을 사줬고, 새것을 사줬다.

 송이는 딸임에도 불구하고 오빠의 옷과 가방과 신발을 물려입기 일쑤였고, 오빠가 새것을 사게 되면 오빠가 쓰던것을 쓸 수 있었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딸은 엄마, 아빠와 방을 같이 써야했고, 오빠에게는 혼자만의 방이 있었다.

 중국으로 가는길 또한 중학생때부터 질풍노도가 심하게 온 오빠가 고등학생때 절정으로 정도가 나빠지자 도피성으로 보내는 유학길에 송이를 껴서 보냈으며, 그 안에서 송이의 위치는 없었다.

 부모가 오빠를 위해 가라고 하면 가야했고, 오빠의 말은 위계질서를 위해 법이어야 했고, 부모의 말을 잘 들어야 하듯이 송이는 오빠의 말또한 잘 들어야 했다. 물을 가지고 오라면 물을 가지고 와야 했고, 때려도 그 누구에게 말을 할 수 없었다. 집안에서는 송이의 편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누구하나 송이를 보호해 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 남자는 우리의 일주일을 위해 나에게 무엇을 하고싶은지 본인이 다 해주겠다며 눈을 반짝이며 말을 하고 있다.

 

 송이는 현종의 앞에서 소리내어 울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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