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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클럽 썬샤인
작가 : 토닥이
작품등록일 : 2019.10.8

불운과 눈치 없음으로 인해 외롭게 살아온 경수,
드디어 클럽에 가입해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근데 클럽 이름이 왜 ‘썬샤인’이예요?”
“죽어서 빛이 되고 싶은 우리들의 의지입니다.”

그 클럽은 자살 클럽이었다.

 
21화. 죽으려는 사람들(1)
작성일 : 19-11-11 19:27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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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씨… 뭐야?”

 “사과해! 사과하라고!”

 

 경수가 창피해하는 지혜를 앞세우며 고삐리들을 다그쳤다. 문신남이 당황해하며 경수를 바라봤고 멤버들도 경수의 행동에 놀라고 있었다.

 

 “오빠… 하지마… 이게 더 창피해.”

 

 고삐리들이 경수의 돌발행동에 당황하자 차분한 민서가 멤버들을 향해 말했다.

 

 “일단 제압해요. 맞고 나면 생각이 바뀔 거예요.”

 “전원 돌격!”

 

 멤버들이 달려들자 고등학생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얘들아! 가자”

 “우와아아아!”

 

 고등학생들과 멤버들 간의 난투극이 시작됐다. 멤버들은 7명, 고등학생들은 6명이었다. 멤버들이 각자 한 명씩 맡아 고등학생들과 싸움을 벌였다.

 7대6으로 인원은 멤버들이 유리했지만 덩치에서 밀리고 있었다. 싸움의 승패는 조금씩 고등학생들로 기울어갔다. 경수는 노랑머리 고등학생에게 헤드락에 걸려 버둥대고 있고, 연준은 고등학생 한 명과 부둥켜안고 바닥을 뒹굴었다. 한석은 안경남과 거리를 두고 으르렁대는 중이었으며 지혜와 민서는 양쪽에서 문신남을 잡고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미연이 담배를 꺼내 피우자 그 앞에 있던 고등학생도 같이 담배를 꺼내 피웠다. 도필 혼자 고등학생을 상대로 우세를 점하는 상황이었다.

 전체적으로 멤버들이 이길 가능성은 낮았다. 주위의 상황을 둘러보던 경수는 이 싸움에 져서 고삐리들에게 수모를 당할 생각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멤버들이 겪게 될 수모가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에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그때였다.

 - 팍. 미연이 피우던 담배가 고등학생을 향해 재빨리 움직였다. 고등학생이 움찔거리는 순간, 미연의 몸이 날아올랐다.

 - 부웅 - 퍽. 미연의 몸이 떠오르더니 앞에 있는 고등학생의 가슴팍에 킥을 꽂아 넣었다.

 

 “으윽!”

 

 고등학생이 나가떨어졌다. 미연이 뛰어난 싸움 실력을 펼치며 순회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마치 화려한 군무를 보는 듯하다. 미연이 가벼운 몸놀림으로 고등학생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 방에 한 명씩, 고등학생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컥- ”

 “우욱-”

 

 미연의 활약으로 전세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경수에게 헤드락을 걸고 있던 노랑머리가 미연을 향해 달려갔다.

 - 휘익. 노랑머리가 거친 주먹을 날렸지만 미연이 스텝을 이용해 가볍게 피했다. 그리고 노랑머리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커헉-”

 

 노랑머리가 숨을 쉬지 못하며 그대로 고꾸라졌다. 어느새 고등학생들을 다 정리한 미연이 다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멤버들이 미연을 향해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역시 미연 동생밖에 없어.”

 “언니 고마워요.”

 “미연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미연의 싸움 실력을 처음으로 목격한 경수는 경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우와… 미연 누님!”

 

 * * *

 

 고등학생들이 신었던 신상 운동화가 봉고차 트렁크에 던져졌다. 연준이 운동화를 살펴보더니 멤버들에게 말했다.

 

 “일단, 환불해볼게요. 안되면 반 정도라도 건질 수 있도록 해 보죠. 그나마 다행이에요. 각자 회비를 조금 더 충당하면 여행은 지장 없을 것 같아요.”

 

 고등학생들을 제압하고 되찾아 온 건 운동화뿐이었다. 멤버들의 표정이 어둡다. 오직 경수만 신나서 싸움담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와~ 오늘 장난 아니었어요. 이 멤버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예요. 특히 미연 누님, 완전 존경! 저도 싸움 좀 알려주세요.”

 “…”

 “완전 짱이에요. 저 힘들었거든요. 언젠가는 꼭 복수하고 싶었는데… 그게 오늘이 될 줄이야. 으하하하 완전 후련해요.”

 

 경수가 수다스럽게 떠들었지만 멤버들은 반응이 없었다. 민서가 멤버들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내일 여행을 떠납니다. 출발 장소는 이곳. 시간은 9시입니다. 결심이 변하지 않았다면 여기서 뵙게 되겠죠. 내일 나타나지 않는 멤버들이 있어도 원망하지 않을 겁니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경수의 눈치를 보는 멤버들, 각자 집으로 향하는 것처럼 발걸음을 움직이지만 조금 부자연스럽다. 승리에 도취 된 경수는 멤버들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흥분한 표정의 경수가 집으로 향해 사라지자 다시 모이는 멤버들이 일제히 한숨을 내쉬었다. 연준이 멤버들을 향해 걱정스럽게 말했다.

 

 “불길한데… 그냥 이대로 갈 거야?”

 

 멤버들이 민서를 바라봤다. 회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다. 민서는 멤버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불안한 표정의 한석이 자신의 의견을 조심스럽게 꺼내 놓았다.

 

 “경수 쟤는 재수가 없어. 이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 * *

 

 도로를 달리는 삼바 버스. 여행을 떠나는 멤버들의 모습이 밝아 보인다.

 운전석에는 경수가 앉아 있다.

 

 “이 지긋지긋한 세상과도 이제 작별이구나.”

 

 운전석 뒤에 앉은 한석이 느긋한 표정으로 말하자 차 안에 있던 멤버들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클럽을 이끌어 온 민서가 멤버들을 다독였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운전을 하는 경수가 멤버들을 향해 외쳤다.

 

 “자 달려 볼까요? 조금이라도 빨리 가는 게 좋겠죠?”

 

 - 부우웅. 삼바버스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쭉 달려나갔다. 속도를 높여 사거리를 지나는 순간, 쾅- 트럭이 달려와 차량을 들이박았다. 끼익- 충격으로 빙그르르 도는 삼바 버스가 가로수를 들이박고 멈춘다. 차 안에 있는 멤버들이 교통사고의 충격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

 잠시 후.

 멤버들이 우르르 구급차에 실려 간다.

 

 병원 6인실.

 나란히 입원해 있는 멤버들, 각각 팔과 목에 깁스를 한 상태다. 하지만 경수만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는지 깁스를 하지 않은 채 앉아 있다. 미안한 표정의 경수가 둘러보면 자살 여행에 실패한 멤버들의 우울한 표정이 보인다.

 

 * * *

 

 멤버들이 사고를 상상하자 표정이 굳어졌다. 연준이 신중하게 말을 꺼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특단의 결정을 내려야 해.”

 “설마. 사고가 나겠어요?”

 

 지혜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연준의 의견에 반대하자 도필이 발끈하며 말을 꺼냈다.

 

 “설마라니? 지금까지 겪어 본 걸로 충분하거든. 경수의 불운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야.”

 “하긴, 내가 살면서 경수처럼 재수 없는 놈은 처음 봤어…”

 “그럼… 경수 오빠 빼고 출발하자는 거예요? 그건 왕따시키는 거잖아요.”

 “……”

 

 미연이 아무 말 없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후우- 깊은 한숨소리가 담배 연기에 묻어 나왔다. 경수의 불운으로 인해 자살 여행이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 때문에 경수를 왕따 시킨다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같이 죽자고 온 사람인데… 어떻게 그래요…”

 

 민서가 멤버들을 향해 조용히 말해다. 한석도 경수를 왕따시켜야 한다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긴… 쟤도 세상이 싫어하는 놈 같던데…”

 “그래요. 혼자 두고 갈 수는 없잖아요.”

 

 민서와 지혜, 한석이 경수를 버릴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하자 도필과 연준도 더이상 경수를 버리자는 주장을 고집할 수는 없었다. 아무 말 없이 담배를 피우는 미연도 경수를 두고 가기를 바라지 않는 눈치였다.

 

 “저도 조금 그래요. 살면서 왕따를 당했을 건데… 우리까지 왕따하면 너무 비참하지 않을까요?”

 “알았어. 다들 그런 생각이면 나도 뭐…”

 “그나저나 부족한 돈은 어떻게?”

 “회비를 더 걷어야죠. 다들 비상금 챙겨 오세요. 사실 돈이 많이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그럼. 오늘 마지막 밤이에요. 작별 인사 잘하시고 내일 만나도록 해요.”

 

 멤버들이 서로의 얼굴을 보며 다짐하고는 각자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멤버들이 향하는 길에 환한 달빛이 비추고 있었다.

 

 * * *

 

 경수의 집.

 경수는 내일 떠날 여행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 내내 뒤척였다. 달력에 ‘썬샤인 여행. 출발 9시’라고 적혀 있다. 경수가 핸드폰 알람을 다시 확인하고 잠을 청했다.

 

 * * *

 

 민서의 오피스텔.

 불이 꺼진 방 안. 민서가 의자에 앉아 있다. 책상에 놓인 사진 액자에는 남자친구와 다정하게 찍은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민서의 표정에 슬픔이 가득했다. 아무리 고민해 봐도 알 수가 없었다. 남자친구는 자신을 사랑했던 걸까? 그가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민서야! 사랑해!]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수는 없었다. 자신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 선택을 했다고?

 민서는 가슴이 아려오는 아픔에 고개를 떨궜다.

 

 “잘 지내고 있어? 이제 만나러 갈게.”

 

 손으로 남자친구의 사진을 쓰다듬는 민서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 * *

 

  입시 학원 앞.

 지혜가 학원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밖으로 나온 남자 고등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잠시 망설이던 지혜가 용기를 내 한발 다가갔다. 그때, 다른 여자아이가 나타나 남자 고등학생과 팔짱을 겼다. 그리고 웃으면서 다정하게 걸어갔다.

 

 “선배… 괜찮아. 얼굴 봤으니까. 안녕…”

 

 지혜가 멀어져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 * *

 

 한석의 집.

 냉장고에는 ‘여보, 나 오늘 야근이야. 저녁 챙겨 먹어’라고 적힌 쪽지가 붙어 있다. 한석이 냉장고에서 음식들을 꺼내 식탁에 올려놓았다. 자신을 대신해서 힘들게 일하는 아내에겐 언제나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못난 자신 때문에 고생만 시키고 있다.

 한석은 식탁에 음식들을 차려 놓고 아들이 있는 방을 바라봤다. 한석은 욱하는 성격 때문에 아들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몇 년 전 음악을 하고 싶다는 아들의 말을 듣고 손찌검을 날렸다.

 자신 때문에 아내가 힘들다. 그런데 아들까지 음악을 한다면 아내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것이다. 한석은 아들이 왜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지 물어보는 것 대신 화를 냈었다. 그 일 이후로 아들과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하는 사이가 되었다.

 한석이 아들방으로 향했다. 문 앞에 ‘방해하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한석이 혼자 쓸쓸히 서서 팻말을 바라보았다. 왠지 자신의 존재가 아내와 아들의 삶에 방해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두통이 몰려오자 얼굴을 찡그린 한석이 식탁으로 돌아갔다. 약을 입안에 털어 넣고는 물을 마셨다.

 이 집에서 자신의 존재는 무엇일까?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이대로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 * *

 

 창고 안.

 백열등 불빛이 소파에 앉아 있는 한 남자를 비추고 있었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서 돈을 버는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잠시 후, 동식이 나타나 돈뭉치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확인해봐. 약속한 금액이야.”

 “에이, 확인은 무슨, 맞겠죠.”

 “근데… 너 딴생각 하는 거 아니지?”

 “아…아닙니다. 절대로…”

 “그래. 이번에 잘하면 너도 좋고 나도 좋고. 돈도 벌고. 그치?

 “그럼요.”

 “계획대로만 해. 알겠지?”

 “네… 당연하죠.”

 

 남자가 테이블에 놓인 돈뭉치를 집어 당기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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