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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시냇가의 꽃들
작가 : 누리아리마리소리
작품등록일 : 2019.10.1

시냇가에 아무렇게나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처럼,
여러 계층의 개성 있고, 사연 많은 사람들.
각자의 이익을, 그리고 목적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사람들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가혹하고 억울하여, 나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날 한 장소에서 모이게 된다.
급작스럽게 사건에 모두 휘말리게 되고, 계획 없던 동행이 시작된다.
서로를 경계하고 못 믿던 그들이지만,
시간이 지나, 차츰 서로를 알아가면서, 끈끈한 인연이 되어 간다.
하지만, 그들에게 죽음의 그림자는 계속 추격해 오고...
시냇가의 꽃들에게, 추운 봄이라도 찾아올 것인가?...

 
17화. 발렌타인의 과거 3
작성일 : 19-11-11 19:26     조회 : 460     추천 : 1     분량 : 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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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0년 전 가을>

 

  “덜컹! 덜커덩! 덜컹!”

 

  어색한 공기만이 흐르는 군용 트럭 안.

 트럭 안은 밤하늘처럼 어둠속이다.

 껌껌한 그 속에서 열 살 남짓 훈련병들이

 지저분한 넝마차림으로 앉지도 못한 채 비좁게 서 있다.

 가끔 번개가 치면 잠깐씩 서로의 얼굴이 보인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얼굴들.

 일면식도 없는 서로를 어색하고 난처하게 쳐다본다.

 간간히 천둥이 칠 때면 헉! 하는 비명을 질러댄다.

 

  한 구석에서 힘겹게 자리를 비집고 일어서는 민지. 몹시 야위어 보인다.

 얼굴 군데군데 피가 묻고 찢어진 상처가 나있다.

 누군가를 찾는 듯 사람사이를 힘겹게 헤집고 앞으로 걸어간다.

 어렵게 트럭 끝 뒷문 쪽에 다다른다. 굳게 잠겨져있는 뒷문.

 두려운 얼굴로 주위를 살핀다.

 

  잠시 후 두리번거리던 고개가 한 지점에서 딱! 멈춘다.

 두려운 얼굴에 금세 화색이 돈다.

 사람들을 헤집고 힘겹게 걸어간다.

 

  조금 후, 누군가의 앞에 서있는 민지.

 

  고개를 푹- 숙이고 팔짱을 낀 채 트럭 옆면에 기대어 서있는 발렌타인.

 민지가 바로 코앞까지 와있는 것도 모르고 자는 듯이 눈을 감고 있다.

 역시 민지와 마찬가지로

 얼굴에 피가 묻어있고 찢어진 상처가 나있다.

 

  “언니... 언니...”

 

  발렌타인의 눈이 살며시 떠진다.

 손으로 하트를 만든다.

 

  “아까 고마워...

 아까... 군인 아저씨들한테... 맞아 디지는 줄 알았어 헤헷”

 

  “...”

 

  귀찮은 얼굴이다.

 민지에게는 얼굴의 상처가 먼저 보인다.

 글썽거리는 민지의 눈망울

 

  “미안해... 나 때문에... 나 도와주다가...

 많이 아파?...”

 

  “...”

 

  더욱 안쓰러운 표정이 되는 민지다.

 후후 불며 상처를 위로한다.

 

  “어우~ 많이 아프지...”

 

  “...”

 

  손가락을 입에 물고 쪽쪽! 빤다.

 

  “저기... 아까... 나... 침 바르니까... 조금 덜 아픈 거 같아...”

 

  손가락을 빼서 발렌타인의 얼굴에 가까이 가져간다.

 

  “저기... 내가... 발라줄게...

 진짜... 안 아파... 원래...!!”

 

  귀찮은 듯 민지의 손을 탁! 쳐낸다.

 

  당황되고 속상한 민지다.

 

  “미... 미안해... 언니...”

 

  고개를 숙이고 어깨가 힘없이 축 늘어진다.

 

  “나... 이제... 갈게... 언니...”

 

  서서히 뒤돌아선다.

 

  “...”

 

  귀찮은 듯 다시 눈을 감는 발렌타인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연신 뒤를 돌아보는 민지.

 고개를 숙이고 팔짱을 낀 채 미동도 않는 발렌타인.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 제자리로 걸어가는 민지.

 왕방울만한 눈물이 흐른다.

 손을 들어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훔친다.

 얼굴이 점점 꾀죄죄해진다.

 제자리에 멈춰선 민지.

 

  트럭 안의 누구도 민지를 상관하지 않는다.

 

 마치 보이지 않는 것처럼...

 

  바로 그 순간!

 

  “꽈자장!!! 꽈꽈꽝!!!”

 

  천둥 번개가 트럭 안으로 뚫고 들어올 듯이 무섭게 내려친다.

 

  “끼이익! 꾸아아아앙!”

 

  “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트럭이 앞으로 기울고 벼랑 아래로 떨어지듯이 자유낙하를 한다.

 트럭안의 모두는 괴성과 비명을 지르면서 트럭 앞쪽으로 쏟아져 내려간다.

 

  “꽈과광~! 꽈광!”

 

  “쏴아아아아아! 쏴아~!”

 

  밤하늘 아래 천둥 번개가 수없이 내려치고 굵은 빗줄기가 쉼 없이 떨어진다.

 군용트럭은 벼랑 끝을 지나 끝이 보이지 않는 계곡 아래로 자유낙하를 한다.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다.

 

  “와아아아악! 꺄아아아악!”

 

  아수라장인 트럭 안.

 비명을 질러대고 공포에 휩싸인 훈련병들.

 

  잠시 후,

 트럭은 계곡 아래의 땅바닥까지 다다른다.

 

  절체절명의 순간,

 죽음과도 같은 검은 색 땅바닥에 군용트럭이 반사되어 보인다.

 

  첨벙!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물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꾸룩 꾸룩 꾸루룩”

 

  트럭의 모습은 검은 물속 아래로 사라지고 없다.

 검은 물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하기만 하다.

 

  “꽈자자장!”

 

  “솨아아아아아!”

 

  “휘이이이이이이잉!”

 

  그와는 반대로 천둥 번개는 검은 밤하늘을 찢고 나오는 듯하다.

 억수 같은 빗줄기가 계곡 아래로 쏟아져 내려온다.

 시베리아 벌판처럼 차가운 바람이 그 곳을 에워싼다.

 

  “푸확! 흐읍 화~!”

 

  검은 물속을 뚫고 나오는 훈련병들. 허우적거리며 첨벙대기 시작한다.

 수영을 못하거나 당황한 훈련병들은 옆의 사람을 잡아챈다.

 같이 빠져서 물속으로 가라앉는 훈련병도 보이고,

 들러붙는 사람을 주먹으로 쳐내면서 수영을 하는 훈련병도 보인다.

 

  “후아~!”

 

  뒤를 이어서 검은 물속을 뚫고 나오는 발렌타인.

 품에 안겨있는 민지.

 파란 입술을 달싹거리고 있다.

 

  “화화화화화화화~!”

 

  계곡 위에서 들리는 헬기 날개 바람소리.

 

  하늘에서 내려오는 기다란 철제 사다리.

 첨벙거리는 훈련병들 사이로 내려온다.

 사다리는 헬기까지 이어져 있다.

 

  어리둥절해 하는 훈련병들. 저마다 입술이 파랗고 보라색이다.

 아래 위 치아가 서로 부딪쳐 따그닥! 소리가 날 정도로 입술을 달싹거린다.

 

  “야아아아아아아~!”

 

  다음 순간 본능적으로 사다리를 향해 헤엄치기 시작하는 훈련병들.

 괴성과 비명을 질러댄다.

 사다리 주변은 서로 밀쳐내고 잡아채는 등 아수라장이 된다.

 

  “후웁 후우~”

 

  “언니... 어떡해.... 으으... 너무 ... 추워...”

 

  그 자리에서 미동도 않고 제자리 수영을 하고 있는 발렌타인.

 품에 꼭 안겨서 발장구를 치는 민지.

 두 사람 모두 발작이라도 하는 것처럼 온 몸을 떤다.

 

  사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서서히 하늘 위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옥수수알갱이처럼 매달려 올라가는 훈련병들.

 힘에 부치거나 밀쳐져서 떨어지는 훈련병들.

 가지각색으로 아비규환 속이다.

 

  사다리가 거의 올라갈 즈음

 마지막 계단을 붙잡는 손.

 

  발렌타인과 품에 안긴 민지다.

 

  사다리가 서서히 하늘 위로 올라감에 따라

 검은 물속에서 서서히 빠져나오기 시작하는 발렌타인의 몸.

 품에 꼭 안겨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민지.

 

  “언니... 너무 무섭다... 춥고...”

 

  두 눈을 꼭 감는다.

 

  검은 물속에서 발렌타인의 몸이 거의 빠져나올 즈음,

 정체 모를 손아귀가 발목을 잡아챈다.

 

  “!!!”

 

 당황하여 아래를 내려다본다.

 밥맛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지옥의 개.

 

  점점 중력의 무게가 더해진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어금니를 깨물며 참아내려 한다.

 하지만 입 밖으로 연신 신음이 토해져 나온다.

 

  “으윽! 컥!”

 

 지옥의 개가 음흉한 미소를 뿌리며 발렌타인의 몸을 타고 올라간다.

 

  “컥! 컥!”

 

  끝끝내 사다리 계단을 잡아챈다.

 민지를 안고 있는 발렌타인을 향해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흘린다.

 

  사다리 계단을 하나씩 오르는 동안

 보란 듯이 한 사람씩 떨어뜨린다.

 발렌타인은 지옥의 개의 만행으로

 저 깊은 계곡 아래로 떨어지는 훈련병을 무표정하게 지켜본다.

 

  때마침

 검은 헬기는 검은 하늘 위를 가로질러 날아가기 시작한다.

 훈련병들은 힘겹게 사다리를 잡고 버티면서 계곡 아래를 내려다본다.

 

  벼랑 끝과 계곡 아래에는

 떨어져서 머리가 터져 죽은 소년 소녀들의 주검.

 계곡 아래의 검은 물속에 둥둥 떠다니는 소년 소녀들의 주검.

 아직도 검은 물속에서 첨벙거리며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소년 소녀들의 모습이 보인다.

 

  무표정한 발렌타인의 얼굴에

 점점 아련한 슬픔이 깃 든다...

 
작가의 말
 

 과거 4편까지 이어집니다.

 그리고 현재로 돌아갑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상한가달인 19-11-18 19:32
 
좋은글 잘보았습니다.
열심히하시는 작가님 화이팅입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퐝초초퐝 19-11-18 19:37
 
아네^^ 감사합니다~
지금 또 적고 있었는데용~^^
이렇게 용기 주시궁~
덩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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