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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나의 약혼녀에게
작가 : 시쿠글
작품등록일 : 2019.11.10

'....이게 마음에 들어?'

약혼자의 질문.

'응. 나 이거 갖고 싶어.'

유리의 웃음.

다음날 유리는 약혼자의 귀 아래에 박힌 푸른색 마석을 볼 수 있었다.

그의 가문인 미르가의 아름다운 세공술로 찬란해진 마석은 유리에게 날 봐달라는 듯이 약혼자의 뒷목에 박혀있었고.

그 뒤로 유리는 어떤 마석도 갖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18.내가 너무 아프잖아(2)
작성일 : 19-11-11 00:01     조회 : 199     추천 : 0     분량 : 5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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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6...

 

 1.

 유리의 금발이 바닥으로 떨어지던 걸 유유히 지켜보던 루한은 낮게 웃었다.

 

 "난 네 머리카락 한올 한올까지 좋아서 어떡하지."

 

 루한이 유리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유리는 머리카락 한올 한올이 살아있는 것처럼 그의 손이 닿인 곳이 얼얼하게 느껴졌다.

 

 루한이 유리의 목덜미로 자신의 머리를 파묻었다.

 

 "넌 평생 내꺼야."

 

 귓가에 들리는 그의 목소리와 숨결에 유리는 손이 떨려 소파의 끝을 긁어내렸다.

 

 벨벳재질로 된 소파는 유리의 손톱이 낸 자국을 선명한 소리로 보답했다.

 

 짙은 숨을 내쉬며 루한이 조금 더 고개를 비틀었다.

 

 "왜....부끄러워?"

 

 작게 흔들리는 유리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던 루한은 볼에 키스를 했다.

 

 "예쁘다."

 

 그의 나직한 목소리에 유리는 결국 그런 자신이 부끄러워 눈물이 핑하고 돌았다.

 

 루한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여린 어깨를 잡고선 그녀의 쇄골까지 옷을 내렸다.

 

 "으....."

 

 루한은 유리의 선명한 쇄골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허리를 헤집던 손길이 옷 속으로 파고들자 유리의 몸이 뒤틀렸다.

 

 그 떨림이 자극에서 오는 반응이 아니라는 걸 안 루한은 행동을 멈췄다.

 

 유리는 손길을 멈춘 루한의 눈치를 보다 재빨리 옷을 여몄다.

 

 "내가 만지면 싫어?"

 

 "아니, 싫은 게 아니라."

 

 유리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떨어졌다.

 

 울긴 왜울어.

 

 가슴이 답답해진 루한은 유리를 재빨리 품 안에 넣었다.

 

 "그니깐...유하가 세한이네 별장에 있어서..."

 

 유리는 붉어진 얼굴을 머리카락으로 가리며 일어섰다.

 

 루한은 일단은 그녀를 부축해 일으켜 앉혀주었다.

 

 "그래서 유하가 보고싶었어?"

 

 "....응."

 

 "그럼 유하 데리러 갈까?"

 

 "응?"

 

 유리가 당황해 묻자 루한이 허리를 앞으로 기울였다.

 

 "가고싶으면 손 빼지마."

 

 루한은 유리의 손을 끌어다 제 얼굴 앞에 가져다 놓더니 이내 눈을 감은 채 입술을 깊게 부딪쳤다.

 

 "흐아..."

 

 유리는 자꾸만 이상한 소리를 내는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손가락 끝에 '촉'하고 입술을 부딪힌 루한은 입술을 서서히 올려 손가락 끝에서 팔꿈치로 팔꿈치에서 어깨로 천천히 올라갔다.

 

 "우...우리 언제 나가?"

 

 저도 모르게 유리가 말을 더듬자 루한은 부드럽게 웃으며 혀로 쇄골의 위를 뭉갰다.

 

 "으아."

 

 유리가 몸을 웅크림에도 불구하고 루한은 그곳에 짧고 깊게 입을 맞추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리는 어깨와 허리가 붙잡힌 채 덩달아 함께 일어났다.

 

 "어떡하지. 이제 유하데리러 가야 하는데."

 

 "....."

 

 으 부끄러.

 

 루한이 유리가 한 말을 따라하자 유리는 안그래도 새빨개진 얼굴이 터질것만 같았다.

 

 "유하데리러 가는 김에 데이트룩도 맞춰야겠네."

 

 덤덤한 루한의 말투.

 

 유리는 괜히 자신만 붉어진 것 같아 더욱더 몸을 움츠렸다.

 

 "....으응."

 

 "옷 먼저 맞춰야겠다. 지금 옷이 다 흐트러졌어."

 

 루한은 자신때문에 짓뭉개진 유리의 옷을 정돈해주며 자신의 참을성에 감복했다.

 

 "유리야. 나 잠깐 위층에 올라갔다 올테니깐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유리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작은 일이 있었던 소파에 다시 앉았다.

 

 2.

 유리와 루한이 다시 밖으로 나오자 제법 어두워져 별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 안에 옷을 살 수 있을까?"

 

 유리가 루한의 손을 꼬옥 쥐며 말하자 루한이 웃으며 대답했다.

 

 "방금 전에 무서워서 운 거 아니었어?"

 

 "어?"

 

 루한은 유리의 손에 깍지를 끼며 말했다.

 

 "그냥 또 아무생각없이 손 잡아주니깐 좋아서."

 

 "나.. 나 무서워서 운 거 아니야!"

 

 괜히 민망해진 유리는 또 변명거리를 늘어뜨렸다.

 

 "갑자기 유하가 딱 떠오르는데, 유리가 잠을 잔지가 벌써 한 8시간은 지났으니깐 ... 그래서 엄마같은 마음에."

 

 유리는 변명을 하다가 말을 멈췄다.

 

 첫번째 이유는 하루종일 변명만 하는 자신이 부끄러워서.

 

 두번째 이유는 그런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루한때문에.

 

 유리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자신만 바라봐주는 파란 눈동자도 곁에 오면 진동하는 쿨워터향도 그대로였다.

 

 "우리 이젠 진짜 약혼한 사람같다."

 

 하루종일 변명만 하다 고백아닌 고백을 하는 유리를 보며 루한은 볼에 입술을 맞췄다.

 

 "오늘 간 부디끄는 못 가겠지?"

 

 "음....아마?"

 

 둘은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선 길거리를 배회했다.

 

 어느덧 하나 둘 씩 색색깔의 등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오빠도 세한이네 집에서 자야겠다."

 

 "음....왜?"

 

 "너무 늦었잖아."

 

 "......그런가."

 

 루한은 속이 비틀려 대답을 늦게 할 수 밖에 없었다.

 

 3.

 루한은 지금 그렇게 끝내고 나서 당당하게 다른 남자네 집에서 자겠다고 주장하는 약혼녀때문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유리야."

 

 "왜?"

 

 "내가 진심으로 세한이네 집에서 잤으면 좋겠어?"

 

 "응."

 

 "근데 그러면 세한이가 별로 좋아하지 않지 않을까?"

 

 이유가 다분한 회유.

 

 "아니야. 세한이는 오빠 되게 좋아해. 그리고 거기엔 방도 엄청 많아서 괜찮아."

 

 하지만 그의 회유가 들어먹힐리 없었다.

 

 "세한이네 상단이랑 우리가문의 상단이랑 부딪히는 일이 많아. 세한이네 집에 내가 가면 서로 껄끄러워 질꺼야."

 

 "하지만 세한은 그런 말 한 적 없었는걸."

 

 그렇겠지. 걔가 너한테 그런 말을 할 리가 있겠니.

 

 "세르상단은 중계무역을 통해서 돈을 벌어. 그에 비해서 우리 가문은 중계무역을 꺼리지."

 

 "미르가의 보석은 원체 비싸니깐?"

 

 유리의 말에 루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중간에 다리가 생기면 가격이 천차만별로 올라가. 그리고 누구에게 팔렸는지도 알기 어렵지."

 

 "그래서 미르가도 무역을 하긴하잖아."

 

 "그렇긴 하지. 아무튼지간에 세한도 그렇고 레번도 그렇고 둘 다 무역과 관련된 일을 하는 가문이기 때문에 우리가문이 그렇게 탐탁지는 않을꺼야."

 

 "오히려 엄청 좋아할 수도 있지 않아?"

 

 "그런건 내가 사양이고."

 

 루한은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주길 바랬다.

 

 그렇기에 자신이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 밀리는 행동을 하는 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일부러 아첨이나 청탁을 해 자신의 밑에 들어가려고 하는 행동.

 

 "그러고보니 세한과 레번이랑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본적이 없네."

 

 "그래서 걔네랑 같이 다녀도 뭐라고 안하는 거야."

 

 어느 정도 자존심은 있는 것 같아서.

 

 루한은 잠깐 생각을 하다 유리에게 말했다.

 

 "일단 옷이나 보러가자."

 

 "응."

 

 "우리 이거 첫 데이트룩이야?"

 

 "같이 사는 건."

 

 "신난다."

 

 "그러게."

 

 유리가 해맑게 웃자 루한은 괜히 유리의 손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주며 옷가게로 걸어갔다.

 

 4.

 딸랑.

 

 "어서오세요."

 

 시내의 한복판에 있는 가장 큰 살롱.

 

 살롱-레이든은 솔리네에서 손에 꼽히는 살롱이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내일 있을 용의 축제에 입을 검은색 드레스와 검은색 정장."

 

 "알겠습니다."

 

 루한이 바지에 손을 꼽은 채로 비스듬하게 말하자 살롱의 주인은 예를 차리며 옷을 찾으러 들어갔다.

 

 "오빠. 이번 축제에 초대장 받았어?"

 

 "응. 니껏도 내가 가지고 있었는데."

 

 "에? 내 꺼가 왜 오빠한테 있지?"

 

 유리는 당황스럽다는 듯한 눈빛으로 루한을 바라보았다.

 

 "아. 그 저번에 너희 방에 간 날."

 

 "같이 축제가자고 한 날?"

 

 유리는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응. 그날 내 기숙사에서 초대장을 받고 나서 일부러 니네 기숙사에 가서 들고왔었어."

 

 "엥? 도대체 왜?"

 

 유리는 이해가 안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루한을 바라보았다.

 

 "그...나말고 다른 사람이랑 축제보러 갈려고 할까봐."

 

 "에...?"

 

 "근데 그 날 바로 너가 나한테 축제같이가자고 묻길래 난 네가 알고 있는 줄 알았어."

 

 "뭐를?"

 

 "그...."

 

 "그?"

 

 "내가....일부러 초대장 들고가려고 한거."

 

 루한은 빨개진 귀를 가리지 못해 괜히 큼큼거렸다.

 

 아. 그럼 그때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던게...

 

 "부끄러워서 그날 그렇게 빨리 나간거였어?"

 

 "....어."

 

 풋.

 

 유리는 좋아서 웃음을 터뜨렸다.

 

 "난 오빠가 내가 싫어서 그렇게 빨리 나가는 줄 알았잖아."

 

 ".....미안."

 

 "푸흣"

 

 유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계속 웃었다.

 

 "그만 웃어."

 

 루한의 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리는 기분이 좋은지 계속해서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만 웃으라니깐."

 

 "고객님. 주문하신 옷 나왔습니다."

 

 루한의 말을 뒤로, 살롱의 주인 루미안이 나와 옷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살롱 드 레이든의 주인 루미안입니다. 스피나제국의 보석인 미르공자와 스피나 제국의 꽃인 자안영애를 뵙습니다."

 

 루미안은 가볍게 아첨석인 인사를 한 뒤, 옷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먼저 이 6벌의 블랙 드레스에 대해서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이 6벌은 모두 가격대와 디자이너가 동일합니다. 이 드레스의 디자이너는 전대 주인 아르와가 만든 옷들로 현재 시가 5000골드를 호가하고 있습니다."

 

 드레스들은 모두 그 가격을 자랑하듯 반짝거렸다.

 

 유리가 그런 드레스들을 물끄럼히 바라보더니 루한에게 귓속말을 했다.

 

 "난 저렇게 비싼거 살 생각 없었는데."

 

 "그냥 사."

 

 "솔직히 내 2년치 용돈인것 같아."

 

 솔직한 고백.

 

 유리는 루한을 빤히 쳐다보았다.

 

 "어짜피 내가 사줄거야."

 

 "그럼 오빠 정장은 내가 사줄래."

 

 유리가 큰 소리로 말하자 살롱의 주인 루미안은 빨리 정장으로 넘어갔다.

 

 "정장은 이 한 벌 뿐입니다."

 

 "음....왜죠?"

 

 "이 블랙드레스와 어울리는, 그리고 같은 디자이너에게 제작된 블랙정장은 이 한 벌 뿐이기 때문입니다."

 

 "얼마에요?"

 

 "7천골드입니다."

 

 으엑.

 

 유리의 당황스러운 표정이 얼굴에 비치자 루한이 키득거리며 귓속말을 했다.

 

 "왜..없어?"

 

 "아니야. 있어."

 

 있긴 해.

 

 유리는 허리가 꺽이는 듯한 느낌으로 휘황찬란한 정장을 바라보았다.

 

 정장은 대각선으로 보석이 알알이 박혀있었는데, 보석들은 모두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모두 다이아입니다. 작아서 잘 보이지 않겠지만. 모두 최고급 세팅으로 되어있구요."

 

 루미안은 이번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을 직감하며 열변을 토했다.

 

 "그리고 이 정장의 끝에 달려있는 견장은 미르가의 보석입니다."

 

 "흐어.....오빠네 보석이라니..."

 

 유리는 거의 울상이 되었다.

 

 루한네 집에 굴러다니는 돌 하나 박으면 될 일인데 이렇게까지 돈을 부어야한다니...

 

 "그래서 사줄꺼야?"

 

 "응.."

 

 유리는 눈물을 머금고 비아룬카드를 꺼냈다.

 

 학교에서 지급받은 비아룬 카드는 사용한 기록들이 전부 장부에 적혀 한 달에 한 번씩 대금을 지급하게 되어있는 일종의 신용카드 가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 나도 사줄께."

 

 "저것들 다."

 

 루한의 말을 들은 루미안의 얼굴은 밝게 상기되었다.

 

 "탁월하십니다."

 

 "제대로 보지도 않았는데 뭐가 탁월해."

 

 루한의 까칠한 말투에 기가 눌린 루미안은 애써 당황한 사실을 감추며 드레스를 한 벌 한 벌 보여주기 시작했다.

 

 "일단 다 입어봐."

 

 "음....일단 알겠어."

 

 "그리고 이 살롱에는 기억마석같은게 있나?"

 

 루한이 살롱의 주인 루미안을 보며 질문하자 루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몇 개 드릴까요?"

 

 "6개."

 

 "오늘 다 사용하실 예정입니까?"

 

 "당연하지."

 

 첫 커플룩이잖아.

 

 루한의 얼굴에 깊은 미소가 패였다.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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