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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녀와 함께 시골일상을!
작가 : 포죠
작품등록일 : 2019.11.5

응답하라 1983
판타지를 꿈꿔온 시골 남자의 눈 앞에 시간을 엉터리로 달린 마녀가 떨어진다.
마녀의 좌충우돌 시골적응판타지

 
16화 담배 가게 마법상점
작성일 : 19-11-10 22:21     조회 : 204     추천 : 0     분량 : 3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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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담배 가게 마법상점.

 

 담배 가게의 안쪽으로 들어온 나와 코코아.

 시멘트 바닥 위에 있는 나무 책상엔 뽀빠이, 딱따구리와 같은 과자들이 진열되어있었고, 조그마한 음료 냉장고에는 병두유 몇 개, 남은 공간은 소주로 채워져 있었다.

 과자봉지에 관심을 빼앗긴 코코아가 담배 가게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서로의 시선을 회피하며 말없이 덩그러니 서 있는 나와 유정 누나의 사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뭐야. 뭐야 이 분위기? 설마, 너 여기 오기 싫어했던 이유가. 주인언니가 헤어진 연인이라서.”

 “재밌으신 분이네요. 연인이라뇨. 오히려, 두 분이 더 연인 같으신데요?”

 

 뉴 뽀빠이를 사고 싶었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혹시 뒹굴고 있을 동전을 찾던 코코아가 유정 누나의 말을 듣고 혀를 차며 돌아선다.

 

 “뭐요? 지금 말다했어요?”

 “우리 사부가 어때서요? 제가 보기엔 그쪽보다 더 아까워 보이는데.”“와, 우리 사부? 역시, 평범하지 않은 사이긴 하네요? 그리고 당장 취소하죠. 제가 대체 김사부보다 어디가 더 아깝다는 거에요?”

 “그걸 말해야 아나요?”

 

 서늘해진 분위기.

 나를 놓고 여자 둘이 진지하게 싸우는 광경은 처음 마주한다.

 솔직히, 지금까지 얘기만 듣고 보면, 나를 무슨 시한폭탄 취급하는 코코아보다 담배 가게 누나편을 들고 싶지만.

 

 “아아, 그러세요? 그렇게 김사부가 멋져보이면, 사귀지 그랬어요?”

 “저도 그러고 싶었는데. 이미 사부는 제 고백을 거절해서.”

 “고백을 먼저 했다고요? 그쪽이 뭐가 아쉬워서? 키도 어정쩡한 179에다가, 돈도 없는 남자잖아요.”

 

 거짓말이다.

 고백을 먼저 한 건 나였고, 거절한 것도 누나였다.

 아니, 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거였지.

 

 “어머, 손님은 기준이 꽤 높은가보네요? 제 눈엔 이마을에서 가장 괜찮은 남자로 보이는데. 게다가, 사부는 제 비밀을 지켜준 유일한 남자이기도 하고요.”

 “역시, 약점을 쥐고 협박한 거네요.”

 

 유정 누나는 나를 애틋한 눈으로, 코코아는 더러운 것을 바라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더는 안된다.

 사람 심기를 잘 건드는 코코아가 계속 활약을 하다가는. 유정 누나도 인내의 한계를 느낄거다. 그러면, 진짜 위험해진다. 나나 코코아 둘다.

 

 “야, 코코아 미친 소리 그만해. 이러려고 온 거 아니잖아.”

 “와, 너는 이 상황에서도 저 누나 편을 드는 거야? 왜, 엉덩이 큰 누나가 그렇게 좋니?”

 “됐고, 누렁이 문제 해결 안할 거야? 너 내가 계속 누렁이로 살아가도 괜찮은 거지? 너를 계속 태우고 다녀도 아무렇지 않다는 거지?”

 

 내 진심을 담은 협박에 흠칫한 코코아가 황급히 짧은 기침을 하고, 주머니에서 마법사등록증을 유정 누나에게 건넨다.

 이곳으로 왔을 때부터 예상은 했다. 유정 누나 또한 마법세계와 연관된 자라는걸.

 그래서, 담배 가게 주인인 유정 누나가 코코아의 이 행동을 보고 단순히 한 손에 아직 놓지 않은 뉴 뽀빠이를 돈 대신 낡은 종이쪼가리로 사려 하는 미친사람으로 보지 않을 거라는 것도 예측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유정 누나의 표정은 변함없이 평화로웠다. 그녀는 그것이 마법사등록증이라는 걸 알고 있는 눈치였다.

 

 “좋아요. 출신은요?”

 “호박 수프를 할짝대는 고양이가 사는 학교요.”

 

 양피지를 살짝 살펴본 유정 누나가 코코아에게 의미불명의 질문을 한다.

 그렇게 들린 건 적어도 이 공간에선 나밖에 없었다.

 

 “체르티오 마법학교네요. 제가 알기로 세 손가락에 꼽히는 마법학교라고 들었는데. 어쩌다 이런 시골까지 오게 된 거에요?”

 “실력은 좋지만, 운이 조금 없는 편이라서요.”

 

 자신의 마녀등록증과 함께 특이 식성의 고양이가 사는 학교를 출신이라고 밝힌 코코아의 말을 곧바로 이해한 유정 누나.

 2년 전 내가 보았던 충격적인 광경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다.

 마법세계를 이해하고 있던 사람이 이 마을에 있었을 줄이야. 그리고 그 사람이 내 첫사랑이었던 담배 가게 누나였다니.

 

 “네, 신원확인은 이걸로 끝이에요. 그러면, 노슨인 동생을 데리고 마법 상점에 온 목적을 말해주세요.”

 “그쪽 동생이 이제 노슨 말고 마법사가 되려 하거든요.”

 

 약간 놀란 눈치의 유정 누나였지만, 이내 흥미롭다는 듯 나를 바라본다.

 

 “역시, 내 눈은 정확하다니까. 사부 너는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어. 하긴, 그러니까 나를 보고도 크게 놀라지 않았지.”

 “유정 누나. 누나도 마녀였어?”

 “누나가 마녀가 아닌 건 사부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유정 누나가 일부러 2년 전의 추억을 꺼내려 한다.

 솔직히, 그 날 또한 코코아가 나타나서 자신을 마녀로 소개한 날만큼 충격적이었다.

 유정 누나의 말대로 나는 그녀의 실체를 목격했다. 그리고 철저히 무시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바라는 판타지가 아니었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공포물.

 첫사랑을 들먹거렸지만, 결국 손바닥 한가득 흥건해진 식은땀 때문에 그녀를 포기했던 거다.

 그 공포를 맛보지 못한 코코아.

 처음부터 유정 누나에게 밀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그녀가 이때다싶어 노발대발 달려든다.

 

 “마녀가 아니라고? 하,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마녀라서 이 마법 상점을 운영할 수 있는 건데.”

 “코코아, 유정 누나는 마녀가 아니긴 해.”

 “넌 아무것도 모르면서 끼어들지마! 난 책에서 나온 것과 직접 본 것만 믿는다고. 아무리 마법부 산하 기관이라고 해도, 전부 마법사 등록증이 있어야….”

 “등록증은 없어도 허가증은 있네요.”

 “보, 보여줘!!”

 

 코코아는 마법 상점을 발견만 하고, 미리 방문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모든 사실을 처음 접하는 그녀가 떨리는 손으로 찬찬히 유정 누나가 내민 양피지 두루마기를 펼쳤다.

 

 

  허가증

 

 위 마법부 한국지사는

 비마법사 유정에게 1979년 3월 3일부터 1989년 3월 3일 계약갱신 기간까지

 삼포 마을 담배 가게 마법 상점의 운영을 허가합니다.

  1979년 1월 10일

  마법부 한국지사장 타르트

 

 

 유정 누나의 허가증이 조작된 가짜라는 걸 밝히고 싶은 코코아가 눈을 부릅뜨고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나갔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에 다다를 때까지 별다른 이상은 찾지 못한 그녀의 탄식은 마법부 한국 지사장 옆에 푸른 글씨로 반짝거리는 타르트라는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튀어나왔다.

 아마, 그것이 마법세계의 인장 같은 것처럼 보인다. 위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결국, 이 허가증은 유정 누나가 이 담배 가게 마법 상점의 진짜 주인이라는 방증했고, 공부한 것과 본 것만 믿는다는 코코아가 충격에 빠진 눈치였다.

 

 “마법부도 다 생각이 있겠지. 넌 뭘 그렇게 놀라는 건데. 우리는 빨리 우리 용무만 해결하고…….”

 “사부야. 이리와. 제대로 구경해야지?”

 “아, 제가 소죽당번이라 저녁에 소죽을 끓여야 해서. 시간이 좀….”

 

 유정 누나가 아랑곳 않고 자신의 팔짱 사이에 공간을 만든다.

 후우, 2년 전에 유정 누나가 이런 행동을 보였더라면, 뒤도 안 돌아보고 그 속으로 다이빙 했을지도. 그만큼 헐렁이는 티 사이로 드러나는 유정 누나의 몸매는 육감적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년 전 이야기다.

 

 “마법사등록을 한다는 건 너도 이쪽 세계로 오려고 마음먹었다는 소리같은 데. 어서 누나한테 등록증 줘. 이곳에서 마법부 본사로 보낼 수 있으니까.”

 “아, 그건 확정까진 아니고, 아직 몰라요 4년 뒤에 자격시험을 치르는 것도 생각 중이라.”

 “너, 누나가 싫니?”

 

 유정 누나의 눈빛이 살짝 붉어진다.

 내 뒷걸음질이 그녀에게 더 큰 자극을 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몸이 자연스레 반응해버린다. 역시, 2년 전의 내게 깃든 공포가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누나가 제대로 구경 시켜 준다고 했지?”

 “아, 그랬죠. 빨리 가죠. 유정 누나.”

 

 순간이동이 아니었다. 순수한 신체능력을 이용한 속도로 어느새 그녀는 내 옆에 서서 내 팔짱을 끼고 있었다.

 유정 누나의 풍만한 가슴골이 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건 1초 남짓.

 내 모든 신경이 집중되는 건 그녀의 짧은 원피스 아래 드러난 여덟 개의 꼬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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