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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어느 날 막장 남주가 찾아왔다
작가 : 연새하
작품등록일 : 2019.11.6

그는 내게 그의 형제를 유혹하라 했다. 나는 고개를 떨궜다. 그것만은 할 수 없다.
“카일을 유혹해.”
그가 다시 말했다. 나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은밀히 속삭였다.
“제가 존재감이 없습니다.”

- 부제: 회귀 좀 그만해주실래요.( Feat. 빙의)
단역, 무존재 여주. 존재감이 없는데, 없어야 하는데, 존재감 어필을 너무 잘해버림 // 표지: 픽사베이 저작권 무료 이미지

 
23. 얘기 좀 끊지 마쇼
작성일 : 19-11-10 21:30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4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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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가 자리를 뜨고 유령들이 이러쿵저러쿵 한마디씩 했다.

 

 “황제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 아니야? 그래서 레오니를 미워했을 거야.”

 

 “맞아. 황비를 죽게 해서 미워한다는 건 핑계였을 거야.”

 

 “설마... 몰랐겠지. 몰랐으니까 후작이랑 결혼시켰지. 알았다면 너무 심하잖아.”

 

 ‘이게 맞네, 저게 맞네’ 하며 점점 흥분하다가 한명이 대표로 소리쳤다.

 

 "머리 노란 놈은 놔두고 우리부터 들읍시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유령들이 어서 이야기를 듣자고 아우성쳤다. 나는 유령들을 진정시켰다.

 

 “자자.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옵니다.”

 

 잠시 후, 에드워드가 화롯불을 가져왔다. 어디서 났는지 귤도 한 바구니 가져와 내 손에 쥐여주었다.

 

 “먹으면서 들어라.”

 

 나는 레오니 유령에게 계속하라 손짓하고, 귤을 깠다. 그런데 손도 작고 손톱도 짧아선지 귤이 잘 까지지 않았다. 에드워드는 자기가 깐 귤을 내 손에 턱 얹고, 내 귤을 가져갔다. 나는 귤 한 조각을 입에 넣고 레오니 유령의 이야기를 들었다.

 

 황제는 레오니가 부인의 외도로 태어난 딸인지 몰랐다. 레오니를 낳은 황비의 시녀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빙의 레오니가 우연히 이 시녀를 만나고, 후작이 그 사실을 알게 된다.

 

 시녀는 레오니의 출생의 비밀을 무덤까지 품고 가려고 했으나, 우연히 시녀의 혼잣말을 들은 후작이 알고 말았다. 하여튼 그놈의 혼잣말이 문제다. 문제.

 

 레오니 유령은 비밀을 안 후작이 빙의 레오니에게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며 말했다.

 

 “후작은 일부러 레오니에게 매몰차게 대하고 이혼을 준비해요. 빙의 레오니는 갑작스레 변한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괴로워했어요.”

 

 저런, 저런. 유령들이 제 일처럼 안타까워했다. 레오니 유령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시녀는 시름시름 앓으며 병들어가는 레오니를 두고 볼 수가 없었어요. 레오니에게 후작이 변심한 이유를 말해버리죠.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레오니는 후작의 사랑이 식지 않았단 사실에 기뻐해요. 하지만 두 사람이 이복남매인 점은 그대로죠. 결국, 레오니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큰 결심을 해요.”

 

 어떤 결심? 나는 마지막 귤 조각을 입에 넣으려다 말았다. 유령들도 정지 상태로 레오니 유령이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 레오니 유령은 숨을 한번 고르고 천천히 입을 뗐다.

 

 “후작에게 고백해요. 나는 사실 빙의자다. 당신의 동생이 아니다. 우리는 사랑할 수 있다. 그렇게요.”

 

 “그건 안 되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에드워드가 버럭 소리쳤다. 놀란 나는 움찔 어깨를 들썩였다. 그 바람에 들고 있던 귤이 손에서 미끄러져 입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캑, 나는 연거푸 캑캑 기침했다.

 

 “이런. 놀랬나 보군.”

 

 에드워드가 물을 건네고 등을 토닥였다. 나는 꿀꺽꿀꺽 물을 마시고 침을 꾹 삼켰다. 에드워드는 달래듯 새로 깐 귤 한 조각을 내 입에 넣어주고는 점잖은 어조로 말했다.

 

 “육신이 동생이다. 그건 안 될 말이야. 두 사람은 헤어져야 해.”

 

 또 이야기를 끊었다고 에드워드에게 눈을 부릅떴던 유령 중 몇몇이 눈에 힘을 풀었다. 그들은 에드워드의 말에 맞장구쳤다.

 

 “맞아. 몸뚱이가 동생이야!”

 

 “근친은 안 돼.”

 

 “헤어져야 해.”

 

 그러자 다른 의견을 가진 유령들이 등장했다.

 

 “영혼이 다르잖아.”

 

 영혼이 다르면 다른 사람이다. 몸뚱이는 몸뚱이일 뿐이다. 의견이 같은 유령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

 

 “아니! 이 사람들이 근친이 얼마나 위험한데! 영혼이 문제가 아니라 육신의 결합이 문제라고!”

 

 다시 반대파가 발끈하고 한판 토론의 장이 펼쳐졌다.

 

 “플라토닉도 있잖아! 무조건 안 된다고 할 필요 있어?”

 

 “플라토닉? 얼어 죽을. 그게 될 거 같냐?”

 

 토론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제 순서가 끝나고도 떠나지 않고 집중해서 이야기를 듣던 사라가 참다못해 버럭 소리쳤다.

 

 “이야기 좀 끝까지 들어라~ 라~ 라~ 라~!”

 

 성량이 엄청났다. 사라의 사자후는 진동을 일으키며 널리널리 퍼졌다. 쑥덕대던 유령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단숨에 연구실이 스산할 정도로 고요해졌다.

 

 사라는 언제 화를 냈나 싶게 레오니를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레오니 유령은 어색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애는 자기가 진짜 동생이 아니라며 후작에게 사랑한다고 했어요. 출생의 비밀만 외부로 알려지지 않으면 된다고 하죠. 하지만... 알잖아요?”

 

 레오니의 말에 사라가 호응했다.

 

 “맞아. 세상일이 그렇게 쉽게 흘러갈 리 없어.”

 

 “네. 결국 황제의 귀에 들어가고 말아요.”

 

 “세상에! 그럼 두 사람 다 끝장나잖아!”

 

 사라가 흥분했다. 레오니는 차분히 뒷이야기를 했다.

 

 “네. 위기에 처했어요. 그런데 여기서 또 새로운 사실이 밝혀져요.”

 

 또?

 

 “후작이 사실은 전 후작의 친아들이 아니었어요.”

 

 헐, 뭐야. 반전에 반전이야.

 

 “후작은 황제의 사생아였어요.”

 

 뭐! 뭐라고?! 유령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후작은 그냥 사생아가 아니었다. 황제가 지독히도 사랑했던 첫사랑의 아들이었다.황제도 차암, 사연이 많다.

 

 황제에게는 떠나보내야만 했던 첫사랑이 있었다. 그 첫사랑 여인은 가문이 반역죄로 몰락하고 행방불명되었다. 황제는 그녀를 잊지 못해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았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차가운 남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훗날 레오니를 낳은 황비를 만나게 되고 꽁꽁 얼어붙은 마음이 녹아내리게 된다.

 윗세대의 러브스토리로 족보가 꼬여버렸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레오니와 후작이 남남이라는 사실이 중요했다.

 

 레오니는 황제가 첫사랑과 빼닮은 후작에게 마음이 약해져서 두 사람의 사랑을 허락한다고 했다. 누구보다 사랑의 아픔을 잘 아는 황제가 두 사람에게 젊은 날의 자신을 투영하고, 그들에게 감화된 것이다.

 

 “흠... 그렇게 됐군요.”

 

 나는 면담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아직이요. 더 있어요.”

 

 “네? 끝 아니에요?”

 

 “시녀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고, 이제 출생의 비밀을 아는 이들은 황제와 레오니, 후작 단 세 사람만 남아요. 세 사람은 비밀을 영원히 묻기로 하죠. 그렇게 모든 일이 마무리 되고 행복한 나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 레오니가 말해요. 난 진짜 레오니는 아니지만, 레오니가 되어서 행복하다고요."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평이한 결말로 이야기가 끝난 줄 알았다. 뒤이어 레오니 유령이 말했다.

 

 “그리고 후작은 빙의 레오니를 정신병원에 가둬요.”

 

 뭐! 뭐라고! 후작이 왜? 유령들이 웅성댔다.

 

 “끝까지 빙의자라고 주장해서 제정신이 아니라 생각한 거죠.”

 

 허무한 결말이었다. 믿을 수 없어 되물었다.

 

 “그게 끝이에요?”

 

 “끝인지는 모르겠어요. 전 거기까지만 보고 여기로 왔어요.”

 

 이거 완전 궁금한데.

 

 나는 후다닥 책장으로 달려갔다. 짧은 다리로 열심히 뛰는데, 한발 늦게 출발한 에드워드가 바람처럼 날아와 씽- 하고 순식간에 나를 앞질렀다. 내가 책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에드워드의 손에 이미 레오니가 나오는 <열세 번째 황녀의 비밀>이 펼쳐져 있었다.

 

 “어떻게 됐어요?”

 

 “그게 끝이다.”

 

 “어디 줘봐요. 저도 볼래요.”

 

 '레오니를 정신병원에 가두고 후작은 홀로 외로이 아들을 키웠다'가 결말이었다. 에필로그에는 1년 후 정신병원에서 진짜 미쳐버린 레오니와 그녀를 안타깝게 보는 후작이 나왔다. 나는 책장을 덮었다.

 

 “다음!”

 

 종이 울리고, 빙의 피해자 101은 계속됐다.

 

 

 

 

 

 ***

 

 

 

 

 일주일 후.

 

 “찾았다!”

 

 에드워드가 벌떡 일어났다. 그는 지난 며칠간 잠도 자지 않고 눈이 시뻘게지도록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엄청난 집념에 유령들도 나도 모두 혀를 내둘렀다. 저러다 쓰러지는 거 아닐까 걱정했지만 세상 쓸모없는 걱정이었다. 에드워드는 외모건 체력이건 모두 만렙인 주인공님이셨다. 그 대단한 체력으로 드디어 원하던 바를 이루셨다.

 

 그게 뭐냐.

 

 바로 일타쌍피. 아니, 일타다피(?) 한 번에 여러 책에 환생, 빙의시키기였다.

 

 유령을 개별적으로 하나하나 다른 책으로 보내는 건 번거롭고 힘들다. 구할 수 있는 포션의 개수가 한정적인 데다가 빙의할 원본 책을 구하러 세계수 도서관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수 도서관이 쉽게 갈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여러 번 가기에는 부담이 크다. 지난번 일로 독이 바짝 올랐을 대마법사가 가만있지도 않을 터라, 한번 방문으로 최대한 많은 책을 가져와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많이 가져오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유령들이 자기가 원하는 책을 알아서 가져오면 좋으련만, 이놈의 유령들은 호러쇼나 잘하지 다른 건 못했다. 내 침대를 잘 흔들어 놓고 책 한 권을 못 옮긴단다. 오래 묵어서 물건을 만질 수는 있지만 지속 시간이 짧았다. 유령이 책을 가져오는 건 무리였다.

 

 나도 몸뚱이가 아이라서 책을 몇 권 들 수도 없다. 에드워드 혼자 책을 들어야 해서 많이 가져올 수 없다.

 

 그래서 책 한 권에 유령 여럿을 보내야 한다. 그게 아까웠던 에드워드는 다른 꾀를 냈다.

 

 이 빙의, 환생이란 게 비슷한 조건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주로 비 오는 날 밤, 대한민국 서울이다.

 

 비슷한 시기에 쓴 책이라면, 빙의 트럭이나 환생 트럭이 같은 날 인근 장소에서 다중으로 출몰할 가능성이 있다.

 

 그 지점을 찾으면 책 하나로 점프해서 다른 책으로 가는 빙의 트럭과 환생 트럭을 만날 수 있다.

 

 이를 위해 에드워드는 차원의 마녀를 설득했다. 거금을 주고 폰을 살리고, 불굴의 의지로 수천 권의 책을 검색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지점을 찾아냈다.

 

 “자, 이제 세계수 도서관에 가볼까.”

 

 에드워드는 걱정이라곤 1도 없었다. 친구 집에라도 가는 듯 태평하게 말했다.

 

 “너무 안일한 거 아니에요? 지난번 일로 경계가 삼엄해졌을 거라고요.”

 

 “괜찮다.”

 

 “뭐가 괜찮아요.”

 

 “저들이 있지 않나.”

 

 에드워드는 보이지도 않으면서 유령이 보이는 척 허공을 짚었다.

 

 “걱정은 버려라! 하하하.”

 

 천만 대군을 얻은 양 의기양양했다.

 

 “그럼 출발하자고.”

 

 에드워드가 나를 척 들더니 등에 업고 포대기로 돌돌 감았다. 나는 포대기에 싸여 세계수 도서관으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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