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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자인이야기
작가 : 냉모밀
작품등록일 : 2019.11.9

먼 옛날 존재했던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두 신수.
이제는 잊혀진 두 신수의 봉인이 깨어지고, 거기에 휘말린 소녀는 잃어버린 친구의 몸과, 자신이 원래 있어야 할 그 때, 그 곳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긴 여로를 꾹 참고 나아간다.
눈치채지 못했던 비밀들의 끝에서 결국, 그녀는 모든 걸 되찾을 수 있을까.

 
8화
작성일 : 19-11-10 20:47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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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마치 해골이라도 나올 것 같이 으스스한 분위기의 고요한 유적이었다.

 

 가리려 해도 가려지지 않는 자인의 발걸음만이 유적에게 얼마나 긴 시간만일지 모를 잔향을 느끼게끔 해주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동면에서 깨어난 거대한 뱀의 몸 속에 먹이를 흘려 보내주듯이.

 

 “…아.”

 

 그나마 다행스럽게, 완벽하게 외부와 차단된 유적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일부러였는지 시간이 지나 무너져 내렸는진 모르겠지만, 얼마 지나 천장에 구멍이 뚫린 곳이 있었던 것이다.

 

 이전과 같이 능력을 사용하며 빛이 가득 찬 공간을 가져오는데 성공한 자인이, 횃불을 사용하듯 공간을 앞에 두어 한층 편해진 탐색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

 

 이윽고, 여러 개의 기둥이 있는 넓은 곳을 한참을 가로질러서, 두 사람은 지금까지에 비해 한층 좁아진 통로에 다다를 수 있었다.

 

 자인이 점프를 하면 천장에 손이 닿을만한 그런 복도였다.

 

 “…아무래도 신전 같은 곳이었나 봐. 버려진 지 엄청 오래된 것 같지만….”

 

 어두워서 보이진 않지만 아마 먼지가 가득할 것이다. 잘못하면 무너져버릴지도 모를 그런 오래된 곳이라고 지헨은 짐작했다.

 

 “어… 이제 말해도 돼, 지헨?”

 

 “잠깐, 이 앞에 방들이 엄청나게 많아… 빛은 어쩔 수 없고, 혹시 모르니 소리라도 최대한 죽이도록 하자.”

 

 “…우.”

 

 그 동안 묵묵하게 입을 다물고 있던 자인이 다시 볼을 부풀리고, 어쩔 수 없이 탐색을 재개한다.

 

 환한 빛이 있어서 그나마 공포감이 없는 거겠지. 자인은 망설임 없이 방들을 전부 돌아보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방의 입구에 부서진 문의 잔해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정말 아무도 없어, 지헨.”

 

 “음… 사람은 확실히 없는 것 같지만, 위험한 동물이 자리를 잡고 있을 수도 있어. 끝까지 조심해야 해, 자인.”

 

 “아무리 동물이라도, 이런 먼지 가득한 곳에 올까?”

 

 툭 내던진 불만이긴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는 건 자인도 알고 있었고, 그 이상 말은 하지 않고 방들을 돌아본다.

 

 무너진 침대나 먼지가 잔뜩이라 손 댈 생각도 들지 않는 책장들. 자그마한 가구들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었다.

 

 이윽고 주변의 방들은 전부 돌아보고, 더 안쪽으로 이어지는 곳의 입구를 발견할 때까지도 자인은 내심 재미없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입구의 문이 다른 곳에 비해 이질적으로 멀쩡해 보이지만 않았더라면, 그 생각은 계속해서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인.”

 

 “…응.”

 

 두 사람 다 바보는 아니기에, 이건 충분히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의외로, 방은 다른 통로로 이어진 게 아닌 그저 커다란 단칸방이었다. 그리고…….

 

 “꺄아아아아악!?”

 

 “우와아앗!? 자인!?”

 

 …커다란 비명소리가 유적 전체에 울림을 지닌 채 관통한다.

 

 “….”

 

 지헨은 그런 자인의 비명에 놀라 덩달아 소릴 질렀고, 도대체 뭐에 자인이 그토록 놀란 건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해… 해골이야, 지헨!”

 

 “어, 응…. 여러 구가 있네.”

 

 “우아아! 이게 뭐야!? 왜 해골이 있어? 지헨, 여기서 나가자!”

 

 “아, 아니… 잠깐만!”

 

 자인이 가져온 공간의 빛 때문에 못 볼 수도 있었지만, 지헨은 날카롭게 눈치챌 수 있었다.

 

 방 한가운데에 세워진 자그마한 제단 같은 곳의 밑 부분에서, 무언가 기묘한 빛이 새나오고 있단 것을 말이다.

 

 “자인!”

 

 “…응!”

 

 다시 보니 보통 빛이 아니라, 뚜렷한 색을 띄고 있는 빛이었다.

 예상한 게 맞다면, 이 안에 있는 건 분명….

 

 “…찾았어! 시간이 새겨진 수정이야! 아, 공간이 새겨진 수정도 같이 있어!”

 

 “다, 다행이다…. 아무래도 이번 탐색은 금방 끝날 것 같네.”

 

 그런 말을 하다 말고 흠칫하며, 지헨이 급하게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설마 이 타이밍에 또 뭔가 나타나는 건 아니겠지?”

 

 예를 들면 해골이 갑자기 일어선다던가… 입구에서 괴생명체가 달려든다던가….

 진심으로 그런 상상을 하며 몸을 떤 지헨은, 별다른 낌새가 없는 걸보고 아주 살짝 맘을 놓았다.

 

 “좋았어! 두 수정 다 무사히 회수했어. 자, 그러면….”

 

 해골이라던가, 입구에서 뭔가 나타난다던가,

 지헨은 그 정도 상상밖에 하지 못했지만, 문제는 전혀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우왓, 뭐야!?”

 

 “자인!?”

 

 제단 밑에서 꺼내던 중 살짝 부딪힌 수정이, 갑작스레 커다란 빛을 내뿜기 시작한 것이다.

 

 정확하게 그들이 지금 있는 방 안을 채울 정도의 빛을.

 

 설마 저번처럼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건가, 하고 순간적으로 크게 당황했던 지헨의 눈앞에, 빛이 사그라들며 괴상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이 다른 세상으로 억지로 사라져버린다던가 그런 건 아니었지만, 지금 일어난 사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어… 뭐야!? 사람이….”

 

 수정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사라지고, 분명 해골들이 있던 자리 하나하나에 해골 대신 사람이 자리를 잡고 있다.

 

 어느새 자인을 제외하고도 여섯 명의 사람이 멀쩡히 선채로 나타나 있던 것이다.

 

 정갈한 복장을 갖춰 입은, 척 봐도 보통 계급이 아닌 사람들이었다.

 

 “앗! 저, 저, 저, 저기…!”

 

 자인이 당황을 하던 순간, 다른 네 사람의 사이에서 제단 곁에선 두 사람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기묘하게도, 그 목소리는 그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온다기보다… 뭐랄까, 공간 자체에서 흘러나오고 있단 느낌이 드는 이 또한 처음 경험해보는 느낌이었다.

 

 눈은 분명 저 사람이 말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데, 귀는 다른 곳에서 들리는 소리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드디어 시공간 수정의 안치가 끝났군요.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제사장님.

 

 -별 말씀을. 모두 예언자님의 인도 덕이지요.

 

 “…어라? 저기….”

 

 어떻게 된 걸까. 안 그래도 목소리가 기묘하게 들리는데 저 사람들은 자인이 옆에 있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다.

 

 그에 대해 뭔가 눈치챈 게 있었는지 지헨이 쉿, 하며 잠자코 저들의 대화를 들어보자고 달랬다.

 

 -시공간 수정이 어떻게 세상에 나타났는지는 끝끝내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그 힘을 다루는 방법만은 알아낼 수 있었군요, 예언자님.

 

 -예. 분명 언젠가 저희들이 알아낸 지식이 도움이 될 때가 다가올 것입니다. 헤르샤와 베헤르슈의 봉인은 갈수록 약해질 것이고, 언젠가 까마득한 미래에, 작은 자극만으로도 그 봉인이 깨어질 수도 있겠지요. 디루인 주변은 갈수록 헤르샤와 베헤르슈의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흐음…. 걱정인 것은, 후세에 두 신수의 힘에 휘말린 인간들이 저희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냐는 것입니다만….

 

 -걱정할 것 없습니다. 저희들이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시공간 수정도 여럿 있으니, 후세에 시공간 수정을 이용하는 인간이 있다면 틀림없이 이곳까지도 닿을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이 장소만큼은 시공간 수정을 이용하여 보존 중이니까요. 어쩌면…… 지금 저희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겠지요.

 

 -흐음… 후세의 인간들이여. 당황하지 마라. 여기 우리가 알아낸 모든 것을 적은 석판을 제단 속에 봉해놓겠노라. 이것을 이용하면 너희가 원하는 시간과,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으니…. 너희는 한 가운데의 세상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터를 옮기도록 하여라.

 

 -…헤르샤와 베헤르슈가 스스로를 봉인한 세상은 모든 우주에서 가장 위험한 곳. 휘말린 자여. 너희들은 한가운데의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세상에 살고 있었음을 알라. 또한, 너희들이 살아남으려면 고향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세상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음을 알라…. 두 신수의 영향에서 벗어남은 불가능한 일일지어니….

 

 “….”

 

 그 말을 마지막으로 사람들의 움직임이 멈추더니, 다시 한번 커다란 빛이 터져나가듯 방을 감싼다.

 

 다시 눈을 뜬 방 안의 모습은, 처음 봤을 때와 똑같이 해골들이 바닥에 누워있는 상태였다.

 

 “…지헨, 내가 지금 똑바로 들은 게 맞는 걸까?”

 

 “…응. 나도 굉장히 중요한 걸 들었어.”

 

 “우리가… 우리가 ‘원하는’ 시간과 공간으로 갈 수 있다, 분명 그렇게 말했어! 그렇지?”

 

 “맞아, 자인.”

 

 소중한 친구도 자신과 같은 말을 들었다.

 

 틀림없이 착각이 아니다. 그 사실에 자인의 얼굴이 다시없을 정도로 환해진다.

 

 두 번째 모험. 솔직히 말하자면 몇 번을 반복해야 할지 좋지 못한 상상도 들고, 많이 불안했었는데,

 

 그런데 이렇게 빨리, 물론 맘고생은 컸지만 생각보다 빨리 단서를 찾을 수 있게 되다니…!!”

 

 “제단의… 분명 여기였지!”

 

 흥분한 자인이 잽싸게 제단의 앞을 살펴보고, 그 후론 무척이나 소중한 것을 다루듯 천천히, 조심스럽게 숨겨진 장치를 열어본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건 아까 그 제사장이라 불린 인물이 숨겨둔…!

 

 “…어?”

 

 “…응?”

 

 …아무것도 없었다.

 

 “…….”

 

 눈을 끔뻑여보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다.

 

 “어… 뭐야. 분명 여기가 맞는데…?”

 

 당황한 자인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제단 곳곳을 살피기 시작한다.

 

 하지만 숨겨진 장소는 오직 방금 연 곳 하나 뿐이었고, 그 곳에 있어야 할 석판은 자그마한 조각 하나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 뭐야… 대체… 왜? 왜 없어? 누군가 가져갔나? 뭐야?”

 

 “….”

 

 찾아낸 줄 알았던 희망이 사라져버리면, 그때가 바로 사람이 절망에 휩싸이게 될 때다.

 

 그렇게 기쁨에 부풀어올랐었는데, 자인은 금새라도 울음이 터질 듯 당황 속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다시 길을 제시해주는 것이 친구의 역할.

 

 좌절하던 것이 아닌 곰곰이 생각에 빠져 있던 지헨이, 침착한 목소리로 자인에게 말했다.

 

 “…아까 그 사람들 중 한 명… 예언자님이라 불렸던 인물이 했던 말을 떠올려봐, 자인.”

 

 “분명 디루인을 언급했었어. 어쩌면… 이 곳은 우리가 살던 숲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걸지도 몰라.”

 

 “어…?”

 

 “처음 크라툴을 만났을 때 들은 평행세계 이야기, 기억나? 우리가 지금 저분들의 환상을 보긴 했지만, 막상 물건 그 자체는 이곳 세상에 원래부터 없었던 걸지도 몰라.”

 

 그 말에 뭔가가 머리를 뚫고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곳 세상에 없다면, 그 말은 즉, 다른 세상엔 있을 수 있다….

 

 “혹시….”

 

 “우선 밖으로 나가보자, 자인! 이 주변 지리를 알아야 해. 여기가 어디쯤인지만 알아낼 수 있다면 크라툴이 있는 세상으로 돌아가서 다시 이곳에 와볼 수도 있어!”

 

 “아… 응! 맞아, 그거야!”

 

 이 신전 같은 곳은 자신들이 살던 숲 근처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이 신전의 위치만 파악해둔다면, 자신들이 찾아온 세상으로 되돌아가 그 세상에 있는 이 신전을 탐색해보면 된다는 것이다.

 

 “역시 지헨이야! 대단해! 아, 그전에….”

 

 곧바로 뛰쳐나갈 듯 하던 자인이 발을 멈춘다. 뭘 하나 보니, 해골들을 향해 한명한명 꾸벅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정말 고마워요, 다들…. 저희, 꼭 원래 세계로 돌아갈게요. 응원해주세요….”

 

 제단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해골의 목이 살짝 기울어진다.

 

 그걸 보고 살포시 웃은 뒤, 자인은 지헨과 함께 신전 출구를 향해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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