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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Off Side
작가 : 지현시
작품등록일 : 2019.9.26

세계적인 축구 스타와의 로맨스,
실종된 아빠를 둘러싼 미스터리,
시간을 매개로 한 반전의 판타지!
페어 플레이 룰을 비웃듯 반칙이 난무하는 그라운드 위에서
오늘도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은
모두 자기만의 경기를 뛰고 있는 중이다.
그 앞에 공을 차 주며,
나도 함께 뛰고 있다고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이 어려운 경기를 멋지게 이겨 보자고, 응원하는 목소리를 글에 담았다.

운명의 파트너, 시온과 정원이 펼치는 인생 최고의 경기!
휘슬은 불렸다. 원더골(Wondergoal)을 향해 함께 달려 보자, 내일이 없는 것처럼!

 
국가대표 소집일 (2)
작성일 : 19-11-10 19:44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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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생은 청준의 승용차를 운전해, 누이와 삼촌을 국가대표 훈련장이 있는 파주 NFC(National Football Center)로 데려다 주었다. 가는 동안, 두 사람은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 월드컵 1차전인 스웨덴전에 대한 기밀을 나누었다. 킨나만의 부상과 대표팀 감독과의 불화설이 사실이라는 소식에도 청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했다.

 센터 앞에서 차를 세운 남생은 정원을 먼저 내려 주었다. 소집된 선수들이 캐리어를 끌고 들어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기자들이 정문을 점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청준과 함께 있는 모습이 그들에게 들킬까, 정원은 몰래 담을 넘어 센터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을 무사히 센터에 바래다 준 남생은 이제 막 주차장 안으로 진입한 시온의 차를 발견했다. 차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의 눈에도 ‘명품’ 소리가 나올 법한, 하얀색의 고급스런 외제차였다. 그는 차에서 내려 센터까지 은색 캐리어를 끌고 가는 시온을 유심히 지켜봤다. 한국 축구계 간판스타의 등장과 동시에 런웨이를 방불케 하는 플래쉬 세례가 터졌고, 차원이 다른 데시벨의 응원 소리가 힘차게 터져 나왔다. 인터뷰를 하려고 시온의 주위로 몰려든 기자들 덕에 그의 모습이 완전히 가려질 때까지, 남생은 핸들에 턱을 괸 채 시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훈련이 모두 끝난 저녁, 운동장에선 코너킥 에어리어에서 장우와 시온 중 누가 더 많은 골을 기록하나, 내기가 한창이었다. 장우가 찬 코너킥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그대로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모습을 단체로 관람하던 후배들이 “오오!”라는 감탄사와 함께 박수를 보냈다. 한쪽 구석에서 소형 카메라를 든 고가 그 모습을 빠짐없이 찍고 있었다. 그는 협회의 간택을 받아, 합숙 기간 동안 선수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지위를 부여 받은 상태였다. 다음 차례인 시온이 감각적인 킥으로 공을 찼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골대를 맞추고 말았다. 이로써, 다섯 번의 기회 중 세 골을 성공시킨 시온은 한 점 차로 내기에서 졌다. 그런 그를 놀리듯이 찬영이 얄미운 표정으로 걸그룹 ‘트와이스(twice)’의 ‘TT’춤을 추었다. 그의 소속팀인 토트넘의 약자(T.O.T)가 꼭 우는 모습의 이모티콘 같다 하여 나온 춤이었다. 찬영의 춤이 빠른 속도로 전파되어, 다들 양손의 엄지와 검지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형상화한 뒤 신나게 골반을 흔들어댔다. 이 모두가 내기에서 이긴 장우를 등에 업고 저지른 만행이었다.

 “넌 나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어, 인마.” 시온 쪽으로 다가온 장우가 그의 머리를 헝클며 말했다. “카드 어디 있냐?”

 소위 ‘마트 털기’란 가슴에 태극 마크를 단 승부사들의 유서 깊은 벌칙으로, 스물셋 장정의 간식을 내기에서 진 이의 카드로 결제하는 것을 뜻한다. 다들 먹성이 좋은 까닭에, 모두에게 나눠줄 간식을 사려면 넉넉잡아 카트 네 개를 가득 채울 정도의 분량이 필요하다. 뒷사람은 생각 않고 먹고 싶은 걸 마구잡이로 카트에 때려 넣는 선수들의 기세가 흡사 마트를 털러 온 도둑들의 그것과 흡사해, 이와 같은 용어가 생겨났다.

 시온이 오른손으로 벤치를 가리키자, 찬영이 잽싸게 달려가 그의 검정색 더플 백(duffle bag)을 들고 왔다. 동상례(東床禮)를 앞둔 신랑의 초조함과 마뜩잖음, 가식적인 미소와 호기로운 허세가 시온의 모습에서 엿보였다. 돌도 씹어 먹을 녀석들이 공복인 상태로 마트에 가서 얼마나 사들일지, 벌써부터 등골이 오싹하다.

 찬영에게 파란색 신용카드를 건네준 뒤, 시온은 가방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의 양미간이 찌푸려졌다.

 “같이 안 가요, 형?” 심각한 빛으로 핸드폰을 내려다보는 시온에게 찬영이 물었다. 그러자 시온은 “어, 너네가 알아서 사 와”라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갸웃거리는 찬영 쪽으로 장우가 껄렁껄렁 다가와 그의 어깨를 감쌌다.

 “제군들! 우리의 물주는 연봉이 100억이다! 마트를 건물째 사도 큰 타격이 없지. 오늘 너희들의 배짱을 보겠다, 정시온 카드로 신나게 마트 털러 가자!”

 시온의 카드를 얻어낸 생색과 대표팀 주장 생활로 자연스레 몸에 밴 리더십이 장우를 충무공(忠武公)에 버금가는 장수로 만들었다. 후배들이 일제히 장우의 이름을 연호하며 그의 뒤를 따랐다. 고는 흐린 미소와 함께 카메라를 끄고 이동 준비를 했다. 그때 청준이 일수와 함께 운동장에 나타났다. 고는 가까이 다가가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청준은 당황스런 기색으로 고의 인사를 받았다. 일수가 둘이 아는 사이냐는 눈빛을 보내왔다. ‘감독님’이 아닌 ‘교수님’이란 호칭이 그런 의심을 갖게 했다. 한때 대학교에서도 어린 선수들을 지도했던 청준이기에, 틀린 호칭은 아니었다. 그래도 어색한 감을 지우긴 어려웠다.

 “스포츠 고려, 최고 기자입니다. 이번 합숙 기간 동안 같이 다니면서, 영상 기록 남기는 일을 맡았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부탁은 내 쪽에서 해야지. 검열 잘 해서 되도록 보기 좋은 것만 내보냅시다, 기자 양반.”

 수고하라는 말과 함께 청준이 고를 지나쳐가자, 일수는 그와 목례한 후 청준을 뒤쫓아갔다. 생뚱맞게 웬 교수님, 감독님 제자인가?

 

 유정원!” 애타게 찾던 정원을 발견한 시온이 복도가 울릴 만큼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러 세웠다.

 “무슨 짓이야,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이름을 불러! 너랑 내 사이 동네방네 광고하고 다닐 일 있어?”

 “있는 거 같은데, 그런 일.” 시온이 들고 있던 핸드폰을 정원 쪽으로 내밀며 말했다. “결혼 절대 안 한다던 사람이 선을 봐?”

 정원은 시온에게서 핸드폰을 낚아채듯 가져와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유남생, 이 스토커가!”

 시온이 보여 준 건 남생이 보낸 문자였다. 외숙모의 주선으로 정원이 서른넷의 사업가와 며칠 뒤 M 호텔 커피숍에서 만날 거란 얘기가 적혀 있었다. 한 시간 전, 선희에게서 받은 문자 내용 그대로였다. ‘하다 하다 못해, 이젠 내 핸드폰까지 해킹을 해? 집에 가면 죽었어, 아주!’ 동생이 숙모가 보내온 문자와 시온의 번호를 손에 넣은 경로를 누구보다 상세히 알고 있는 정원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내 든든한 지원군을 스토커로 매도하지 마. 이 아이의 순수한 팬심에 대해 네가 뭘 알아?” 시온이 핸드폰을 도로 가져가며 말을 이었다. “누나의 부정행위를 내게 알리려 얼마나 고군분투했을까!”

 정원은 어이없다는 듯이 허, 하고 짧은 숨을 뱉었다. 스타와 팬이 이리 일심동체가 되기도 어려울 것이다. “자, 그럼 해명해 봐”라며 시온이 너그러운 태도로 정원의 답변을 기다렸다. 남생의 문자를 접했을 때 느꼈던 위기감이 정원을 마주하자 눈 녹듯 사라졌다. 그녀가 원한 선 자리가 아니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떠밀려서 나가는 거야, 숙모 걱정 덜어드리려고. 내가 제때 시집 못 갈까 봐 전전긍긍이시거든. 나랑 남생이, 그 집에서 14년을 지냈어. 비록 친자식은 아니지만, 자식 된 도리는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 일부러 선 자리까지 알아본 외숙모 성의가 있는데 어떻게 단칼에 거절하겠어. 모르는 남자랑 마주 보고 앉아서 직업이 어떻네, 집안이 어떻네, 하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은 말들을 나누는 게 고역이겠지만, 끽해야 한 시간인데 뭐, 그 정도는 뭐…….”

 “난 또, 여섯 살 연상남 조건에 반해 네가 날 버리고 맞선이라도 보러 가는 줄 알고 식겁했지. 너랑 결혼하려면 외숙모를 공략해야겠군! 고집불통 유정원이 그분 말은 어명(御命)처럼 잘 받드는 모양이니. 어때, 내 완벽한 전략이? 은퇴하면 너처럼 전략 분석가가 돼야겠어, 소질이 있는 것 같아.”

 정원은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시온의 은퇴 후 계획을 속으로 비웃었다. 제 경험을 토대로, 분석가가 되는 험난한 여정을 시온에게 대입해 본 결과였다. ‘가만히 책상 앞에 앉아서 몇 시간씩 버틸 수 있는 위인이 돼? 몸이 근질거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할걸?’

 “너의 갸륵한 마음을 생각해서, 맞선 자리에 나가는 것까진 눈감아 줄게. 대신! 절대 예쁘게 하고 나가지 마. 요전날 나랑 데이트했을 때 그 복장! 딱 그렇게 입고 나가, 알았지? 내가 영상 통화 걸어서 확인할 거야. 예의 차린다고 그 남자한테 생글생글 웃어주면, 진짜 혼난다!”

 자식 된 도리를 다한다, 이게 정원이 맞선을 보는 전제 조건이었단 사실을 망각한 듯 시온은 그녀에게 무례한 복장과 무례한 행실을 요구했다. 맞선남에 대한 실례가 주선자인 외숙모에게 어떤 해를 입힐지까진 계산에 넣지 못한 까닭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온은 정원에게서 뒤돌아섰다. 그가 떠나가자마자, 정원은 지끈거리는 이마에 손을 얹었다. 아침부터 몸이 으슬으슬 감기 기운이 도는 게 이상했다. 그녀는 삼촌댁에 가져갈 요리를 하느냐고, 선희의 괴롭힘을 견디느냐고 진이 다 빠진 거라 임의로 진단을 내렸었다. 거기에, 제게 할당된 업무를 처리하고, 맞선 소식에 부리나케 달려온 시온까지 상대하고 나니 머리가 더 무거워졌다.

 “우욱……!” 복도에 홀로 서서 현기증을 호소하던 정원이 마침내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벽을 짚으며 간신히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 화장실이었으나 개의치 않았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니.

 정원은 냉수로 세수를 한 뒤 가슴을 주먹으로 잘게 두들겼다. “왜 이러지, 생리할 때가 됐나?”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생리 시작 약 1주 전에 두통, 복통 등의 증상을 수반하는 월경 전 증후군(PMS)이 현재로선 가장 유력했다. 날짜를 계산해 보니 얼추 들어맞았다.

 얼굴에서 물이 뚝뚝 흐르는 상태로 정원이 화장실을 나섰다. 복도엔 여전히 저녁이 몰고 온 어둠만 바닥에 자욱이 깔려 있었다. 그녀가 화장실 문턱을 넘어 복도 쪽으로 한 걸음 내디뎠을 때, 정원의 몸이 교활한 마법에 당한 듯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녀가 남긴 흔적이라곤, 대리석 바닥에 떨어져 교집합을 형성하고 있는 두 개의 물방울뿐이었다.

 “접니다, 교수님.” 그 물방울을 사뿐히 지르밟은 고의 목소리가 아무도 없는 복도에 잔잔히 번져갔다. “아무래도 실패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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