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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Off Side
작가 : 지현시
작품등록일 : 2019.9.26

세계적인 축구 스타와의 로맨스,
실종된 아빠를 둘러싼 미스터리,
시간을 매개로 한 반전의 판타지!
페어 플레이 룰을 비웃듯 반칙이 난무하는 그라운드 위에서
오늘도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은
모두 자기만의 경기를 뛰고 있는 중이다.
그 앞에 공을 차 주며,
나도 함께 뛰고 있다고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이 어려운 경기를 멋지게 이겨 보자고, 응원하는 목소리를 글에 담았다.

운명의 파트너, 시온과 정원이 펼치는 인생 최고의 경기!
휘슬은 불렸다. 원더골(Wondergoal)을 향해 함께 달려 보자, 내일이 없는 것처럼!

 
첫 데이트 (2)
작성일 : 19-11-10 19:37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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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시온의 노란 슈퍼카가 멈춰 선 곳은 웬 칼국수 집이었다. 그는 이곳이 자신의 오랜 단골집이라면서 최근에 가게를 확장해 이전한 후론 한 번도 온 적이 없다고 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천장에 설치한 주광색의 LED 조명 때문에 눈이 부셨다. 이곳을 방문한 유명인들의 사인이 사방의 벽을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조도 높은 조명 덕에 그들이 써 놓은 칭찬의 글이 또렷하게 읽혔다. 세월이 쌓아 놓은 찬탄사에 포위되어, 정원은 맛보게 될 음식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감을 가졌다. 늦은 시간 탓에 손님은 별로 없었으나, 지금의 한산함으로 이 집을 얕보아선 안 된단 생각까지 들었다.

 대표 메뉴는 버섯 칼국수로, 우설(牛舌)과 사골 잡뼈, 사태 등을 넣고 푹 고아 만든 육수에 미나리와 버섯, 칼국수 면을 넣고 완성한 요리였다. 쉰은 족히 넘어 보이는 주인장은 꽃무늬 원피스를 곱게 차려 입고 있었다. 얼굴엔 하루의 피로가 그대로 드러났지만, 차고 있는 금 팔찌와 금 목걸이가 어느 정도 위안이 되는 듯 보였다. 그녀가 앞치마 주머니에 한 손을 집어 넣은 채 직접 주문을 받으러 오자, 시온이 칼국수 2인분을 주문했다.

 “간만에 오셨어.” 냄비를 내온 주인장이 시온을 알아보고 무뚝뚝한 인사를 건넸다. “가게 옮기고 처음인 것 같은데?”

 그녀는 냄비 받침처럼 생긴 무선 인덕션 위에 냄비를 올려 놓고 식탁 가장자리에 부착된 리모컨으로 간단히 불 조절을 했다. 최첨단 시스템에 반해, 정원은 제 집에도 저런 게 있으면 편리하겠다고 생각했다.

 “시즌이 이제 막 끝났어요. 그래 봤자, 월드컵 때문에 금방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겠지만. 이사하느라 고생 많으셨겠어요, 공을 많이 들이신 티가 나요. 근데 난 이전 집도 좋았는데, 훨씬 정감 가고.”

 “에이, 좋긴 개뿔이 좋아? 좁고 불편하고, 매일 2층 계단 오르락내리락하느라 무릎이 다 닳았어. 끔찍해, 끔찍해! 거기 얘긴 말도 꺼내지 마!”

 “아, 그러셨구나. 그럼 취소! 요리하는 사람 마음 편한 게 제일이니까!”

 “사근사근한 건 여전하네. 먹고 맛 변했다고나 하지 말어! 자리 옮긴 뒤로 맛이 예전만 못하단 것들이 있는데, 그건 순전히 기분 탓이야. 그게 아니라면 무정히 흐르는 세월을 탓해야지, 뭐. 나처럼 나이 들어 봐, 미각이 둔해져서 소금을 아무리 쳐도 싱겁지.”

 칼국수 면이 익기를 기다리며 버섯 먼저 집어 먹으라는 설명 뒤로, 주인장은 들고 온 쟁반을 가지고 부엌으로 물러갔다. 그때까지 그녀가 정원에게 보인 관심은 말하는 사이사이 힐끗 쳐다본 게 다였다. 시온과의 의리가 제법 두터운 듯 보이니, 설령 자신이 여자란 걸 눈치챘어도 딱히 문제를 일으키진 않으리라.

 “깍두기 먹어 봐, 여긴 겉절이도 맛있지만 깍두기가 예술이야.”

 시온은 항아리 모양의 작은 김치 독에서 깍두기와 겉절이를 덜어내, 정원의 앞에 놓아 주었다. 젓가락으로 깍두기를 하나 집어 입안에 넣으니, 아삭아삭 씹히는 무의 새콤한 맛이 입맛을 제대로 돋웠다.

 “맛있지?” 어느 틈에 집어 먹었는지 깍두기로 한쪽 볼을 부풀린 시온이 말을 이었다. “이따 칼국수랑 먹으면 더 맛있다? 이 조합이 어찌나 생각나던지! 런던에도 한식당이 꽤 있지만 한국에서 먹는 것만 못 해. 가격은 배로 비싸게 부르면서 말이야.”

 정원이 원했던 매콤달콤한 비법 양념장이 들어간 빨간 국물이, 냄비를 인덕션에 올린 지 5분 만에 자잘한 거품을 문 채 보글보글 끓었다. 정원은 수저로 국물 맛을 봤다. 멸치 육수의 깔끔함과는 달리, 사골의 묵직한 느낌이 혀끝을 감도는 감칠맛과 함께 입안에 강렬한 발자취를 남겼다. 맛있었다. 시온과 이리 마주보고 앉아 먹으면 뭔들 맛이 없겠냐만은.

 칼국수 육수에 밥까지 볶아 먹고 나온 두 사람은 커피 두 잔을 사서 한강으로 드라이브를 갔다. 창문을 연 채 시동까지 끄고, 밤의 어둠에 완벽히 잠겨 차 안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연인 관계임을 차치하더라도, 둘 사이엔 ‘축구’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었기 때문에 대화의 소재가 고갈되는 불상사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다.

 다양한 주제를 건드린 두 사람의 대화가 자연스레 국가대표 얘기로 흐르기 시작했다. 시온은 국가대표 차기 주장으로 거론되고 있었다. 어느덧 서른을 넘은 장우가 이번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국가대표를 은퇴할 거라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 국가대표가 된다는 것만도 굉장한 일이니까. 처음 태극 마크를 달았던 열아홉이나, 그로부터 8년이 흐른 지금이나, 국가대표로 발탁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소속팀에 있는 동안 끊임없이 단련하고, 긴장하고, 성장해야 했지. 그 점에선, 장우 형한테 주장 완장을 물려받는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거야. 근데 미리감치 걱정 안 하려고. 장우 형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심하길 모두가 한 뜻으로 바라고 있어. 앞으로 2, 3년은 더 같이 했으면 좋겠는데, 모르겠다.”

 정원이 시온의 말을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와도 다름없는 장우를 시온 역시 친형처럼 따르고 있었다. 팀의 에이스로 책임이 막중한 시온에게 그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담담하게 비는 소원에서 선명히 느껴졌다.

 “넌 은퇴할 때가 되면 어떨 거 같아? 나이를 생각하면 그렇게 먼 미래도 아니잖아, 길게 봐야 10년인데.”

 “으으, 생각도 하기 싫다! 꼬부랑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축구 선수일 순 없나?”

 “방법이 영 없는 건 아니지. 동네 조기 축구회에라도 들어가면 되니까. 너라면 70대까진 등 번호 7번을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을 거야.”

 “좋아, 은퇴할 때 실력 좋은 팀을 물색해 보겠어. 당연히 응원하러 올 거지? 70대 노인이 해트트릭하는 진기한 광경을 놓치지 말라고.”

 “생각해 볼게.” 정원이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그때까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말이야.”

 “누구 마음대로 날 홀아비로 만들어. 그렇게 되게 내가 둘 거 같아?”

 뭐. 정원이 굳은 표정으로 시온을 쳐다봤다.

 “첫 데이트에 이런 말 하는 거 성급해 보이겠지만, 나 은퇴하면 그때 같이 살자. 남편과 아내로, 사랑하는 사이로.”

 시온의 갑작스런 청혼에 눈빛이 흔들렸지만 정원은 침착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싫어.”

 “생각 좀 하고 답해라. 농담으로 한 말 아니야, 진심이야. 10년 줄게, 내가 선수 생활 은퇴하기 전까지 잘 고민해 봐. 그 전에라도 결심이 서면 언제든 말하고. 가정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때 결혼할 생각이었는데, 너라면 미루는 게 힘들 거 같거든.”

 “난 결혼 같은 거 안 할 거야. 그러니까 괜한 희망 갖지 마. 결혼이 네 인생의 필요조건이라면 지금 당장 나하고 헤어져, 괜한 시간 낭비 하지 말고.”

 그 말을 끝으로 정원은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답답한 마음에 숨을 길게 내쉰 시온 역시 이내 그녀를 뒤따라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팔짱을 낀 채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정원의 옆자리를 채웠다.

 “이유가 뭐야. 결혼을 증오하게 된 계기가 있음 설명해 봐, 내가 납득할 수 있게. 그게 널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예의야.”

 “그런 거 없어. 그냥 싫어. 설령 내가 결혼을 한대도, 너랑은 아니지. 삶의 여러 면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야 하는 슈퍼스타 부인 자린 나하고 안 맞아. 게다가…… 나보다 나이도 어리잖아, 너!”

 “고작 한 살 많은 주제에 유세는.”

 “나이를 일(日) 단위로 계산하는 세계에 사시는 분이 일 년을 우습게 보면 안 되지. 나랑 너, 생일 하루 차이 나. 그러니까 정확히 364일이나 어린 거야, 일 년을 거의 꽉 채워서.”

 “내가 너랑 축구하재? 그런 걸 왜 따지는데, 도대체!” 잠시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시온이 패기 있게 말했다. “그럼 6월 1일 내 생일에 청혼하면 되겠네. 그날 딱 하루, 우리 나이가 같아지니까!”

 정원이 발제한 의미 없는 토론이 그렇게 끝났다. 정원은 말없이 저와의 혼인을 갈구하는 시온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녀는 괴로워하고 있었다. 짙은 어둠 속에서도 시온은 사랑하는 여인의 말 못할 고통을 단번에 읽어냈다.

 “우리 형 때문이야? 그래? 나랑 결혼하면 우리 형이랑도 가족이 돼야 하니까?” 시온이 말했다. “아닐 거라고 했잖아, 아닐 거라고. 저번에 감독님 뵀을 때 물어봤어야 했는데……. 그럼 어쩔 수 없네. 내가 널 설득할게. 앞으로 10년 동안 열심히 사랑해서, 네가 나랑 결혼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겠어.”

 말을 마친 시온은 정원을 지그시 내려보다,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아무 저항 없이 시온에게 안긴 정원이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건투를 빌게.”

 

 * * *

 

 집으로 돌아온 시온을 반긴 건 현관의 주홍빛 센서 등뿐이었다. 새벽 한 시, 가족 구성원이 모두 잠자리에 들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터덜터덜 방으로 걸음을 옮기는 시온은 인기척에 뒤를 돌아봤다. 소파에서 그의 형인 재신이 모로 누워 자고 있었다.

 “형, 들어가서 자. 감기 걸리게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시온이 흔들어 깨우자, 재신이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이제 들어온 거야?”

 “응. 설마 나 기다렸어? 언제 들어올 줄 알고, 미련 맞게 정말. 오늘 늦을 거라고 아까 나가면서 얘기했잖아. 내가 열두 살 어린애도 아니고, 무슨 걱정을 이렇게 사서 하나 몰라.”

 “말본새하고는, 그게 늦은 시간까지 동생을 기다린 형한테 할 소리야? 친구 누구를 만났길래, 쫙 빼입고 나가 하루를 넘기고 들어와?”

 “있어, 형이 모르는 애들. 아, 피곤하다! 얼른 씻고 자야지 안 되겠어. 형도 그만 들어가, 나 말고 기다려야 할 사람이 또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야.”

 다시 자기 방으로 걸음을 옮기는 시온의 등뒤로 재신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월드컵 앞두고 딴 데 정신 팔지 마. 여자는 나중에 은퇴해서도 실컷 만날 수 있으니까.” 그가 차가운 빛으로 말했다. “사람들한테 잊히는 거 한순간이야. 명심해.”

 재신은 다정할 땐 그 누구보다 다정하지만, 축구와 관련된 일이라면 사랑하는 동생에게 모진 채찍질도 마다 않는 형이었다. 그가 시온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은, 죽어라 노력하지 않으면 잔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도태되어, 그렇고 그런 선수로 이름 한 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였기에, 들을 때마다 그 말이 시온의 가슴을 날카롭게 할퀴고 지나갔다.

 “형, 혹시 말이야…….” 시온은 형에게 유근우 감독에 대해 물어보려다 관두었다. “아니야, 나 들어간다.”

 그렇게 시온이 방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재신은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의 동생이 걱정돼 미간을 구긴 채 닫힌 방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여자가 생겼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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