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교환 학생
작가 : 지현시
작품등록일 : 2019.11.4

대한민국 최고 명문대!
비밀리에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온 교환학생을 받는다.
교환학생이래 봤자, 100년 후 미래에서 사학을 전공하는 동문들이지만.
2018년 서울의 생활사를 연구하러 온 2118년의 남자, 현호.
그런 그의 시크릿 멘토로 간택된 국사학과 수석, 다희.
두 사람의 유쾌한 룸메이트 생활이 궁금하다면
학기 '등록'을 서두를 것!

-내 일상을 망치러 온, 나의 교환 학생.

 
수강 신청 정정 기간 (4)
작성일 : 19-11-10 18:05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384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몇 시간 전.

 현호는 느릿한 움직임으로 맥주잔을 입에 가져갔다. 호프집 ‘Joy’, 지난번에 다희가 만취해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아서. 월요일 저녁임에도 호프집엔 빈 테이블이 거의 없었다.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은 한 무리의 직장인들은 단체로 와 시끌벅적하게 회식을 즐겼다.

 맥주를 입에 댄 건 이번이 두 번째. 다희의 집에서 그녀가 따서 준 캔을 받아 마신 이후로 처음이었다. 식량난으로 인해 맥주와 같은 곡주(穀酒)는 20년 전에 생산이 중단되었다. 술 맛을 잊지 못한 사람들이 화학 첨가물을 통해 유사한 맛을 구현해 상품화시켰다. 이토록 구수하고 깊은 맛은 결코 아니다. 현호는 시원한 생맥주의 매력에 빠져, 벌컥벌컥 술을 목 뒤로 넘겼다. 그때마다 툭 불거져 나온 목젖이 꿀렁거렸다. “……다네.”

 ‘인생이 쓰면, 술 맛이 달대요.’ 현호는 유송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입안엔 단 맛이 감돌았지만 그의 웃음은 소태보다 더 썼다.

 “이런 속설 들어봤어? 자작(自酌)하면 3년이 재수없다.”

 고개를 들어, 비어 있던 앞자리를 멋대로 채운 이의 면상을 확인했다. 김 조교였다. 다희에게 쓸데없는 얘기를 전한.

 “이거 꽤 독해. 술술 들어간다고 막 마셔대면 내일 아침에 속깨나 쓰릴 거야.” 그러면서 김 조교는 현호의 잔을 가져가 한 모금 뺏어 마셨다.

 “뭐야, 당신.”

 보자마자 반말이네. 김 조교는 날을 세우는 현호의 반응에 엷게 미소 지었다. 자신을 노려보는 그의 흑암과 같은 눈동자를 보고도 긴장하는 기색이 없다.

 “같이 재수없어 주려고, 앞으로 3년 동안.”

 탕! 현호가 테이블을 주먹으로 세게 내리쳤다. 뭔 일 났나 싶어, 주위에 앉은 이들이 현호 쪽을 기웃거리며 쳐다봤다. 관심은 오래 가지 않았다.

 “누가 그거 물었어?”

 “그럼 똑바로 물어, 원하는 대답이 듣고 싶음.”

 당당한 김 조교의 태도가 그를 향한 현호의 반감을 더욱 부채질했다.

 “누가 내 얘기 맘대로 지껄이고 다니랬어, 당신이 뭔데!”

 “어어, 그런 소리였어?” 현호의 분노를 김 조교는 여유롭게 받아쳤다. “내가 뭐냐… 음, 난 김 조교지. 교환 학생인 널 감독하고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는?”

 감독? 현호가 코웃음을 쳤다. “그래서 여기까지 쫓아온 거야, 감독하고 책임지려고?” 그는 오른쪽 팔목을 내려다봤다. 김 조교한테 추적 당한 트래커가 그곳에 심어져 있었다.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재수없어.” 현호는 몸을 뒤로 빼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취기가 올라 얼굴이 불콰하게 물들어 있었다.

 “네 얘기 가십거리로 생각해서 다희한테 옮긴 거 아니야. 다희한테 널 설명해 주고 싶었어. 그래야 둘이 잘 지낼 수 있을 거 같아서.”

 “설명을 해줄 정도로… 나에 대해 잘 알아?”

 “그럼! 너 온다고 내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를 했는데. 내가 너보다 널 더 잘 알걸?”

 “잘됐네. 난 하나도 모르겠거든.”

 김 조교는 끄응,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에 네 편 하나 없는 것 같지? 그래서 아무도 못 믿고.”

 더 해 보라는 식으로 현호는 김 조교를 냉랭하게 쳐다봤다.

 “자길 걱정해주는 사람을 밀어내면서 그게 잘못인 줄 몰라. 그럼 또 외로워지는 건데… 악순환인 거야, 결국은.”

 “내 걱정해주는 사람… 누구, 당신?”

 “다희 말이야, 다희! ”

 “아… 이다희.” 다희의 이름이 나오자, 현호의 기분이 급격히 저조해졌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다희 시간표 원래대로 못 바꿔? 나랑 같은 수업 듣는 거, 죽기보다 싫어해서.”

 “말은 바로 하자. 너하고 같이 듣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니잖아? 그게 신 교수 수업이라 싫은 거지.”

 “그거나 그거나…….”

 현호는 김 조교가 가져간 맥주잔을 도로 찾아왔다. 얘기를 계속 해서인지 목이 말랐다.

 “다희가 찾아왔었어. 아까 낮에.”

 “둘이 또 내 뒷담화 했나?”

 “뒷담화한 거 아니라니까!”

 “그건 그쪽 주장이고.”

 여기요, 하고 김 조교가 호프집 종업원을 불렀다. 아무래도 맥주를 좀 더 시켜야겠다. 현호를 상대하려니 뻑뻑한 밤고구마를 겨우 씹어 넘긴 것처럼 속이 답답해졌다. 금세 내온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킨 김 조교가 팔등으로 입가를 닦았다.

 “으, 뒷맛이 좀 쓰네.” 안주로 나와 있는 과자를 한 움큼 쥐어 입안에 털어 넣는다.

 “…누가 그러던데, 인생이 써야 맥주가 달다고.”

 “누구야? 그런 말을 한 애송이가.”

 “다 씹고 말해. 비위 상하니까.”

 현호의 주문에 김 조교는 우적우적 과자를 열심히 씹어 입안을 비운 상태에서 말을 이었다.

 “맥주 맛, 잘 모르지? 거긴 없잖아, 이런 맥주. 진짜 맥주.” 김 조교가 맥주잔을 들었다. 그리고는 현호에게 맥주학 개론을 강의하기 시작했다. “맥주란 건 말이야, 맥아의 달달함과 홉(hop)의 씁쓸함을 일정 비율로 섞어 맛을 내는 거야.”

 “홉?”

 “솔방울처럼 생긴 열매 있어. 그게 어떤 향미를 가졌느냐에 따라 맥주 맛이 확 달라지지.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떤 맥주든 달고 쓴 맛을 동시에 갖고 있단 거야. 인생이 써서 술이 달다고? 하푼 리바이어던 같이 홉을 때려 넣은 맥주 한번 마셔 보라 그래, 똑같은 소리가 나오나.”

 강의를 마치고, 김 조교는 남은 맥주를 마저 입 속에 쏟아 부었다. 그에게서 애주가의 기운이 물씬 풍겼다.

 “적당히 마셔. 내일 속 쓰려 편의점 문 못 열면 어쩌려고.”

 하얀 거품만 남은 김 조교의 잔을 보고 현호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북엇국 끓여 먹음 직방이야! 남이야 영업을 하든 말든 뭔 상관?”

 “걱정해주는 사람을 이렇게 밀어내서 쓰나.”

 준 말을 그대로 돌려받은 김 조교는 어이가 없어 하, 하고 짧게 웃었다.

 “다희 걱정 시키지 말고 일찍 들어가! 걔가 너 때문에 오늘 얼마나 울었는 줄 알아?”

 “울었…어?”

 “펑펑 울더라, 달래주느라 아주 혼났어.”

 그 말에, 가시에 찔린 듯 가슴 한쪽이 따끔거렸다. 다희와 다투고 생긴 생채기 때문이었다. 울긴 왜 울어, 상처는 지가 다 내놓고.

 정말 내일 편의점 문을 안 열 생각인지,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김 조교를 버려두고 현호는 비틀비틀 호프집 밖으로 나갔다. 손으로 벽을 짚고 계단을 하나하나 밟아 오른다. 뚫린 천장으로 빗방울이 떨어져 현호의 검은 머리칼을 적셨다.

 “비… 비 오네…….” 그는 가만히 고개를 쳐들고 빗물을 온 얼굴로 맞았다.

 취하여 둔해진 머리가 옛 기억을 소환했다. 지독한 산성비를 아들에게서 철저히 차단시켰던 어미의 골난 얼굴. 한 번도 없었어, 이렇게 맨몸으로 비를 맞았던 적.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지상으로 올라온 현호는 두 팔을 뻗은 채 미친 사람처럼 빗속을 헤맸다. 뱅글뱅글 돌기도 하고 물장구를 치기도 하며,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의 한 장면을 재현했다. 본인도 알고 있을까, 자기 주사가 춤이란 사실을.

 “저리 가세요, 사람 잘못 보셨어요.”

 “왜 그래, 김 대리~”

 그때 멀리서 다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낯선 남자의 목소리도 함께 들렸다. 빗속에서의 춤을 멈추고, 현호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씁, 자꾸 이럴 거야아?” 남자가 다희의 손을 잡아 끌고 있었다. 그 상황을 인지한 순간, 목 뒤가 싸해졌다.

 “김 대리야아~”

 그대로 달려가 남자를 들이받았다. 현호의 성난 뿔에 받친 남자는 보기 흉하게 나가떨어져 바닥을 기었다. 멋진 취권을 보여준 현호가 뒤뚝뒤뚝 제자리를 걸으며 머리를 감쌌다.

 “김현호…….”

 “왜 나와 이ㅆ,” 방전된 로봇처럼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꿀처럼 달큰한 향기, 다희의 품속이었다. “후…… 뜨거워, 네 몸.” 내리는 비에도 좀처럼 식지 못한 그녀의 온기가 이상하단 생각을 못했다. 원해서 마신 독이 온몸에 퍼져 이성을 마비시켰던 까닭이다.

 “왜 화냈어, 이다희…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몰랐다. 그 밤, 저만큼이나, 어쩌면 저보다 더 다희가 아팠다는 걸.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2 녹두 대전 (3) 2019 / 11 / 10 231 0 6444   
21 녹두 대전 (2) 2019 / 11 / 10 221 0 7299   
20 녹두 대전 (1) 2019 / 11 / 10 239 0 3208   
19 수강 신청 정정 기간 (4) 2019 / 11 / 10 219 0 3840   
18 수강 신청 정정 기간 (3) 2019 / 11 / 10 230 0 6809   
17 수강 신청 정정 기간 (2) 2019 / 11 / 10 232 0 3938   
16 수강 신청 정정 기간 (1) 2019 / 11 / 10 230 0 3458   
15 Would You "Roommate" Me? (2) 2019 / 11 / 10 366 0 3915   
14 Would You "Roommate" Me? (1) 2019 / 11 / 10 225 0 2955   
13 썸남 VS 남사친 2019 / 11 / 10 222 0 6201   
12 캠퍼스 투어 (2) 2019 / 11 / 10 227 0 3998   
11 캠퍼스 투어 (1) 2019 / 11 / 10 248 0 3035   
10 96살 연하, 써엄남 (2) 2019 / 11 / 10 238 0 6550   
9 96살 연하, 써엄남 (1) 2019 / 11 / 10 215 0 6435   
8 A.I. Phobia (2) 2019 / 11 / 10 234 0 3519   
7 A.I. Phobia (1) 2019 / 11 / 10 222 0 2976   
6 편의점의 김 조교 (2) 2019 / 11 / 8 235 0 3584   
5 편의점의 김 조교 (1) 2019 / 11 / 8 209 0 3339   
4 Pros & Cons 2019 / 11 / 5 215 0 3881   
3 제1수칙 2019 / 11 / 5 215 0 4724   
2 첫날 밤 2019 / 11 / 4 221 0 6983   
1 괴짜 신 교수 2019 / 11 / 4 378 0 761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Off Side
지현시
비꽃이 핀다
지현시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