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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세자마마의 은밀한 기녀생활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9.9.3

잘생긴 왕자?
아니, 이젠 예쁜 세자마마의 시대!

자신의 예악스승을 뵈러 기방을 방문한 세자 이안에게
어느 날, 무슨 일이 생겨도 단단히 생겨버렸다?

3개월 남짓 펼쳐지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세자마마의
기이하고도 은밀한 기녀(妓女)생활!!

PS)
복장도착증(x)
성정체성혼란(x)
그냥변태(x)
아닙니다.

 
40. 무얼 숨기겠습니까, 청화홍월이라 하옵니다
작성일 : 19-11-10 17:42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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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어쨌든 간에 대충 수습은 된 것인가?’

 

  여옥은 일단락 되어가는 상황을 지켜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운이 좋았다. 저 망할 것들이 일으킨 사달은 정말이지 이 ‘여옥’을 끝장내버릴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었으니. 저 사나운 이상환이 그냥 넘어가준다는 것은 정말이지 하늘이 도왔다고 밖엔 생각할 수 없으리라.

 

  ‘하늘…… 그래, 정말로 하늘이 도운 셈이로구나.’

 

  여옥의 눈이 잠시간 이안에게로 향했다.

 

  처음 홍월을 따라 나온 이안을 보았을 때 얼마나 놀랬던가. 꽁꽁 숨겨놔도 모자랄 판에 대놓고 소란의 중심부로 데려오다니. 가만 잡아두지 않은 홍월이년을 냅다 들이박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헌데 오히려 도움을 받게 될 줄이야…….’

 

  확실히 기이한 면이 있는 분이었다. 행동도, 성격도, 말투도…… 무엇하나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분. 더군다나 성난 양반들을 이토록 간단히 진정시키는 능력이라니.

 

  ‘지금과 같은 식’으로만 아니라면 언제까지나 옆에서 지켜보고 싶은 분…… 이안을 바라보는 여옥의 눈이 살포시 일렁거렸다.

 

  ‘다만, 아직은 감상에 잠길 때가 아니지.’

 

  당장은 상황을 마무리 지을 차례였다.

 

  이어 자신을 주목해달라는 듯, 여옥이 작게 헛기침 했다.

 

  “그럼 이제 다들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시…….”

 

  그때였다.

 

  “아니! 이게 누구야!?”

 

  어디선가 한밤의 고요를 날려버리는 크고 중후한 음성이 들려왔다.

 

  모두들 의아한 기색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즈음,

 

  “이 서리가 아닌가!?”

 

  목소리의 주인이 그들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몹시도 우람한 덩치의 한 사내였다.

 

  “아…… 자네도 이곳에 와있었나?”

 

  “허허, 저 건넛방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차에 익숙한 고함소리가 들려오지 않겠나? 하여 잠깐 나와 봤지. 헌데…….”

 

  그러곤 그가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하자, 갑작스레 불안을 느낀 여옥의 심장이 다시금 두방망이질 쳤다.

 

  ‘설마, 설마…….’

 

  이어, 그녀의 불안은 곧장 현실이 되었다. 그의 시선이 멈춘 곳이 다름 아닌 홍월과 이안이 있는 방향이었던 것이다.

 

  “대관절 누구인가, 이쪽의 어여쁜 처자들은? 내 짐작키로 자네 방의 기녀들인 듯한데…….”

 

  음흉한 웃음을 동행한 그의 물음에 이상환 또한 몹시도 당황한 눈초리였다.

 

  “아…… 그, 그게 이쪽은 음…….”

 

  “어찌 이리도 아리따운 기녀들을 자네만 독차지 하고 있었느냔 말일세!”

 

  이어 성큼성큼 이안과 홍월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더니,

 

  “혹, 이름들을 물어도 되겠느냐?”

 

  대뜸 말을 거는 것이었다.

 

  “이봐, 이봐 아무리 그래도 순서는 지켜야지! 오늘 밤 이들의 객은 나라고!”

 

  당황한 이상환이 그를 말리려 했으나,

 

  “아아, 이 서리 걱정 말게. 내 오늘밤 자네를 방해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다만, 내게도 또 다른 날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 말이지.”

 

  껄껄대며 되레 능글맞은 표정을 지어보이는 게 아닌가.

 

  더욱이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종환이 자네, 거기서 뭣 하는가!?”

 

  사내의 일행인 듯 보이는 일단의 무리가 연이어 이쪽으로 몰려드는 것이었다.

 

  ‘아, 안 돼!’

 

  이에 기겁한 여옥이 어떻게든 그들을 제지해보려 했으나 이미 늦은 다음이었다. 어느새 현장에 도착한 사내들이 그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니, 저이들이 대체 누군가?”

 

  “내 이곳에 여러 번 방문했었지만 저와 같은 기녀들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거참 곱구나, 고와!”

 

  이안과 홍월 역시 당황한 건 마찬가지였다.

 

  “저, 저…… 방주님 저희들은 일단 안채에 다시 들어가도록…….”

 

  이에 홍월이 재빨리 선수 치듯 말한 뒤 이안의 손을 잡고 끌었으나,

 

  “아니, 잠깐! 갈 때 가더라도 이름은 말해주고 가야지!”

 

  덩치의 사내에게 금방 붙들리고 말았다.

 

  ‘이, 이런…… 빨리 내뺐어야 했는데!’

 

  그러나 후회해도 한참 늦은 뒤였다. 바깥의 끊이지 않는 소란에 이미 다른 객실의 객들마저 죄다 구경을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래, 그래 이름이 무엇이더냐.”

 

  “그것만 들려다오.”

 

  “내 너희들이 궁금해서라도 이곳을 자주 찾아야겠구나!”

 

  어느새 사내의 무리들에 둘러싸인 홍월과 이안을 본 이상환이,

 

  “아, 아니 뭔 구경들 났나!? 각자 마시던 곳으로 돌아가라고들, 어서!”

 

  ‘자기만의 청화’를 빼앗길까 싶어 황급히 사내들을 내쫓으려 했으나 그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냥 이름만 듣고 가겠다니까!?”

 

  “그래, 뭐 얼마나 비싼 이름이라고!”

 

  “이보게, 여옥이. 내 내일은 혹, 저 기녀들과의 술자리가 가능하겠는가?”

 

  “아니, 아니! 내가 먼저라고!”

 

  “이봐 순서들 지켜!”

 

  어떻게 수습이 불가할 정도로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아, 안 돼…… 안 돼! 어찌 이런 일이…… 내가 너무 굼벵이처럼 움직인 까닭에…….’

 

  여옥의 눈이 절망감으로 뒤덮여갈 때였다.

 

  “다들 진정들 하시지요,”

 

  또 한 번 무심한 듯 그렇게, 이안이 입을 열었다.

 

  “무얼 숨기겠습니까. 저는 청화, 그리고 이쪽은 홍월이라고 합니다.”

 

  ‘아…… 마마!’

 

  여옥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번 역시도 아까와 마찬가지로 이안의 한 마디에 주위가 고요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마마라면…… 마마라면 어쩌면!’

 

  소란스럽던 장내를 순식간에 조용히 시킨 장본인이 꺼낼 다음 말은 무엇일까. 영특하기 그지없는 분이시니 작금의 위기를 모면할 놀라운 기지를 발휘하시지 않을까?

 

  여옥이 묘한 기대감을 품은 채 그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잠시간 침묵하던 이안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오늘은 선약이 있사오니…… 앞으로 종종들 놀러 오시지요.”

 

  그러곤 아무 말 없이 씩 미소 지은 채, 휙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닌가.

 

  “……끝?”

 

  “뒷일은 부탁드릴게요, 방주님!”

 

  이어 후다닥 방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당황한 여옥과 사내들이 뭐라 제지할 틈도 없을 정도였다.

 

  그러자,

 

  “청화홍월이라고?”

 

  “그래서 지금 예약을 할 수가 있겠는가?”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되지?”

 

  “돈이라면 얼마든지 내겠네!”

 

  “자, 잠시만…….”

 

  결국 도망치듯 사라진 홍월과 청화를 대신하여 몰려드는 사내들을 상대해야 하는 건 오롯이 여옥의 차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익! 마, 마마!’

 

 

  그리하여,

 

  결코 다른 이들의 눈에 띄지 말자고, 말자고 수차례 다짐했던 당부는 어디가고, 기녀생활 첫날부터 한성바닥에 널리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쌍기(雙妓) 청화홍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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