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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세자마마의 은밀한 기녀생활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9.9.3

잘생긴 왕자?
아니, 이젠 예쁜 세자마마의 시대!

자신의 예악스승을 뵈러 기방을 방문한 세자 이안에게
어느 날, 무슨 일이 생겨도 단단히 생겨버렸다?

3개월 남짓 펼쳐지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세자마마의
기이하고도 은밀한 기녀(妓女)생활!!

PS)
복장도착증(x)
성정체성혼란(x)
그냥변태(x)
아닙니다.

 
39. 저것이 왕의 핏줄이라는 걸까?
작성일 : 19-11-10 17:40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4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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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한 년들…….’

 

  후배들이 이토록 거침없었다는 사실에 문득, 뿌듯함을 느낀 홍월이었다.

 

  “아니, 왜 대답이 없냔 말이다! 수기라도 말 좀 해보오, 이 어린 것들은 대체 뭐란 말이오!”

 

  홍월이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던 와중에도 이상환의 으르렁은 계속되고 있었다.

 

  “나, 나으리…… 이, 일단 진정부터 하시고…….”

 

  “내가 진정하게 생겼는가! 내 굳이 못 볼꼴을 보여 이러는 게 아니라고! 어째서 우리 방 뒤편에 이 어린년들이 속닥거리며 숨어들 있었냐는 말이야! 혹, 우리 방을 엿들으려 했던 것이더냐!?”

 

  기방은 내밀함이 생명과도 같은 곳이다. 단순히 음욕에 휩싸인 뭇 늑대들이 그들의 욕망을 억제하지 못해 찾는 공간이 아니라, 만남을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이 은밀한 뒷얘기를 나누려 찾는 곳이기도 하다.

 

  당연지사 기본적인 보안은 물론, 기녀들의 입단속 역시 기방의 성쇠(盛衰)와 밀접한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한 기방일진데 본인들의 입부터 신경 써야 할 기녀들이 객들의 이야기를 엿듣는다?

 

  “뭐, 뭣이!? 경(警)을 칠 년들이로고!”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이것이!”

 

  길길이 날뛰는 양반들의 행동이 자연히 이해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좋지 않아…….’

 

  더군다나 엮인 대상이 기방관리인이라고 불리는 서리 이상환이 아니던가. 새삼 여옥이 느끼고 있을 아찔함이 피부로 느껴지는 듯했다.

 

  “대체 뭘 하고 있었느냔 말이야!”

 

  “나, 나으리들 제발 진정부터 하시고 상황을…….”

 

  여옥이 애원하듯 부탁하였음에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상환을 필두로 마치 대역죄인 심문하듯 미화들에게 윽박을 질러대는 것이었다.

 

  “어서 털어놓지 않고!”

 

  “계속해서 입을 닫고만 있을 것이더냐!”

 

  “빨리 말하지 못할까!?”

 

  “어찌하여 우리를 염탐했던 것이야!”

 

  “여, 염탐이라니 어찌 그런…… 아닙니다, 아니옵니다!”

 

  되먹지도 않는 소리에 사정사정하며 애걸복걸하는 모습이라니…… 이러한 여옥을 보고 있자니, 홍월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 참기가 힘들었다.

 

  ‘못 봐 주겠네…… 뭘 자꾸 저렇게 미안하다고 하는 거야? 그냥 밤 산책 중에 마주친 거라고 둘러대면 될 것이지. 그리고 저 양반은 제 맘대로 객들 방문도 휙휙 열어젖힌다면서? 방귀뀐 놈이 오히려 성낸다더니…….’

 

  가만 생각해보니 더욱 열불이 뻗치는 것이다.

 

  ‘그리고 저 년들…… 방주님이 이렇게까지 곤란을 겪고 있는데 가만 서서 입 다물고들 있는 건 또 뭐야. 아무 변명이라도 할 것이지…… 지들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심지어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고 있는 다섯 미화들 역시 곱게 보이지가 않았다.

 

  ‘……더는 안 되겠다.’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단단히 일어날 것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자신 때문에 이상환이 밖으로 뛰쳐나가게 된 것이 아닌가. 자신이 직접 수습에 나서는 그림도 영 이상할 것은 없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홍월이 막 발걸음을 떼려 할 참이었다.

 

  “잠시만 고정하시지요, 나리들.”

 

  격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낭창한 목소리가 어디선가 속삭이듯 새어나왔다.

 

  ‘응? 세, 세자…… 마마?’

 

  꾀꼬리 같은 목소리와 함께, 좌중의 한가운데로 불쑥 걸어 나온 이는 다름 아닌 이안이었다.

 

  “청…… 화도 거기 있었느냐?”

 

  놀라운 것은, 그즈음 격해질 대로 격해져 주변 따윈 신경도 쓰지 않던 이상환 무리가 그의 목소리에는 단번에 주의를 기울였다는 점이다.

 

  “예, 잠시 한 말씀 올려도 될까요?”

 

  또한,

 

  ‘어느새…… 고요해졌다!?’

 

  그것은 진정 기이한 일이었다. 여옥이 기를 쓰고 진정시키려 해도 어찌 손쓸 수 없던 상황이 이안의 등장만으로 어느새 소강상태에 가까워져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행동을 멈춘 게 비단 이상환 무리뿐이 아니었다. 여옥도, 미화들도 모두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애당초 자신 역시도 그 낭창한 목소리에 주의를 빼앗기지 않았던가.

 

  ‘목소리…… 아니, 미색…… 아니, 아니야…….’

 

  단순히 ‘그러한 것’들 때문이 아니다. 뭇 이들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은 것은 저 ‘존재’ 바로 그 자체였다.

 

  홍월은 이안 주위가 묘하게 일렁거리고 있음을 포착했다. 그것은 뭐랄까, 여태 다른 이에게서는 느껴보지 못한 특별한 존재감이었다.

 

  ‘저것이…… 왕의 핏줄 이라는 걸까?’

 

  그야말로 다른 세계의 인간. 같은 공간에 있다고 해서 감히 친근한 척 사사로운 감정을 품어선 안 되는 존재…… 홍월은 새삼 자신과 이안의 신분차이를 자각했다.

 

  그 무렵,

 

  이안은 자신에게로 모여드는 주위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전혀 흔들림 없는 태도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우선, 가장 먼저 상황파악이 되어야 할 듯싶습니다. 당사자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자초지종을 듣기도 전에 구태여 소리를 높일 까닭이 있을까요?”

 

  그러곤 천천히 미화들에게로 다가가더니,

 

  “안녕, 나 기억하니?”

 

  그 중 가장 어린 소녀에게 말을 거는 것이었다.

 

  “……어!? 어…… 응…… 아, 아니 네!”

 

  이안은 떨고 있는 소녀를 진정시켜주려는 듯 차분히 미소 지었다.

 

  “떨 필요 없단다. 원한다면 말을 낮춰도 상관없고. 편한 대로 하렴.”

 

  “아…… 네, 네!”

 

  “혹,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겠니?”

 

  이안의 미소에 조금이나마 안정을 되찾았는지 상화는 이어 떨리는 목소리로나마 이제까지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중간에 잠깐 이상환 패거리의 고함 때문에 한차례 중단되기도 했으나, 연이은 이안의 격려 하에 겨우겨우 얘기를 끝마칠 수 있었다.

 

  “저, 절대 나리들의 이야기를 엿듣거나 할 생각은 아니었고요, 그냥, 그냥…… 창 너머로 얼굴만 좀 구경하려는 마음에…… 그리고 홍월 언니가 웬일로 기녀복을 다 입고 있기도 했고…… 진짜, 진짜 조금만 보고 가려고 그랬는데…….”

 

  뒤이어 곁에 있던 다른 미화들 역시 황급히 결백을 주장했다.

 

  “마, 맞아요!”

 

  “절대 다른 뜻은 없었어요!”

 

  “아무것도 못 들었어요! 아니, 안 들려요 애초에!”

 

  그즈음엔 그들의 필사적인 항변이 먹혀들었는지, 중년인들 또한 대체로 화를 삭여가는 분위기였다.

 

  “하긴, 청화의 얼굴이라면 따라가 구경하고픈 마음이 들 수도 있겠지…….”

 

  “허, 같은 여자인데도 그런 마음이 든단 말인가?”

 

  “예끼, 이 사람. 모르는 소리 말게. 오히려 더 궁금해 한다니까? 우리 안사람만 하더라도…….”

 

  이때는 줄곧 담담함을 유지해오던 이안의 얼굴마저 붉게 물들 정도였다.

 

  또한 이상환 역시 상화의 이야기를 다 듣곤 대범한 척 웃더니,

 

  “이곳 수기와 청화의 부탁도 있고, 어린 미화들이 실수한 거라 생각하여 이번 한 번만 넘어가도록 하지…… 다만, 다음에 또 이런 불미스런 일이 발생할 경우엔 내 결코 쉬이 넘어가지 않을 것이야!”

 

  으름장을 놓는 선에서 일단락을 지었다.

 

  “나리, 이 어찌 사죄드려야할지…… 그리고 어찌 또 감사드려야할지…… 제가 아이들을 잘못 교육시킨 까닭에 이런 일이 발생한 듯싶어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허허, 수기가 무슨 잘못이 있겠나, 그저…… 저 아이의 미모가 원체 뛰어난 탓이겠지.”

 

  이안은 저토록 뜨겁게 달아오르는 이상환의 눈빛이 심히 부담스러웠으나, 당장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부득불 마주 웃어줄 수밖에 없었다.

 

  “아닙니다, 평범한 제 외모를 그리 칭찬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를 지경…….”

 

  “아니야, 아니다. 나 또한 너를 처음 봤을 때 놀란 가슴을 쉬이 진정시키기 힘들 정도였으니. 아니 그렇소, 다들?”

 

  “왜 안 그렇겠나, 당연히 그렇지!”

 

  “아무렴, 저런 미녀가 다 있었나 싶었지!”

 

  “명월(明月)이나 심지어 서화(瑞花)에서조차 보기 힘든 미색이 아니던가!”

 

  홍월은 좀 전만 하더라도 어린 여아들에게 핏대 세워 소리치던 양반들이 지금은 한 ‘여장남자’의 외모를 보며 시시덕거리고 있다는 게 참 우습다고 생각했다.

 

  ‘뭐, 확실히 예쁘시긴 하지만…….’

 

  그렇다고 어쩜 저리 한 점의 의심도 없을 수가 있을까.

 

  ‘콧날 뾰족한 거랑…… 또 눈썹이 짙고 번듯한 걸 보면 남성스러움도 제법 남아 있는 것 같은데…… 아직 근골이 다 자라지 않으셔서 그런 건가?’

 

  그러고 홍월이 이안의 얼굴을 힐끔거리고 있을 즈음,

 

  “응? 어, 엇…….”

 

  갑작스레 고개를 돌린 그와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더욱이,

 

  씨익.

 

  그런 그녀를 보며 이안이 슬쩍 미소를 짓는 것이 아닌가.

 

  ‘……어떡해, 계속 보고 있던 걸 알고 있었나봐…….’

 

  괜스레 얼굴이 붉어진 홍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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