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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여동생을 주워 왔더니 마교 교주라고 합니다만?
작가 :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9.11.10

여동생이 가지고 싶었던 나. 어느날 갑자기 그 꿈이 이루어졌다.

 
우리집 아기고양이(3)
작성일 : 19-11-10 15:27     조회 : 341     추천 : 0     분량 : 6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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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연비의 차가운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팔짱을 낀 채 도도한 시선으로 우리들을 죄인 취급하며 내려다보고 있는 여동생. 침대에 앉은 채 사색이 되어있는 우리들.

 

 “둘이 몰래 빠져나가더니 도둑고양이처럼 새벽에 들어온 것도 모자라 다시 이 방에 모인 이유가 뭔데?”

 

  하여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구만. 뭔가 애틋하고 뜨거운 감정이 치밀어 올랐었는데 저 쌀쌀맞은 여동생 덕분에 다 식어버렸다.

 

 “야, 모르면 가만히 있어. 서연은 널 위해ㅡ”

 

  아차.

  검지를 입술에 대고 쉿ㅡ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서연.

  결국 웅얼웅얼 말을 얼버무리며 입을 다물었다.

 

 “뭐야, 이제 정 호법을 두둔하는 거야? 하~! 언제부터 두 사람 그렇게 사이가 좋아진 거야?”

 

  미치겠군. 반박하지는 못하겠고, 계속 듣고 있으니까 답답하고. 그렇다고 어떤 일을 했는지 뻔히 알고 있는 여동생과 유치하게 싸울 수도 없고.

 

  하는 수 없지. 여기서는 뻔뻔함으로 승부를 본다.

 

 “뭐, 알몸 교류를 많이 한 사이다 보니.”

 

  태연히 말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효과는 굉장했다. 여동생의 낯빛이 빨간 사과처럼 익어간다.

 

  문제는 그 효과가 내 곁에서 함께 공모한 소녀에게도 적중했다는 것이었다.

  광역 어그로를 끌어 버렸네!

 

 “제, 제가 언제 당신과 알몸 교류 같은 걸 했나요!”

 “너, 대체 정 호법에게 무슨 짓 한 거야!”

 “잠깐, 저희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었단 말입니다!”

 “넌 가만히 있어.”

 

  음. 딱히 무슨 짓을 한 건 아니지만 아예 없는 말도 아닌데. 물론 경험담의 상당 부분은 연비의 모습일 때 이야기지만 말이다.

 

  어차피 오해라고 해 봐야 전혀 먹히지 않겠지. 설사 되묻는다 해도 서연의 간곡한 요청으로 입도 벙긋할 수 없다. 결국, 오늘은 잔소리와 함께 저물어가는 날이구나.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 오랜만에 주방에서 고소한 냄새가 풍겨온다. 엄마와 서연이 함께 아침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제야 좀 사람 사는 집 같네.”

 

  푸념했더니 엄마의 눈초리가 매서워진다.

 

 “얘 좀 봐? 그럼 지금까지는 뭐 귀신이 살았어?”

 “아니, 저녁마다 서연이가 밥해주기는 했는데 좀 그렇기는 했지. 넓긴 무지하게 넓은 집인데 애들만 셋 있는 게 뭔가 휑했다고.”

 

  묵묵히 멸치볶음을 만들던 서연이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보았다.

 

 “씻고 오기나 해요 선배.”

 

  음…… 저 호칭 정말 마음에 드는데. 뭔가 여동생에게 오빠라고 불리는 것과 다른 느낌으로 좋아. 앞으로 내 말에 따른다고 했으니 우선 호칭부터 개선해야겠다.

 

  아무리 그래도 현실에서 교주님 소리를 듣고 살고 싶지는 않다고. 중2병 같잖냐.

 

  욕실로 향하다가 연비와 마주쳤다. 먼저 일어나서 씻은 것인지 온수의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상큼한 샴푸 냄새와 함께.

 

 “일어났냐?”

 “……흥!”

 

  코웃음만 치고 사라지는 여동생. 방금 씻고 나온 미소녀의 풋풋한 모습은 순식간에 소멸되었다. 젠장, 삐져도 단단히 삐진 것 같다.

 

  그 대상은 나뿐만이 아닌 거 같다. 식사를 할 때에도, 등교하는 동안에도 여동생은 멀찍이 떨어져서 걸었다. 서연도 질세라 입을 꽉 다물고 있는 폼이 심상치 않다. 아아, 하필이면 둘이 틀어질 게 또 뭐야. 서로 속으로는 깊이 아끼는 주제에.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기다리고 있던 아라가 가볍게 목례했다.

 

 “그럼 오늘도 성호와 함께 가겠습니다.”

 

  음? 자, 잠깐! 저 녀석은 또 왜 갑자기 이름으로 부르는 거야? 평소처럼 저 녀석이니 이 녀석이니 하면 좋잖아.

 

  예상대로 연비의 눈이 가늘게 변모한다. 그것은 마치 심장까지 꿰뚫어버릴 만큼 강렬한 레이저를 발산하며 우리들을 차례로 훑고 있었다.

 

 “……좋겠네. 인기 많아서.”

 

  쿨럭!

 

 “기왕 데리고 가는 김에 저 애도 데리고 가지 그래?”

 “교주님?”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라. 뭘 눈치 없이 구는 거야! 너 때문에 악화됐잖아!

 

  그에 질세라 ‘저 애’로 지목받은 서연이 발끈하며 나섰다.

 

 “괜찮습니다. 저는 어린애가 아니니까요!”

 

  엉망진창이로구나.

 

  하는 수없이 먼저 버스를 타고 떠나버린 연비를 제외한 우리 셋은 함께 학교로 향했다. 서연이 다니는 신라 중학교는 우리 학교 근처에 있었기에 중간까지 같이 가다가 갈라지면 된다.

 

  이렇게 붙어서 함께 등교하니까 정말 동네 여동생 같은 느낌이다. 독특한 머리색과 장신구만 제외하면, 그녀도 여느 여중생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해 보이겠지.

 

  언덕과 이어지는 갈림길에서 잠시 멈춰서 숨을 돌렸다. 이제는 이 정도로 빨리 달리는 건 조깅 수준도 안 된다. 강해진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그럼 저는 여기서 학교로 가 보겠습니다.”

 

  꾸벅 인사하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교주님을 잘 부탁드려요, 선배.”

 “선배?”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는 아라의 시선에 땀이 삐질삐질 난다. 으아, 저 요망한 고양이가 뭔 짓을 하는 거야! 부모님 앞에서만 하는 위장 호칭이라더니.

 

  설마 내 욕망이 전해진 건 아니겠지?

 

  언덕길을 순식간에 달려 올라갔다. 잠자코 곁에서 발을 맞추던 아라는 교문 앞에 당도하자 시간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는 이런 기초 수련은 필요 없겠어.”

 “오, 그래?”

 “인정하기는 싫지만 넌 이미 나보다 강해졌으니까. 어쩌면 지금의 넌…….”

 

  그녀는 무언가 말하려 하다 입을 다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들어가자.”

 “음, 그러는 너도 말투가 꽤 부드러워졌네?”

 “그, 그런가?”

 “응. 처음에는 무슨 AI 인공지능 같은 거라도 달려있는 줄 알았지. 안드로이드 같은 거 말야.”

 

  아라는 미간에 힘을 주며 입술을 쭉 내밀었다.

 

 “뭐야 그게.”

 

  여전히 표정은 무뚝뚝하고, 언행도 무미건조하지만 그녀에게서는 조금씩 소녀의 향기가 느껴지고 있다. 본인은 그걸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지 몰라도, 곁에서 지켜보고 밀어주는 입장에서는 꽤 보람이 느껴지는 변화였다.

 

  하지만 그녀들이 변해갈수록ㅡ

  나 역시 변하고 있다.

 

  내 일상을 침범한 소녀들이 점차 현실에 적응해가면 갈수록, 그녀들이 살아온 무림의 흔적은 조금씩 지워지고…… 새로운 색으로 덧칠 되어 간다.

 

  그리고 그렇게 변해가는 그녀들을 지켜야 하는 건, 분명 나다.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었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굴복한 것이었든, 그런 것은 중요치 않다.

 

  오히려 지금까지 진정한 내 삶을 잊고 평온하게 살아온 것에 감사해야겠지.

 

 “흐응~ 그새 여자가 바뀌었네.”

 

  평소와 달리 연비는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서연의 일이 신경 쓰였던 걸까. 그래봤자 그 녀석은 이쪽으로 오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텐데.

 

  잠깐, 혹시 내년에 서연이 이쪽으로 입학하는 건 아니겠지? 만일 이 상태로 그런 전개가 이어진다면…… 차라리 학교를 관두는 편이 속 편할 지도.

 

 “당연하잖아. 아라와 함께 들어오는 걸 그렇게 표현하지 마. 남들이 들으면 오해하겠어.”

 

  연비는 코웃음을 치고 교사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대체 왜 기다린 거냐.

 

 “그럼 여기서부터는 따로 행동하자. 교주님의 이상한 심술에는 관심 없지만 정말 남들이 그렇게 오해할지도 모르니까.”

 

  당사자인 아라의 뜻을 꺾을 만한 명분은 없다. 난 떨떠름한 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 녀석도 부드러워진 만큼 묘한 경계심이 생겼단 말이지. 평소에는 잘만 같이 교실까지 직행했으면서.

 

 “아, 성호야 안녕?”

 

  멍하니 뒤를 돌아보았다. 유리다.

 

  입가가 씰룩이며 경련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오늘 무슨 날이냐?”

 “응? 그게 무슨 뜻이야?”

 “아무것도 아니야. 안녕…….”

 

  곁으로 다가온 유리는 물끄러미 안으로 들어가는 날 바라보았다. 실내화로 갈아 신는 동안에도 그 시선은 여전히 유지된다. 결국 참지 못하고 계단 앞에서 물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유리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뭔가 듬직해진 것 같아서.”

 “오, 그건 칭찬이지?”

 “그렇기는 한데 그래서일까~ 어째 아까 옆에 있던 아라의 표정이 굉장히 평소와 달라 보였어. 둘 사이에 뭔가 다른 일이 있었던 건 아니지?”

 

  다른 일이라고 할 게 뭐 있나. 유리의 생일 전에야 서비스 마인드를 가르쳐 준다는 명목으로 붙어 다니기는 했지만 특별한 일은ㅡ 있었던가? 게다가 그 이후는 더 말할 것도 없지. 편하게 대화를 나누었던 건 몇 번 있었지만.

 

  아니, 가만히 생각해 보니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발전이구나. 새삼 이성 친구와 가깝게 지내는 지금의 나 자신에게 놀랐다. 어떻게 날 나보다 유리가 더 잘 파악하는지…… 부끄럽다.

 

  그래서 가볍게 받아치려 했는데, 유리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을 거야. 무슨 일이 생겼을 리 없을 테니까. 그렇지? 그렇지? 그런 거지?”

 “네…….”

 

  얘는 이제 다른 의미로 무섭다.

  하아, 유난히 심란한 아침이네.

 

 

 

 

 

  평범한(?) 일과가 모두 끝나고 하교하려고 연비에게 다가갔다.

 

 “에휴, 야 한연비. 집에나 가자.”

 “흥.”

 “이제 그만 화 풀어라. 진짜 별거 아니었다고. 공적인 이야기만 했을 뿐인데.”

 “흥.”

 “아 치킨 사줄게. 콜?”

 “흥! 흥! 흥! 흐으으응~!”

 

  아오 씨, 저걸 진짜. 츤데레면 츤데레 답게 굴란 말이야. 뭘 삐지고 있어. 거기서는 ‘누가 화가 났다는 거야?’하면서 퉁명스럽게 받아쳐야 하는 거 아닌가?

 

  날 째려보던 여동생이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미처 그 행동에 대해 파악하기도 전에 교실 밖으로 몸을 날린다. 어쩐지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에 성질이 나서 추격했다. 때아닌 복도에서의 분노의 질주! 집에 가려고 나오는 학생들 사이를 이리저리 빠져나가며 도망치는 여동생과 죽어라 쫓아가는 오빠의 달리기가 요란하게 이어진다.

 

  모퉁이를 돌아 다음 복도 끝을 향해 달려가는 연비를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는 나도 경공의 달인이다. 쉽게 벗어날 수는 없을ㅡ

 

  와장창!!

 

  끝까지 달려간 여동생은 그대로 창문을 부수고는 허공으로 뛰어내렸다. 그 패기에 몸이 얼어 버렸다. 웅성거리며 모여드는 아이들. 미치겠다. 뒷수습은 어쩌려고 저러나!

 

 “호오, 한성호. 이제 창문까지 깨는 거냐?”

 

  헉! 체육 선생님!

 

 “아, 아니에요. 연비가 뛰어내린 겁니다!!”

 “여학생이 3층 창문을 부수면서 뛰어내려? 무슨 액션 스턴트 걸인가?”

 “정말이라니까요? 야, 너희 봤지? 증언 좀 해 봐!”

 

  당황해서 아이들을 돌아보니 너나 할 것 없이 수군거리며 외면한다.

 

 “쳇, 온 학교의 미인을 노리는 하렘왕 녀석! 혼이나 나라.”

 “연비가 밀려 떨어진 거 아니야? 난 제대로 못 봤는데.”

 “…….”

 

  학교생활이 즐거워진 건 맞지만 내 인망은 종이 조각 수준이라는 걸 절감한 순간이었다.

 

  결국 도망간 여동생 덕분에 혼은 혼대로 나고 벌점도 받고 청소까지 한 후에야 교문을 나섰다. 아라도 일 때문에 먼저 갔고, 유리는 집에서 운전기사가 데리고 와 사라졌고. 정말 오랜만에 혼자 돌아가는구나.

 

 “이제 나오는 건가요?”

 

  하지만 신은 내게 고독을 허락하지 않았다.

  교문에 기대어 서 있던 서연이 조용히 다가와 내 손목을 잡아 끈다.

 

 “왜 그렇게 서 있어요? 돌아가죠.”

 “너, 연비하고 안 돌아가고 왜ㅡ”

 “몰라요. 당분간은 교주님과 안 다닐 겁니다.”

 

  이 실없는 기싸움은 언제까지 이어질 건지 참.

 

  터벅터벅 언덕을 내려가며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연비에게 실망했다고 해도 그렇지 굳이 날 찾아와 기다리다니. 정말 날 계속 따라다닐 셈인가? 이건 이것대로 부담스러운데.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슬쩍 손을 빼려 했다. 하지만 내 손목을 잡고 있는 고사리 같은 손아귀의 힘이 장난이 아니다.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 같이 가는 건 좋은데 굳이 손을 잡을 필요는 없잖아?”

 

  서연의 무뚝뚝한 눈동자가 바싹 다가왔다.

 

 “누가 손을 잡고 있다는 겁니까? 손목을 잡고 가는 건데요.”

 “그거나 그거나…… 휴, 약속 때문에 괜히 내게 더 잘해주려는 거라면 굳이 그럴 필요 없어. 한 입으로 두말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녀의 볼이 발그레 물들었다.

 

 “이, 일부로 더 그러는 거 아니에요.”

 “그럼 왜 갑자기 잘해주냐. 날 모시겠다는 둥 뭐 그런 말에 책임감을 느껴서 그런 거야?”

 

  꽉 다물어진 서연의 입술이 살짝 흔들린다. 몇 번이나 봐 온 표정이지만 좀처럼 적응되지는 않았다. 자그마한 그녀가 오늘따라 더 작아 보인다.

 

 “……태어났을 때부터 교주님을 모시고 받드는 게 임무라고 배웠죠.”

 

  작게 탄식한 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 짐을 어제 이후로 조금 내려놓게 되었어요. 그러고 나니 굉장히 공허해지더군요. 이제부터는 어떤 식으로 살아야 할까ㅡ 하고. 그러다 당신이 어젯밤에 해 준 이야기가 떠올랐죠.”

 

  공원에 들렀을 때의 일 말인가. 나는 몇 번이고 그녀를 안심시키며 향후의 일에 대해 논의했었다. 마교도, 연비도, 그리고 지금의 일상도 지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끝없이 떠들었었다. 그녀가 지금 말하는 건 그것이 아닐 것이다.

 

  마지막에 내가 서연에게 했던 말.

  그걸 일컫는 게 분명했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는 거?”

 

  예상대로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눈빛은 언제나와 같이 차분했지만 전에 없던 생기가 돌고 있었다.

 

 “저도 조금은 제 삶을 찾아보고 싶어요. 삶을 지탱하고 있는 게 끝났다는 생각이 드니까, 무언가 잠시 의지할 만한 게 필요해진 거죠. 다음 목표를, 다른 형태의 삶을 찾을 때까지. 이건 그 잠시를 위한 일탈에 불과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내 손목을 들어 올린다.

 

  난 하는 수없이 그녀가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어차피 뭐라 말해도 들을 것 같지도 않고, 멋대로 떠들어대며 저 차가운 삶의 형태를 녹아 없어지게 만든 것도 나니까.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다면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

 

 “그럼 뭐 그러든가. 여자 후배와 손잡고 하교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고작 그런 식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할 겁니다?”

 

  갑자기 퉁명스럽게 내뱉은 서연이 바싹 다가왔다.

  손목이 아니다.

  내 팔을 통째로 자신의 팔에 끼웠다.

 

  덜 여문 가슴과 따뜻한 온기가 고스란히 팔을 타고 전해진다. 조금 부끄러웠지만, 난 그 팔짱을 풀지 않았다. 왜냐하면ㅡ

 

  이걸 뿌리쳤다가는 서연의 낯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부끄러움을 숨겨줄 수 없을 테니까.

 

 ‘아아, 핑크빛 청춘이네.’

 

  물들기 시작하는 노을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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