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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여동생을 주워 왔더니 마교 교주라고 합니다만?
작가 :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9.11.10

여동생이 가지고 싶었던 나. 어느날 갑자기 그 꿈이 이루어졌다.

 
집착이 강한 여자는 곤란해(2)
작성일 : 19-11-10 15:25     조회 : 310     추천 : 0     분량 : 5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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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에게 집착하는 성향이 있다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 우연히 마주쳤을 때 그녀는 사육장의 토끼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요조숙녀니 베스트 드레서니 소문이 무성한 아이였기에 홀로 고독을 씹으며 앉아 있는 모습조차 멋져 보였다. 비록 토끼는 그녀가 주는 걸 먹지 않았었지만.

 

  이후 몇 번을 그 앞에 지나다녔지만 유리는 늘 있었다.

  먹이통에 먹이가 가득 차 있고 바닥에 클로버가 자라고 있는데도 그녀는 먹이를 줬다.

  그러나 토끼들은 먹지 않았다.

 

  졸업 전, 토끼들이 모두 죽었다고 들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유리가 웅크리고 앉아있던 모습이 자꾸만 상기되었다. 온갖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지만, 곧 내 안에서 잊혔다.

 

  중학교 시절 그녀는 본격적으로 남학생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나와도 같은 반이 되어 친해지게 되었는데, 언제나 반 중심에서 아이들과 어울리는 그녀는 항상 눈부시게 빛났다.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 같았다. 동경했다.

 

  유리를 본격적으로 악연이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그녀가 나에게 대시하면서부터다.

 

  어느날부터인가 유리는 나와 친해지기를 원했고 난 흔쾌히 그것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유리와 대화를 나누고 나면 항상 노는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것이 피곤하고 힘들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녀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학원에서 만난 다른 반 아이와 친해져, 나도 이성 친구를 만들 기회가 생겼다. 자연히 유리는 더욱더 잊혀 갔다. 애초에 나와 어울리지 않는 아이니까. 그렇게 여기고 마음 한구석에 내려놓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때부터 학원 친구는 나와 더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유리는 계속 나와 그녀를 따라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이 녀석, 진심인가?’

 

  다리 사이에 박혀 있는 칼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너 대체 뭘 어쩌려고?”

 

  퉁명스럽게 물으니 그녀는 평소처럼 눈웃음을 치며 답한다.

 

 “오늘은 꼭 제대로 된 대답을 듣고 싶어서. 그뿐이야.”

 “그런 애가 칼을 던지냐.”

 “그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게 관심을 주지 않잖니.”

 

  아니 이걸 좋아해야 해, 싫어해야 해? 인기 만점의 미소녀가 날 갈망하고 있는 건 틀림없이 인생 최대의 사건이기는 한데 형태가 이상하잖아. 식은땀이 난다.

 

  유리가 아예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날 납치한 거야? 대체 어느 틈에?”

 “중간에 내가 가져다준 음료수 기억나? 너무 맛있게 먹어서 감동했어. 몸이 찌릿찌릿했거든.”

 

  우와, 이 녀석.

  엄청난 가면을 쓰고 살아왔구나.

 

  몸을 떨며 코웃음을 치는 걸 보고 있자니 속이 울렁거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유리를 좋아하게 된 적은 없지만 그녀가 날 위해 그토록 긴 시간을 인내했을 거라 생각되니 입맛이 썼다.

 

  굳은 얼굴로 그녀를 응시하며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왜 이런 식으로?”

 “응?”

 “전에 한 고백도 진심이었다며. 그럼 진솔한 대화로 풀 수도 있잖아. 그리고, 일방적으로 내게 들이대서 연비나 다른 누군가가 불편해진다면 그건 진짜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왜 이런 방식을 선택했어?”

 

  유리의 눈동자가 공허한 어둠 속에 침식되어 간다.

  내가 뭔가 말실수를 한 건가?

  이 녀석에게 들은 말을 그대로…….

 

  앗!!

 

  실수했다! 그 이야기는 내가 연비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 들은 말이잖아. 유리의 입장에서는 내게 한 적이 없는 말이다! 급히 실언을 주워 담으려 입을 열었다.

 

 ‘윽.’

 

  그러나 어느새 목덜미에 닿아 있는 차가운 감촉. 그 순수한 살의에 말이 나오질 않는다.

 

  유리의 공허한 눈빛이 내게 불쑥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움찔할 만큼 초점 없는 눈동자다.

 

 “너, 그 말 어디서 들었어?”

 “유, 유리야. 그게 사실은…… 네가 그날 이야기 한 연비는 나고 내가 연비고…….”

 “뭐야, 그 계집애는 널 싫어하는 티 팍팍 내더니 그런 식으로 재를 뿌리고 있었던 거야?”

 

  그녀의 낮은 웃음이 어두운 방 안에 울린다. 역시 제대로 전해질 리 없지. 들썩이는 어깨를 보니 무서웠다.

 

  몸 상태는 조금 나아졌다. 지금이라면 그녀를 뿌리치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러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내가 여기서 힘으로 유리를 밀치고 나간다면 이 애의 진심과 영영 마주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식이 어찌 되었든 유리는 날 좋아하는 게 분명하다. 그 형태가 심하게 일그러진 게 문제지.

 

 “후후후후…….”

 

  들썩이던 그녀의 몸이 멈췄다.

  하지만 그것은 폭발 직전의 침묵에 불과했다.

 

 “우후후훗, 아하하하하! 하하하! 아하하하하핫~!!”

 

  미친 듯이 웃던 그녀는 내 목에 겨누고 있던 칼을 치우고는, 다리 사이에 박힌 칼도 뽑아 들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눈동자가 내 전신을 압박하듯 훑는다.

 

 “뭐야, 역시 그런 거였잖아. 어쩐지 갑자기 들어본 적도 없는 친척 여동생이 생기다니! 그런 주제에 친남매처럼 붙어 다니기나 하고. 이상하다 했어. 정말 이상했다고! 누가 봐도 이상한 전개였잖아?”

 “유, 유리야. 일단 좀 진정하고…….”

 “그년 역시 널 진심으로 좋아하는 거잖아. 미친 거 아냐? 진정해야 하는 건 그 여자ㅡ아, 너희 설마 남매라는 건 구실이고ㅡ”

 “진정하라고!”

 

  갈대처럼 흔들리며 말을 쏟아내던 그녀의 거친 호흡이 멈췄다.

 

  으, 이 녀석에게 이런 면이 있었을 줄이야.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극단적이네. 어떻게 그런 성적과 인기를 유지하는 건지 대강 알겠다. 이 정도로 독하니 뭘 해도 못하겠냐. 무공도 제대로 배우면 순식간에 강해질 것 같다.

 

  심호흡을 하고 그녀를 달랬다.

 

 “그럴 리가 없잖아. 그 녀석하고 남매 이상의 관계로 나아간 적은 없다고. 무엇보다 내 의사와 상관없이 연비가 질색할걸?”

 

  그녀는 묵묵히 듣고 있었다. 어둠 속에 서 있는 그 모습이 더욱 쓸쓸하게 느껴진다.

 

 “네가 오해하는 게 있는데 그날 우리 집에서 네가 연비에게 한 말은 사실 연비에게 한 말이 아니야. 무슨 소리인지 이해 안 가는 건 알겠는데 오해하지 말라고.”

 “그건 아무래도 좋아.”

 

  유리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는 나와 마주했다.

 

 “몇 번이나 고백하고 어필했잖아. 명상인지 심법인지 이상한 것도 배우면서 네게 다가가려 노력했어. 중학교 때도, 널 괴롭히는 남자애들을 막느라 내가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뭐?”

 “왜 그 애들이 더 이상 네 앞에 나타나지 않는지…… 넌 모르지?”

 

  아무것도 안 하고 방관했던 게 아닌가? 아니, 애초에 나 같은 녀석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현혹되면 곤란하지. 아무리 그 마음이 순수함에서 비롯되었다 하더라도 이건 잘못된 방식이다.

 

 “어쨌든 이제 그만 좀 풀어줘. 네 마음은 충분히 알았으니까 속단하지 말라고. 난 아직 널 받아들인 것도, 거부한 것도 아니잖아.”

 “그, 그러면…….”

 

  유리의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심연에 잠겨 있던 빛이 서서히 올라온다.

 

  좋았어! 이대로 밀어붙이자. 역시 이 녀석은 뼛속까지 흑화 되지는 않은 거야. 아직이라면 좀 더 기회는 있다.

 

  처음부터 유리가 싫었던 건 아니다. 동경하던 상대였지. 그런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게 혼란스러울 뿐이다. 물론 내 마음이 그녀를 향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녀가 진심이라면 그 진심과 마주할 만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렇게 갑자기는 무리다.

 

 “네가 얼마나 날 좋아해 주는지는 알았어. 고마워. 솔직히 분에 겨워 미칠 정도로 기쁘다고. 그러니까 좀 더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 보자. 이런 식으로 날 네 곁에 둔다고 해서 네가 정말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성호야…….”

 

  여기까지 떠들어 놓고 스스로에게 놀랐다.

  나 말 잘하잖아!

 

  설득은 성공한 모양이다. 유리는 평소처럼 평정을 되찾고 있었다.

 

  그녀는 작게 신음을 토하더니 힘없이 내게 다가왔다. 역시 내가 풀고 도망치는 것보다 이편이 좋은 해결이 된 것 같다.

 

  유리가 이렇게까지 날 좋아하다니. 머릿속이 복잡하다. 위기는 모면했지만 앞으로의 일이 걱정된다.

 

 “앞으로 좀 더 신경 쓸게. 서로 대화도 많이 나누자고. 이제 우리는 고등학생이잖아.”

 “알겠어…… 움직이지 마, 풀어줄 테니까.”

 

  그런 식으로 챙겨주는 게 조금 기뻤는지 그녀는 어느새 여느 때와 다름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놀라기도 했고 이 애의 엄청난 비밀을 알아버린 것 같지만 이제 이걸로 사건은ㅡ

 

 “여기였군!”

 

  음?

  문간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을 가리고 서 있는 소녀.

  익숙한 음성.

 

  여동생이다. 아니 그런데 왜 이 타이밍에? 차라리 좀 더 빨리 오거나 늦게 오지, 뭘 마왕에게 사로잡힌 공주님 구하러 온 용사마냥 당당히 서 있는 거야?

 

 “잠깐, 야 한연비. 여긴 아무 문제 없으니까ㅡ”

 “감히 본좌를 맛있는 음식으로 현혹시킨 후 본좌의 펫을 훔쳐 가다니! 게다가 이렇게 어두운 곳에서 미, 밀회를!”

 

  나왔다! 본좌 드립!

 

  잠깐,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너! 방금 날 펫 취급했지? 그리고 밀회라니? 내가 즐기고 있는 걸로 보이냐?”

 “그 죄를 물어 내 직접 손을 쓰겠다!!!”

 “말 좀 들어라 이 화상아!”

 

  연비는 코웃음을 치며 들고 있던 검집에서 검을 뽑아내었다. 무시무시한 발검 속도와 그에 따르는 풍압으로 이 녀석이 진심으로 유리를 날려 버릴 거라는 걸 직감했다. 난 황급히 줄을 끊고 일어나 강기를 두르고 유리를 덮쳤다.

 

 “이 파렴치한 사람들! 다 죽어!”

 

  당황해서 비명을 지르는 유리와 연비의 고함이 양쪽 귀를 두드린다. 그것도 잠시, 여동생의 검기에 박살 난 천장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딱 좋은 흐름이었는데! 유리의 이상 애정 형태에 정면으로 맞서 멋지게 말로 풀었는데! 왜 저 괴팍한 여동생은 이 타이밍에 난입하는 거냐고!

 

  끝없이 절규하던 난 완전히 파편 속에 묻혔다.

 

 

 

 

 

  알고 보니 그곳은 유리네 집 지하실과 이어진 방공호였다. 무슨 놈의 집에 방공호까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다시 쓸 일은 없을 것 같다. 놀라 달려온 사람들에게 유리는 불꽃놀이를 준비하다 폭발이 일어난 거였다며 둘러대었다. 정말, 이만하기를 다행이다.

 

  파티가 끝나고 하나 둘 사람들이 돌아갔지만 대식가인 무림 여고생들의 식탐은 끝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연비가 압권이다.

 

 “그렇게 먹고도 안 질리냐? 남의 집이나 부수는 녀석이.”

 “시끄러워. 그러게 누가 오해할 만한 상황을 만들래?”

 “오해라니, 대체 어느 부분에서? 딱 볼 때 납치되어 묶여 있는 걸로 보이지 않디?”

 “의자에 묶인 채 이상한 플레이를 즐기기 직전인 커플처럼 보였는데.”

 

  이 자식, 요즘 대체 뭘 듣고 배우는 거야? 가만히 전도사나 다름없는 서연을 쏘아보았다. 콧방귀를 뀌며 무시한다.

 

  머리를 내저으며 타는 목을 축였다. 하도 긴장하고 땀을 흘렸더니 갈증이 끊이질 않는다.

 

 “이야기는 들었어.”

 

  타는 속을 달래기 위해 물을 꿀꺽꿀꺽 마시고 있는데 아라가 슬쩍 다가왔다.

 

 “후우.”

 “적이 나타난 줄 알고 놀랐지 뭐야. 내가 좀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는데, 부끄럽다.”

 “……그런 말 하기 전에 입가에 묻은 크림이나 닦고 떠들어라.”

 

  이제 와서 또다시 드는 생각인데, 마교 정말 괜찮은 거냐? 아무리 힘의 논리가 통용되는 조직이라 해도 정말 이런 녀석들에게 맡겨져도 괜찮은 거냐고! 덕기 스승의 근심 어린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다.

 

  날이 저물고 정원 곳곳에 불이 들어온다. 남은 이들도 거의 다 돌아갔다. 난 다시 한번 유리의 부모님에게 죄송하다고 사과를 드렸다. 내 잘못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굉장히 여유로운 인상의 사람들이었다. 인품이 훌륭하다는 게 말투에서 곧바로 느껴진다. 유리는 조금 혼났지만 날 꾸짖지는 않으셨다. 대체 저 녀석은 저런 부모님 밑에서 자랐으면서 왜 저렇게 비뚤어진 걸까.

 

 “저기, 성호야.”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하는 우리들에게 다가온 유리는 내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아까 한 말, 진심이겠지?”

 “응? 그야 뭐…… 그렇지.”

 “그러면 내일부터 학교에서 기대할게?”

 

  뭘 기대한다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확실한 건 오늘의 돌발 사건이 일회성으로 끝이 아닌 게 틀림없다는 거다. 난 서늘해지는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그, 그래…….”

 

  역시, 그녀들과의 관계는 슬퍼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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