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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여동생을 주워 왔더니 마교 교주라고 합니다만?
작가 :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9.11.10

여동생이 가지고 싶었던 나. 어느날 갑자기 그 꿈이 이루어졌다.

 
여동생은 무림이 싫다고 말했어(3)
작성일 : 19-11-10 15:19     조회 : 336     추천 : 0     분량 : 8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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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사전 등록과 간단한 설명을 듣고 한자리에 모인 우리들. 전의가 불타오르는 가운데 아이들 노는 소리가 활기차게 울린다. 왜 여기서 이런 무거운 분위기에 어울려줘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도와주러 온 건 좋은데, 기왕이면 봉사활동하러 온 거니까 좀 웃으면 안 되겠냐?”

 

  그래서 가볍게 제안했다. 한 명이라도 동조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그, 그래 얘들아. 처음 보는 사람도 있어서 좀 어색하기는 한데 다 같이 힘내자.”

 

  태수가 도와줬지만 역부족이다. 애초에 내가 바란 건 저 녀석의 동조가 아니다.

 

  꼼짝도 하지 않던 그녀들 중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연비였다.

 

 “정 호법.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너무하지 않아?”

 “너무한 건 교주님이십니다. 홍 장로가 싫다고 할 때는 언제고 언제 이런 일을 꾸미신 건가요? 전 그냥 이용만 당하는 여자인가요?”

 “야, 진정해. 제발 진정해라.”

 

  분노 게이지가 상승하는 서연을 말리기 위해 노력해 봤지만 소용없다. 내가 흔들든 말든 꼿꼿하게 서서 연비를 노려보는 그녀. 어쩐지 여기 오는 내내 입을 꽉 다물고 있더라.

 

  이 녀석들의 결의는 봉사활동에 대한 게 아니었다.

  그게 너무나도 서글프다.

  빨리 끝내고 가서 좀 쉬고 싶은데.

 

  이대로면 휴식은 물 건너 간 셈이다.

 

 “너, 너라면 이해할 수 있잖아! 그래서 딱히 말하지 않았던 것뿐이라고. 나는 홍 장로를 감시하려고 온 거야.”

 

  웃기고 있네. 우리들의 봉사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겠다며 호언장담하던 게 어디의 누구였더라. 으르렁대는 두 사람의 모습이 낯설다. 반면 따라가겠다고 처음 선언한 아라는 차분하기 그지없었다.

 

  서연의 화살이 예령에게 돌아갔다.

 

 “그렇다면 이 멍청한 여자는 왜 온 겁니까!”

 “머, 멍청한 여자? 호호호호, 마, 말 다 했느냐?”

 “그건 나도 불만이야. 저 녀석에게 꼬리치는 걸 떼어내느라 귀찮았는데 정녕 쓴맛을 봐야 말을 들으려나.”

 

  이렇게 되면 남은 건 유리다. 이 애는 나와 악연이기는 해도 지극히 현실적인 보통 사람이니 말이 통할 것이다. 으르렁대는 여자들은 놔두고 유리라도 설득해 보자.

 

 “저, 저기 유리야? 저 바보들하고 놀지 말고 슬슬 우리는 봉사나 시작하는 편이ㅡ”

 “배신자.”

 “응?”

 “내가 고백한 걸 벌써 잊은 건 아니지?”

 “고, 고배애애애애액?”

 

  모두의 입에서 이구동성으로 튀어나온 괴성에 몸이 굳었다. 태수마저 입을 쩍 벌리고 날 바라본다.

 

  이게 무슨 봉사활동이냐!

  공개처형이지.

 

  내 영혼까지 불태워 버리려는 악마의 계략이 틀림없다. 빌어먹을, 난 여기를 나가야곘어.

 

  턱.

 

  밖으로 뛰쳐나가려는데 누군가가 강하게 어깨를 붙잡았다. 머리를 삐걱거리며 힘없이 돌려보니 환하게 웃고 있는 원장님이 눈에 들어온다.

 

 “허허허, 학생들. 설마 오늘 그렇게 싸우다가 그냥 갈 건 아니지? 학생들 온다고 다른 팀은 받지도 않았는데, 허허허. 이거 참 굉장히 불편하네, 허허허허.”

 “……진심으로 아이들을 대하기 위해 잠시 체조를 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탈주는 실패했다.

  남은 건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냐는 건데.

 

 “정말? 고백했다고? 저 바보가 뭐가 좋아서?”

 “내, 내가 수련을 가끔씩만 하니 머리가 이상해진 겁니다! 아, 앞으로는 좀 더 자주 오세요.”

 “내 낭군으로 점 찍은 사람에게 고백이라니? 가소롭기 그지없구나.”

 

  아아, 망했다.

  더 심해졌잖아!

 

  만인의 화살을 받고 있는 유리는 무척이나 담담했다. 여느 때처럼 차분해 보이는 그녀의 멘탈이 존경스러울 정도다. 그렇게 뻣뻣하게 서 있는 내 곁으로 태수가 다가왔다. 그래, 이 녀석과 차라리 둘이서라도 제대로 된 스케줄을 소화해야ㅡ

 

 “못 보던 사이에 무슨 여자 꼬시는 기술이라도 배워왔냐? 나 좀 공유해줘.”

 

  비틀.

 

 “야! 너는 인기 많잖아.”

 “그건 중학교 때 한정이야. 고등학교 와서는 전혀 입질이 없다고. 특히 운동 시작한 이후로는 여자들이 더 멀리하는 것 같은 기분이야. 집에서 서식하는 돼지도 땀 냄새난다고 맨날 잔소리나 하고.”

 “그쪽 돼지는 잔소리만 하니 다행이지. 난 얼마 전에 저 돼지에게 명존쎄(명치를 매우 세게 때린다는 뜻) 당하고…….”

 

  관두자.

  더 말했다가는 진짜 목이 달아나겠다.

  칼날 받이를 살짝 밀어 올린 채 송곳니를 드러내고 있는 연비를 외면하며 헛기침했다.

 

  고아원에 검 같은 걸 들고 오는 여동생을 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

  축 늘어져 있는데 내내 잠잠히 있던 아라가 입을 열었다.

 

 “정말 하나같이 다 실망입니다.”

 

  오잉? 쟤는 또 왜 저러지. 의혹심에 찬 눈길로 바라보는데, 아주 모범적인 잔소리가 폭포처럼 쏟아진다.

 

 “신성한 고아원에서 갈 곳 잃은 아이들을 보듬어 줄 생각을 해야지, 무림의 태양 중 하나라 불리는 교주님께서 경거망동해서야 되겠습니까? 저와 본교의 능력을 보여주기로 했잖아요. 이건 수련을 겸한 사회 활동입니다. 이건 진짜 아니죠.”

 “끄응~.”

 “그리고 정 호법. 본디 이런 역할은 당신의 일 아닙니까? 본녀가 이런 것까지 신경 써서야 되겠습니까?”

 “윽…….”

 “당신은 좀 때와 장소를 가리고 끼세요. 말로만 본교의 일원이 되겠다고 떠들지 말고 정말 본교의 위명을 등에 업고 싶다면 품위를 지키란 말입니다. 나잇값 하세요!”

 

  와, 대단하다.

  박수라도 보내주고 싶다.

 

  저 녀석이 원흉만 아니었다면 말이지.

 

  자기가 멋대로 나와 태수의 봉사활동에 끼어들기 시작하면서 이 사달이 난 걸 모르는 건가? 염치가 없어도 저 정도로 없다니, 왜 연비가 꺼려 하는지 알겠다.

 

  어쨌든 잘 정리해준 건 고맙다. 그래서 다시 희망찬 이야기를 하려 했다. 그런데 유리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노려보는 폼이 수상하다. 안돼! 여기서 더 하게 뒀다가는 정말 해 떨어질 때까지 싸우고 말 거야! 태수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다.

 

  다급히 그녀들에게 다가가 중재했다.

 

 “자자, 이제 그럼 시작하자. 고백 건은 별거 아니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그 뒤로는 아무 일도 없었고 유리도 별말이 없었으니까.”

 

  사실 나도 당시에는 엄청 고민했었지만.

 

 “난 진심이었는데.”

 “일합시다 일! 봉사!”

 

  진짜 얘는 자꾸 왜 이러냐. 어떻게 알았는지 오늘 따라온다고 했을 때부터 뭔가 낌새가 좋지 않더라. 이렇게 당당한 애인 줄 몰랐다. 항상 차분하고 조용한 친구였는데.

 

  고백이 진심이었다면 가장 어수선해야 하는 건 나 아닌가? 억울하다. 이건 내 의견도 들어봐야 하는 거란 말이다.

 

 “적당히 정리된 것 같으니까 역할이나 분담해 볼까?”

 

  태수가 거들어줘서 살았다. 일반인 앞에서 추한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았는지 무림 고수들의 입이 꾹꾹 다물어진다. 겨우 가슴을 쓸어내렸다.

 

  태수와 난 청소를 맡았다.

  지저분한 외관부터 내부 방, 식당,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놀이터까지 치우는 역할이다.

 

  연비와 서연은 빨래.

  수건이나 행주, 식탁보 같은 건 비교적 쉬운 편이었지만 이불 빨래가 있다는 게 함정이다.

  그 정도는 알아서 잘 하리라 믿었다.

 

  아라와 유리는 목욕.

  아이들 중 특히 어린아이들을 씻기는 역할이다.

  가장 힘들어 보였기에 무운을 빌어 주었다.

  그렇다고 악마 같은 여동생과 로리 교관에게 맡길 수는 없잖아.

 

  마지막으로 예령은…….

 

 “잠깐! 왜 나만 아이들과 놀아주는 역할이냐! 이건 적폐다! 날 따돌리려고 음해 공작을 펼치는 게 틀림없느니라!”

 

  저럴 줄 알았다. 길길이 날뛰는 금발 자안의 아가씨를 잠재우기 위해서 특효약을 처방해야겠군. 그건 아마도 나 밖에 할 수 없는 일이겠지.

 

  무거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다가가, 그녀의 정수리에 손바닥을 척 얹고 중얼거렸다.

 

 “자자, 착하지? 말 잘 들으면 오빠가 데이트 한 번 해줄게.”

 

  이른바 내게 빠진 여자를 대상으로만 시전할 수 있다는 공포의 심쿵 어택!

 

 “아, 아아…….”

 

  빨갛게 달아오르던 예령의 머리 꼭대기에서 화산이 퍼엉ㅡ하고 폭발했다.

 

 “뭐, 뭐가 오빠야! 그 여자는 겉으로만 어린 거라니까!”

 “……로리콘. 쓰레기.”

 

  음음, 아주 다양한 비난이 쏟아지는군. 뭐 괜찮아. 이미 그렇게 찍혀버린 이상 더 파렴치하게 굴어도 상관없잖아? 때때로 이성이 튀어나와 반발하기는 하지만 이젠 나도 많은 걸 내려놓은 것 같다.

 

  아들이 이런 꼴로 사는지 부모님은 관심도 없겠지. 다음 여행지는 하와이라고 했던 걸 어제 얼핏 들었다.

 

 “자, 그럼 다들 시작해 볼까? 오늘 이렇게 와 줘서 고마워. 다 같이 힘내자!”

 

  태수의 건전한 격려를 한 마디로 모든 잡음이 일축되었다. 저 녀석이 무림인이었다면 틀림없이 정파의 인물이었을 거다. 난 아무래도 사파가 체질인 것 같고.

 

  옥상 결투 이후 뼈빠지게 심법과 내공 수련하느라 죽을 거 같았는데 이참에 스트레스나 풀자. 좋게 생각하며 빗자루를 집어 들었다.

 

  봉사활동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더러운 창고와 복도, 정돈되지 않은 놀이터 옆 화단을 보며 혀를 내둘렀지만 태수와 차분히 그것들을 정리해 나갔다.

 

  청소라는 건 참 신기하다. 시작하기 전에는 귀찮고 답답한데, 땀 흘려 치운 만큼 보람을 곧바로 느끼게 된다. 깨끗해진 복도에 물칠까지 더해지자 반짝반짝 윤이 나는 것이 속이 다 시원했다. 방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자는 방과, 기본적인 교육을 한다는 교실, 놀이방 등을 차례로 치워 나갔다. 잘 정돈된 방이 하나 둘 늘어간다. 그때마다 내 마음도 점점 가벼워졌다.

 

 “웃차~!”

 

  허리를 두드리며 일어났다. 다음은 뒤뜰이다. 태수와 떠들며 밖으로 나가니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연비의 목소리다.

 

 “똑바로 잡고 있어. 이런 건 한 번에 해결해야 한다고.”

 

  뭘 한 번에 해결해?

  의구심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모퉁이를 돌았다.

 

 “으랏차, 천근추(千斤錘)!”

 “역시 교주님! 대단합니다!”

 

  감탄한 서연의 외침에 힘입은 연비는 이를 악물고 움직였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여동생의 다리가 사정없이 커다란 고무대야 속으로 떨어진다. 펑! 어뢰라도 터진 듯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물기둥을 보며 입을 쩍 벌렸다.

 

 “여기서 곧바로 환영각(幻影脚)이다!”

 

  여동생의 발재간이 현란하게 허공에 흩날린다. 두두두두ㅡ 어마어마한 속도로 고무대야를 공략하던 연비는 나와 태수를 발견하고는 행동을 멈췄다.

 

  정적이 흐른다.

 

 “……이, 이불 빨래 때문에.”

 “으응.”

 “밟으면 때가 더 잘 빠진다고 들어서.”

 “아아, 알았어. 계속해. 계속해도 돼.”

 

  상대하지 말자.

 

  그래도 이제 좀 이 사회의 통념이라는 게 자리잡고 있는 모양이네. 전이었다면 거리낌 없이 하던 일 계속했을 텐데. 참 저 녀석도 여러모로 고생이다.

 

  잠깐. 저 녀석들이 저러고 있다는 건 다른 애들은? 특히 그중에서도 예령이 걱정된다. 목욕이야 별일 있겠냐마는 애들과 놀아주는 건 요령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난 다급히 태수와 함께 놀이터로 뛰어갔다.

 

 “와하하, 이 언니 너무 웃겨.”

 “누나! 이것 좀 봐라? 내가 만든 성이다!”

 

  아이들 사이에 파묻혀 있는 예령. 오, 의외로 차분하게 잘 놀아주고 있다. 괜한 걱정이었나.

 

 “잘 했다, 소년. 이제 그 성을 나의 명호를 따서 흑영성(黑影城)이라 이름 짓자꾸나.”

 “와아아~~!”

 “오~~~호호호홋! 이제 이곳이 마교의 본거지가 되는 것이니라.”

 “예령 누나 만세!”

 

  음.

  빗자루를 잠시 태수에게 건넨 후 그녀에게 걸어갔다.

 

  기척을 느끼고 돌아보는 눈동자를 무시한 채.

  그대로 주먹을 정수리에 꽂아 넣었다.

 

 “후와아아악!”

 

  굉장한 소리가 났다. 이 녀석, 머리가 돌이냐. 주먹이 부서지는 줄 알았네.

 

 “아우우우~ 뭐, 뭐냐! 왜 갑자기 날 때리는 것이냐!”

 “응, 아까 말한 데이트 건은 취소다. 가자, 태수야.”

 “어? 어어.”

 

  매몰차게 돌아서는 내 뒤에 달라붙는 그녀. 귀여운 드레스가 다 망가질 정도로 처절한 몸부림을 보여준다.

 

 “잠깐! 난데없이 무슨 소리냐! 이럴 수는 없다! 강호에 이런 법도가 어디 있단 말이냐!”

 

  여기가 강호냐? 고아원이지. 시끄러운 혹을 밀어 넘어뜨리고 도망쳤다.

 

  마지막으로 식당까지 치우고 나자 저녁 시간이 다 되었다. 팔이며 다리 할 것 없이 쑤신다.

 

  확실히 수련에 도움이 되기는 하겠네. 아라의 말도 아주 틀린 건 아닌 것 같다. 단순히 몸을 써서 피곤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각 근육을 쓰는 요령이 전과 달랐다. 나도 모르게 힘을 조절하게 되고, 세심하게 살피게 된다. 어쩌면 이것도 구성심법의 영향이 아닐까 싶었다.

 

  원장님은 고생한 우리들을 위해 저녁을 사 주셨다.

  보람차게 땀 흘리고 먹는 피자라니.

 

  꿀맛이다.

 

 “그걸 다 빨았다고? 연비 굉장하다.”

 “벼, 별거 아니야. 나에게 걸리면 그 정도야 일거리도 못되지.”

 

  일이 좀 많은 게 아닌가 싶었는데 결국 다 했구나. 유리의 칭찬에 얼굴을 붉히는 여동생이 기특했다. 한 번에 피자를 두 조각 겹쳐서 먹는 행위만 아니었다면 좀 더 이뻤을 거다.

 

 “너희는 어땠어?”

 “음, 어릴 적 동자들을 보살핀 적이 있기에 문제없었다.”

 

  그래, 그랬구나. 그런데 왜 아라가 말하니까 신용이 안 갈까.

 

 “아라가 잘했어. 나는 굉장히 허둥댔는데.”

 

  유리의 지원 사격에 떨떠름한 시선을 거두었다.

 

 “피자도 다 먹었으니 이제 집으로ㅡ”

 “잠깐! 왜 내게는 묻지 않는 것이냐. 것보다 아까의 일격에 대해 해명해라. 그렇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을 것이니라!”

 

  아아~ 귀찮은 녀석이 남았다. 다람쥐처럼 볼을 부풀리고 달려드는 예령을 떼어내느라 남은 힘마저 전부 써야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하나같이 버스에서 곤히 잠들었기 때문이다. 나 참, 그토록 격한 무공 수련은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면서 이런 일로 뻗다니. 알다 가도 모를 녀석들이다.

 

  혹시 봉사활동 중에는 내공을 쓰지 않은 건가?

  연비의 일을 떠올려 보면 그건 아닌 거 같지만…… 아니, 만약 그 뒤부터는 제대로 했다고 치면…….

 

  서로 기대어 숙면하고 있는 그녀들을 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귀여운 녀석들.’

 

  정류장에 도착한 후 태수에 이어 유리와도 작별했다. 그녀는 살짝 지쳐 보였지만 여느 때처럼 웃고 있었다.

 

 “그럼 잘 가, 성호야.”

 “응. 오늘 고마웠어.”

 “뭘~ 나도 점수 벌었으니까 괜찮아.”

 

  그렇게 말하고 돌아가려던 그녀는 무언가 생각났는지 내게 다가왔다. 순간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늘 한결같던 눈동자에 살짝 초점을 잃은 것처럼 물결치고 있다. 그런 묘한 표정에 어딘가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다.

 

 “고백, 진심이었어.”

 

  그녀가 내게 속삭이듯 말한 그것은 애써 잊은 혼란을 상기시켜 주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청춘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야 커다란 바구니에 담아도 다 차지 않을 만치 가득하다. 하지만 그 대상을 유리로 한정 지은 적은 없었다. 그녀는 친구지만, 싫은 기억이 남아있기도 한 존재다. 조금 불편했다.

 

  그렇다고 해서 거절할 마음도 들지 않는다. 유리에 대해 미련이 있다기보다, 그녀의 진심 어린 태도와 친근한 행동이 내 마음을 붙잡고 있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저렇게 집요해질 수 있는 걸까.

  멀어져 가는 저 애가 내게 보여준 눈빛은 틀림없이 집착, 그것이다.

 

  무섭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누군가를 대놓고 당당히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경외심을 느꼈다. 나는 어떨까? 나는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이 있는가?

 

  만일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게 누굴까. 아니, 지금의 내가 그런 걸 생각할 여유나 있을까. 나는 이미 평범한 삶에서 멀어지고 있는데…….

 

  끝없는 고민의 사슬을 삼키며 묵묵히 집으로 향한다.

 

 “왜 그렇게 우울해 보여? 아이스크림이나 사 가자.”

 

  어깨를 툭 치며 말하는 연비에게 힘없이 응 하고 답했다.

 

 “그럼 저도 들어가 보겠습니다. 내일은 개인적으로 볼 일이 있어 뵙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응. 뭔가 비밀 임무라도 있는 거야?”

 

  아라는 고개를 저으며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아르바이트가 있습니다. 사회 적응을 위해 취업했지요.”

 “아르바이트? 진짜? 어떤 거?”

 “카페입니다. 내일부터 취업이니 교주님께도 위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별 걸 다 한다 진짜. 에휴, 내일은 일요일인데 휴식은 글렀네. 보나 마나 또 빡세게 무공 훈련이나 시키겠지. 게다가 내일은 유리도 올 테니 더 정신 사납겠다.

 

  먼저 집으로 돌아가는 아라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너 아라하고도 많이 친해졌네.”

 “뭐?”

 

  연비는 눈살을 찌푸리며 코웃음을 쳤다.

 

 “어쩔 수 없잖아. 저 녀석은 바보지만 본교에서 호위로 저 녀석을 보내왔으니 무를 수도 없고, 맡은 일도 잘 하고 있으니.”

 “교주님!”

 

  바로 그때, 누군가의 날카로운 외침이 밤거리에 울렸다.

 

  반사적으로 소리 난 쪽을 돌아보니 웬 남자애가 거지꼴을 하고 서 있다. 괴상한 한복 비스름한 옷을 입고 지팡이까지 짚은 채 바들바들 떨며 서 있는 그는 잘해봐야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였다.

 

  아니나 다를까.

  연비와 서연이 동시에 그에게 달려간다.

 

 “어떻게 된 거야!”

 

  여기저기 구른 건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누더기가 된 옷에 상처투성이다. 딱 봐도 마교의 인물이 분명한데 저런 꼴로 왔으니 두 사람이 기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교, 교주님을 드디어 뵙게 되는군요. 진 장로님의 명으로 여기까지 오는데…… 크윽!!”

 

  비틀거리며 쓰러지는 소년. 아이고, 눈물 없이는 못 보겠다. 저 어린 것까지 무협 오타쿠처럼 행동하는 세상이라니. 그런데 대체 어디서 뭘 하다 왔길래 저렇게 된 거야?

 

 “여기까지 오는데? 혹 자객이라도 만난 것이냐!”

 “어떻게 된 거야? 살수를 만났어?”

 

  숨쉬기 힘들 정도로 몰아치는 그녀들의 질문에, 소년은 힘없이 대답했다.

 

 “이, 이쪽 말로…….”

 “이쪽 말로?”

 “역에서 삥 뜯겼습니다.”

 

  하아, 집에나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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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여동생은 무림이 싫다고 말했어(3) 2019 / 11 / 10 337 0 8368   
22 여동생은 무림이 싫다고 말했어(2) 2019 / 11 / 10 334 0 5796   
21 여동생은 무림이 싫다고 말했어(1) 2019 / 11 / 10 328 0 4863   
20 너구리와 살쾡이의 싸움에 승자는 없다(6) 2019 / 11 / 10 327 0 4409   
19 너구리와 살쾡이의 싸움에 승자는 없다(5) 2019 / 11 / 10 340 0 5970   
18 너구리와 살쾡이의 싸움에 승자는 없다(4) 2019 / 11 / 10 341 0 5170   
17 너구리와 살쾡이의 싸움에 승자는 없다(3) 2019 / 11 / 10 339 0 7229   
16 너구리와 살쾡이의 싸움에 승자는 없다(2) 2019 / 11 / 10 334 0 5862   
15 너구리와 살쾡이의 싸움에 승자는 없다(1) 2019 / 11 / 10 318 0 6077   
14 무공 수련은 수라장(4) 2019 / 11 / 10 318 0 4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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