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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여동생을 주워 왔더니 마교 교주라고 합니다만?
작가 : 린키나
작품등록일 : 2019.11.10

여동생이 가지고 싶었던 나. 어느날 갑자기 그 꿈이 이루어졌다.

 
무공 수련은 수라장(4)
작성일 : 19-11-10 15:15     조회 : 315     추천 : 0     분량 : 4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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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육이 뒤틀리는 것 같다. 손바닥이 등 한복판에 닿았다. 이전에는 올 수 없었던 영역이다.

 

 “우아악!”

 

  고통을 호소하는 비명. 그만해 주길 바라는 마음의 표출.

 

  말하자면 엄살.

 

 “에에엑?”

 

  이번에는 허리다. 허리가 젖혀진다. 의지와는 무관하게 내 턱을 붙잡은 손에 의해 힘껏 당겨진다. 뿌드득하고 기괴한 소리가 났다. 내가 조립식 로보트였다면 방금 걸로 파츠가 이격 되었을 게 분명할 만큼 커다란 소음이다.

 

 “악!”

 

  고사리 같은 손에서 어찌 이런 악력이 나온단 말인가. 삼각근을 따라 밀고 내려가는 손길에 벌레처럼 몸을 떨었다. 그러나 곧바로 밀려오는 쾌감.

 

  아아~ 시원하다.

 

  난 대(大) 자로 누운 채 미소녀의 테크닉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다. 손가락 끝부터 발가락 끝까지, 전신의 모든 부위가 그녀의 손동작에 다시 태어나는 것 같다. 뻣뻣하던 몸이 펴지고 굳어 있던 근육이 풀어졌다. 삐걱거리던 뼈마디가 매끄럽게 변모해 간다.

 

  즉, 마사지를 받고 있다.

 

 “하아앙~.”

 “한 번만 더 이상한 소리를 내면 팔을 다시 한 번 빼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서연은 팔을 부러뜨린 게 아니었다. 탈골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팠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그녀는 강제로 내 뼈마디를 어루만져(?)버린 것이다.

 

  그 말에 따르자면ㅡ

 

  내 몸은 무공을 익히기에 적합하지 않은 신체라 한다. 이 상태에서 다량의 진기가 들어와 생사현관을 타통하면 혈도가 막히거나 근육이 뒤틀릴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서연은 근골 구조를 다시 맞춰 십이중루(十二重樓)와 기경팔맥(奇經八脈)의 순로를 만들어 두어 임독양맥(任督兩脈)의 소통을 돕고자 내 골격을 바로잡고 마사지를 하는 중이다.

 

  ㅡ라고 말은 하는데.

  결국 멋대로 욕실에 침입한 걸 앙갚음하는 거잖아.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를 때마다 묘하게 즐거워 보이는 게 틀림없다!

 

 “억! 억!”

 “…….”

 “……닥치고 있을게.”

 

  그나저나 정말 개운하네. 마치 물 좋고 공기 좋은 산속에서 온천을 즐긴 후 안마의자에 몸을 맡긴 채 차 한잔하는 기분이다. 아프기는 하지만 이런 복수라면 어떤 의미로는 환영이다.

 

 “대체 운동을 얼마나 안 한 겁니까? 길에 굴러다니는 쓰레기 수준이군요. 보나 마나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야한 동영상이나 보고 게임이나 했겠죠.”

 

  이 녀석, 은근히 말이 심하네.

  그래도 반박할 수 없는 내가 밉다.

 

 “그런데 넌 이쪽 세상에 대해 꽤 잘 아나 봐? 연비를 돕는 것도 그렇고 지금 말하는 걸로 보면 컴퓨터나 게임 같은 것도 잘 아는 것 같은데.”

 “물론입니다. 그게 호법의 일이니 착실히 공부했지요. 당신처럼 무능한 돼지와는 다릅니다.”

 “……무능한 돼지라서 미안하군.”

 

  연비는 살짝 한숨을 내쉬고는 손을 더 힘차게 놀렸다.

 

 “가족이라고는 하지만 교주님과 당신의 관계는 남과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필요 이상으로 깊게 파고들지는 마십시오. 이 건도 교주님의 명이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겁니다.”

 

  흠…….

  그런 것 치고는…….

 

  가만히 눈을 돌려 마사지에 매진하는 서연을 살펴보았다.

 

 “아무튼 고마워. 굉장히 시원해지고 있네.”

 “방금 말하지 않았나요? 당신 따위에게 칭찬받으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으응, 그냥 하는 소리야. 흠~ 받기만 하니 좀 미안한데 내가 해줄까?”

 

  아무 생각 없이 떠든 말이었다. 진심 반, 농담 반.

 

  아니, 진심 쪽의 비율이 좀 더 큰가? 이런 귀여운 미소녀가 찰싹 붙어서 힘을 꾹꾹 쓰고 있는데 가만히 있자니 고마우면서도 뭔가 미안하단 말이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그녀에게 그런 감정을 내비친 것뿐이다.

 

  하지만 서연은 듣지 못했는지 말이 없었다. 그 무미건조한 표정이 장난기를 부추겼다.

 

 “여보세요? 나도 어깨 좀 주물러 줄게. 손 아플 텐데 이리 와봐.”

 

  그래서 몸을 확 일으킨 순간ㅡ

  엄청나게 놀라고 말았다.

 

 “우엇!”

 “앗?”

 

  몸이 말도 안 되게 가벼워져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일어난 내 힘을 견디지 못하고 등에 올라타 있던 서연이 미끄러졌다. 당황한 난 그녀가 다치지 않도록 손을 뻗어 자그마한 머리를 받쳤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일어나고 넘어지는 기세가 뒤엉켜 버린 게 문제였다. 내 이마와 그녀의 이마가 힘차게 충돌한다.

 

  꽈당!

  요란한 소리가 났다.

 

 “아으으~ 머리야.”

 

  골이 딩딩 울린다. 아픈 이마를 어루만지며 눈을 떴다.

 

 “엥?”

 

  내 밑에 깔려서 축 늘어져 있는 서연. 눈이 빙글빙글 돌고 있다! 설마 이 녀석!

 

 “어, 어이? 야! 야야야, 설마 기절한 거 아니지?”

 

  흔들어 봤지만 미동도 없다. 당황한 난 그녀의 가슴팍에 귀를 대보았다. 그런데 얄궂게도.

 

 “호오…….”

 

  때마침 저승사자가 내 방을 찾아왔다.

 

 “내가 없는 사이 아주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네. 네놈이 뻔뻔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파렴치한 인간이었을 줄이야.”

 “오, 오해다!”

 

  왜 내 타이밍은 늘 이런 걸까.

 

  변명할 틈도 없이 허공에 붕 날아오른 여동생. 표독스러운 눈에서는 염라대왕도 씹어 먹을 것 같은 안광이 발하고 있다!

 

 “일단 죽어.”

 

  두 번째 곡성이 메아리치는 순간이었다.

 

 

 

 

 

  뿔난 여동생 앞에 무릎 꿇고 앉아있는 우리 둘. 마치 바람피다 여친에게 걸려 혼나는 현장 같다. 억울하지만 무슨 말을 하겠는가. 작은 여자애를 덮쳐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나보다 더 열변을 토하며 무고함을 알린 서연 덕에 오해는 풀었다. 엄청나게 싫었나 보다. 특히 기습적인 박치기 한 방에 뻗어버린 자신의 한심함이.

 

 “아무튼 이건 제 실수입니다. 향후에는 반드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하아~ 됐어. 아니라는 건 잘 알았으니까 변명은 그만둬.”

 “교주님께서 불편하시다면 이 목을 당장 베어서라도ㅡ”

 “후에엑? 그, 그만하라고 정 호법!”

 

  괜히 곁에 있다가 간담이 서늘해지네. 설마 갑자기 비수를 꺼내 들어 자기 목에 겨눌 줄은 몰랐다. 이 녀석들, 대체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 거냐.

 

  여동생의 화가 누그러지자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내게서 조금 떨어져 앉았다.

  요망한 녀석이다.

 

 “후.”

 

  그런 우리 둘을 돌아본 연비는 입맛을 다시며 화제를 돌렸다.

 

 “어쨌든 내가 찾아온 건, 좋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야.”

 “좋은 생각?”

 “그래.”

 

  여동생은 한껏 거만해진 표정으로 다리를 꼬고 앉아서는 냉소를 지었다.

 

 “있잖아. 아무리 봐도 네가 단기간에 고수가 될 것 같지는 않아. 내 내력을 온전히 소화시킨다는 보장도 없고 기본기도 너무 없어. 너무 형편없어서 주화입마에 빠져 페인이 되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라고.”

 ‘자기가 억지로 시킨 주제에.’

 “음? 뭔가 불만이라도 있어?”

 “아니? 전혀.”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다. 특히 자기 욕하는 부분에서는.

 

  연비는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나 대신 네게 신경 써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꼈지. 특히 학교에서.”

 “전에 공격했던 자객이 신경 쓰이는 거야?”

 “그래. 내가 항상 널 돌봐 줄 수는 없잖아. 정 호법은 중학생이라 우리와 다른 학교에 있어서 학교 내에서는 특히 경계가 강화될 필요가 있어.”

 “참고로 3학년입니다.”

 ‘어쩌라는 건지.’

 

  나름 어른이라고 잘난 척하는 것 같으니 상대하지 말자.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연비가 우리 집에 오면서부터 내 일상이 완벽하게 뒤틀려 버린 거지만. 여기서 그런 원론적인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뼈도 못 추리겠지. 얼굴도 모르는 자객에게 칼 맞아 죽고 싶지도 않고 말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내 안위를 걱정해 주는 여동생이구나.

  경청하는 동안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갑자기 왜 기분 나쁘게 웃는데?”

 

  저 성격만 어떻게 되면 참 좋을 텐데.

 

 “아무것도 아니야.”

 “이렇게까지 챙겨주는 걸 감사히 여기도록 해. 이번에 불러들인 사람은 단순히 네 경호만 담당하는 건 아니야. 무공 수련도 착실히 도울 거라고. 정 호법도 유능하지만 이쪽도 믿을 만한 사람이야.”

 “흠, 그렇군.”

 “난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지.”

 

  연비는 뭔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알겠어. 고마워.”

 “고, 고마우면…….”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무언가를 내미는 여동생. 그 손에는 전단지 하나가 들려 있었다.

 

 “보, 본좌를 여기에 데려가라!”

 

  이게 뭐야.

  유원지 광고?

 

  설마 이 녀석…… 이걸 빌미로 가이드를 요구하는 건가. 으으, 귀찮아. 귀찮지만 어쩔 수 없다. 저렇게 잔뜩 기대하는 눈빛을 발산하고 있는데 초를 치면 몸이 두 개라도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학교 쪽은 괜찮으려나? 호위를 하나 두겠다는 뜻이니 사고를 치겠다는 건 아니겠지. 나야 관계없다. 학생 하나가 위장 전학을 오거나 남들 눈에 띄지 않는 호위 하나가 생기는 것 정도겠지. 안전한 학교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난 그렇게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그것이 큰 착각이었다는 건 다음날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내 인생은 진정한 수라장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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