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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자인이야기
작가 : 냉모밀
작품등록일 : 2019.11.9

먼 옛날 존재했던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두 신수.
이제는 잊혀진 두 신수의 봉인이 깨어지고, 거기에 휘말린 소녀는 잃어버린 친구의 몸과, 자신이 원래 있어야 할 그 때, 그 곳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긴 여로를 꾹 참고 나아간다.
눈치채지 못했던 비밀들의 끝에서 결국, 그녀는 모든 걸 되찾을 수 있을까.

 
4화
작성일 : 19-11-10 04:37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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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으음….”

 

 어둠에 잠겼던 머릿속이 다시 빛을 되찾는다.

 

 엉금엉금 몸을 일으킨 자인은,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

 

 “……지헨?”

 

 아무도 없다.

 

 그 사실을 눈치채고 자신의 소중한 친구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어…… 지헨? 지헨…!?”

 

 주변을 제대로 살필 수가 없다. 왜 그럴까.

 

 자연스레 시선이 하늘로 올라가고, 그리고… 자인은 거기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보고, 주변을 살필 수 없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뭐…야, 저게.”

 

 천장의 구멍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보랏빛이다.

 

 밤하늘의 깨끗한 그 색이 아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본적 없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괴상하리만치 눈부신 보라색이었다.

 

 지금껏 봐왔던 밤의 어두움과는 다른 느낌의 어두움에, 자인의 눈이 적응하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지… 지헨. 지헨!? 어디 있어…?... 아얏!!”

 

 급격히 커진 불안감에 허둥대다 비석에 손을 댄 순간, 몸 전체를 머리가 띵해질 정도의 고통이 관통한다.

 정전기 따위가 아니다. 그저 비석에 손을 댔던 것 뿐인데, 왜… 아니 잠깐.

 

 “비석에… 손을 대서… 설마, 내가…”

 

 그제서야 생각나는, 정신을 잃기 전의 광경.

 정말인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타이밍이 너무나도 절묘했다.

 

 나 때문인 걸까.

 나 때문인 걸까.

 

 하늘이 변한 것도, 지헨이 사라진 것도 전부 나 때문인 걸까.

 

 내가 비석에 손을 대서 이렇게 돼버린 걸까?...

 

 건들면 안되는 것을 건드려서,

 엄마를 상처 입게 만들고 마을을 나와서……

 

 그래서, 이렇게 된 걸까?

 

 “으… 싫어… 싫어…! 지헨, 지헤엔…!! 제발 나와줘. 어디 있어…?”

 

 반쯤 울음에 잠긴 목소리를 내면서, 보랏빛 어둠이라는 생소한 공포 속을 자인은 떨리는 다리로 헤매인다.

 

 아무리 그녀라도 이런 상황을 견딜 수는 없다. 혼자라면 절대로 버티지 못하고 정신이 무너져 내렸을 것이기에, 그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정말이지 다행이 아닐 수가 없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정도로, 너무나도 반가운 목소리였다.

 

 “자인……?”

 

 “지헨! 지헨…”

 

 그가 근처에 존재한다는 안도 덕분일까, 결국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는 자인.

 

 그런 그녀의 곁으로 다가온 건, 이것도 처음 보는, 동그란 빛의 덩어리였다.

 

 “자인, 괜찮아…?”

 

 그 빛의 덩어리에서 친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두 사람… 그 중 한 명은 사람의 모습이 아니긴 하지만, 아무튼 둘이 나름의 상황을 파악하게 되기까진 조금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 눈물이 마른 자리를 다시 한번 훑으며 자인이 말했다.

 

 “그럼… 지금 지헨은, 그냥 영혼만 있는 상태인 거야?”

 

 “나도 뭐라 말은 못하겠어. 아무튼, 정신이 들었을 땐 이 상태였고, 원래의 몸에 대해선…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아.”

 

 동그란 빛덩어리가 자유자재로 허공을 움직이면서 빛무리를 흩날린다.

 

 실제론 어떨지 모르지만, 현재 지헨의 모습은 충분히 영혼이라 착각할만한 그런 형태였다.

 

 “어…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해, 지헨?”

 

 “…나도 모르겠어. 우선, 마을로 돌아가보자.”

 

 “마을!!”

 

 번쩍 정신이 든 듯 자인이 소리쳤다.

 

 “어, 엄마… 엄마는!? 마을 사람들도…!”

 

 “가자. 내가 안내할게!”

 

 천장의 구멍 바로 아래는 괜찮았지만, 그 외의 부분은 완전히 새까만 어둠이었다.

 

 지헨은 스스로의 몸으로 길을 밝히며, 자인과 함께 빠르게 밖으로 나아갔다.

 

 “…우리가 정신을 잃고부터 얼마나 지났는진 모르겠지만, 일단 그 맹수들은 없는 것 같아. 그리고…”

 

 밖으로 나와서 확연하게 드러난 하늘의 모습은, 다시 한번 머릿속을 질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보랏빛의 세상.

 

 하늘뿐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이, 땅도 나무도 나뭇잎도 전부 보랏빛으로 물들어있었다.

 

 그 자체의 색깔이 변한 건지, 하늘의 색이 거기까지 닿은 건진 모르겠지만.

 

 “…우선 마을이야, 자인!”

 

 “응!”

 

 지헨이 앞장서고, 두 사람은 최대한 빠르게 길을 찾아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달리면 달릴수록,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멀스멀 채워나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소리가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직, 자인의 숨소리와 발소리 밖에는.

 

 하늘의 새도, 풀잎의 벌레도, 동물들의 울음소리도, 아무 것도 없었다.

 

 바람조차 멎은 건지, 몸을 흔드는 잎사귀 하나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치… 세상이 죽은 것 같다, 라는 느낌. 이 세상에 살아있는 것은 오직 자신과 지헨 둘뿐이라는 생각이 자인의 머릿속에서 계속 크기를 키워나가고, 그걸 그녀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서 억지로 털어내려 하고 있었다.

 

 ‘제발….’

 

 부디,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무사하길.

 

 ‘엄마, 제발….’

 

 하지만,

 깊은 바램도 무색하게,

 

 “자, 자인….”

 

 도착한 마을엔, 아무런 인기척도 존재하지 않았다.

 

 집은 전부 그대로다. 밭도, 울타리도, 활을 줬던 아저씨네 집의 각종 무기들도, 그리고…!

 

 “…엄마?”

 

 마지막으로, 마을 가장 끝에 서있던 자인의 집에서도, 사랑하는 딸의 생일을 위해 정성스레 준비했을 것 같은 음식들과, 숲을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자인의 발에 딱 알맞아 보이는, 그녀의 맘에 들만한 신발 한 켤레가 있었다.

 

 그 외의 모든 것은 평소의 집의 모습 그대로였다.

 

 단 한가지, 돌아온 자인을 보고 가슴을 쓸어 내리며 반겨주었을, 항상 싫은 소리만 하던 자신에게도 포기하지 않고 웃음을 지어주려 했었던, 소중한 엄마의 모습만이 보이지 않았다.

 

 “…….”

 

 자신의 집의 문 앞에서 결국 굳어버린 자인에게, 지헨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곧 집안 구석구석을, 헛된 희망이란 걸 알면서도 구석구석을 몇 번이고 살펴보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결국 신발을 끌어안고 엉엉 울기 시작할 때에도, 지헨은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그대로 긴 시간이 지났다. 지헨의 감각으론 한 시간 이상의 시간이 지나고, 겨우겨우 울음을 멈춘 자인이 조용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오늘, 지헨을 만나러 오기 전의 이야기.

 

 오늘만 참아주면 안되겠냐며 외출을 말리는 엄마를 뿌리치고,

 

 끝끝내 나가려는 자인에게 신발을 건네주려던 엄마에게, 자인은 심한 말과 함께 필요없다며 소리치고 뛰쳐나왔단 것이다.

 

 그렇게 말하며 다시 울음 섞인 후회를 털어놓는 자인을 겨우겨우 달래며, 우선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아직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무언가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해서 다음엔 지헨의 마을에 들려봤지만, 그곳도 다를 건 없었다.

 

 모두가 그대로지만, 가축과 사람만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을뿐 아니라 그 어떤 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한번 그 비석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 보자. 그곳을 꼼꼼히 뒤져봐서, 무언가 해결할 수단을 찾는 거야.”

 

 그것이 마지막 희망이었고, 여기서야말로 반드시 세상을 원래대로 만들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먹을 꽉 쥐게 만든 것이었지만,

 

 설마, 비석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마자 희망의 한 조각을 발견하게 될 줄은, 둘 모두 예상하지 못했다.

 

 무언가, 처음 보는 것이 두 사람의 눈을 스쳐간 것이다.

 그 존재를 확연히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바…방금 뭐지!? 지헨, 봤어!?”

 

 “으, 응…! 뭔가… 이상한 게 날아가고 있었는데.”

 

 다시 한번 봐야 알겠지만, 새는 아니되 날개 달린 무언가였던 것 같다.

 

 둘은 비석이 있는 넓은 장소를 가로질러가, 여러 개의 문, 아니, 문짝은 없으니 그냥 구멍이라고 해야 할까, 알 수 없는 입구들이 모여있는 곳 앞에 섰다.

 

 “어… 어느 문으로 들어갔지?”

 

 “한가운데 문이야, 자인!”

 

 그렇게 정신없이 들어가게 된 뻥 뚫린 통로의 입구.

 

 처음엔 제대로 다듬어져 있던 길이 갈수록 상태가 거칠어지더니, 완전히 천연동굴의 그것으로 바뀌어버렸다.

 

 “신기하네… 밖에서 봤을 땐 전혀 몰랐는데, 진짜 동굴로 이어져있었구나.”

 

 “발 밑을 조심해 자인. 내가 최대한 밝게 비춰줄 테니까.”

 

 동굴은 통로가 굉장히 넓고, 딱히 갈림길 같은 것은 없었다.

 천장은 겨우겨우 끝이 보일 정도로 까마득해서, 혹시라도 무너진다면, 따위의 무서운 상상을 해보게끔 만들고 있었다.

 

 …깊게 생각해보면 밖에서 봤던 모습과는 엄청난 괴리감이 느껴질 텐데, 아직 두 사람에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칠 여유는 없었다.

 

 “뭐지, 이 동굴… 엄청나게 깊잖아. 아까 그 여러 개의 문들이 전부 여기로 이어진 걸까?”

 

 “……글세. 처음 들어왔을 때 주변에 다른 입구는 못 봤던 것 같은데…….어?”

 

 점점 넓어지는 동굴 안. 무턱대고 쫓아왔지만 어느 정도를 더 헤매야 할지 알 수 없던 상태.

 

 두 사람은 다행히도, 그들이 목표로 했던 수수께끼의 존재를 포착할 수 있었다.

 

 “…찾았다!!”

 

 그 소리가 들렸는지, 날개 달린 존재가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이 모든 것이 죽은 듯한 이상한 세상, 그 세상에서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단 세 명의 존재가 모인 순간이었다.

 

 “우와! 신기해… 보라색 나방인가?”

 

 “나비야. 그건 정확히 해줬으면 좋겠어…… 너흰 뭐야?”

 

 “마, 말을 한다…!”

 

 그 생김새를 뭐라 표현해야 할까.

 

 자인의 얼굴보다 조금 더 큰 정도의 사람의 형태가, 등에 커다란 나비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

 

 목소리도, 몸의 형태로도 성별을 파악할 순 없었지만, 딱 봤을 때 해로운 존재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어, 그게…! 나는 자인이라고 해. 이 쪽은 내 친구 지헨! 어, 그러니까…”

 

 자인은 간략하게 자신이 이렇게 된 경위를 나비 모습의 존재에게 설명했다.

 

 어찌됐든 당장 급한 일이 있었기에 다른 이야기를 할 생각까진 하지 못했다.

 

 “흐~음.”

 

 나비 모습의 존재는 자인의 이야길 듣고 나서, 뭔가 생각하는 듯 고개를 숙이며 턱을 매만지는 듯했다.

 

 …아니, 입가를 가린 걸까.

 

 “비석에 손을 갖다 댔더니 번쩍하고는 세상이 바뀌어버렸다, 라…”

 

 “응. 솔직히 정확하게 비석을 만져서인진 모르겠지만, 타이밍이 너무 정확했어서….”

 

 “아니, 네가 비석을 만져서인 게 맞아. 너든 저 몸뚱이를 잃었다는 친구든, 너희 둘 중 누군가 비석에 접한 순간 그렇게 됐을 거야.”

 

 결국, 이 사단이 난 게 자신의 탓이 맞다는 얘기다.

 기어이 스스로의 죄가 확정됐단 사실에, 충격 받은 자인은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야. 너희가 다른 세상에 오게 된 거야.”

 

 그 말 또한 영문을 알 수 없는 얘기였다.

 다른 세상이라니…?

 

 “하… 하지만 우리가 원래 있던 곳과 전부 똑같았는데? 그저, 하늘이 보라색으로 변했단 점만 빼고는…”

 

 “평행세계라고 하는 거야. 뭔지 모르려나?”

 

 멍해진 채인 자인 대신에 지헨이 대화를 이어나가려 했지만, 박식한 지헨조차 얼핏 들은 정도 밖에 없는 단어를 듣게 되자 잠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평행세계라니,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그 평행세계를 말하는 게 맞는 걸까.

 

 “네가 이해하고 있는 대로가 맞아. 이 곳은 너희들이 있던 곳과는 다른 세계. 그러니까, 너희는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 맞는 말이겠지. 세상을 원래대로 돌려놓느니 뭐니가 아니라.”

 

 멍해진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본다……지헨의 경우 꼬리 같은 느낌의 짤막한 빛무리로 고개를 돌렸단 걸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이 있던 곳과는 다른 세계.

 

 그리고 평행세계.

 

 

 …자신들은 도대체 어떤 커다란 일에 휘말려버리고만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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