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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전래연 : 암행어사 출도요!
작가 : 린세이
작품등록일 : 2019.11.6

#찐암행어사#박문수#최도지#조선#청춘#로맨스#유쾌#상쾌#통쾌

탐관오리들의 부정부패가 자행되는 조선 중기.
백성들의 고충은 날로 극심해져만 가고 희망은 사라져 절망이 찾아온다.
그 가운데에서도 순수하고 의로운 처자가 있었으니. 범골의 최가댁 장녀, 최도지.
사또나리로부터 '수청을 들라!' 라는 청천벽력같은 명을 받게되고
수청이 아니면 죽음뿐인 삶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그때, 정의의 사도 암행어사가 나타났으니! 그 이름하야 박.문.수
부패한 탐관오리를 처단할 '찐'암행어사의 희망적 활약이 시작된다!

 
16. 응당 받아야 할 것
작성일 : 19-11-10 03:16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7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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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관오리다 부패다 어사나리께서 하실 일이 많을 것인데. 어찌, 한낱 진사 댁을 다 찾아 주셨습니까?"

 

 사랑채의 보료 위로 안내 받은 문수는 입 꼬리를 말아 시익 웃어보였다.

 그 미소가 가히 사람 넋을 놓고 보게 만들만큼 해사했다

 

 "받을 것이 있어 말입니다."

 

 받을 것. 이라는 어감에 김 진사는 경계했다. 듣던 데로 가진 기운이, 귀기였다. 범골의 총각귀가 딱 맞아 떨어지는 형형한 기운이 김 진사의 등골을 싸늘하게 훑었다.

 

 "받을 것이라... 어사 나리께 내어드릴 것이라고는, 따스한 밥 한끼 정도가 다 일것인데."

 

 김 진사의 뱁새눈이, 빠르게 문수를 살폈다. 머리는 타고나길 잘 굴러가지 않으나, 요 눈알만큼은 잘도 굴러갔다. 허송세월을 지내온 것은 아닌터라, 관상 조금 비위 조금 맞출 줄 아는 뱀 같은 중년이 되어 있었다.

 하여, 가진 기운이 형형한 것까지는 알아챘는데. 비위를 맞추기가 어려웠다.

 눈치를 동원해, 눈알을 휙휙 굴리면 대충 맞출만한 비위의 범주가 나타나기 마련인데.

 이 어린어사의 눈에는 물욕도, 그러하다고 적나라한 분노도, 또한 청탁같은 기운도 어려 있지 않았다. 살살 머금은 눈웃음이, 약 오를 뿐이었다.

 

 "흠흠.."

 

 김 진사는 불편함에 헛기침을 뱉어냈다.

 

 "이번 범람으로 경작지에 물이 차고, 심었던 곡식이 썩고 가축을 잃고 무수한 마을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지요."

 

 "흠흠, 그러한 일이 있기는 했습니다만."

 

 뱁새눈을 눈에 띄지 않게 홱홱 굴려보았다. 손끝이 초조할까, 입끝이 바짝 말랐을까.

 제아무리 살펴도, 자신의 손끝만 초조하고 자신의 입매만이 바짝 마를 뿐이었다.

 

 "거기다, 진사댁... 제언까지 무너졌다고 들었습니다. 큰 피해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시겠습니다."

 

 여전히 설설 눈웃음을 치는 문수에, 김 진사의 홱홱 돌아가던 눈매가 멈칫하였다.

 피식 웃음에 새어 나왔다. 이제 보니, 설설 웃으며 안부를 묻는 꼴이 자신의 비위를 맞추고 있는 꼴이었다. 김 진사는 작게 코웃음을 쳤다.

 잔뜩 구겨졌던 몸을 활짝 피며, 김 진사는 문수를 향해 오만한 눈빛을 띄웠다.

 

 "친히 오셔, 안부를 물어주시니 감사합니다.

 제언은 지금 수리 중에 있으니, 무너졌다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곧... 재건 될 것입니다."

 

 "흠... 헌데 제언이 무엇입니까?“

 

 제언을 진정 몰라 묻는 것인가. 빤히 김진사는 문수의 눈동자를 살폈다.

 진정 제언에 대해 묻고 있는 눈망울에는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한양 토박이는 제언을 모를 수도 있겠구나 김진사는 피식 비웃음을 머금었다.

 어린 놈은, 감투를 올려놓아도 어린놈이기 마련이다.

 

 “제언을 직접 보신 적이 많지 않으실 것입니다.

 제언이라 함은 백성들을 위한 구휼 시설 중 하나인 수리시설로서“

 

 “예 맞습니다. 구휼!”

 

 답을 맞췄다는양 문수의 목청이 커졌다.

 

 “가뭄에는 다량의 물을 저장하고, 홍수 때는 범람을 미연에 방지하는 구휼 시설이어야 합니다.”

 

 제언에 관해 문수는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제언에 대해 물은 이유는 어쩐지, 김진사에게 제대로 알고 있느냐 비아냥 거리는 것만 같았다.

 

 “헌데,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고 계십니다.”

 

 급작 흥분을 가라앉히고 싸늘하게 닿은 목소리에 김진사는 아뿔싸였다.

 어린놈의 농간에 당한 듯 했다. 김진사의 얼굴이 단풍잎처럼 새빨갛게 물들었다.

 

 “수리시설 공사는 장맛비가 쏟아 붓기 전에 했어야죠.

 자신의 사유물이라 으스대긴 전에 관리부터 잘 하셨어야지요. 이러다 백성의 피눈물이... 제언을 가득 채우겠습니다.“

 

 김진사의 미소 진 입가가 파르르 떨림을 머금었다.

 어린놈이 발칙하다. 무릎 위, 주먹 쥔 손 또한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런 김진사의 모습을 흘끗 바라보던 문수는 입가에 미소를 띠웠다.

 

 "이 일은 따로 해결을 볼 것입니다.

 오늘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불구하고 진사 어른을 찾아 뵌 이유는 받을 것이, 두 가지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 꽈악 주먹을 비틀어 쥔 김 진사를 향해, 문수는 단호하게 읊어 나갔다.

 

 "하나, 제언을 수리한답시고 사사로이 불러들여 남용하는 부역. 그들은, 오늘 부로 범골에 어르신이 버려둔 범람했던 땅을 말끔히 치우게 될 것입니다. 해서! 진사 어르신의 소작농들이 이번 농사는 말아먹었을 지언정! 그것에 절망해 혹여 조선의 백성이길 포기하고 화적민이라도 되겠다 도망하게 두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땅은, 곧 수리에 들어가려."

 

 문수는 손을 들어 올려 김 진사의 변명을 틀어 막았다.

 텁, 김 진사의 이마 위에 뒤집어 쓴 정자관이 흔들렸다.

 

 "둘, 아드님의 사과."

 

 "사과?"

 

 "진사 어르신 장남께서, 아무래도 착각을 하는 듯 해 말입니다.

 자신이 진사인지, 진사 댁 아들인지. 사리분별을 할 줄 알아야지요."

 

 김진사의 이가 빠득 갈렸다.

 

 "달포 전, 진사나리의 신분으로 아드님께서 연월각에서 행했던 겁박과 난동.

 그 난동에서 한 아이는 외상을 입었고, 한 아이는 내상을 입었지요. 그리고, 무자비한 손 지검을 당한 이가 마을에 파다하더이다. 하여도 관아 한번을 끌려오지 않고 무릎 한 번을 꿇지 않았다니.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깟 년 놈들!"

 

 참다못해 터져 나온 상소리였다. 김진사의 인중이 바들 떨리고 있었다.

 김 진사는 일단 입술을 내리 물었다. 문수의 입가를 비집는 비웃음이었으나, 문수는 가까스로 참아내는 듯 했다. 그것이 더 약 오른다.

 

 "말이 심하십니다. 그깟 이라니요.

 주상전하도 감히 그깟 이라 치부하지 못해, 이리 미흡한 놈을 어사로 두사 그들을 돌보게 하는 것을."

 

 기세등등한 미소를 지은 젊은 어사 나리의 앞에서 김진사의 주름이 더욱 깊게 패였다.

 끙, 앓는 신음이 흐른 듯 했다.

 

 "젊은 어사께서, 국법을 잘 모르시는 듯 해. 감히 답하지요.

 첫째, 부역은 제언 시설을 방비하는 대로 수순을 따라, 범람했던 땅을 재정비하는데 쓰일 것입니다. 허니, 제게 이리와 아이처럼 쌩떼를 써 받으실 것이 아닙니다.

 둘째, 양반은 천한 것에게 머리를 조아리지 않는 법입니다. 그것이 조선의 바로선 법도입니다. 천것은 양반을 해할 수도 없지요. 그것이 이 조선입니다."

 

 세월을 입술로 읊었는가, 청산유수라. 문수의 입가로 새겨진 미소에 비릿함이 머금어졌다.

 

 "감히, 답하지요.

 첫째, 제언은 사족이 자신들의 권력을 중심으로 백성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낸 사적인 수리시설. 허니, 관아에서 당연시 부역을 가져다 쓸 수 없음이요.

 둘째, 잘잘못에 대해 반성하지 않음은 자신 그릇의 문제일 뿐, 그것에 국법을 가져다 대는 것은 무지요."

 

 끄응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 떠날 분이 관여할 일은 여기까지 입니다. 이 고을의 일은, 이 김의진의 소관입니다."

 

 지방 유지로서의 으름장을 놓기로 마음을 먹은 듯 했다.

 

 "곧 떠난다라... 누가 진사 어르신에게 그리 고하더이까?"

 

 "어사 나리께서, 그리 오래 머물 곳이 아닙니다. 곧 현감을 세워."

 

 "예! 그리했지요. 제가 오래 머물 곳이 아니다. 도성서 기다리는 분도 있겠다. 냉큼 돌아가려 했는데..."

 

 "..."

 

 "누가 자꾸 제 발목을 잡더이다."

 

 예기치 못한 소식에, 진사나리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무방비하게 드러난 진사 어르신의 진심이랄 것이었다.

 

 "아드님의 사과는 내어주실 수 없다하니, 구걸하지 않겠습니다. 사과란 것이 어디 구걸해 받는 것이더이까. 허나, 제언은 구경을 좀 해야겠습니다. 하여, 백성들의 망가진 터전을 버려두고 이리 우선순위로 부역을 동원할 정도인지 판단해 보지요."

 

 벌떡 일어서는 문수에, 김 진사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물들었다. 당장에라도 그 발목을 붙들고 늘어지고픈 얼굴이었다.

 

 "허흠!"

 

 대신 강한 헛기침으로 돌아서는 문수의 발목을 붙들었다.

 

 "그것은 아니 되겠습니다. 내자가 없는 곤궁한 살림이 혹여 보여지기라도 할까, 우려가 되오니. 추후, 정식으로 대접하도록 하겠습니다."

 

 "..."

 

 "허나 제 제언이 없었더라면, 죽산현의 범람이 어디까지 미쳤을지는 모를 일이 아닙니까? 사사로이 부역을 동원하는 것은 죽산현의 만백성을 위한 일이니. 같은 마음을 가진 젊은 어사께서 이해해 주셔야지 않겠습니까."

 

 김 진사의 능구렁이 같은 입술은, 군역을 동원함이 백성을 위함이다.

 감히 어명을 받들어, 주상전하의 눈과 귀가 되기 위해 머나먼 길을 떠나온 어사와 같은 마음이라 한다. 기가 어찌나 막혔는지, 문수는 코웃음조차 치지 않았다.

 

 "이해를 바라셨으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해서, 이해는 하지 않을참입니다.

 사유물을 보이지 않겠다 하시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 대단한 제언 구경을 제대로 하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타당치 못한 부역은 이레 안으로 회수해 갈 것입니다. 만백성을 위하셨다니, 선처는 해드리지요.

 허나, 어떤 이유에서건 함부로 군역을 남용하실 수는 없습니다. 사유물인 만큼, 사비를 들여 재건을 하시지요."

 

 문수는 너그럽게 인자한 미소를 만면에 띠웠다. 김 진사의 굳어지는 표정에 문수는 다시 입술을 열었다.

 

 "제가 이곳에 있는 한,

 두번 다시 이런 일로 얼굴 붉힐 일은 없을 것입니다. 허면."

 

 문수는 억지 미소를 지었다. 김 진사의 양미간이 떨림을 머금었다. 제 앞의 백두대간을 둘러본 백호의 눈빛을 가진 이가 있었으니, 박문수였다.

 

 사랑채를 나선 문수의 눈썹은 날아갈 듯 위로 쳐 올라가 있었다. 금방이라도 화를 쏟아낼 듯 머금은 성질이 보통이 아닌 듯 했다.

 그럴 때는 사람이든 개든, 건들지 않는 게 상책인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행랑아범은 댓돌로 내려서는 문수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문수의 발에 신을 신겨주는 자상함을 보여주었다.

 개라면, 으악 달려들어 코뼈가 주저앉도록 콧잔등을 물어뜯었겠으나. 인간 박문수는 그의 처절하도록 순종적인 모습에 씁쓸함을 느껴야 했다.

 

 "되었네, 내가 신어도 되니 비켜서게."

 

 앙상한 무릎을 바닥에 데고 있지 말라는 문수의 자비에도 행랑아범을 파르르 떨며 비켜서 고개를 조아렸다. 입가가 쓰다 못해 시큼했다. 시큼한 과육을 내리 입에 문 듯, 찌푸려진 문수의 미간은 펴질 줄을 몰랐다.

 

 성큼성큼 섬돌에서 내려서 활짝 열린 대문으로 길을 잡았다. 졸졸 그런 문수의 뒤를 행랑아범이 쫓았다.

 두어 걸음을 떼었던 문수는 별안간 걸음을 멈추었다. 행랑아범이 있는 뒤를 돌아 본 문수는 사랑채 뒷길목으로 사라지는 여인의 치맛자락을 볼 수 있었다.

 

 문수의 눈가가 옅게 찌푸려졌다. 너무 빠르게 사라진 치맛자락에 환영을 본듯도 했다.

 그런 문수를 행랑아범이 흘끗 바라보았다. 여전히 홀연히 사라진 치맛자락을 되새기는 문수를 불렀다.

 

 "나...나리, 어찌 그러십니까?“

 

 "...아, 무얼 본 듯해서."

 

 행랑아범이 문수의 시선을 따라, 안채를 돌아보았다.

 문수는 찜찜함을 떨치지 못하고 느릿하게 마지못해 대문으로 향하였다.

 그때, 쿵! 누군가 문수의 단단한 가슴팍으로 달려 들어와 부딪히고야 말았다.

 다행히 체구가 작은 사내아이였기에 문수는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부딪혀온 사내아이만이 휘청거렸다.

 그리 휘청하면서도 품에 들린, 소쿠리를 꾸욱 붙들려 아둥바둥인 사내아이에 문수의 눈도 자연스레 소쿠리로 향했다. 아둥바둥 붙든 소쿠리일지라도 휘청거림이 소쿠리까지 동하였는가, 담긴 주먹밥 하나가 또르르 굴러 떨어졌다. 문수가 잽싸게 뻗은 손이 아니었더라면, 모래흙이 진창 온몸에 휘어 감겼을 주먹밥이었다.

 

 주먹밥은 입이 없으니, 감사타 못하나. 주먹밥 품은 사내아이는 당연지사 감사하다 인사를 올려야 할 것인데. 인사 대신, 사내아이는 눈을 바짝 치 떠올려,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그리곤 문수에게 한다는 소리가.

 

 "이씨!"

 

 열셋, 열넷의 나이대 답게, 대바라진 사내아이가 문수에게 이를 드러내자 행랑아범이 가차없이 사내아이의 뒷통수를 내리쳤다.

 

 "이놈이! 어사나리께!"

 

 더욱 두 눈을 부라리며 행랑아범을 노려보자 행랑아범이 허리에 손을 얹어 보였다.

 

 "어허! 이 놈 봐라!!"

 

 "어사나리면 뭐요! 뭐, 어쩌라고."

 

 "되었네. 바쁜 듯 하니, 어서 가보거라."

 

 문수는 사내아이에게 주먹밥을 내밀었다. 낚아챈 사내아이는 어른 흉내를 내며, 끝까지 두 눈알을 열심히 부라리며 도성의 왈자패처럼 으름장을 놓았다.

 

 "담부터 잘 좀 보고 다니십시오."

 

 소쿠리를 다시 옆구리에 끼고 홱 돌아서서 바삐 뛰어가는 사내아이를 보며 잔웃음을 흘렸다. 허나 문수와 달리 호패에 먹도 안 말랐을 어린 놈에게 들은 패악이 여직 분에 안 가시는지 씩씩거리는 행랑아범이었다.

 

 "내...내 저놈 가엽다 가엽다 했더니!"

 

 "그만하시게, 어른 태를 흉내 낸다 하나 아이네."

 

 행랑아범을 다독인 문수는 다시 대문으로 길을 잡으려다 걸음을 멈칫하였다. 다시 뒤 따라 배웅을 마치려던 행랑아범이 문수의 등에 코를 찧고야 말았다.

 의구심을 품은 눈으로 코를 문지르는 행랑아범을 돌아보았다. 행랑아범은 겁에 질리는 새파란 얼굴이 되었다.

 

 "헌데, 저 주먹밥이 다 무엇인가. 행랑 식구들 한끼 식사 치고는 그 양이 많던데."

 

 눈썹을 꿈틀 들어 올리는 문수 앞에서 행랑아범은 말더듬이가 되었다.

 

 "...고...고것이... 구...군역 지러 온 사람들... 밥입니다요."

 

 "저걸 먹고 힘이나 쓸 수 있겠는가?"

 

 "아...아이고! 아닙니다요! 진사 어르신께서 한두당 두개씩 먹을 수 있게 넉넉잡은 식량입니다."

 

 "고작 한 소쿠리로 한두당 두개씩이라니, 동원된 군역이 몇 명인데..."

 

 과잉된 충성심으로, 거짓을 고했겠거니, 너털웃음을 흘리던 문수의 웃음이 멎었다. 재게 달려가는 사내아이의 꽁무니를 바라보았다.

 

 "...한 두당, 두개라..."

 

 "어...어찌 그러십니까?"

 

 "동원된 군역의 수가... 50이 족히 넘는데... 진사댁이 어찌 이리 조용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네만."

 

 문수의 허를 찌르는 목소리였다. 행랑아범은 눈에 띄게 발발 손을 떨었다.

 문수의 눈이 사내아이의 뒤춤에서 눈을 떼, 행랑아범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문수의 의아한 물음이, 허를 찔렀다는 듯 빤한 태도였다.

 

 "아...아이고! 다들 진이 빠져서 안 그렇습니까... 하하하. 아침나절에는 가락도 한자락씩 뽑고 그랬지요! 쩌렁쩌렁! 기와가 다... 깨지는 줄 알고... 진사 어르...아니! 제가! 쇤네가 가서 조용히 좀 하라고 지청구를 놨었습죠."

 

 땀을 절절 흘리며 뱉는 행랑아범의 말은, 뭐로 들으나 변명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의아하던 문수의 눈초리에는 어느새 의혹이 새겨들었다.

 

 "가...가시지요."

 

 얼른 가시라 재촉하는 행랑아범을 따라나선 문수는 대문에 메어 놓은 말고삐를 틀어쥐었다. 그제야 벌벌달달 떨던 행랑아범의 입가에 안도의 미소가 새겨졌다.

 

 "가자구나."

 

 허공을 향해 읊는 문수의 찝찝한 마디였다. 마치 이대로 돌아가서는 아니 된다 읊는 듯 했다. 곧 ‘어찌 그러십니까?’ 낭창한 도지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허면, 이 찝찝하고 불쾌함을 무어람 설명해 준담.

 그러나 기다린 듯 돌아오는 답이 없었다. 곰곰이 의혹과 의구심으로 주위를 살피지 못하던 문수가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문 앞에는 배웅 나온 행랑아범과 말...그리고 자신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문수는 재차 헛웃음을 흘렸다. 김 진사댁에서 헛웃음만 흘리고 가는 지경이었다.

 그러나 곧, 헛웃음은 반짝 빛을 내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그려냈다. 문수는 다시 김 진사댁을 향해 돌아섰다.

 사랑채 뒤안길로 사라진 치맛자락이, 그리고 소쿠리를 든 사내아이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래... 내 이리는 그냥 못 가지. 어디, 망아지를 찾으러 가 볼까."

 

 문수의 두 눈매가 예리한 칼날처럼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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