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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혼란한 세상, 이상한 사람
작가 : 토토
작품등록일 : 2016.9.28

 
내가 너를, 네가 나를
작성일 : 16-10-13 17:03     조회 : 494     추천 : 0     분량 : 7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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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내가 너를, 네가 나를

 

  희미한 그림자가 꾸물꾸물 움직이더니 하나로 겹쳐진다. 형상이 확실해진 그림자가 바닥에서 일어나더니 걸음을 떼었다. 한 발짝 두 발짝 세 발짝, 내 결음이 확실히 예전보다는 가뿐하고 경쾌하다. 나는 길을 걷기 시작한다. 도로에 오토바이 몇 대가 굉음을 내며 정자로 모여들었다. 아이들은 담배를 피우고 몇몇은 고함을 질러댔다. 아무도 주의를 주는 사람이 없으니 놈들이 지들 천국인 줄 안다. 듣는 것도 하루 이틀이고 보이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나는 숨을 일시 고르고 정자를 향해 걸어갔다. 산만하던 아이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하며 조용해진다. 솔직히 지금 굉장히 부담스럽고 겁이 난다. 하지만 나는 어른이다.

  야, 니들 고등학생들이지?

  그중 한 명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학생 아닌데요?

  학생이던 아니던 미성년자인데 길거리에서 담배 피워도 돼? 피려면 집에 가서 펴. 그리고 오토바이 소리 내서 아파트 주민들에게 스트레스 주지 말고, 알았어?

  아저씨가 왜 이래라 저래라 하는데요?

  아, 짜증나 씨발.

  예상했던 답변이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꼰대의 말은 다 잔소리에 불과하니까. 나는 휴대폰을 꺼내 112로 전화를 건다.

  네, 경찰이죠? 여기 뉴브래뉴 아파트 3단지 정자 있는 데서 청소년들이 술 먹고 담배를 피고 있어요. 지금 와 주세요.

  아이들이 불만이 가득 찬 얼굴로 일어났다. 게 중에는 나에게 욕을 해대는 아이도 있다. 나는 꿈쩍하지 않았다. 나는 이들을 힘으로 이겨낼 수가 없다. 많이 두렵지만 이러한 어른이 한 명 정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멀리서부터 사이렌 소리가 들리자 아이들이 자리를 뜨기 시작한다. 오토바이에 두 명씩 앉아 떠나고 나머지는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겼다. 경찰차가 도착하자 나는 신고 경위를 다 설명하고 경찰에게 정자를 살펴 계도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경찰은 알았다고 했다.

  ‘속이 후련하다. 얹힌 체증이 꺼지는 것 같다.’

  오늘은 황사 경보가 발령이 됐다. 시야가 흐려 답답하다. 황사에는 여러 중금속 물질이 섞여 있어 호흡하면 체내에 축적된다.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한다. 나는 약국에서 황사 마스크를 구입했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한참 걸어갔다. 길거리 곳곳에서 웃옷을 벗어버린 채 몸을 긁는 사람들이 있었다. 가려움을 참지 못해 바닥을 뒹구는 이도 있었다. 사람들은 눈길을 한 번만 주고는 종종걸음으로 피해서 갔다. 탈모가 심한 어떤 이는 도로에 있는 가로수를 오르려 애썼으나 미끄러져 내렸다. 시계가 잔뜩 부연 가운데 나는 거리감을 잃었다. 평소에 눈에 익던 건물과 표지판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사막의 모래폭풍이 도시 전체를 소리 없이 휩쓸고 있었다. 저 야산 아래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나는 그곳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방송국 차량 여러 대와 경찰차들이 있었다.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는 가운데 경찰 두 명이 한 여성을 데리고 다니며 무언가를 얘기한다. 나는 하도 궁금해 한 아주머니에게 물어보았다.

  저기서 지금 뭐하고 있는 건가요?

  몰라요? 저 여자가 제 어린 딸을 죽이고 토막 내서 이 야산에 묻었다잖아요. 그래서 지금 현장 검증하고 있는 거라고요.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났다. 얼마 전 뉴스에 나서 세간을 놀라게 한 엽기적 직계 비속살해사건.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근래에 연달아 일어나고 있었다. 어떻게 제 아들과 딸을 때려죽일 수가 있는가. 그것도 다 정신 멀쩡한 부모들이. 살해범은 후드 잠바를 입고 챙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있었다. 그리고 마스크를 해서 얼굴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여기저기서 그 여자를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 얼굴을 공개하라는 말도 터져 나왔다. 범인이 명명백백한 살인사건인데 왜 얼굴을 가리는가. 저런 사람에게 인권이라는 것이 있는가. 현장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울분이 치밀어 오른다. 나는 현장 검증을 하고 있는 곳으로 더욱 다가갔다. 현장 검증을 마치고 범인이 경찰차로 향하고 있었다. 기자들이 몰려들어 질문을 퍼부었다.

  죽은 딸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지금 심경이 어떠십니까?

  범인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는 기자들 틈에 서 있다가 벼락처럼 뛰쳐나가 챙 모자와 마스크를 벗겼다.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졌다. 여자는 놀란 얼굴로 날 쳐다보았고 경찰이 얼른 챙 모자를 씌우고 고개를 숙이게 했다. 경찰이 한 명이 나를 거칠게 밀쳤다.

  당신 뭐야? 공무집행방해로 들어가고 싶어?

  엽기 살인마 얼굴 공개하는 게 공무집행방해야? 이건 도대체 어느 나라 법이야? 국민도 알 권리가 있다고!

  잘 했다, 맞는 말이다, 라는 말과 함께 주변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불길에 기름 부은 듯 원성이 여기저기서 높아졌다. 경찰차가 서둘러 현장을 떠나고 있었다. 나는 씩씩거리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수십 개의 카메라가 터졌으니 내일 신문에 범인 얼굴이 공개될 수도 있다. 묵은 변을 내보낸 것처럼 몸이 가뿐하다. 모래바람이 한 차례 불어 닥쳤다. 나는 눈을 감았다. 황사 마스크를 착용하니 호흡하는 게 답답하긴 해도 목이 따갑거나 칼칼하지는 않았다. 얼마를 걸어가니 대로가 있는 시내에 들어섰다. 자동차들은 와이퍼 브러시를 움직이며 모래를 닦아내었고, 사람들은 마스크를 하거나 손수건이나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묵묵히 지나다녔다. 길바닥에는 모래가 수북했고 바람이 불자 지하철 역내로 모래가 쓸려 내려갔다. 고개 숙인 사람들도 모래바람의 흐름을 타며 역 아래로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가 역내 코너를 돌자 중년의 아주머니가 쓰러져 있었다.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이 마른 눈길을 보내며 스쳐 지났다. 아주머니 머리에서 모래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모래알이 머리카락에 스며들 때까지 그녀는 방치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얼른 다가가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그녀는 깊은 잠에 빠진 듯 움직임이 없다.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나는 119로 전화를 해서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주위에 외쳤다.

  혹시 의사 선생님 안 계세요?

  사람들이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아주머니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털어주었다. 머리에선 많은 모래가 흘러나왔다. 119 구급대원들이 와서 그녀의 동공을 살펴보고 심장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그리고 들대에 올려 계단 위를 올라갔다. 사람들이 하나 둘 흩어져 제 갈 길로 가기 시작했다. 나는 개찰구로 들어가 플랫폼에서 전철을 기다렸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려는 거지? 내가 가야 할 방향과 행선지가 자욱한 모래에 가려진 듯 희미하기만 하다. 전철이 왔다. 전철 안 바닥은 사람들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모래들로 지저분했다. 나는 손잡이를 잡지 않고 서 있는다. 남자 한 명이 신문을 양 손에 들고 어떤 승객 뒤에 서있다. 시력이 안 좋은지 신문은 아래로 한참 내려와 있다. 그 남자는 신문 기사를 유심히 읽고 있었다. 그 남자 옆에는 또 한 남자가 있었다. 옆 남자의 손이 은근히 움직이는 것 같았는데 신문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옆 남자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장삼은 2인조 소매치기라는 걸 직감했다. 행동이 하도 자연스러워 일반인이 저들의 행동거지를 캐치하기는 어렵다. 나는 이번에도 알면서 모른 체 할 수가 없다. 그 남자가 신문을 접고 출입문에 다가서자 옆 남자도 나란히 섰다. 임무를 완수한 모양이다. 나는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지갑 훔치셨죠?

  두 남자가 날카로운 눈으로 장삼을 쏘아보았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누가 뭘 훔쳐?

  나는 서있는 승객에게 가 말을 했다.

  혹시, 지갑을 잃어버리지 않으셨나요?

  승객은 뒷주머니를 더듬더니 어, 내 지갑 하며 당황스러워 했다. 나는 그 남자에게 가 손을 내밀었다. 남자가 성을 냈다.

  뭘 어쩌라는 거야!

  전철 안에 있는 승객들이 건조한 눈길을 보냈다. 전철이 역에 서고 문이 열리자 두 남자가 서둘러 내렸다. 나도 따라 내렸다. 내가 남자의 팔을 잡자 옆 남자가 나를 밀친다.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실랑이가 격해지자 한 남자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내 옆구리를 찔렀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 몸에 힘이 풀린다. 두 남자는 도망치듯이 플랫폼을 빠져나간다. 내 배에서 모래가 흘러나왔다. 나는 옆구리를 한 손으로 틀어막았다. 모래는 더 이상 흘러나오지 않았고 기운도 더 이상 소진되지는 않았다. 나는 계단을 올라 출입문 쪽으로 향했다. ‘모래성 역’ 이라는 역명이 걸려 있었다. 나는 출입문을 나와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큰 사거리에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경찰차들이 차벽을 치고 있었고 시위대들이 각목과 대나무를 들고 대치했다. 경찰은 계속 경고 방송을 내보냈다. 나는 인도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경찰과 시위대 사이의 공간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

  집회를 보장해 주십시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입이다. 왜 차벽을 쳐서 국민들에게 등을 돌리는 겁니까? 우리는 불통이 아닌 소통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 불신의 벽을 당장 허물어 주십시오!

  시위대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냈다. 나는 이어 말했다.

  그리고 여러분! 과격한 폭력 시위는 정당하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폭력시위로 전경들이 여럿 다쳤습니다. 도를 넘어선 폭력 행위는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고함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나보고 프락치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의심의 눈길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늘어선 경찰차와 방패를 앞세운 전경들은 차가운 장막을 치고 있다. 여기는 비무장 지대인가, 더 이상 내가 설 자리를 잃은 느낌이다. 나는 인도로 나와 건물 사이로 들어가 걸었다. 시야가 흐린 가운데 빌딩들은 일제히 회색빛으로 우뚝 서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건물의 옥상에서 모래가루가 흩날렸다. 마치 히말라야 고봉에서 하얀 눈이 날리는 것 같은 모습을 연상케 했다. 나는 명동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사람들이 들끓었다. 중국말, 일본말, 동남아시아 말, 영어가 뒤섞이며 흘러갔다. 나는 노점상 앞에 서서 꼬치를 들어 입에 물었다. 고기에서 모래가 씹혔다. 물을 넣어 입가심을 하며 뱉어냈다. 주인은 무심하게 꼬치를 끼우고 양념장을 발랐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 잿빛 하늘이 비를 몰고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 속에 한동안 떠밀리듯 걷다가 골목으로 들어갔다. 어딘가로 샛길이 이어지지 않았나 두리번거려 보았으나 들어설만한 곳은 없었다. 저 구석진 곳에서 젊은 사람이 허리를 숙여 뭔가를 게워내고 있다. 그는 고통스러워서 몸과 다리를 꼬았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등을 두드려주었다. 더 많은 토사물이 나왔는데 그것은 모래였다. 모래가 바닥과 그의 구두 발등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20대 중후반의 젊은이였다.

  형님, 고맙습니다.

  과음을 하셨네요.

  네... 이것도 인연인데 형님이랑 한 잔 하고 싶군요.

  나는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저를.. 아시는지...

  젊은이는 눈을 몇 번 깜빡이며 내 얼굴을 살펴보았다.

  몰라...

  그러나 나는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인연이란 만들면 되는 거지요. 저도 누군가와 한 잔 하고 싶었습니다.

  젊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젊은이와 함께 걸어갔다. 젊은이는 비틀비틀 중심을 잡지 못했다. 빌딩과 빌딩 사이로 세찬 모래바람이 불어 닥쳤다. 나는 눈을 뜰 수 없어 몸을 돌렸다. 바람이 한바탕 휘몰아치고 지나가자 잠잠해졌다. 눈을 떠보니 젊은이가 없다. 나는 기웃기웃 돌아다녀보았지만 그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 종일 걸어 다니니 몸이 피곤했다. 신발 속에 이물감이 느껴져 발이 불편하다. 나는 신발을 벗었다. 신발을 들어 탁탁 터니 모래가 떨어졌다. 신발을 신고 다시 걸어갔다. 사람들 속에서 아주 낯이 익은 얼굴 하나가 나를 향해 오고 있었다. 나는 그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는 오장삼이었다. 이런 젠장, 이런 데서 만나게 되다니. 나는 외면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장삼이 나를 알아보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장삼인지 뭔지가 말했다.

  내가 너를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그랬었나?

  나 마음고생 참 많았다. 네 멋대로 떨어져나가지 마, 이제.

  멋대로 사는 게 인생이야. 네가 인생을 알아?

  장삼은 말을 멈추고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내가 말했다.

  너만 보면 답답해서 열불이 나거든.

  난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살아왔어!

  자유로운 감옥이겠지.

  지금 말장난 할 기분 아니야.

  그제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모레... 그리고 언제일지 모르지만 네가 죽는 그날까지. 이대로 가다간 그림자 껌 딱지로 꺼멓게 달라붙겠더라고. 그래서 탈출한 거야. 나도 내 삶이 중요하거던.

  내가 뭘 어쨌길래? 난 선하게 살아왔어.

  그래 선한 창살을 견고하게 두르고 그 안에서 빙빙 도는 다람쥐 한 마리. 나는 창살을 열려고 했지만 넌 허락하지 않더군. 참는 것도 한도가 있는 거지, 결국엔 유체이탈을 써서 빠져나왔어.

  그러니까 내가 싫어 떠났다는 얘기군.

  빙고.

  다시 돌아올 마음도 없고.

  오브 코스. 어차피 넌 흔적도 없이 사라질 놈이야. 나 하나 없어졌다고 너 사는데 불편한 거 없으니 잊어버려.

  장삼이 나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바람결이 내 얼굴을 갈랐다.

  얼간이 짓 그만하고 와이프한테 잘 해라.

  그 여자 얘긴 하지도 마!

  그래도 옆에서 내가 볼 땐 너보다 훨 났더라. 똑똑하고 센스 있고 성격도 마인드도 너보다 뛰어나. 네가 얼마나 등신 짓 했으면 외간 남자 만났겠냐? 억울하면 너도 여자 만나고 다녀. 그럴 주변도 없겠지만. 영주도 나 같은 마음이었으니까 일탈 한 거겠지. 그럼, 간다!

  나는 손을 흔들고 장삼의 옆을 지나갔다. 장삼이 쫓아와 나를 붙잡으려고 허공에 대고 연신 손을 뻗었다. 잡히지 않자 허공에다 주먹을 내 뻗는다. 바람이 시원하게 내 몸을 가른다.

  나를 잡으려고 하면 더 멀어져요. 그림자 씨.

  나는 계속 걸었다. 장삼이 나를 막아섰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장삼이 내 바짓가랑이를 잡더니 바닥에 쓰러진다. 그리고 내 걸음을 잡고서 질질 끌려오고 있다. 모래 자국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바닥에서 바락바락 악을 썼지만 지나가는 사람 누구도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장삼은 점점 육신이 우그러들더니 휴지처럼 갈래갈래 흩어졌다. 나는 상처 난 배를 부여잡고 흐린 거리를 걸어갔다.

 

  밤 시간. 장삼은 쪼그려 앉아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악에 받친 외침이 그의 가슴을 치고 올라와 눈물샘을 무던히도 누른다. 가로등의 다사로운 불빛이 그의 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자그마한 그림자가 웅덩이가 되어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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