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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탐라에서 가장 탐나는 너.
작가 : 리릭
작품등록일 : 2019.10.29

대한민국 땅 끝 마을 해남.
해남에서 놓인 커다란 다리를 건너면 갈 수 있는, 인공섬 숨비도.
탐라 최고 지도자의 손자 소마주(小馬主) 김위온.
탐라 최고의 음전한 규수 류모을.
육지의...... 그냥, 태희.
세 사람을 둘러 싼 이야기.

 
14.한 걸음만 달아나십시오. 두 걸음 다가설 것이니 (下).
작성일 : 19-11-10 02:11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8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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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마주님, 홍태신 비서실장이 들어 계십니다.”

 

 강 상궁의 말에 위온은 책을 덮고 싸늘해진 눈빛으로 강 상궁을 쳐다보았다.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지?’

 또 무슨 꼬투리를 잡으려고... 아님... 혹 할아버지 명을 전하러 왔는가...

 

 창밖으로 비서관에서 나온 비서 몇 명이 보현전 동호군들과 대치하듯 서 있었다.

 

 “책고로 드시라 하올까요?”

 

 창문에 꼭 붙어, 그들을 보며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위온의 모습에 강 상궁은 슬쩍 웃음을 보였다.

 그들 앞에서 항상 의젓하게 행동하지만 어린 나이에 상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건 위온은 뛰어난 군주의 재목이었다.

 명석한 두뇌는 기본이거니와, 어릴 적 체력 단련으로 시작한 뛰어난 무예 실력 등

 무엇이든 빠른 속도로 섭렵하며,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었다.

 대마주님을 빼고 제 위에 아무도 없다는 홍 비서실장까지 조금씩 위온을 상대하기 힘들어하니 말이다.

 책을 좋아하는 건 김수문 대행수를 닮은 것 같고, 아이처럼 장난치는 걸 좋아하고 뛰어난 두뇌로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랄 일을 꾸며 낼 때에는 원 부인 하선의를 닮은 듯하였다.

 또 냉정하고 불같은 성정이 아~주 가끔씩 그를 흔들 때가 있는데, 그건 대마주를 꼭 빼 닮은 듯하였으나, 강 상궁이 가까이서 보기로는 조금 다른 것도 같았다.

 특히 화가 났을 때 어느 정도 스스로 삭히는 부분이 대부분이었지만, 드물게 자신조차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난폭해질 때가 있었다.

 ....... 그때는......

 

 “그래, 이곳으로 들라 하라.”

 

 홍태신 비서실장이 위온 앞에서 예를 갖추었다.

 대마주의 집무를 보좌하기에 어느 기관 보다 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비서실의 수장.

 탐라는 조선 때의 모든 조직을 그대로 이어받았지만, 대마주를 대신하여 외부와 원활한

 소통을 위함으로, 승정원만 조직개편하여 비서실이라 명명하였다.

 

 “조금 전 류 대감께서 혼사를 미루겠다. 대마주님께 고하고 돌아갔습니다.”

 

 위온은 눈을 길게 감았다 떴다.

 모을이 결국 물러섰다.

 지금 그녀는 이 일로 얼마나 상심하고 아파하고 있을까...

 그러나 달래주지도...... 미안하다. 하지 못한다.

 

 “잘 됐군.”

 

 위온은 홍 실장과 눈을 맞추며 담담하게 뱉어냈다.

 탁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걷는 위온 앞을 비켜서며 홍 실장이 고개를 숙였다.

 창 너머 푸른 산위에 내려 앉은 청명한 하늘이 위온의 눈에 시리도록 가득 찼다.

 

 “서화고로 가시게 된 연유야 어떻게 되었든, 지금이라도 가시게 된 것이 다행히 옵니다.

 서화고에서 공부를 마치시면 수순대로 서화고를 졸업한 탐라 생도들이 재학 중인 MIT, UCL, ETHZ 대학들 중에서 진학하시게 될 것이옵니다.

 혹, 따로 생각해 두신 곳이 있다 하시면 하명하여 주십시오. 지금부터 준비하겠습니다.

 그곳에, 가시게 되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옵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 그들의 역사...

 모든 것이 소마주님께서 대마주님을 이어 탐라를 이끄실 때에 아주 좋은....”

 “음..... 그래 좋은 말씀이오... 그런데, 이리 말씀하시는 것, 할아버님의 명입니까?”

 

 위온이 돌아보며 감정 없이 읊어대는 홍 실장의 말을 잘랐다.

 대마주는 쉬운 말이 아닐 경우 항상 홍 실장의 입을 빌려 위온에게 전한다.

 이번에는 저것.

 대학 진학이다. 그것도 유학.

 홍 실장은 뜨끔했는지 헛기침을 한번 했다

 그는, 위온에게 항상 공손했지만, 언제나 냉정한 사람이다.

 그러나, 대마주 명이라면 목숨도 내어 놓을 자였다.

 

 “가셔야 하옵니다. 가시면 탐라를 더욱 굳건히 할 수 있는 역량을 담아 돌아오실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탐라 대학들의 현실은 교육의 장이어야 할 학교들이 참된 교육을 못할지언정... 자신들의 권력 욕심에 대마주님께 불손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니, 소마주의 책임을 다하시어 본을 보이시고 탐라를 이끄셔야지요. 그래야, 그들과의 대립을....“

 

 탁!!!

 

 “그~만!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말씀이 조금 많으십니다.”

 

 위온이 들고 있던 책을 탁자에 내리쳤다.

 가겠다는 말을 당장 내 입에서, 꼭 듣겠다는 것인가....

 지금 당신이 내 앞에서 불손 한 건, 모르시오?

 보내지 못해 안달 난 사람처럼...

 

 7년이 걸릴 것이다.

 모든 것을 끝내고 탐라로 돌아오게 되면...

 다른 이들은 그곳을 목표로 했기에 준비 기간을 충분히 두었지만, 그렇지 않은 위온은 그 보다 더 걸릴지도 모른다.

 

 “무슨 뜻을 제게 전하려 하시는지 이미 숙지하였고 충분히 들은 것 같습니다.라고, 할아버님께 잘 전하여 주시고 이만 돌아가시지요.”

 

 위온은 웃음을 지었지만 홍 실장을 바라보는 눈빛이 냉정했다.

 더 이상, 이 자의 언사를 듣고 싶지 않다.

 특히 이곳. 가장 좋아하는 곳인데 말이다.

 지금 그를 책고로 부른 것을 아주 심각하게 후회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럼, 대마주님의 뜻은 전하였으니, 소신 감히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항상 누군가의 손길을 받으셨던 이곳과, 육지는 아주 많이 다를 것이옵니다.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가 집중되어, 행동 하나하나 말투, 모든 것으로 소마주님을 평가할 것입니다.

 하오나, 그러한 부담으로 핑계나 변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어떤 것에도 비겁하게 물러서지 마십시오.

 탐라에서와 같이 대마주님 그늘 아래에서의 특권, 그곳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탐라인으로 명분은 지키십시오. 소마주의 신분을 가벼이 여기지 마시란 뜻이옵니다.

 이젠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책임을 지며 성숙해 가는 모습을 대마주님과 탐라를 향해 보여 주십시오.

 그럼, 간단히 말을 마치고 소신은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감히! 탐라의 소마주께 그 무슨 망발을 하는 게요?! 핑계, 변명이라니... 특권??

 듣다 듣다 별 해괴하고 망측한 소리를 듣겠소!

 실장께서 보시기에 소마주님께서 행동에 스스로 책임도 지지 못한 분이셨소? 소마주님 앞이라 언성을 높이기 싫어 가만 듣고 있으려니, 그대의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겠소이다!”

 

 흥분한 문 시중이, 책고로 들어오며 홍 실장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수많은 날, 함께한 위온도 처음 보는 모습에 깜짝 놀라 양손을 살포시 가슴 쪽으로 모았다.

 

 “오랜 시간 육지로 나가계실 소마주님께 신하로 한 말씀 올린 것 뿐이오.”

 “신하라... 신하의 도리로 드린 말씀치고는 정도를 넘으신 것 같소만, 자신이 도를 넘고 있다는걸, 정녕 느끼지 못하겠소?“

 “무슨 말씀을... 당연히, 신하 된 자로 충분히 드릴 수 있는 말이었소.”

 “어린아이에게나 할 만한 그따위 훈계를 신하랍시고 하시는 비서실장님도 참으로 한심하시오. 그냥~ 그만 하라 할 때, 정도껏 하고 빠지시오. 예전처럼 험한 꼴 당하기 싫으면!”

 

 문 시중이 허벅지에 닿은 오른손을 불끈 쥐었다.

 

 그걸 보던 홍 실장 얼굴이 굳었다가, 문 시중에게 쪼개듯 웃음을 보이고는 위온을 향해 말을 이었다.

 

 “얼마 전 소마주님께서, 동호군을 두고 숨비도로 출타하시며, 연락이 두절된 사이 궁에 잠깐 소동이 있었습니다.

 육지에서도 그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또 생길까. 고심하다 드리는 말씀이오니,

 혹여, 소신의 언사 중에 심중에 불쾌하셨거나, 듣기 거북하셨다면 소신을 질책하여 주시옵소서....”

 

 저 얘기 왜 안 꺼내나.. 하였다.

 하지만, 홍 실장이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자신에게 말을 하든, 지금 그의 말은 틀린 게 없다.

 육지에서 ‘경거망동’ 하지말란 뜻.

 홍 실장의 경고 같은 말이 불쾌하고 듣기 거북했지만, 위온은 더 나서려는 문 시중을 말렸다.

 

 “홍 실장이 하신 그 말씀, 내 충언으로 알아듣지요. 아직 그대에게는 내가 소마주로 많이 부족한 듯하니.... 주군으로 인정받으려면 꽤, 많이 분발하고 돌아와야겠습니다. 그렇지요?”

 

 어린 듯하지만, 소마주는 자신을 못마땅히 여기는 자신의 의중을 다 읽고 있었다.

 그는 대마주께 복종하는 듯하였으나, 그 안에서 자신의 뜻을 한 번도 꺾지 않았었다.

 탐라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을 홍 실장이다.

 자신이 얼마나 탐라를 생각하고 있는지... 사람들은 몰랐다.

 그래서, 조금씩 자신과 어긋나게 행동하는 위온을 볼 때마다 홍 실장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 어쩔 땐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위온에게 화가 났다.

 

 “이것은 유학에 관한 서류들이옵니다. 살펴보십시오. 그럼....”

 

 홍 실장이 위온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추며 물러났다.

 

 

 홍 실장이 사라지자 위온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문 시중을 한참 쳐다보다

 일어나 문 시중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문 시중은 그런 위온의 시선을 회피했다.

 

 “문 시중~~ 으응~ 그런 면이 있었어?.... 나... 이제 좀 잘해야 되는 거지?

 안 그럼~ 아무도 없는데 끌려가서, 말 안 듣는다고 막 맞고 그러나?

 근데~~ 예전 일! 그거.... 무어냐? 응?? 무어야~~?”

 

 위온이 문 시중을 고개를 삐뚜름하게 젖혀서 보았다.

 보현전의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던, 문 시중의 얼굴이 붉어졌다.

 

 “어험!! 저, 저 사람이 말이야!! 이런~~ 하극상을 보았나... 감히 소마주님께... 많이 배운 사람이 엉?!!

 안 그렇소? 강 상궁?? 어어? 강 상궁!! 어디 있는 게요... 이렇게 보고 싶을 수가 있나...

 오늘 석반, 찬은 뭐요?? 나~ 지금 매우 시장 한 것 같소 만.”

 

 문 시중은 홍 실장이 나간 쪽으로 삿대질을 마구 해대더니, 삐쭛 거리다 부리나케 책고를 뛰쳐나갔다.

 항상 평온함을 유지하는 문 시중은 홍태신 비서실장에게 만은 유독 사나워진다.

 

 “강 상궁!! 강 상궁은 알지?? 그때 그 일, 그거~~ 뭐야?? 응?!”

 

 수상해~ 문 시중.....

 

 

 대마주는 편전에 든 모을을 가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너의 마음이 그렇다면 편한 대로 하거라.”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꽤 오랫동안 위온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

 사가에 있었다면 출입이 자유로웠을 것이나, 궁이다 보니 제한이 많았다.

 혼인이 미뤄지면서 원부인 교육도 그리 속도를 내지 않아도 되니,

 대마주는 모을이 잠시 사가에 나가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사가로 가는 날은, 소마주가 육지로 나가는 시일에 맞춰 함께 움직이는 것이 모양새가 좋을 거 같으니 그리하도록 하거라.”

 “네에~ 그리하겠습니다.“

 

 대마주는 제조상궁을 불러 모을에게 각별히 더 신경 쓰라 명을 내렸다.

 쓰러 질듯 물러나는 모습에 걱정스러운 듯 대마주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위온은 홍 실장이 놓고 간 대학 홍보자료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MIT....

 눈에 익었다.

 알고 있어 눈에 익음이 아닌, 어디선가 많이 봐서 익숙한 대학 이름이었다.

 

 ‘아~! 문 시중...’

 문 시중은 김수문과 함께 대학을 다니며, 수문을 수행을 했었다.

 항상 자신의 곁에서 묵묵히 지켜주던, 문 시중.

 생각해 보니 그는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보니... 그는 양파 같은 사람?

 

 “각, 과목의 교수들이옵니다.”

 

 문 시중의 말에 교수들이 위온 앞으로 들어와 섰다.

 그들은 최고 명문고 서화고에 들어갈 위온을 위해 최선을 다하여 가르칠 것이다.

 위온이 처음 배우는 것들이 있어 걱정은 하였지만, 수업일 수가 지날수록,

 걱정은 사라지고 문 시중은 위온의 총명함을 새삼 느끼고 있었다.

 

 

 시간은 기다리는 것이 있으면 더디게 온다.

 소낙비를 맞은 푸르름이 한번,

 바람에 흔들리는 오색 향연의 스침이 한번,

 이제, 살을 에이는 날카로운 속삭임이 지나가면,

 곧, 모든 것이 살아 돌아오는 봄이 올 것이다.

 

 서화고로 가기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소마주님.. 저기....”

 

 대마주가 거처하는 산정전으로 가는 길.

 의서가 위온의 뒤를 따르다 멈춰 섰다.

 궁에서 가장 큰 연못의 맞은 쪽.

 꽃 자수가 놓인 연홍색 비단 조바위를 쓴 모을이 멈춰 서서 위온을 보고 있었다.

 박 상궁과 정민이 위온을 알아보고 예를 올렸다.

 하늘이 흐르는 연못 옆을 돌아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 위를 백연두빛 비단 자락을 스치며, 위온은 느리지 않게 모을에게 다가갔다.

 봄이 가까이 왔음을 전하는 따뜻한 햇빛에 어제 살짝 내린 눈은 금방 녹아 없어지겠지...

 하얗게 말라버린 나무들 사이로 조금은 차갑게 이는 바람이, 모을의 매화색 치맛단을 흔들고 사라졌다.

 조바위, 보드라운 하얀 털에 둘러싸인 그녀의 두 볼과 코끝이 빨개져 있었다.

 중간중간 있었던 공식 행사와, 대마주와 식사 자리에서 잠깐씩 마주쳤지만, 단둘이 만나는 건 그 일이 있고 7개월 만이었다.

 여전히 그녀는 찬연(燦然) 하였고 심장을 뛰게 하였다.

 어찌 지내었느냐... 묻고 싶지 않았다.

 위온의 어떤 마음도, 기다려야 할 모을에게는 잔인하였으므로.

 

 “오늘........ 떠나신다. 들었습니다.”

 “모을아~”

 

 모을의 눈짓에 박 상궁과 정민이 뒷 걸음으로 자리를 비켜섰다.

 나지막이 자신을 부르는 위온을 올려다보았다.

 잠시, 그들은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그러다, 담담해진 척, 보고 있는 모을의 눈가는 금방이라도 물 방울이 맺힐 거 같았다.

 그걸 안타까워 바라보는 위온의 눈길이 시간이 멈춘 듯한 연못을 향했다.

 

 “....... 건강하거라.”

 

 모을을 뒤로하고 위온은 의서와 함께 산정전으로 향했다.

 

 “예서, 반 시진(한 시간)을 기다리셨는데, 소마주님 너무 하십니다.

 아휴~ 두 분 언제 다시 보실까... 아가씨 얼른 들어가세요. 춥습니다. 아주 꽁꽁 어셨네.”

 

 위온이 멀어지자 정민이 달려와 모을을 부축하며 처소로 방향을 잡았다.

 

 “괜찮으십니까? 소저...”

 

 박 상궁의 걱정스러운 얼굴에 모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얼굴을 폈다.

 처소로 향하다 모을은 잠깐 뒤돌아 보았다.

 이미 위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끝을 알 수 없는 서운함이 밀려들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대마주의 기침 시간이 늦자 제조상궁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 있었다.

 나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신경이 곤두선 제조상궁의 눈초리를 맞고 있었다.

 

 “세숫물을 대령하거라.”

 

 제조상궁의 명에, 나인 하나가 아주 조심스럽게 깨끗한 물이 담긴 세숫대야를 대령했다.

 다른 나인은 깨끗한 면보를 들고 서 있고, 나머지 나인들도 주변을 정돈하며 분주해졌다.

 금처럼 반짝이는 세숫대야 바닥에 진주가 빼곡히 박혀있어 세숫대야를 들고 움직 일 때마다 물에 반사된 진주의 영롱한 빛이 천정에 무지갯빛으로 반사되었다.

 대마주는 얼굴을 씻고 나인이 건네는 고운 면보를 받아 금방 세안하여 흐르는 물기를 닦아 내었다

 

 “대마주님~ 소인이 닦아 드리겠사옵니다.”

 

 이 상궁이 쪼르르 달려와 코맹맹 소리를 내며 대마주 앞에 앉았다.

 

 “허~ 헛! 되었다. 되었대두~”

 

 대마주는 손에 있는 면보를 뺏으려는 이 상궁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바로 옆, 매서운 눈의 강력한 불꽃을 튕기며 서 있는 제조상궁의 눈과 마주쳤다.

 대마주는 무안해져 금방 표정을 바꾸고는 헛 기침을 했다.

 제조상궁이 이 상궁을 내리찍듯 째려보고 있는데,

 밖에 있던 나인이 급하게 들어와 제조상궁의 귀에 속삭였다.

 

 “대마주님~ 소마주님께서 아침 문후 드셨사옵니다.”

 

 제조상궁은 대마주에게 아뢰며 슬쩍 이 상궁을 향해 구석진 자리를 턱짓으로 찍었다.

 

 ‘저리 꺼지거라.’

 제조상궁의 사나운 눈빛에, 이 상궁은 입을 삐죽이며 불만에 찬, 뒷 걸음으로 뚤레뚤레 화초장 사이로 쏙 들어갔다.

 이 상궁은 10년 넘게, 평 상궁 자리에만 머무르고 있었다.

 궁에 안 주인이 없어 대마주는 중요한 일이나 궁의 치산(治産)을 항상 제조상궁과 의논하였기에 그녀에 대한 신뢰가 매우 컸다.

 지금은 품계를 받는 게 아닌 직위를 받는 것인데, 이 상궁은 어쩐 일인지, 인사를 담담하고 있는 제조상궁의 눈 밖에 나 버려 직책 없이 그저 대마주의 잔 수발만 들고 있었다.

 그것도 대마주의 총애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겨우 유지하고 있는 자리였다.

 

 “어어? 그래, 어서 들라 해라.”

 

 며칠 안색이 좋지 않던 대마주의 표정이 오늘은 밝아 보여 위온은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앞으로 자신이 없을 궁에서, 혼자 있게 될 대마주의 건강이 걱정이었다.

 

 “잘 할 것이다. 너를 믿으니, 나는 아무 걱정 없이 너를 보내마.”

 

 처음, 자신을 믿는다는 대마주의 이야기에 위온의 가슴이 떨렸다.

 

 “소손, 다녀오겠사옵니다.”

 

 위온이 대마주에게 큰 절을 올렸다.

 잠깐의 이별에 대마주의 마음이 헛헛했는지 위온을 바라보는 눈에 물기가 비쳤다.

 처음 보는 대마주의 모습이었다.

 항상 강인하다고 생각하였던 할아버지의 약한 모습에, 위온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

 위온이 대마주에게 가까이 다가가 앉았다.

 

 “심려 놓으시고, 옥체 보존하옵소서.”

 

 대마주가 웃으며 위온의 손을 잡아 자신의 손을 포개었다.

 

 

 위온을 실은 황금빛 마차가 부두로 힘차게 달렸다.

 소문을 듣고 꽃 샘 추위에도 불구하고 몰려든 인파로, 부둣가는 꽉 들어 차 탐라 사람들이 모두 구경나온 듯했다.

 호위병들이 사람들을 저지하며 길을 내어둔 방향으로 마차가 멈춰 섰다.

 마차에서 소마주 정복을 입은 위온이 천천히 내렸다.

 기품이 서린 탐라도 소마주의 모습이 나타나자,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맑고 청아한 하늘로 퍼져 갔다.

 

 멀리 부두 쪽이 잘 보이는 곳에 마차 한 대가 멈췄다.

 모을이 타고 있는 마차였다.

 모을은 위온이 배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배가 수평선 너머 사라질 때까지 보고 있었다.

 

 ‘기다려드리겠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만 계십시오. 가는 것은 제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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