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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탐라에서 가장 탐나는 너.
작가 : 리릭
작품등록일 : 2019.10.29

대한민국 땅 끝 마을 해남.
해남에서 놓인 커다란 다리를 건너면 갈 수 있는, 인공섬 숨비도.
탐라 최고 지도자의 손자 소마주(小馬主) 김위온.
탐라 최고의 음전한 규수 류모을.
육지의...... 그냥, 태희.
세 사람을 둘러 싼 이야기.

 
13. 한 걸음만 달아나십시오. 두 걸음 다가설 것이니....(上).
작성일 : 19-11-10 02:09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7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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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저희 아가씨는 어찌 되시는 것입니까?”

 

 정민이, 모을의 눈치를 보며 최 상궁에게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혼인을 미루다니... 정민은 넋을 내려놓고 아무 말 없이 앉아있는, 제 주인이 안쓰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최 상궁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저, 권력층의 귀하게 자란 도도한 아가씨라고만 생각하였다.

 그런데, 그녀는 그 성격을 누르며, 배우는 자세에서부터 겸손하였다.

 그녀가 궁에 적응하고, 기준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애를 썼는지 옆에서 보아 온 최 상궁이라 생각지도 못한 이 황당한 일에 그저 모을의 기분만 살피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차를, 내어 오너라.”

 

 편전에서의 일을 듣고 몇 시간 만에 모을이 입을 열었다.

 며칠,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였는데 정민은 모을이 마실 차라도 찾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속상한 마음을 겨우 숨기며 서둘러 따뜻한 차를 준비해 가져왔다.

 가냘픈 어깨를 감싼 감빛의 고운 저고리가 모을을 더욱 창백하게 보이게 했다.

 

 모을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혼사를 이렇게 미루다니... 그것도 육지에 있는 학교로 간다?

 그날, 비탄과도 같던 위온의 마지막 한 마디가 계속 귓전을 맴돌았다.

 

 ‘부탁이다. 더 이상은 내게 다가오지 마라.’

 다가오지마 라니... 부탁이라니.....

 심장을 찢는 아픔에 눈물 한 방울이 모을의 손등에 툭 하고 떨어졌다.

 자꾸만 자신에게서 멀어질려는 위온이 너무 야속해 가슴이 저려왔다.

 모을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물었지만 고통에 얼굴을 이그리며 겨우 삼켜냈다.

 답답한 가슴이 그 물 한 모금 조차 받아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찻잔 속을 빨갛게 우려내고 자신을 색을 잃어버린 차 잎에 멍하게 시선을 꽂았다.

 그러다 자리에 엎드려 흐느끼며, 기어이 애통스러운 설움을 토해냈다.

 정민과 최 상궁은 그 모습을 보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문을 닫고 조용히 물러났다.

 

 그가 잡았던 어깨에 남은 감촉, 자신을 바라보던 슬픈 눈빛.

 모든게 아직도 선명한데 그의 마음은 자신과 같지 않았다.

 모을은 한참 울다, 울음을 삼키며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빛이 차분해지다, 이내 매서워졌다.

 이제 다시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빛에 슬픔을 담게 하지 않을 것이다.

 숨을 크게 쉬어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차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가 이 혼인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지금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그래, 그리하면...... 되는 것이야.

 

 “사가(史家), 아버님께 궁으로 드시라 연통하거라.”

 

 얼마 지나지 않아, 류 대감이 급한 걸음으로 희원재로 들어섰다.

 소식을 듣고 이미 궁으로 들어오고 있었던 중이었다.

 

 “소마주님과 어찌 된 것이냐? 혼인을 미뤄 달라.. 소마주님께서 대마주님께 청을 드렸다니....?”

 

 헐레벌떡 달려온 류 대감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소식을 듣고 놀란 심중을 꺼내 놓았다.

 

 “고정하십시오. 아버님.”

 

 모을의 눈썹이 가늘게 올라가고, 차분한 시선은 류 대감을 향했다.

 

 “어찌, 이리 태평하게 있는 것이야? 대마주께, 어서 가서 절대 그럴 수 없다! 못을 박아야지.. 아니, 아니지 내가 지금 다녀오마.“

 

 의외로 태연한 모을의 행동에 류 대감은 더 안달이 났다.

 

 “아버님!!”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류 대감의 손을, 모을이 잡아 류 대감을 다시 앉혔다.

 

 “아버님! 어머님께서 말씀하셨지요? 남자 나이 16세면 아직 어리시니.. 잘 보필해드리라...

 그리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그리~ 하였지.”

 

 류 대감은 상견례 하던 날을 기억 해냈다.

 

 “그것입니다.”

 “뭐라? 그것?”

 “혼인은 잠시 미룰 것입니다. 네. 잠시 미루는 것뿐입니다...

 16세 되시는 소마주님께서 혼인 전 하시고 싶으신 게 많은 듯하시니...

 소마주님 마음을 편안하게 해 드리려, 제가 조금 기다리려고 합니다.

 그러니 아버님! 대마주님께 소마주님의 청을 거절하시지 마시라.

 저의 뜻을 전하여 주십시오.“

 “어허!! 난 도대체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다. 명문가에서 들어온 혼담도 다 거절하고 조르다시피 하는 혼담이다. 결정이 되었으면 서둘러 끝내는 것이 맞는 것이지! 또, 너는 또 한 발짝 물러서 주는 것이야?...”

 

 모을의 이야기를 듣던 류 대감이 화가 나서 안색을 붉혔다.

 

 “네! 이렇게 해서라도, 전 소마주님과 꼭 혼인을 해야겠습니다.

 아버님의 뜻도 그렇지 않으셨습니까......

 허니, 대마주님께 가셔서 그때까지 기다리겠다. 저의 뜻을 전하여 주십시오.”

 

 갑자기 자신을 내리꽂는 모을의 날카로운 눈빛에 주섬, 자리를 털고 일어섰지만 류 대감은 자신의 것을 뭔가 뺏긴, 이 찝찝한 기분을 참을 수가 없어 미간을 찡그렸다.

 그리고, 모을이 무엇이 부족하여 소마주에게 매달리고 있는지, 딸의 완강한 말이 자신을 답답게했다.

 류 대감이 내놓지 않아도 남달리, 뛰어난 외모며 품성, 또 재주에 주변 사람들의 칭찬이 끊이지 않은 아이였건만, 원부인으로의 자격을 운운하며 귀에 못을 박은 자신의 욕심에 모을이 일방적으로 숙이고 들어가는 게 아닌지, 속이 썩는 기분은 떨칠 수가 없었다.

 

 ‘종수는 왜 그리하셨습니까?......’

 적통자가 아니어서 저와 맺어지는 것이 그리 싫으셨습니까?

 저를 통해 권력과 재물을 쌓으려, 이런 걸 원하셨던 것이 아닙니까?

 이젠, 제가 원하여 꼭 그 자리에 앉습니다. 앉아야겠습니다.

 낯설어진 아비의 모습. 모을은 류 대감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야속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있었다면... 그를 계속 보고 있었다면, 위온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지만, 정말 종수가 이곳에 있었다면, 지금 위온을 향한 마음이 달라졌을까... 그랬을까?

 모을은 복잡해진 생각을 털어버리 듯 고개를 흔들었다.

 모두 지나간 일이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아버님은, 제가 설득해 드렸으니, 이제 소마주님 차례입니다. 혼란한 마음 정리하시고 제게 돌아오십시오.’

 모을은 울컥한 마음을 쓸어내리며 서안에 올려놓은 바람꽃 귀걸이를 바라보았다.

 몇 년이나 떨어져 있어야 할까....

 숨비도에서 귀걸이를 사며 환하게 웃던 위온의 얼굴이 떠올라 귀걸이를 손에 꽉 쥐었다.

 

 

 “대마주님~ 류정준 대 총장께서 드셨습니다.”

 

 대마주는, 홍비서실장과 이야기를 나누다 화들짝 놀랐다.

 이 시각에 류 대감의 입궁이라니...

 아직, 마땅히 내세울 패를 생각해내지 못하였다.

 

 류 대감이, 무게를 담은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와, 대마주에게 예를 갖추었다.

 

 “오~~, 그래~~ 류 대감께서 어쩐 일이오?”

 

 류 대감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태연하려 하였으나, 대마주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당황하는 모습도 전혀, 감춰지지 않았다.

 

 “소마주께서, ‘혼인을 미루어 달라.’ 말씀하셨다... 그리.. 들었습니다.”

 

 류 대감이 이렇게 빨리 소식을 듣고 나타날 줄이야....

 역시, 이 안에도 그들의 세작이 있는 것이다.

 

 “소식 한번 빠르시오. 아무리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기로 편전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벌써, 류 대감의 솟을 대문을 넘었단 말이오?”

 

 ‘거머리 같은 놈’

 홍 실장이, 대마주의 곁에 서서 류 대감을 내리깔고 쳐다보았다.

 

 “들을 만~~ 하니 들은 게, 아니겠소? 아무 상관없는 자가 듣는 것보다는... 그렇잖소?”

 

 ‘대마주 발싸개!’

 류 대감이, 입술을 단단히 여미며 미미하게 한쪽 꼬리를 ‘씨익’ 올렸다.

 

 “그렇지 않아도, 대감에게 상의하고자 내 연통을 넣으려고 하고 있었소.

 대감의 생각은... 어떠시오? 소마주의 학업증진을 위해 혼인을 잠시 미루는 것이... 어떨.. 런지..?”

 

 대마주 답지 않게 류 대감의 눈치를 보며 슬며시 말을 꺼냈다.

 

 “뭐~~ 그렇게 하시지요...”

 

 류 대감이 수염을 쓸며 너무 시원하게 답을 하니, 대마주 쪽에서 당황하며 입이 떠억 벌어졌다, 닫혔다.

 

 “아니... 아니, 그렇게 해도 정말 괜찮은 것이오?”

 

 대마주가 절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입을 ‘쩝쩝’ 다셨다.

 그러다 홍 실장을 쳐다보았다. 홍실장도 크게 당황한 듯 하였다.

 홍 실장도 말도 안되게 즉각적인 수락을 해버린 류 대감의 입을 보다, 동그래진 대마주와 눈이 마주쳤다.

 

 “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문장으로 끝낼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진정이오?”

 

 홍 실장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류 대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어허! 이 사람이 속고만 살았나? 세상을!! 바르게!! 똑바로 좀!! 보고 사시오.

 뭘 그리 사람을 못 믿고 쯪쯪쯪... 복잡하게 생각하면, 세상. 끝이 없는 것이오.

 그러니... 얼굴에 복잡 미묘한 주름이 생기지 않았소? 거울 좀~~ 보고사시오. 응?“

 

 “뭣? 뭣이요? 거~~울? 똑바로? 살아? 내... 저, 저 입을...!!”

 

 류 대감에게 달려 들려는 홍 실장을 대마주가 손으로 말리며, 류 대감을 향해 환한 미소로 고개를 계속 끄덕였다.

 

 “혼인날을 다시 정하는 건, 소마주님께서 학업이 끝나신 후에 찾아뵙고 상의를 드리고자 하옵니다. 저희의 의중은 전하여 드렸으니, 소신 이만 물러가옵니다.”

 

 류 대감은 어리둥절하는 두 사람을 남겨두고 다시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에잉~ 내가 잘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구나... 너의 뜻대로 대마주께 말씀은 드렸다 만은...’

 류 대감은 매우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혼인이 이렇게 어이없게 미뤄지다니,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

 어찌 3년이나 기다린단 말인가....

 귀한 딸이 이렇게 매달리며 혼인 하는 건 마음이 편치 않고, 그렇다고 다 가진 원 부인자리를 이렇게 놔 버리기엔 속이 쓰렸다.

 하지만 당사자인 모을이 기다리자고 하였으니, 어쩔 수 없잖은가.... 기다릴 수 밖에.

 류 대감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닫힌 편전을 못마땅히 지켜보다 홱 돌아서 나갔다.

 하지만, 류 대감이 나간 편전은 대마주와 홍 실장이 얼싸안고 춤이라도 출 분위기였다.

 류 대감 쪽에서 이리 쉽게 허락하다니...

 얼떨떨하고 아직 의심도 갔지만, 감히 대마주 앞에서 어찌 거짓을 고했겠는가...

 마음을 접고 포기했던 소마주의 서화고 입학이 해결되었고, 혼사 준비로 벌려진 일들을 정리하고 나면.......

 

 “심려 놓으십시오.”

 

 홍 실장이 결단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마주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곳, 편전에 쥐새끼처럼 숨은 세작만 골라 내면 된다..

 

 “어떻게.... 대감! 모을이는 어찌 하고 있습니까? 혼사는 또 어찌 되었구요?”

 

 속상한 마음에 한 씨가 머리를 싸매고 누워 있다, 벌떡 일어나 류 대감을 맞았다.

 류 대감은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눈물을 흘리는 한 씨를 다독였다.

 

 “조금 미뤄진 것뿐. 모을이가 저리 마음을 굳히고 있으니... 걱정 마시오.

 강한 아이오. 원 부인 재목이 맞소. 부인게서 잘 키우셨소. 허허허~“

 

 소리만 큰, 류 대감의 말은 한 씨에게 위로가 되지 못했다.

 

 

 두 달 전, 류 대감은 몇몇 대감들을 자신의 정각(亭閣)로 초대하였다.

 잘 가꿔진 정원 안 연못. 작은 폭포가 떨어지고 고풍스럽게 지어올린 정각에, 한 씨가 한껏 솜씨를 부린 음식들이 한가득 차려져 있었다.

 

 “우리 집 아이가, 소마주님의 예동이었던 것은, 모이신 대감들께서도 잘 아실 것입니다.

 소마주님과 우리 집 아이가 워낙, 각별했던 사이라... 그냥 그런 줄 알았는데, 서로에게 마음이 있었나 봅니다.

 껄껄 껄껄!!

 하여, 궁으로 ‘청혼서’를 넣으려고 하는데.....

 몇 군데에서 우리 아이에게 청혼서가 들어왔지 뭡니까?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다, 대감들께 조언을 구하고자 이렇게 한자리에 모셨습니다.”

 

 상석에 앉아 그들을 보며 수염을 쓸어내리는 류 대감의 목소리에 힘이 한껏 들어가 있었다.

 

 탐라에서, 호령 좀 한다는 사대부 인사들이 쪼르르 달려와 자리를 하고 있었다.

 류 대감의 손 짓 하나에도 탐라의 만조백관 삼분지 일이 움직인다.

 류 대감이 수장으로 있는 탐라 대 교수들이 사사(師事) 한, 대학도(大學徒)들은, 탐라와 숨비도, 곳곳의 요직에서 경제와 정치에 관여하고 있었다.

 그것뿐 아니라 그 출신들이 모여 바람 길이라는 뜻의 조직, ‘풍도’(風道)를 결성해 그들만의 모임을 하고 있었는데, 내세우는 의도와 방향은 ‘탐라의 안녕과 평온’ 이었으나

 대마주와 시시콜콜 마찰을 일으킬 때가 많았다.

 풍도는 그들의 활동을 비밀로 하지 않았다. 그리고 숨지 않았다.

 결집된 세력을 드러내며 탐라를 좌지우지하였고 사람들은 그들을 따르거나 아니면 두려워했다.

 그런데, 실세는 분명 류 대감이긴 했으나 항간에 풍도의 진짜 주인은 따로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자기가 원하면 넣으면 될 것을... 굳이 이런 자리까지 만들어.......

 뭐,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하는 일에 걸리 적 대지 마라.... 저게 직접 대 놓고, 궁에 청혼서를 넣지 말란 협박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그러게 말이오~~ 이번에 류 대감 쪽에, 최 대감도 청혼서를 넣었다 하오.

 대 총장 사위로 만들어 장남 출셋길 좀 열어 보려다, 퇴짜 맞은 게 소문이나서 오늘 얼굴도 안 비치는 것 좀 보시오.”

 “딸아이, 소마주 원부인 자리에 앉는 거 죽기 전에 한번 보려 했더니... 에효, 에효~~ 틀린 것 같소.”

 “헛! 진정이오? 류 대감 여식이 아니라면 자신 있소이까?”

 “허허허~ 내 농이 지나쳤소. 그 자리가 그리 싶게 앉을 자리요?”

 

 류 대감의 눈치를 피해 대감들은 소리를 낮추고 서로 수군대기 시작했다.

 속이 훤히 보이는 뻔한 자리. 직접 말을 하지 않았지만, 눈치를 챈 대감들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자! 자! 앞에 놓인 것 좀 드시면서 대감님들의 고견을 풀어 주시지요. 내 오늘 귀를 활짝 열어 들을 참입니다.“

 

 류 대감이 돌아다니며, 대감들의 술잔을 채웠다.

 

 “어허! 이건 그 귀한 송화주가 아니오?”

 

 금세 사방이 은은한 솔향으로 가득 찼다.

 

 “하하하! 역시 대감집 송화주가 일품 중에 일품이오.”

 “그렇지... 향긋한 솔향이 어찌 이리 달큼하게 코끝을 스치는지, 솔숲에 들어와 있는 것 같소이다.”

 “맞소. 탐라에 이 술 한번 맛보고 싶어 애 닳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 나는 벌써 세 번째요. 허허 허허.”

 “부럽소!”

 

 대감들은 한 씨가 담근 송화주를 음미하며, 각양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가만 생각해 보면, 원 부인 자리가 쉬운 자리는 아니지 않습니까?

 앉을 그 만한,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데, 우리 집 딸아이는 어찌나.. 천방 지축인지.. 허흠!!

 소양을 더 쌓게 하여, 낭군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으로 혼인을 시킬까 합니다.”

 “역시, 귀하게 되실 분이니, 귀한 것으로 이리 우리를 대접해 주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부원군의 자리 또한 평범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자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자고로 탐라 주인의 장인의 자리 아닙니까.. 웬만한 덕망으론 택도 없지요.”

 “류 대감댁 여식께서 그리 박학다식하다지요? 원 부인 자리가 뭘 좀 많~~이 알아야 한다오.”

 “미색은 또 어떻구요...”

 허허허허....

 대령숙수 몇 대를 지낸 자손이 빚은 귀한 송화주까지 준비해 놓았으니...

 류 대감의 뜻이 분명함을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 중 모르쇠로 일관할 이가 있을까.

 혀에 찰싹 달라붙는 기막힌 송화주 맛은 또 어떠하고...

 분위기는 이미 기울어진듯하였다.

 

 “하하! 내 무슨 뜻인지 자알 새겨듣겠습니다.

 그리고...... 대감들께서 이리 좋아들 하시니.... 껄껄 껄껄!! 약소 하나, 받아들 주십시오.

 준비한 것을 가져다드리거라.“

 

 류 대감의 명에 하인들이 대감들 앞으로 고운 빛깔의 비단으로 싸인 물건을 하나씩 전달하였다.

 

 “아니~~ 이것은...”

 

 한, 대감이 비단을 풀어 물건을 확인하고는 입을 떡 벌리며 아주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귀한 송화주가 아니오. 히햐~~~”

 “이리 귀한 것을 병째 주시다니요....”

 “역시, 쓰시는 마음이 보통 사람들과 다르시오. 통이 아주 크시오~”

 

 다른 대감들도 확인하며 감탄사를 쏟아 내었다.

 모두들 속은 문드러졌으나 어쩌겠는가.

 대세를 따라야 살 수 있는 것.

 소마주 원부인 그 자리는 이제 언감생심. 이왕 이리 된 거, 류 대감의 눈에 나 좋은 일이 없었기에, 대감들은 송화주 한 병씩 들고 만족한 듯 집으로 돌아갔다.

 

 ‘이 혼사를 성사 시키기 위해, 대감들을 불러 내가 그리까지 했는데.....

 모양이 아주 우습게 되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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