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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안락한 게 아니고
작가 : 수요일
작품등록일 : 2019.11.9

"저 물어주세요."
안락사 시술소를 찾은 남자와 뱀파이어 여자의 차갑지만 뜨거운 동거.

 
4화
작성일 : 19-11-10 00:14     조회 : 239     추천 : 2     분량 : 7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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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집에 아무도 들이지 마. 나 없는 새에 어디 기어 나가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버리면 진짜 죽는다. 그리고 에어컨 끄지 마. 내가 모를 거라 착각할 수도 있어 미리 말해주는 건데 0.1도라도 올라가는 순간 나 바로 알아차려. 집 어지르는 건 괜찮지만 내가 돌아오기 전에는 치워 놔. 언제 돌아올지는 안 가르쳐줘. 무슨 말인지 알지? 어지르지 말라는 거야.”

 단야가 이렇게 말을 빠르게, 많이 할 수 있음을 목격한 윤오는 입을 떡 벌렸다.

 “턱 빠지겠다.”

 “아, 그건 안되죠.”

 “다녀올게.”

 “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얘랑 같이 가는데 걱정은 무슨.”

 단야가 선을 콕 찌르며 말했다. 그때까지 현관 앞에 서 단야와 인사를 나누는 윤오를 뚫어져라 보던 선이 한마디 툭 던졌다.

 “어디서 주워 와도 저런 걸 주워 왔어. 쟤 다 알아?”

 “다?”

 “너 뱀파이언 거 다 아냐구.”

 “알 걸? 알지?”

 “예, 알죠.…. 너무 친절하게 알려주셔가지구. 하하….”

 “아무한테나 알려주고 그럼 어떡하냐. 난 너랑 나만 알았음 했는데.”

 선이 서운한 듯 눈썹을 세모지게 만들자 단야는 못 들은 척, 못 본 척 쌩하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선은 그런 단야를 눈으로 쫓으며 뒤따라가려다 고개를 돌려 윤오를 한번 봤다. 윤오는 움찔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건 째려보는 거야.

 

 *

 넓은 집이 간만에 고요했다. 윤오는 소파에 걸터 앉아 괜히 발장난을 쳤다. 발을 한 데로 모아 양말의 반달 물방울무늬들을 맞춰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여전히 적막했다. 너무 조용했고 윤오는 그래서,

 “너무 좋아…. 내 세상이다, 흐흐흐흐.”

 신이 났다. 얼른 몸을 일으켰다. 집안을 뒤져 에어컨 리모콘을 찾아냈다. 손 댈 수 없었던 전설의 보물을 찾아낸 느낌. 골룸이 절대 반지를 찾아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감히 제게 허락되지 않았던 만능 원툴을 독점하게 된 정복감. 윤오는 경건한 표정으로 에어컨을 모셨다. 두 손으로. 그리고 파란색 전원 버튼을 꾸욱 눌렀다.

 “그간 얼마나 추웠느뇨. 아무리 옷이 있다지만 내 얼굴, 이 얼굴, 항상 얼음장 같아서 그냥 집에만 있어도 한 몇 주는 상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불쌍한 내 얼굴.”

 윤오는 금세 포근해진 주변의 공기를 느꼈다. 그래…. 더 이상 입김이 나지 않아. 고생했다, 남윤오. 잘 견뎠다, 남윤오. 이제 뒹굴 일만 남았다. 윤오는 단야의 눈치를 보느라 정자세로만 앉아봤던 소파에 크게 드러누웠다. 온몸을 감싸오는 폭신함에 윤오는 취해버렸다. 소파 비싼 거 쓰시나 보다. 척추가 없는 것 같아.

 누워서 책을 뒤적였다. 창으론 따뜻한 가을볕이 들었고 종잇장은 바삭했다. 바삭? 윤오는 순간 허기짐을 느꼈다.

 

 *

 이 집에 들어오기 전, 윤오의 일과는 제법 단순했다. 일을 하고 집에 돌아가면 요리를 했다. 재료를 잔뜩 펼쳐 놓고 하루 종일 시달린 자신을 위한 상이었다. 어떤 날은 몽글몽글 날치알을 잔뜩 올리고 쪽파를 송송 썰어 얹은 연어 덮밥으로, 어떤 날은 청양초를 잔뜩 넣고 동네 시장 방앗간에 가 사온 매운 고춧가루로 색을 낸 낙지볶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러고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면 윤오의 하루는 끝이었다. 윤오는 그렇게 스스로를 돌보며 삶을 살아냈다. 물론, 이것도 그 일이 있기 전까지의 이야기지만.

 윤오는 냉장고를 살폈다. 사람 사는 집 냉장고가 맞는가를 잠시 고민하다 이내 아, 사람 사는 집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고민하길 관뒀다. 지난번에 사다 놓은 달걀이 몇 알, 버터가 조금, 스팸이 한 통. 윤오는 머리를 굴렸다. 이 단출한 재료를 가지고 만들 수 있는 간단한 한 끼.

 “토스트나 먹을까.”

 

 카드만 달랑 들고 나가 식빵과 우유, 케찹 한 통를 샀다. 530112, 여섯 자리를 누르고 이젠 익숙해진 공간으로 몸을 들였다. 햄을 깍뚝썰기 해 팔 빠질 만큼 저어 만든 달걀물에 넣고 적당히 달궈진 팬에 올려 익혔다. 샛노랑색이 연노랑으로 바뀌어갈 때쯤 뒤집고 10초를 기다린 후 접시에 옮겨뒀다. 버터를 올리고 식빵 두 장을 구웠다. 노릇노릇. 고소한 향이 온 집을 가득 채웠다.

 혹시나 깨먹어도 단야가 가장 덜 화낼 것 같은 평범한 유리컵을 고르고 골라 우유를 가득 따르고 완성한 토스트를 접시에 올려 식탁에 앉았다. 평화롭다. 윤오는 간만의 여유를 만끽하며 토스트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바삭. 딱 좋다. 이쯤에서 우유를 한 모금,

 띵동-.

 ...을 마시려던 손이 공중에 멈췄다. 단야가 집엔 아무도 들이지 말라 엄포를 놓은 터였다. 윤오는 인기척을 줄였다. 숨도 참았다. 적막에 초침이 원 운동을 하는 소리만 계속됐다. 체감상 몇 분은 지났을 테다. 이 정도 아무도 없는 척을 했으면 갔겠지. 윤오는 슬슬 저려오는 팔을 내렸다. 그리고, 세상에. 쨍그랑. 너무 오래 팔을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인지 손가락 힘이 순간 풀렸고 윤오는 유리컵을 놓쳤고 유리컵은 바위 친 달걀처럼 대리석 바닥 위에 조각이 났고. 쨍그랑 소리가 컸는지 벨을 눌렀던 상대는 이제 문을 마구 두드리기 시작하고.

 “문 열어! 정! 단! 야! 다쳤어? 뭐 깨지는 소리 났는데! 야, 문 열어!! 안 그럼 119 불러서 병원 보내버린다!!!!”

 여기서 앰뷸런스까지 온다면, 윤오는 단야가 돌아왔을 때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잔뜩 괴로운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망충하고 해맑은 얼굴의 남자였다.

 “어라? 단야는 어디 가고 그쪽이 나오세요? 아, 아직도 임보 중이에요?”

 “네, 임보 중이에요…. 근데 아마도 오늘 그쪽 들인 거 알면, 그리고 유리컵 부순 거 알면 저는 죽을 테니까 이제 임보도 마지막이네요. 하하하, 하하하, 하….”

 “다치진 않았어요? 나 의사예요. 바로 꼬맬 수 있어!”

 “마취는 해주시고요?”

 “마취는 당연히 못하죠! 대신 사탕 드릴게요. 저희 소아과 오는 애기들만 주는 건데 특별히! 이게 고통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지 애들 입에 물려주기만 하면 세상 떠나가라 울다가도 조용해진다니까요.”

 윤오는 할 말을 잃었다. 그저 옆으로 조금 비켜서 해열을 집으로 들일 뿐이었다.

 

 *

 “단야 없어요?”

 “네. 어떤 날카롭게 생긴 남자분이랑 잠깐 다녀올 데가 있다고 나가셨어요. 거기 가는 날이라고만 말씀 하셔서 저는 잘 모르고요. 아, 물론 언제 돌아오실지도 잘 몰라요.”

 “걱정마요. 알 거라고 생각도 안했어요. 김해열이에요. 통성명이 너무 늦었네요. 단야랑 같은 병원에서 일해요. 근데 날카롭게 생긴 남자랑 같이 나갔다고요?”

 “아, 저는 남윤오요. 단야씨랑 같은 집에 살아요. 네. 저를 째려 보고 나가셨는데…. 눈빛에 베이는 줄 알았어요.”

 “혹시 셔츠에 슬랙스 입었구 셔츠 소매는 걷어 올렸구 힘줄 두 줄로 뙇 있는?”

 “그랬…던 거 같기도…?”

 “그렇구나. 그럼 더더욱 여기서 기다려야겠네요. 아, 저는 그냥 놀러 온 거니까 신경 쓰지 마시고 하던 일 하세요!”

 해열은 익숙한 듯 복도를 휘젓고 걸어가 소파에 몸을 뉘였다. 뭐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생각하던 윤오는 조금이라도 덜 혼나기 위해서는 얼른 사건 현장을 없애야 함을 떠올렸다. 아주아주 깨끗하게, 흔적도 없이 치우면 안 들킬 수도 있어. 그렇게 눈치가 빠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뱀파이어라고 막 공기중에 흩어진 우유 냄새, 어딘가로 튀어 반짝거리는 유리 조각 다 알아채진 못할 거야. 윤오는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

 신경 쓰지 말라고만 얘기하면 신경이 안 쓰이냐고요.

 윤오는 몇 시간 째 미동도 않고 소파에 누워 자신을 쳐다보는 해열의 시선에 볼이 따가워 미칠 지경이었다. 원래 사람을 저렇게 오래도록 보는 걸까. 아님 내 볼에 뭐라도 있는 걸까. 혹시 내 얼굴 가지고 매직아이라도 하는 중인 걸까.

 집 안에만 있다가는 몇 시간이나 더 부담스러운 눈길을 받아야할지 모를 일이었다. 그때, 항상 눈에 들었던 정원이 생각났다. 언젠가 정리를 해야겠다 생각해왔던. 정원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기도 민망한, 정글에 버금가는 풀과 우거진 나무들을 자랑하는 그 곳. 그곳으로 떠나자. 윤오는 일단 밖으로 나갔다. 해열은 끝까지 윤오를 눈으로 쫓았다. 윤오는 발걸음을 더 빨리했다.

 “누워 계세요. 저는 정원에 볼 일이 있어서.”

 

 *

 모양새만 보면 평생을 관리 받지 못한 것 같은데 밖으로 나가자 모종삽, 목장갑 따위의 기본 도구들은 갖춰져 있었다. 그런데 왜 정원이 이 꼴일까. 혹시나 인테리어인가. 윤오는 마음대로 결론을 내리고 작업을 시작했다.

 정원 한가득 과꽃이었다. 다른 종류의 꽃이라곤 한 송이도 찾아볼 수 없었다.

 “되게 좋아하시나 보네.”

 작게 읊조린 윤오는 목장갑을 알맞게 끼고 모종삽을 들었다. 그렇다면 더욱 열심히 해야지 싶었다. 먹여주고 재워주는 은인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 가장 잘 피어날 수 있게.

 우선 마음대로 엉켜 자란 줄기를 끊어냈다. 제대로 자라려면 공간이 필요한데 엉킨 줄기들이 서로의 자리를 침범해 꽃 피우길 방해했다. 망설임 없이 처리한 줄기를 한쪽에 잘 모아 쌓아 두고 상태가 좋지 않은 가지에는 영양제를 꽂았다. 언제 썼는지 돌리자 끼릭, 끼릭 소리를 내는 수도꼭지에 호스를 연결해 물을 줬다. 많이 먹고 예쁘게 자라라. 우리 주인님? 어감이 이상한데, 그래, 너희 주인님 마음에 꼭 들게.

 허리를 굽혔다 폈다, 쪼그려 앉았다 일어났다, 꼬인 호스를 풀기 위해 이리 움직였다 저리 움직였다 하는 새 윤오는 땀에 함빡 젖었다. 가을볕이 따가웠다. 하지만 입가엔 자꾸만 웃음이 걸렸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기분. 간만에 사람 구실을 한 기분. 그리고 그 끝에 자꾸만 떠오르는 살포시 짓는 단야의 미소. 윤오는 한번도 본 적 없는 단야의 웃는 얼굴을 마음대로 그리며 파낸 땅을 고르게 밟았다. 이제 작업의 막바지였다.

 “뭐 하는 거야 지금?”

 “단야씨! 다녀오셨어요? 정원 정리 좀 했어요. 줄기가 엉켜서 잘 못자라고 있,”

 “누가 그러래.”

 “아, 저는 그냥 눈에 보여서…. 전부터 마음대로 자라고 있는 것 같아서 신경 쓰였거든요.”

 “니가 뭔데 신경을 써. 니가 뭔데.”

 단야가 날카로웠다. 딱히 다정한 감사인사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이런 식의 날 선 화를 예상한 건 더더욱 아니었다. 윤오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질 않아 그대로 서 올라가려다 멈춘 입꼬리를 어색하게 뒀다. 입꼬리가 떨렸다. 단야가 멍하니 선 윤오를 밀치고 정원에 들어섰다. 그 뒤로 선과 해열이 보였다.

 “제가 마음대로 정원 손 댄 거 언짢으셨다면 죄송해요. 근데 저는 정말, 꽃들 더 잘 자랐으면 좋겠어서…. 좋은 마음에…!”

 “그게 너한테나 좋은 마음이지.”

 “단야야, 해 너무 뜨겁다. 들어가자. 해열이도 와 있으니까 뭐라도 할까? 영화? 드라이브? 뭐든 너 좋아하는 거 하자, 우리.”

 선이 끼어들었다. 단야를 다독였다. 아주 능숙한 폼으로.

 “그래, 우리 나가자 정단야. 나 보고 싶은 영화 있었어! 그거 뭐지, 여자랑 남자랑 나오는 건데,”

 “모든 영화에 여자랑 남자는 나와. 김해열, 너 선이랑 가서 영화 보고 와. 드라이브 하고 싶음 드라이브도 하고. 나는 얘기 좀 해야겠어, 쟤랑.”

 “나랑 선씨랑 둘이?”

 “응. 니네 단 둘이.”

 해열은 어딘가 곤란한 듯한 표정으로 저보다 조금 더 큰 선을 올려다봤고 선은 줄곧 단야만 보던 고개를 돌려 해열에게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단야 눈 밖에 나는 짓 안하고 싶은데, 넌 어때, 해열아?”

 “그렇긴 한데….”

 “일단 나가자, 우리.”

 선은 해열을 현관 방향으로 이끌었다. 해열은 안절부절하는 얼굴이었으나 선은 어쩐지 지금 이 상황이 즐겁다는 듯 미소를 머금은 채였다. 선은 윤오를 스쳐 지나가며 윤오가 듣길 바라는 듯 부러 귓가 근처에 소근거렸다.

 “그러게, 정원은 왜 건드려가지구.”

 해열과 선은 그렇게 영화를 보러 간다는 말을 남긴 채 집을 나섰다.

 

 *

 넷이었던 사람이 둘이 되고도 얼마가 흘렀는데도 넓은 집은 적막했다. 단야는 줄곧 입을 꾹 다문 채였다. 화를 삭이는 듯. 윤오도 덩달이 입을 닫았다. 눈을 아래로 내리깔아 양말의 물방울무늬가 몇 개인지 세고 또 셌다. 윤오도 단야 못지 않게 화가 났다. 아니, 화라고 할 수 없지. 서운했다. 단야 눈엔 다 젖은 티는 들어오지 않는 걸까. 아까 가지를 멀리 던지다 볼에 난 생채기는 보이지 않는 걸까. 하나하나 생각하다 보니 조금은 눈물이 날 것도 같았다.

 띵동-.

 적막을 깬 건 단야의 목소리도, 윤오의 목소리도 아닌 벨소리였다. 짧게 울리고 끊긴 벨소리가 무슨 주문이라도 되는 듯 둘은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오늘 예약 없다고 했잖아요….”

 윤오는 말했고 단야는 무시했다. 단야가 현관으로 가 문을 열었다. 선한 인상의 남자가 인사를 한 후 집 안으로 몸을 들이려는데 단야가 막아섰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작업 못합니다. 일이 좀 생겨서요. 예약은 바로 조정해드릴 테니 일단 오늘은 돌아가시는 걸로 해요. 제 쪽의 일방적인 결정이니 작업 비용은 따로 받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단야의 말에 남자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비쳤다. 눈동자가 쉴 새 없이 떨렸다.

 “안되는데요. 오늘 꼭 해주셨음 해요. 작업 시간 잠깐이면 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러니까 정말 잠깐만 저한테 써주세요. 오늘 여기서 아니면 안돼요.…..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남자가 단야의 손을 잡으려 들며 사정했다. 단야는 한숨을 내뱉고 남자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몸을 뒤로 한발 물렸다.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금 제 상태가 좋지 않아서요. 이 상태로 작업했다간 저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겠어요. 위험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상관 없어요. 정말 상관 없습니다. 오늘 해주세요.”

 단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남자를 문 밖으로 밀어냈다. 남자는 그렇게 힘을 주지 않은 단야의 손에도 쉽게 밀렸다. 오래도록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알아듣지 못할 말소리가 잔뜩 섞인 울음 소리도.

 “저한테 화 내시면 되잖아요. 저 분은 무슨 죄예요.”

 “너한테 화 낼 거야. 근데 정도껏만 내려고 애쓰는 중이야.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해. 이렇게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상태면 작업 못해. 너 자꾸 잊나 본데 나 사람 아니야. 사람 아닌 게 화난 상태로 온몸의 피 다 빨아들이면 어떻게 되겠어. 곱게 못 죽어. 그 순간, 안락사가 아니라고.”

 “왜 그렇게 화를 내시는 건데요? 제가 정원을 없앤 것도 아니고,”

 “없앤 거나 다름 없어.”

 “저기 멀쩡히 있는데요?!”

 “멀쩡히 없다고!”

 “그렇게 말하면 제가 어떻게 알아들어요. 주어도 없고 목적어도 없는데 제가 어떻게 단야씨를 이해하냐고요!!”

 단야는 쏘아붙이려던 걸 멈췄다. 주어와 목적어가 없지. 그렇지. 하지만 너한테 주어, 목적어 다 붙여서 차근차근 말해도 될까 모르겠는데 어떡하니. 단야는 속으로 생각하며 윤오를 오래도록 봤다. 다갈색 눈동자가 차오른 울음 때문에 울렁거렸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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