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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약속의 향기
작가 : 살리에르
작품등록일 : 2019.10.3

향기를 잃어 절망에 빠진 여자

사랑을 잃어 슬픔에 잠긴 남자

사랑은 자신에게 사치라는 여자

영원한 사랑은 존재한다는 남자

저마다의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향긋한 아로마 향기처럼 다가오는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

오늘도 그들은 서로에게 사랑의 향기를 느낀다.

 
약속의 향기 - #35. 사랑을 깨닫는 순간들
작성일 : 19-11-09 19:29     조회 : 333     추천 : 0     분량 : 7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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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의 향기 - #35. 사랑을 깨닫는 순간들

 

 

 

 순신은 철규의 사무실, 그 숨 막히는 방에 와 있었다.

 

 철규가 순신을 부른 것도, 순신이 와야만 하는 몰상식한 일을 한 것도 아니었다.

 

 순신이 직접 철규를 찾아서 이 지옥같이 느껴졌던 사무실로 찾아온 것이다.

 

 그날 그 사건이 있고 순신은 철규가 있는 차에 타며 어떤 소리를 들을지 대충 짐작했었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철규가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순신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철규는 순신이 차를 탄 순간부터 순신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 앞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냥 순신을 없는 사람 취급을 하며 창밖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순신은 이 상황이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다.

 

 철규의 성격이라면 분명 자신에게 욕을 하고 심하면 손찌검도 했을 텐데 아무 말도 없이 있는 것이 적응하기 힘들었다.

 

 결국 철규는 순신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까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헤어졌고, 오늘 다시 재회를 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순신이 직접 찾아와서 말이다.

 

 순신이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도, 철규는 순신이 들어오는 것을 한 번 보고는 다시 자신에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순신은 그런 철규를 바라보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순신의 말에도 철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순신은 다시 한번 조금 더 큰 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철없는 행동을 했고, 또 멍청한 짓을 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순신의 말에 이번에는 철규가 반응했다.

 

 철규는 죄송하다는 순신을 한번 힐끔 쳐다 보고서는 다시 본인이 보던 서류로 눈을 돌린 채 물었다.

 

 “그 휠체어에 타고 있던 여자 때문이냐?”

 

 순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철규는 다시 순신에게 물었다.

 

 “그 여자를 좋아하는 거냐?”

 

 순신은 이번에는 철규의 말에 대답했다.

 

 “네. 좋아하는 여자예요. 좋아하는 여잔데 제가 그 여자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하나도 없더라구요. 그래서 너무 좋아하는데 좋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철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순신은 말을 이어나갔다.

 

 “그 일로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처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더라도 그 여자만 지킬 수 있으면 상관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찾아 왔어요. 그 사람이 상처가 많아서 아직은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철규는 보던 서류를 내려두고 쓰고 있던 돋보기안경을 벗어 놓고 순신을 바라봤다.

 

 순신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만히 있었다.

 

 순신은 철규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다시 말했다.

 

 “아무튼 다시는 이런 짓 안 할 테니까 걱정 마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순신은 철규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사무실을 나갔다.

 

 철규는 나가는 순신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철규는 순신이 오랜만에 가여워 보였고,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순신은 이미 그 방을 나간 뒤였다.

 

 

 그렇게 시간은 며칠이 지나갔다.

 

 민아는 조금씩 안정을 찾으며 병원생활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희형이 병가를 냈다는 소리를 듣고 병원에서 마주칠 일이 없어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심적으로 힘든 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직도 그날 일이 가끔 떠오를 때면 민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이 느껴졌다.

 

 민아는 가다듬고 오전 진료를 봤다.

 

 그리고 잠깐 화장실에 가려고 진료실을 나섰다.

 

 진료실을 나서 복도로 나서는 데 멀리서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보기 싫었던 인물이 덜어오고 있었다.

 

 희형이었다.

 

 희형은 얼굴에 밴드를 붙인 채 병원 사람들에게 청첩장을 나눠주고 있었다.

 

 희형이 지금까지 봐 왔던 그 밝은 모습의 희형의 미소였지만 왠지 모르게 소름 끼치게 느껴졌다.

 

 민아의 마음 같아서는 바로 뒤돌아서 도망가고 싶었지만, 도망을 가버리면 마치 자신이 그 사람을 피하는 것이 될까 봐 꾹 참고 있었다.

 

 희형은 청첩장을 나눠주던 중, 민아를 발견하고 피식하고 웃고는 민아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민아는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고, 다가오는 희형의 시선을 정확하게 마주치기가 힘들었다.

 

 희형은 민아에게 다가와 청첩장을 내밀며 말했다.

 

 “우리 가장 친한 후배한테도 청첩장을 줘야지. 여기 청첩장이에요. 와서 꼭 자리 빛내주세요.”

 

 희형은 민아가 오지 못할 거란 걸 알고 더 비꼬아서 이야기 한 것이다.

 

 민아는 떨리는 손으로 희형이 건네는 청첩장을 받아 들었다.

 

 뒤에서 그 둘을 보던 박 간호사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고 민아에게 다가와 뒤에서 휠체어를 잡았다.

 

 그리고 희형을 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어머! 김 선생님 결혼하시나 봐요?”

 

 희형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네. 좀 급하게 하게 됐어요.”

 

 “어머. 그럼 급하게 하셔야죠. 개인병원까지 차려주는데 당연히 하셔야죠.”

 

 “네? 그건 어디서 들으셨..”

 

 “에이. 선생님도. 병원 소문 빠른 거 아시면서. 아마 우리 병원 간호사들은 다 알걸요? 선생님이 워낙 우리 병원 간호사들이랑 친분이 두터우셨어야죠.”

 

 희형은 박 간호사의 말을 듣고 분명 자신을 비꼬는 것을 알고 있었다.

 

 희형은 병원 간호사들에게 특히 친절했다.

 

 그리고 그런 희형의 행동들은 간호사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악평이 가득했던 것이다.

 

 희형은 애써 웃으며 박 간호사에게도 청첩장을 전했다.

 

 “아.. 네. 여기 청첩장이에요. 오셔서 식사라도 하고 가세요.”

 

 “어머. 간호사인 저한테까지 이렇게 청첩장을 주시고.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쩌죠? 저는 못 갈 것 같아요.”

 

 “네? 언제인지도 모르시고..”

 

 “아. 아마 선생님 결혼하실 때, 저희 강아지 집을 청소해야 할 것 같아서요.”

 

 박 간호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말했다.

 

 희형은 민망한 듯 웃으면서 박 간호사에게 인사를 하고 서둘러 복도를 빠져나갔다.

 

 민아는 멍하니 앉아 있었고, 박 간호사는 민아를 데리고 다시 진료실로 들어갔다.

 

 진료실에 들어온 민아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희형이 준 청첩장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직 열어보지 않아 상대가 누구인지, 어디서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민아는 그곳에 가지 않을 거란 거다.

 

 그때 진료실 문이 열리고 박 간호사가 들어왔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진료실을 정리하고, 민아의 책상 앞으로 왔다.

 

 민아의 앞에 어지럽게 놓여있는 차트들을 모으던 그녀는 민아가 들고 있는 청첩장을 손으로 획하고 뺐었다.

 

 민아는 놀란 눈으로 박 간호사를 쳐다봤다.

 

 박 간호사는 어린아이에게 말하듯이 민아를 보며 말했다.

 

 “어허. 쓰레기 가지고 노는 거 아니에요. 쓰레기는 빨리 버려야 하는 거예요. 안 그러면 여름이라서 냄새나요.”

 

 박 간호사는 유쾌하게 이야기하고 청첩장을 쓰레기통에 버려버렸다.

 

 민아는 박 간호사가 하는 행동이 황당해서 바라보다가 이내 큰 소리로 웃어 버렸다.

 

 박 간호사와 민아는 그렇게 한참을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민아는 자신의 마음까지 헤아려 주는 박 간호사가 너무 고맙게 느껴졌다.

 

 박 간호사는 민아를 보고 아까와는 다르게 온화한 미소를 한번 보이고는 진료실 밖으로 나갔다.

 

 민아는 박 간호사가 나가고 시계를 봤다.

 

 아직 오후 진료 시작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었고, 희형도 이제 병원에서 마주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민아는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민아는 진료실을 향해 엄마가 있는 병실로 향했다.

 

 민아는 병실에 가기 전에 1층에 있는 카페에 들렸다.

 

 카페에 들려 정숙이 좋아하는 라떼 한 잔과 간식거리를 챙겨 병실로 향했다.

 

 병실 앞에 도착했을 때, 정숙의 것이라고 느껴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민아는 뭐가 저렇게 좋으시데 하면서 병실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정숙은 혼자가 아니었다.

 

 정숙은 순신과 함께 있었다.

 

 순신은 커피와 간식들을 사서 정숙에게 왔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 그때 민아 씨가 저를 엄청 노렸다니까요.”

 

 “호호호. 그랬어요. 걔가 원래 나를 닮아서 장난도 좋아하고 하는데 아무래도 친한 사람 아니고서는 잘 안 그러거든요.”

 

 “하하하. 저희랑 같이 있을 때는 엄청 활기 차요. 사회생활 만렙이 이런 느낌일까요? 병원에서 민아 씨 가끔 봐도 다른 분들도 엄청 칭찬하고 그러시더라구요.”

 

 “그래요? 맨날 눈에 안 보이니까 새벽이 말만 듣는데 정말이었나 보네요. 다행이에요.”

 

 순신은 정숙이 민아에 대해서 걱정할까 봐 민아 칭찬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순신은 한참을 그렇게 정숙과 웃다가 웃음을 멈추고 정숙에게 말했다.

 

 “아. 그리고 제가 앞으로는 잘 못 찾아뵐 거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는 백수였는데 이제 일을 하게 돼서요.”

 

 “잘 됐네요.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거예요?”

 

 정숙의 질문에 순신은 살짝 놀라며 웃으면서 말했다.

 

 “그때 카페에서 다 들으셨구나..”

 

 정숙은 순신에게 인자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내가 아무래도 보험 일을 하다 보니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이 되더라고요. 아무튼 다행이네요. 그럼 이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예요?”

 

 순신은 웃으면서 조용히 대답했다.

 

 “그건 아닌데요.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제가 좋아하지 않아도 뭔가 해보려고요.”

 

 “음.. 그 사람을 많이 좋아하나 봐요? 싫어하는 일도 하려고 하는 거 보면요.”

 

 “네. 많이 좋아하는데, 그 여자가 워낙 대단한 여자라서 저도 좀 비슷하게는 가봐야 할 것 같아서요.”

 

 정숙은 그런 순신의 대답에 자신이 순신에 대해서 오해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정숙은 아들 같은 마음에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사는 게 정말 순신 씨가 원하는 삶이에요?”

 

 정숙에 질문에 순신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누군가 물었을 때, 당당하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그렇게 까지는 무리였다고 생각이 들었다.

 

 “정말 순신 씨가 좋아하고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면 순신 씨가 어떤 모습이든 좋아해줄 거예요. 그러니까 잘 생각해보고 결정해요.”

 

 정숙에 말에 순신은 큰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결정이 바뀔 것 같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민아는 병실 밖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가슴이 아려왔다.

 

 순신이 좋아한다는 사람은 분명 누구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순신이 쓰레기 같은 사람 때문에 지금까지 상처를 많이 받고 있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민아는 그때 그랬듯이 가슴 한쪽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끼고 조금은 식어버린 커피와 간식을 그대로 가지고 자신의 진료실로 향했다.

 

 

 오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민아가 오전에 일들에 대해서 고민도 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흘러갔고, 민아는 충분히 지쳐 있었다.

 

 민아는 진료가 끝나고 달력을 확인하고 내일이면 정숙이 퇴원을 해서 강릉으로 내려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정숙의 건강에 큰 이상은 없었고, 정숙은 더 이상 병원에 못 있겠다며 빠르게 퇴원을 준비한 것이다.

 

 민아는 오늘은 엄마와 함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랑 같이 잠을 잔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민아는 가끔 병원에서 편하게 입던 옷으로 갈아입고 어머니의 병실을 찾았다.

 

 병실에서 정숙은 병원에서 사용했던 짐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었다.

 

 민아는 조심스럽게 정숙에게 다가갔다.

 

 “엄마. 무슨 짐 정리를 벌써부터 해요. 병원이 그렇게 싫어? 딸이 의산데?”

 

 정숙은 민아가 온 것을 보고 다시 짐 정리를 하며 말했다.

 

 “왜 퇴근 안 하고 이리로 와? 내일 오전에 보면 되지.”

 

 “딸이 엄마 보고 싶어서 왔는데 말을 그렇게 하냐. 하여간 참 멋대가리 없는 엄마라니까.”

 

 “하이고. 누가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모르겠네.”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민아는 엄마를 많이 닮아 있었다.

 

 “나 오늘 엄마랑 잘 거야. 그러니까 아무 소리 하지 마.”

 

 “얘! 여기 좁아. 너 집에 가서 자. 다 큰 여자애가 어디서 잔다는 거야.”

 

 “아! 좀. 오늘은 아무 소리 하지 말고 같이 좀 자주라. 나 너무 힘들었단 말이야.”

 

 정숙은 알고 있었다.

 

 민아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에게 다가와 함께 자자고 했었다.

 

 그리고 때때로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묻고 운 적도 있었다.

 

 정숙은 속으로 민아에게 무슨 일이 있나? 라는 생각에 걱정이 됐지만 크게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다.

 

 “하여간. 마지막까지 엄마를 괴롭힌다니까.”

 

 정숙은 괜한 핀잔을 주며 자신의 침대 옆으로 몸을 조금 움직여 민아의 자리를 만들었다.

 

 민아는 엄마의 옆으로 와서 누웠다.

 

 민아의 체구가 워낙 작은 편이라 침대에 누워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숙과 민아는 그렇게 함께 침대에 누웠다.

 

 언제나 그랬듯이 민아는 엄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정숙은 그런 민아를 꼭 안고 어렸을 때부터 그랬듯이,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넘기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민아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무서운 영화를 보거나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이 있거나 새벽과 작은 일로 다퉜을 때도 항상 이렇게 정숙에게 안겨 있었다.

 

 정숙에게 민아는 항상 아픈 손가락이었다.

 

 민아가 아프게 태어난 것이 모두 자기 탓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어린 나이에 아빠까지 잃은 민아가 너무나도 안쓰럽게 느껴졌다.

 

 정숙은 항상 민아에게 방패막이가 되어야 했기에 남편이 죽었을 때도 오랫동안 슬퍼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런 정숙을 보며 독한 여자라고 손가락질했지만 정숙에게는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민아는 엄마의 품에서 엄마의 향기를 맡으니 갑자기 자신이 겪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에게 안겨서 잘 때는 항상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했던 행동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민아도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최근 벌어진 최악의 일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민아는 엄마의 품에서 나지막하게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정숙은 그런 민아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꼭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민아는 그렇게 흐느끼다가 엄마에게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엄마. 내가 누군가와 사랑을 하는 건 너무 힘든 일인 거 같아. 그리고 이제는 사랑을 하는 게 너무 어려워. 못 하겠어. 안 하고 싶어. 내가 이런 이야기하면 엄마가 슬플 거 아는데 그래도 너무 힘들어..”

 

 민아의 이야기를 들은 정숙은 한 쪽 가슴이 너무나도 시려왔다.

 

 민아가 정상적으로 태어났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다른 여자아이들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좋아하는 사람과 평범한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정숙은 민아에게 평범하다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 말인지 알고 있었다.

 

 정숙은 민아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

 

 “괜찮아. 우리 딸. 우리 딸은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야. 왜 그런 생각 해. 누가 우리 딸을 이렇게 힘들게 했을까?”

 

 “그냥.. 그냥 너무 힘들어 엄마. 혼자가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이렇게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고 상처받고 하는 건 너무 힘든 거 같아.”

 

 민아는 울먹거리며 정숙에게 겨우겨우 말했다.

 

 정숙은 그런 민아를 더 꼭 안아주면서 말했다.

 

 “우리 딸. 너는 엄마 딸이 아니어도, 엄마가 그냥 다른 사람처럼 봐도 충분히 예쁜 사람이야. 너가 평범하지 않다는 건 아무 문제가 안 되는 거야. 분명 널 사랑해주고 널 위해주는 사람이 있을 거라서 엄마는 크게 걱정 안 해. 남들처럼 너가 그냥 겪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민아는 가만히 엄마의 품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가끔 훌쩍이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정숙은 그런 민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딸이 얼마나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인데. 그러니까 그런 걱정하지 마. 다른 사람이랑 너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마. 너는 이미 충분히 좋은 사람이야.”

 

 “그래도 엄마.. 누군가 좋아하는 건 너무 어려운 거 같아.”

 

 “사랑이 어렵다고 느껴질 수 있지. 결국 사람이 하는 거라서 실수도 있고 상처도 주고 하는 거야. 그런데 사랑이란 건 생각보다 어려운 게 아니야. 너의 곁에서 변함없는 모습으로 너의 있는 그대로를 지켜봐 주는 사람이면, 그거면 되는 거야. 꼭 화려하고 예뻐야만 사랑이 아니야.”

 

 민아는 엄마의 품에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의 진심이란 게 가끔 가려져 보일 때가 있어. 그런데 그건 시간이 지나면 다 알게 되는 거야.”

 

 민아는 엄마의 말을 듣고 위안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엄마가 살아온 인생도 한 번쯤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엄마에 대한 고마움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엄마의 이야기를 듣던 새벽의 머릿속에는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고 있었다.

 

 엄마가 말한 데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주고, 지켜봐 주고, 배려해주는 사람.

 

 순신이었다.

 

 민아의 머릿속에는 온통 자신을 향해 예쁘게 웃고 있던 순신의 얼굴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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