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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세자마마의 은밀한 기녀생활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9.9.3

잘생긴 왕자?
아니, 이젠 예쁜 세자마마의 시대!

자신의 예악스승을 뵈러 기방을 방문한 세자 이안에게
어느 날, 무슨 일이 생겨도 단단히 생겨버렸다?

3개월 남짓 펼쳐지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세자마마의
기이하고도 은밀한 기녀(妓女)생활!!

PS)
복장도착증(x)
성정체성혼란(x)
그냥변태(x)
아닙니다.

 
37. 적당히 할 걸 그랬나?
작성일 : 19-11-09 19:27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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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홍월의 도발적인 태도에 이상환이 달리 보인다는 듯 눈을 빛냈다.

 

  “허허, 좋구나. 그래, 한 잔 받거라.”

 

  그러고 따라준 술을 홍월이 단번에 마셔버리자, 모두가 마치 맞추기라도 한 듯 동시에 탄성을 내질렀다.

 

  “오…….”

 

  “호오…….”

 

  이안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이, 이야…….”

 

  정확히 어떤 맛이었는지까지는 생각나지 않으나, 그 역시 맛보았던 적이 있는 술이었다. 분명히 독했고, 한 모금 머금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던 것으로 기억했다.

 

  ‘표정 하나 안 바뀌다니…… 작은 스승님께서 술이 좀 센 모양인데?’

 

  이상환은 무엇이 그리 유쾌한지 좀처럼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좋구나, 좋아. 그럼 내 차례로구나.”

 

  그러곤 잔에 남아 있던 술을 냅다 들이키더니,

 

  “한 잔 더 따르거라.”

 

  “괜찮으시겠습니까?”

 

  “허허, 문제될 것 없다 이르지 않았더냐. 방금 술은 아까 마신 것으로 치고, 이번 것이 너의 대한 내 답주(答酒)이니라.”

 

  이어 호기롭게 연달아 술을 들이키는 것이었다.

 

  “역시, 이 서리라니까!”

 

  “정말 주당이야, 주당!”

 

  또한 놀란 표정의 홍월과 무리의 칭찬이 그를 더욱더 흥분상태로 이끈 것 같았다.

 

  “뭘 이 정도 가지고 놀라고 그래! 아직 한 병도 채 안 비웠거늘!”

 

  홍월은 술병을 채로 흔들고 있는 그를 예의주시했다.

 

  이전부터 조금씩 홀짝이고 있던 지라 실은 이미 먹은 양이 제법 될 터였다. 건장한 남성이라 해도 두 병이면 천지분간이 안 되고, 세 병이면 부모 자식도 알아보지 못한다는 독한 술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지.’

 

  홍월은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그럼 한 잔 더 올릴까요?”

 

  “나는 괜찮다만…… 앞서도 말했듯 동행이 준비되지 않은 길은 외롭기 그지없는 것 아니겠느냐. 내 너와 주도(酒道)를 함께하려면…….”

 

  “물론, 저는 이미 준비를 끝냈답니다. 동행이 이토록 흥취가 넘치시니 저 역시 설레지 않을 도리가 없군요.”

 

  홍월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이상환과 자신의 잔에 술을 내리부었고, 그러한 그녀의 모습에 중년인들이 감명이라도 받은 듯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고년 고거 제법이로구나! 제아무리 기방 물을 먹었기로서니 계집이 아니던가!? 어찌 저 독한 술을……!”

 

  “허허…… 거 이 서리께서 귀한 술친구를 만드시었소.”

 

  그러나 그렇게 웃기도 잠시,

 

  “하, 한잔 더?”

 

  “허, 허참…….”

 

  “웬만하면 쉬어가면서 마시는 것이…….”

 

  끊이질 않고 이어지던 그들의 탄성도 둘의 순배가 다섯 차례를 넘기면서부터 묘한 침음으로 바뀌어갔다.

 

  “웬걸요? 이제 시작인데. 그렇지 않습니까, 나리?”

 

  또한 잔뜩 신이 난 듯한 홍월과는 달리, 어느새 푸르죽죽해진 얼굴을 한 이상환 역시 좀처럼 흥을 이어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크, 크흠…… 무, 물론이지. 허나 그렇다고 너무 우리만 마시는 것도…….”

 

  “호호, 일단 마시면서 말씀하시지요.”

 

  그즈음엔 그 역시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걸 깨달은 듯 했지만 이미 늦은 다음이었다.

 

  잠시 후,

 

  “수, 술이…… 아, 아직도 남았더냐?”

 

  “걱정 마시지요, 앞뜰의 마른 못을 다 채울 정도로 넉넉하답니다.”

 

  연거푸 세 잔을 더 들이킨 이상환의 얼굴이 퍼렇다 못해 금방이라도 졸도할 듯 시커매졌음에도, 홍월의 무자비한

  손길은 멈추질 않았다.

 

  다시금 가득 찬 제 잔을 확인한 이상환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홍월을 쳐다보자,

 

  “물론, 나으리의 동행 또한 지금 준비를 마쳤답니다.”

 

  홍월이 송화주로 가득 찬 자신의 잔을 흔들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이안은 이상환이 진지하게 홍월의 정체를 의심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안 그러면 저렇듯 귀신 보듯 그녀를 보고 있을 리가 없으니까.

 

  “아, 아니…… 나, 나는 이만…….”

 

  “나으리, 소녀 손 떨어지겠사옵니다.”

 

  꿀꺽.

 

  그즈음 누군가의 침 삼키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려왔다. 필시 긴장된 기색으로 둘을 지켜보고 있던 중년인들 중 하나의 것이리라. 하나 같이 자신이 다음 차례가 되진 않을까 싶어 전전긍긍해 하는 모습들이 꽤나 딱할 정도였다.

 

  “이, 이 서리 자네는 이제 그만 마시는 게 좋을 듯 싶으이…….”

 

  “그, 그래 굳이 그렇게까지…….”

 

  그들로선 분명 이상환을 구제하기 위해 자연스레 목소리를 낸 것이었겠지만, 이는 이상환을 돕기 위한 방법으로 그리 적절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걱정 어린 시선이 도리어 이상환의 마지막 자존심을 자극하고 말았던 것이다.

 

  “에이 무, 무슨! 이, 이까짓 것……!”

 

  그러고 냅다 술을 들이킨 이상환의 다음은…… 그야말로 처참한 것이었다.

 

  “우, 우우웁…….”

 

  그나마 방문과 가까이 앉아 있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인 점이리라.

 

  “우, 우웨웩!”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주홍빛의 ‘무언가’를 애써 손으로 가린 채, 다급히 문 밖으로 튀어나가는 그의 뒷모습은 마치 꽁무니에 불붙은 강아지를 연상케 했다.

 

  “뒷간은 좌측으로 돌아나가셔야 합니다!”

 

  그러고 소리치는 홍월의 표정엔 잔혹하리만치 싱그러운 미소가 피어나 있었다.

 

 

  *

 

  자신의 주량을 처음으로 의식했던 것은 미화 시절, 같은 방 언니들과 청주 한 병을 몰래 슬쩍해왔을 때였다.

 

  홍월은 한 잔만 마시고도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두 언니와 그대로 곯아떨어져버린 다른 한 언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에겐 그저 굉장히 맛없는, 톡 쏘는 느낌이 나는 조금 색다른 음료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 잔을 연거푸 들이켰을 즈음에야 약간의 알딸딸함을 느낄 수 있었고, 두 잔을 더 마셨을 때 비로소 심장의 두근거림을 인지할 수 있었다.

 

  ‘약간…… 달달한 것 같기도 하고?’

 

  잠들어버린 언니들을 대신하여 모든 뒷정리를 끝낸 뒤, 아무렇지 않게 금(琴)연습에 들어갔던 것이 그녀 나이 열두 살 무렵의 일이었다.

 

  *

 

 

  ‘흥, 꼴좋다!’

 

  마음껏 비웃어주고 싶으나 아직은 참아야 할 때. 홍월은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걱정스러워 하는 표정을 유지했다. 썩 그리 잘 된 것 같지는 않았지만.

 

  “너, 너는 괜찮은 것이냐?”

 

  “약간 알딸딸하긴 한데…… 괜찮습니다. 이 서리께서는…… 오늘 속이 별로 좋지 않으셨나 보네요. 허나 이대로는 조금 아쉬운데…… 혹, 다른 나리 분들 중…….”

 

  그러나 홍월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늘따라 나도 속이 영 좋지 못하여…….”

 

  “실은 얼마 전부터 금주를 실천하고 있었기에…….”

 

  “자리 비운 양반도 있으니 술은 일단 넣어두는 편이…….”

 

  다들 황급히 한 마디씩 내뱉는 게 아닌가. 패퇴(?)한 이상환의 모습에서 제법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마셔두길 잘했네. 군가주막표 숙취해소제.’

 

  매번 주막에 들릴 때마다 고주망태가 되기 일쑤라며 타박하는 여옥의 말과는 달리, 실제로 홍월은 그곳의 수많은 술동이들을 거덜 낼 동안 단 한 번도 제대로 취해본 적이 없었다.

 

  이는 기이할 정도로 술에 강한 그녀의 체질 덕분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군가네 주인아저씨가 만들어주는 숙취해소제 덕이 굉장히 컸는데. 헛개나무 열매와 취나물, 죽순을 갈아 만든 그의 특제음료는 인근에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굉장한 효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혹여나 있을지 모르는 불미스런 상황에 대비해 미리 이를 음용하고 온 홍월이었다. 그러한 그녀에게 감히 술로써 대적할 자, 이 좁디좁은 조선팔도에 그리 많지 않으리라.

 

  ‘후훗…… 제가 해냈답니다, 마마.’

 

  홍월은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 마냥 반짝거리는 눈으로 이안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녀를 향한 이안의 눈길은 웬일인지 썩 밝지가 않았다.

 

  “하, 하하…… 주, 주량이 상당하시네요.”

 

  심지어 조금 움츠려드는 기색까지?

 

  ‘……적당히 할 걸 그랬나?’

 

  어쩌다 세자마마의 경계심마저 키운 게 아닌가 싶어 괜히 울적해진 홍월이었다.

 

  “그나저나 이 서리 이 양반…… 괜찮은가 모르겠네.”

 

  “그러게 말일세.

 

  중년인들이 슬슬 이상환의 안부를 염려하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바로 그때,

 

  “꺄, 꺄악!!”

 

  어디선가 누군가의 짤막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가녀리고 엷은 소리로 짐작컨대, 어린 소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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