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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화의 난
작가 : 어항
작품등록일 : 2019.10.17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죽어간 자신의 종족들을 위해 복수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

 
29
작성일 : 19-11-09 19:22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3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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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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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고름부터 풀까요?"

 "날 놀리는군."

 

  당황스럽고 이상한 기분을 감추기 위해 매화는 괜한 농을 던졌다. 고름을 손가락으로 팔랑팔랑 흔들며 묻자, 훤은 반응도 안 보이며 대답했다.

 

 "송구합니다. 신첩이 너무 과한 농을 했사옵니다."

 "알면 됐군."

 "허나…."

 

  매화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 그녀는 문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궁녀들과 환관들의 발걸음을 느꼈다.

 

 "아마 밖에 있는 궁인들은 저희가 그러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그녀의 말에 그의 시선 또한 문에 닿았다. 성큼성큼 걸어간 그가 거칠게 문을 열었다. 그러자 밖에서 작게 히익- 기겁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물러가게."

 "허, 허나, 폐하."

 "싹 다 물러가라고 말했네."

 

  그의 눈빛이 서슬 퍼렇게 빛났다. 결국 그가 자신들에게 칼이라도 휘두를까 두려워진 궁인들이 사죄를 고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바삐 도망가는 발걸음을 들으며 매화는 웃음을 터트렸다.

 

 "뭐가 그리 즐거운가."

 "다들 제 목숨 아까운 줄은 아나봅니다."

 "하나뿐인 목숨, 그대도 아낄 줄 알아야 할텐데."

 

  매화는 그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에게 그의 말은 위협은커녕 농으로도 들리지 않았다. 잠시 그들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훤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어쩔 생각이지."

 "무엇을 말입니까."

 "나는 그대를 믿지 못해."

 "그때도 말했듯이 폐화와 저 사이에 갑작스러운 신의가 생긴다면, 그것처럼 이상한 건 없을 것입니다."

 "그대가 내 어미와 다른 게 뭔가."

 

  매화는 그 말에 순식간에 표정을 바꿨다. 지금 내게 오만방자하고 잔혹한 태후와 닮았다는 말을 한 건가. 그녀는 증오에 저절로 이가 바득 갈렸지만 애써 갈무리하며 말했다.

 

 "다른 점이라면 많죠. 우선 제가 태후를 증오해 닮고 싶지 않다는 것과,"

 "……."

 "태후처럼 폐하를 꼭두각시로 부려 먹진 않겠죠."

 

  꼭두각시라는 말에 눈썹이 꿈틀거리는 걸 그녀는 눈으로 확인했다. 조금은 복수했다는 생각에 속이 좀 나아졌다. 허나 예상치 못한 반응이 튀어나왔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듯 붙잡은 것이다.

 

 "지금이라도 널 죽이는 건 쉽다."

 "……."

 "건방지게 굴지 마."

 

  손에 힘 하나 주지 않고, 자신을 죽이겠다고 하는 그가 그녀는 너무도 웃겼다. 커다란 손이 가녀린 목을 '붙잡고만' 있는 게 말이 되나. 피식. 웃음을 터트린 매화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그래서야 누굴 죽이기는 하겠습니까."

 

  그리고 그의 손을 겹쳐 잡아 힘을 주었다. 그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하시려면 이렇게 힘을 주셔야 할 겁니다."

 

  매화는 그 말을 끝으로 손을 뗐다. 그녀가 손을 떼자마자 훤 또한 바로 목에서 손을 뗐다.

 

 "그대도 확실히 제정신은 아니군."

 "제정신인 자가 이 황폐한 궁에 몇이나 있겠습니까. 폐하께서는 생각보다 여린 심정을 가지고 계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애초에 죽일 생각 없었다."

 "변명하시는 모습도 의외입니다."

 

  끝내 지지 않고 말하는 매화를 보며 훤은 한숨이 절로 터졌다. 목을 부여잡은 건 분명 겁 주려는 의도는 맞았다. 천하의 독종이라 불리는 화비도 이렇게 하면 겁을 먹으며 덜덜 떠는 모습을 보고 저절로 나온 행동이었다. 애초에 이렇게 겁박하는 행동은 좋아하진 않았다. 훤은 빨갛게 달아오른 매화의 목을 힐끔 쳐다봤다.

  슬며시 그의 손등이 그녀의 목에 닿는다. 뜨거운 손바닥과 다르게 차가운 손등이 닿자 저절로 몸이 떨렸다.

 

 "아팠겠군."

 "폐하께서 심려해주신 덕분에 그다지 아프진 않습니다. 애초에 제가 힘을 주었는데 아프겠습니까."

 

  신첩도 심려해주시고, 생각보다 마음이 따뜻하신가 봅니다. 그녀는 말하면 말할수록 마음이 차갑게 식어갔다. 생각보다 착하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여리다고 해야할지. 자신이 그를 이용할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지만, 이상하게 한 구석이 찜찜했다.

 

 "그대는 설가문에서 곱게 자라온 거 아니었나."

 

  그녀는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알았다. 비록 엄청난 권력을 손에 쥐진 않았으나, 분명 설가문은 생각보다 명망 있는 가문이다. 그 가문에서 자란 매화는 굶주림 모르고 자라왔고,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자라왔다.

  하지만 결국 천성은 다른 것이다. 그녀는 인간이 아니라 나이야족이었다.

 

 "모든 사람에게는 사정이 있기 마련이죠."

 "……."

 "저 또한 똑같습니다, 폐하."

 

  원수의 아들이라는 걸 생각하면 당신이 증오스러우면서도, 막상 당신도 이용당하는 모습을 보면 불쌍하다. 당신에게도 사정이 있듯이 자신 또한 똑같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불쌍한 기억에 자신을 맞출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이 지도에서 사라진 자신의 종족만 기억하기로 했다.

 

 "정 제가 믿음직하지 못하면 계약의 서라도 들고 오셔도 됩니다."

 "그것에 대해 알고 있나 보군."

 

  매화는 그저 웃어 넘겼다. 계약의 서를 처음 만나게 된 계기가 그의 친우 때문이라고 말할 순 없었다. 아무리 서로 이기는 싸움을 하려고 해도 모든 비밀을 까발릴 순 없었다.

 

 "그것까지 쓸 필요 없겠지."

 "……."

 "그대가 원하는 게 무엇인가."

 

  매화는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가 떴다.

 

 "제가 원하는 건 태후의 죽음입니다."

 "……."

 "폐하께서는 무얼 원하시는 겁니까."

 

  그녀를 따라 그 또한 눈을 감았다 떴다. 기나긴 속눈썹이 흔들렸다.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

 

  태후가 섭정을 하지 않는 세상, 가뭄이 사라져 백성들이 굶어죽지 않는 세상, 자신의 위치에서 제대로 행동할 수 있는 세상. 그걸 바랐다. 어쩌면 모든 걸 가질 수 있는 천자에게는 소소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큰 틀을 바꿔야 하는 그의 꿈이었다.

 

 "제가 폐하의 반려자로서 최선을 다해 보필하겠습니다."

 "……."

 "제게 태후의 목에 칼을 들이밀 기회만 주십시오."

 

  결국 훤은 수락할 터였다. 자신의 어미를 매화에게 넘기는 심경이 어떨까. 그는 기뻐할까, 아니면 슬퍼할까. 하지만 가라앉은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

 

 

 "뭐라고?"

 

  이안은 서신을 작성하다가 놀래 왕모를 쳐다봤다. 왕모는 턱에 삐죽 튀어나온 수염을 긁적이며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죽인 게 그들이 아니라고 합니다."

 "궁녀를 그들이 죽이지 않았다면 누가 죽였단 말인가."

 

  매화는 궁에 얽매인 몸. 더이상 사사로이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궁에서 들은 정보를 전달하고, 그 정보를 들은 이안 무리들은 행동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매화는 얼마 전, 궁녀인 보성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없애는 것이 좋겠다고 서신을 보냈다. 그리고 그들은 알겠다고 답 서신을 보냈다. 그들이 직접 죽일 수는 없어 돈을 주고 사람을 샀다. 그런데 어째서 그들이 아니란 말인가?

 

 "돈도 받아갔지 않은가."

 "안 그래도 물어봤습니다."

 

  왕모가 그들에게 반 죽이기 전에 제대로 말하라며 으르렁거렸을 때, 그들이 떨면서 말했다.

 

 '아, 아니. 당연히 돈 받았으니까 할 일을 하려고 했지!'

 '그런데?'

 '그런데 이미 갔는데 죽어있는 거야.'

 '죽어있어?'

 '완전 흉측했다니까. 징그럽고. 온 몸이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고 해도 과연이 아니야.'

 '…….'

 '분명 이번에 일어나고 있는 살인 사건인 게 틀림없다고!'

 

  그들 또한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대충 알고 있었다. 몸에 있는 장기가 사라진 채로 발견되는 끔찍한 사건이었다. 그런 시체만 해도 어언 다섯구가 넘어가고 있었다. 당연히 그 살인사건을 모방했을 거라 생각한 자신이 안일했다. 이안은 붓을 내려놓고 왕모에게 말했다.

 

 "단순히 목표가 된 건가, 아니면 매화의 궁녀라서 그런 건가."

 "설마 매화님의 궁녀라서 그런 거겠습니까."

 "하지만 모르는 일이다. 아무래도 이번 사건에 대해 조사해봐야겠어."

 

  이안은 서신을 구겨 버렸다. 그리고 새로운 두루마리를 꺼내 쓱쓱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대충 넘길 수 있는 일이면 좋으련만. 지금 난을 도모하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자잘한 일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했다. 그저 아무런 일도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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