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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21세기 도사
작가 : 단단
작품등록일 : 2019.10.3

21세기에도 도사는 존재한다.
도사라고 하여 잔뜩 기른 수염과 정돈되지 않은 머리로 산 속에서 뿌리채소만 캐먹고 사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그것 참 안타깝다. 단지 일반인에게 공공연하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간다.
도사학당을 다니는 사방신 중 청룡과 현무의 후예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 나머지 둘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한편, 한반도의 평화를 막는 세력에 대항해, 한국은 마침내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21세기 도사 15
작성일 : 19-11-09 16:35     조회 : 339     추천 : 0     분량 : 5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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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영은 처음 그 집에 들어가던 날을 기억한다.

 “이제 우리 여기에서 살 거야.”

 “여기서?”

 “응. 이 집에 우리 아영이랑 동갑인 친구도 있대. 잘 지낼 수 있지?”

 “응...”

 “학교도 이제 그 친구가 다니는 곳으로 다닐 거야. 감사한 집이니까 항상 예의바르게 행동해야해?”

 “알겠어...”

  초등학교에 들어 간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랑하는 아빠를 잃었다. 놀이터 흙바닥에서 뛰놀던 아이는 하루아침에 검은 옷을 입고 머리에 하얀 삔을 꼽고 장례식장에 앉았다. 아빠가 그렇게 떠난 후 아영은 단 한 번도 엄마에게 아빠가 보고 싶단 말을 꺼내지 않았다.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엄마는 슬퍼할 새도 없이 하나 남은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터에 뛰어들었으니까. 곱던 손이 까슬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 소식을 들은 결의 집에서 아영과 아영의 엄마를 불러들였다. 아영의 엄마는 그분들을 언제나 감사한 분이라 했다. 누가 죽은 직원의 가족을 신경 써 주냐며 언제나 감사히 헌신할 것을 약속했다.

  그 집안의 배려로 아영과 엄마는 오히려 전보다 넓고 아늑한 보금자리를 얻었다. 마치 성 같은 그의 집에선 그저 작디 작은 집에 지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영의 엄마는 그 집안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영은 전학을 갔다. 삐걱이는 나무로 된 사물함에 쑤셔둔 교과서며 공책이며 하다못해 친구와 장난친 쪽지까지 모두 쏟아 담아왔지만 필요한 건 하나도 없었다. 전학 가는 날 모든 것이 새것으로 구비되었기 때문이다. 새로 간 학교는 낯설다 못해 신기했다. 전에 다니던 곳과는 차원이 달랐다. 예전학교에 있던 운동장의 구령대도, 녹슨 철봉도 새 학교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처음 입어보는 교복에 설렌 밤을 보내기도 했다. 자신을 안내해주는 담임선생님은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에 결이 있었다. 결과 아영은 그렇게 만났다.

  사실 아영은 결이 그 집안 아이인지 몰랐다. 집에 있을 땐 만난 적이 없었으니까. 오히려 아영을 알아보고 말을 건 건 결이었다.

 “안녕. 네가 아영이지? 나는 한결이야.”

  그제 서야 알았다. 네가 나와 우리 엄마를 도와준 집안의 아들이구나. 라고.

  결은 아영이 마음에 들었다. 그 때야 좋고 싫고를 떠나서 그냥 마음에 들어 친구가 되고 싶었다. 작은 몸으로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는 것도 좋았고, 자신에게 빵 한쪽을 떼어주는 것도 좋았고, 누군가 자신에 시비를 걸어 올 때면 제 앞을 가로막고 서는 그 등도 좋았다. 그래서 그 아이를 졸졸 따라 다녔다. ‘아영, 아영.’ 부르면서.

  아영도 그 집에 사는 게 좋았다. 그 비싼 학비는 결의 집에서 모든 걸 부담해주었고, 엄마는 매일같이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까지 일하지 않아도 되었고, 그 대궐 같은 집에서 일하는 이모와 삼촌들도 자신을 예뻐해 주었으니까. 그리고 결도 그리 싫지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땐 자기보다 조금 작았던 그 아이가 졸졸 자신을 쫓아다니는 것이, 없던 동생이 생긴 것 같아 나름 살뜰히 챙겼다.

  그러다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생활에 처음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부터였다. 대단하신 자제분들이 다니는 학교인지라 중학교에 올라갔다고 한들 다 초등학교에서 보던 그 아이들이었다. 중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한창 사춘기인지 한층 영악해져 자신들,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의 부모와, 조부모의 부와 재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뽐내는 것에서 끝나면 좋으련만, 자신의 부와 남의 부를 비교해 서열 질을 시작했고,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이 들면 찍어 누르려 했다. 그리고 처음 그 표적이 된 것이 다름 아닌 아영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도 없다곤 말할 수 없지만 노골적으로 변한 것은 중학교 입학이 시작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보면 하는 행동도, 하고 다니는 것도 잘 사는 집 애 같진 않던데, 어떻게 여기에 입학했지?’ 그 의문이 싹을 틔웠고 널리 퍼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나마 빨리 알아챈 한결이 자신의 친척이라는 말로 잠재우고자 했다. 그러자 낯을 가리는 결에게 다가가기 위한 수단으로 아영을 대하는 이들이 늘었다. 원치 않는 무대에 자꾸만 자신을 올려 보내야 했다. 누군가 자신을 붙잡아 끌어올리기도 했으며 눈 떠보니 무대 위에 올라 있는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내가 나로 온전히 있을 수 없었다. 아영은 자신 그대로 있을 수 없는 현실에 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낯가리고 남 일에 관심도 적은 그가 그런 자신을 위해 끼어드는 것을 보는 것도 힘들었다. 애시당초 이 문제의 원인이 본인인지 한결인지 이제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니 아영이 요즘에도 예민하게 구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그런 아영에 한결이 죄인이 되어 붙잡지 못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괴로웠고 너무 배려해서 힘들었다.

 

 -

 

  드디어 종업식이었다. 내일부터 이제 방학인지라 다들 한 껏 들떠있었다.

 “자, 다들 조용히! 방학이 2주지만 집에 다녀오는 친구들은 조심히 잘 다녀오고, 학당에 머무르는 친구들도 잘 지내다가 우리 새 학기에 보자!”“네!” 신난 아이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리고 너네들. 성적표 자택으로 배송된 거 알지? 그러니까 숨길 생각하지 말고.” 담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성적표를 우리한테 줬음 끝이지 자택 배송이라니.

 “쉿쉿! 아마 너희보다 빨리 갔을 수도 있을 테니까. 집에 가는 친구들은 무사귀환하길 바란다. 자 방학 잘 보내고!”

  담임의 말을 끝으로 아이들이 우루루 일어나 각자의 행선지로 향했다. 다은과 민지도 아영과 인사를 나눴다. 조심히 가라며. 다음 학기에 보자고 즐겁게 손을 흔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반을 나섰다. 도형은 반 아이들 모든 이와 인사를 나누는 건지 그 중에서 제일 요란했다. 그러다 도진에게 연락을 받고 헐레벌떡 반을 나섰다. 은호도 먼저 간다며 결에게 인사했다. 아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교실에 천천히 짐을 챙기는 결이 남았다. 이내 챙기다 말고 창밖을 바라봤다. 혼자 가는 아이, 부모님이 데려온 아이, 학교에 남아 그런 아이들에게 손을 흔드는 아이. 제각각의 모습으로 방학을 맞이했다.

 “집에 안가?”

  본인만 남은 줄 안 결이 교실 뒷문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책가방을 메고 손에는 짐을 든 아영이 교실 뒷문에 기대 결을 쳐다보고 있었다.

 “안 갈 거면 나 먼저 가고.”

  그제야 결의 얼굴에 미소가 퍼졌다. 내리 굼뜨기만 했던 그의 행동에 속도가 붙었다. 가방에 짐을 쓸어 넣은 그가 자리를 박차고 아영의 옆으로 향했다.

 “안 갔어?”

 “네가 집에 같이 가자며.”

 “짐 나 줘. 내가 들게.”

 “됐어.”

  거절하는 아영에도 그의 짐을 양손에 든 한결은 방실방실 웃으며 1층으로 향했다. 용기가 부족한 시점, 결국 그의 용기가 되는 건 아영이었다.

 

 -

 

  한창 아이들이 학교를 빠져나가는 동안, 교무실에도 종무식이 열렸다. 처분서에 적힌 대체업무 마지막 날인지라 전우치도 종무식에 참여해야 했다. 드디어 이 학당도 정신 사나운 아이들도 마지막인 것이다. 사실 전우치는 시험 문제 낸 순간 이후로 마음이 뜬지 오래였다. 그리고 그 시험은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며 학생들의 혹평과 학년부장님의 잔소리를 들어야했지만. 물론 그 난이도는 전우치의 기준으로 수업만 제대로 들었으면 잘 풀 수 있는 쉬운 문제들이었다. 그의 능력치가 높은 탓을 해야지 어떡하겠나.

 “자 한 학기 동안 선생님들 다 수고하셨어요.”

  학당장의 치하에 예반 담임은 안보이게 내적하품을 했다. 알면 얼른 집이나 보내줘라.

 “전우치도 고생 많았네.”

 “별 말 씀을요.”

 “자네 이제 어디로 가는가.”

 “글쎄요.”

  대화를 피하듯 웃고 마는 전우치에 학당장도 큼큼,이며 말을 줄였다.

 “물론 2주 밖에 되지 않지만 다들 푹 쉬시고 다음 학기에 만납시다.”

  그 말을 끝으로 교무실에도 방학이 왔다.

 

 -

 

  학당 중앙 못 맞은편에 위치한 숲의 한 켠 따사로운 오후의 햇빛이 기분 좋게 내리 쬐고 있었다. 구미호는 떠나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백색소음 삼아 한창 낮잠을 자는 중이었다.

 “구미호! 구미호! 구미호!”

  도깨비의 다급한 목소리가 그를 깨우지만 않았어도 저녁나절까지 쭉 이어잘 그런 단잠이었다. 호들갑을 떠는 목소리와 방방거리며 뛰는 그의 행동에 구미호의 귀도 몸도 웅웅 울렸다. 안 그래도 멀리서부터 뛰어오는 그의 발걸음에 잠에서 깨어 도망갈까 생각했는데 말이다. 타이밍을 놓쳐 그저 자는 척을 하고자 했으나 어찌나 살뜰히도 깨우는지 그러지도 못했다.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왜. 무슨 일이더냐.”

 “구미호 왜 여기 있어?”

 “그럼 내가 여기 있지 어디 있더냐.”

 “아니! 전우치 오늘이 마지막 날이잖아. 안 봐?”

 “며칠 전에 보았다.” 그런 구미호의 말에 도깨비의 얼굴엔 물음표가 잔뜩 떴다.

 “그건 그때고, 오늘은 아예 학당을 떠나는 날인데?”

 “근데 그것이 무얼. 내 단잠을 방해하지 말고 그만 가거라.”

  그 말에 입을 다물고 입술을 꾹꾹 누르던 도깨비가 다시 눈을 감은 구미호의 눈치를 살살 보았다. 그리곤 슬그머니 구미호의 옆에 자리를 트고 앉아 그의 얼굴을 한 번, 중앙못 건너 한 번, 그리고 다시 그의 얼굴을 한 번 바라봤다. 끈덕지게 느껴지는 도깨비의 시선에 다시 오던 잠도 다 달아났다.

 “하... 가라니까 말도 참 안 듣는 구나.”

 “그... 구미호.”

 “왜 그러느냐.”

  여전히 눈을 감은 구미호의 얼굴을 힐끗 힐끗 바라 보다 우물쭈물 입을 뗐다.

 “..구미호는 전우치를 사랑하는 게 아니야?”

  그제야 구미호가 눈을 떠 도깨비를 쳐다봤다. 갑자기 뭔 소리인가 싶어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그 시선에 화들짝 놀란 도깨비는 눈이 쏟아질 듯 커져 손을 내저었다. 아무리 저도 도깨비지만 저보다 몇 백 년은 더 산 구미호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나는 그게, 그저 궁금하다고 해야 하나. 나는 구미호가 전우치를 좋아하고 그, 이번에 보니까 전우치고 구미호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아니 근데 또 간다는데 얼굴도 안 본다니까 내가 틀렸나 하여...”

  그런 어린 도깨비의 행동에 구미호는 피식 웃었다. 제 시선이 날카로웠던 게 무서웠나 보지. 본인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어리지만 사람에 비하면 곱절은 산 아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여리디 여린 어린 도깨비였다. 그제야 안심한 도깨비가 손을 내리고 같이 머쓱하게 웃었다.

 “사랑이라...”

  구미호는 그저 중앙 못으로 시선을 던졌다.

 “차라리 그런 거창한 감정이었다면,”

  여전히 중앙 못 건너편에선 떠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렸다.

 “... 그랬더라면. 무엇인가 달라졌을까.”

 “사랑이 아니면, 도대체 뭐야?”

  여전히 잔뜩 궁금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도깨비에 피식 웃음이 났다.

 “그저 동반자일 뿐이다.”

 “?”

 “삶의 동반자 말이다. 친우보단 가깝고 부부보단 먼 그런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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