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에밀리가 연애하지 않는 이유
작가 : 정민
작품등록일 : 2019.10.6

농땡이 하녀, 상식과 권위가 통하지 않는 붉은나무 저택에 입성하다. *표지 커미션 : 꽃 작가님(@flo_ai_wer)

 
팔푼이를 찾는 아가씨 (4)
작성일 : 19-11-09 14:26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405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0 : 팔푼이를 찾는 아가씨

 

 

  에밀리가 후보를 하나하나 설명하기 전에 녹스가 먼저 몇 명을 걸러냈다. 그 기준이 뭔지 잠시 궁금했던 에밀리는 하나같이 중구난방인 그들의 눈코입을 보고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얼굴이 중요하지.

 

  녹스는 그렇게 20명 중에 13명이나 무자비하게 예선 탈락을 시켜놓고는, 머쓱한지 헛기침을 했다.

 

  “둘이 나란히 서있을 때 사람처럼은 보여야 하잖아.”

 

  하긴 시네프리드 공작가문의 유전자가 어디 적당히 우월한가. 거기선 녹스 같은 남자도 경호원이나 하는데, 하물며 이런 반죽 같은 남자들 따위야. 에밀리는 바로 납득하고 13명의 몽타주를 망설임 없이 폐기 처분했다.

 

  남은 일곱 명의 남자들은 저마다 다른 신분에, 에밀리 또한 제각기 다른 경로로 아는 이들이었다. 녹스를 끌어와 테이블 앞에 앉히고, 자신은 그가 앉은 의자의 등받이에 기댄 뒤, 에밀리는 맨 왼쪽의 남자부터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 남자는 그레이 백작이에요. 우리 백작님 이종사촌. 생긴 건 반반한데 완전 개싸가지라 얼굴값 해요. 그래도 머리는 좋을 걸요?”

 

  시작부터 주관이 듬뿍 개입된 브리핑이었다. 녹스가 객관성에 이의를 제기하려고 조용히 손을 들었으나 깨끗이 무시당했다.

 

  “꼴에 자기 사람은 잘 챙긴대요. 근데, 음….”

  “…왜?”

  “아. 귀찮아.”

  “뭐?”

  “아니, 일일이 설명하려니까 귀찮아서요. 잠깐만요.”

 

  그러면서 에밀리는 다짜고짜 펜을 하나 꺼내들었다. 글씨를 쓰려는 듯 녹스의 어깨 위로 손을 뻗는 탓에, 그녀의 상체가 닿지 않도록 녹스는 몸을 비스듬히 틀어줘야 했다. 상당히 불편한 자세로 에밀리는 종이에 뭔가를 적어 내려갔다. 고개를 꺾어 그녀가 뭘 쓰는지 지켜보던 녹스는 의아함에 눈썹을 찡그렸다.

 

  ★★★★

 

  …별모양? 글씨를 쓰는 게 아니라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무슨 의미냐고 묻는 녹스를 신경 쓰지 않고 에밀리는 그리던 것을 쭉쭉 마저 그렸다.

 

  외모 ★★★★

  지능 ★★★★★

  체력 ★★★★

  성격

  행실 ★

  언변 ★★★

  청결도 ★★★★★

  [빅터 G. 그레이]

 

  “자, 완성!”

  “…….”

 

  종이 위에 흩뿌려진 별들은 그림이 아니라 점수였다. 품평회에 오른 가축처럼 등급 매겨진 그레이 백작의 몽타주를 녹스가 측은하게 들여다보는 사이, 에밀리는 같은 방식으로 모든 남자들의 ‘별점’을 매겼다.

 

 

  외모 ★★★★★

  지능 ★★

  체력 ★★★

  성격 ★★★★

  행실 ★★★

  언변 ★★★

  청결도 ★★★★

  [모건 C. 프라이스]

 

  외모 ★★

  지능 ★★★

  체력 ★★

  성격 ★★★★★

  행실 ★★★★

  언변 ★

  청결도 ★★★

  [길리 마르크]

 

  …이외에도 네 명 더. 완성된 점수판을 보며 에밀리는 뿌듯하게 웃었다.

 

  “이제 알아보기 쉽죠?”

 

  그야 알아보긴 쉽다만…. 자신도 에밀리의 머릿속에서 저렇게 철저히 등급 매겨졌을까 생각하던 녹스는 쓸데없는 상상을 멈추기로 했다. 더 생각해봐야 상처밖에 안 남을 테니.

 

  “일단 이걸 챙겨서 바로 검증 나갈까요?”

  “잠깐만… 벌써?”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한 번 만나보는 게 빠르잖아요.”

  “맞는 말이긴 한데. 그거 꼭 들고 다녀야 해?”

 

  녹스의 물음에 에밀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게 어때서요?’ 하는 표정을 지었다.

 

  에밀리의 말대로 몽타주는 점수판 장착으로 인해 한층 보기 편해졌다. 그러니까 그게 문제였다. 두 사람의 눈에만 보기 편해진 게 아니라 남의 눈에 띄기에도 훨씬 편해졌다. 품에 그렇게 들고 서있으니 꼭 현상수배 전단 같았다. 게다가…

 

  ‘…그거 들고 다니다 당사자한테 걸리면 큰일 날 거 같은데.’

 

  녹스는 그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어차피 에밀리가 들어먹진 않을 것 같아서였다. 지끈거리는 미간을 꾹 누르고, 그는 에밀리의 짐을 넘겨받은 뒤 그녀를 따라나섰다. 매번 알면서도 휘말리는 자기 자신을 열심히 욕하면서.

 

 ***

 

  같은 시간에 비비안은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재에 꽂힌 아무 책이나 꺼내 읽다가, 핀이 마련해둔 쿠키를 집어먹다가, 딱히 용건도 없이 집안 이곳저곳을 거닐었다. 복도 한가운데서 일부러 입을 쩍 벌리고 하품하기도 했다.

 

  ‘지루해 죽겠네. 괜히 기다려준댔나?’

 

  에밀리에게 준 열흘의 말미가 이제 와 생각해보니 지나치게 길었다. 사흘 안에 해결하래도 솔직히 결과물이야 똑같을 텐데. 어딜 가나 과제라는 게 다 그렇지 않은가. 마감 닥치면 하는 거고, 뭐…

 

  쓸데없이 관대했던 과거의 자신을 자책하며 비비안은 앞도 안 보고 걸었다. 그 탓에 그녀는 제 발걸음이 어느새 생소한 공간에 닿은 줄도 미처 모르고 있었다.

 

  “비비안 양?”

  “어머.”

 

  조금 놀란 표정의 크리스토퍼 백작과 마주치고 나서야 비비안은 고개를 들어 주위를 확인했다. 1층의 다이닝룸이었다. 언젠가 핀이 말하기를, 저택에서 백작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드나드는 이가 없다고 했던. 사용하지 않은 지도 오래 되었다고 했다.

 

  거기서 크리스토퍼 백작은 뭘 하고 있던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그저 우두커니 서있었다. 널찍한 마호가니 테이블 앞에. 조금은 멍한 표정으로.

 

  “제가 실례했네요. 그럼…”

  “아, 아닙니다. 머무르셔도 됩니다.”

  “…그래요? 그럼 뭐.”

 

  더 사양 않고 비비안은 다이닝룸의 더 안쪽으로 들어섰다. 덕분에 예의상 손사래를 쳤던 백작은 움찔하며 한 발짝 물러서주어야 했다. 그녀가 진짜로 남아있을 줄 몰랐는지 그는 멋쩍게 헛기침을 했다.

 

  비비안은 눈에 띈 김에 구경하는 거라는 듯 무덤덤한 얼굴로 원목 장식장 안의 찻잔과 푸른 벽지의 섬세한 배꽃무늬 따위를 관찰했다. 적막이 흐르는 다이닝룸엔 비비안의 발소리만 간간이 울렸다. 어색한 그녀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할 법한데도, 크리스토퍼 백작은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런 백작에게 비비안이 문득 물었다.

 

  “결혼 생각 있어요?”

 

  마치 ‘이따가 식사하실 거예요?’ 하는 투였다. 아니, 그런 질문도 이보다 가볍지는 않겠다. 크리스토퍼 백작은 저도 모르게 ‘네.’ 하고 답했다가 ‘네?’ 하고 되물었다.

 

  약간의 시간차 이후에야 그는 비비안의 질문을 알아들었다. 의도는 전혀 파악 못했지만. 크리스토퍼 백작은 눈앞의 상대가 자신을 위장결혼 상대로 점찍었을 거란 상상을 할 만한 위인은 아니었다. 대신에 그는 그녀가 자신과 한나의 관계를 눈치 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잠시 고민한 뒤에, 조금 그늘진 얼굴로 대답했다.

 

  “…한 번 떠나보냈더니 다시 할 용기가 없습니다.”

 

  크리스토퍼 백작의 대답 한 마디로 비비안은 많은 것을 알아들었다. 아… 결혼했었어? 게다가 사별인가보네. 초혼이 아니라니, 어째 조건엔 한 걸음 더 가까워졌군. 거기까지 빠르게 사고회로를 돌리고, 비비안은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예의도 살뜰히 챙겼다.

 

  “오늘 여러 번 실례하네요. 뭐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아뇨, 아닙니다. 몇 년도 더 된 이야기인걸요.”

 

  크리스토퍼 백작은 불편해진 분위기를 무마하려 일부러 웃어 보였다. 호감상의 입매가 깊게 둥글렸는데도 그 웃음은 어딘지 쓸쓸해보였다. 비비안은 그를 빤히 보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다이닝룸 곳곳의 귀부인 취향이 그제야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분홍빛 입술이 꾹 깨물렸다.

 

  “제가 다이닝룸에 함부로 들어온 것도 큰 실례였겠군요? 본래는 두 분이서 식사하는 곳이었을 테니.”

  “이제 안 쓰게 됐을 뿐 출입을 금한 적은 없습니다. 원하시는 때에 얼마든지 오셔도…”

  “아뇨, 그러고 싶진 않아요. 제가 있는 동안에 여기서 한 발짝도 못 떼셨잖아요. 저를 더 미안하게 만들 작정이신가요?”

 

  시네프리드 공작부인은 종종 비비안의 말투를 나무라곤 했다. 그녀의 직설적인 말투가 상황에 따라서는 딱딱하게 들리기도 한다며. 어쩌면 지금이 그런 상황이었다.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말씀을 해주세요. 제가 조심할 수 있게.”

 

  비비안은 최대한 중간지점을 찾았다. 제 실수에 대한 미안함과, 제대로 화도 못 내는 상대에 대한 답답함 사이에서. 그녀 딴에는 최대한 말을 골라서 내뱉었고, 크리스토퍼 백작은 잠시 침묵했다.

 

  알아듣긴 한 걸까, 생각이 들 때쯤 그는 입을 열었다. 그리고 답했다.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조금, 불편합니다.”

 

 

 
작가의 말
 

 1) 10화로 예정했던 내용을 절반으로 쪼개서 올리느라 이번 화는 분량이나 마무리가 애매하게 되었습니다. 적당한 속도를 찾는 게 아직도 어려워요.. 큰일..

 2) 선작, 코멘트 감사드려요! 큰 힘이 됩니다ㅠ.ㅠ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6 물밑에서 (2) 2019 / 12 / 11 225 0 4373   
15 물밑에서 (1) 2019 / 12 / 3 224 0 5326   
14 팔푼이를 찾는 아가씨 (7) 2019 / 11 / 29 215 0 6749   
13 팔푼이를 찾는 아가씨 (6) 2019 / 11 / 16 206 0 5337   
12 팔푼이를 찾는 아가씨 (5) 2019 / 11 / 10 211 0 2569   
11 팔푼이를 찾는 아가씨 (4) 2019 / 11 / 9 257 0 4052   
10 팔푼이를 찾는 아가씨 (3) 2019 / 10 / 31 226 0 4676   
9 팔푼이를 찾는 아가씨 (2) 2019 / 10 / 28 228 0 4749   
8 팔푼이를 찾는 아가씨 (1) 2019 / 10 / 26 231 0 4662   
7 수상한 손님맞이 (6) 2019 / 10 / 23 212 0 3494   
6 수상한 손님맞이 (5) 2019 / 10 / 21 198 0 4384   
5 수상한 손님맞이 (4) 2019 / 10 / 15 230 0 4745   
4 수상한 손님맞이 (3) 2019 / 10 / 14 213 0 5549   
3 수상한 손님맞이 (2) 2019 / 10 / 11 249 0 5504   
2 수상한 손님맞이 (1) (1) 2019 / 10 / 8 253 1 3959   
1 붉은나무 저택과 에밀리 2019 / 10 / 6 415 0 215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아리따운 주꾸미
정민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