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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장미와 달 그리고 황제를 위해
작가 : 크한
작품등록일 : 2019.9.17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공작 영애 로즈. 운명의 사랑을 믿는 저주 받은 마법사 크리센트. 소설에 빙의해 최애님을 행복하게 하겠다 말하는 황녀 프리지아.
각기 다른 이유와 목표를 가진, '사랑'이라는 것으로 묶인 이들의 이야기. 어쩌면 애달프고, 때로는 귀여운 이들의 사랑으로 가기 위한 복잡한 이야기. 모든 이야기가 얽힌 가벼운 소설입니다.:)
[연하 남주/똑똑한 여주/삽질 많이/조금의 수위?/짜증은 가끔/아가씨/주인님/최애님/빙의/황좌 다툼]
가볍게 쓰는 습작입니다./작가 메일-bori_0415@naver.com

 
22장
작성일 : 19-11-09 12:58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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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장 - 승자와 패자

 

 

 

 

 “전하!”

 

 길을 안내해주는 시녀와 그녀의 뒤를 따라 걷는 나, 그런 나의 뒤를 따라 걷던 호위기사 역의 크리센트.

 

 길었던 침묵 후 만난 전하는 그 때문인지 두 배는 반가웠다.

 

 내가 전하를 부르면 한달음에 달려가자, 전하께서도 반갑게 나를 맞아주셨다. 나의 손을 맞잡고 내가 오는 것을 대비해 준비해 두었던 다과 앞으로 이끌었다.

 

 향긋한 과일 냄새가 훅 풍겨왔다.

 

 설탕과 과일 등을 넣어 만든 과일 청의 향기 같았다. 전하께서는 익숙하게 과일 청을 찻잔에 덜어 넣고, 차가운 물을 부어 스푼으로 과일 청이 물과 잘 섞이도록 저었다.

 

 “제가 좋아하는 거에요. 분명 로즈의 입맛에도 맞을걸요?”

 

 나의 앞으로 잔을 한잔 내밀어 보인 전하께서는 미리 만들어 두었던 자신의 몫의 차를 먼저 마셔 보이셨다.

 

 차가운 얼음이 둥둥 떠다니다가, 찻잔에 부딪히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과일 청은 새콤했고 달았으며 무척이나 시원해서 꽉 막혔던 머리가 뻥하고 뚫리는 느낌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로즈가 올 것 같았어요. 이번에 황궁에서 공식으로 기근이라는 사실을 발표한 것 때문이죠?”

 

  “네. 굳이 그리 위험한 모험을 해야 했을까 싶습니다. 제국민 전부가 기근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해도 충분히 가뭄과 병충해로 힘들어하던 농민들은 전하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고, 신문으로 이 사실을 알린다면, 결국 모든 국민들은 전하의 이름만을 기억할 것인데, 혹여나 나쁜 사건이라도 일어나 상황이 안 좋아질까 걱정됩니다.”

 

 내가 솔직하게 내 감상을 말하자, 전하께서는 예상하셨다는 듯 빙그레 웃으셨다.

 

 “내가 이 사실을 밝히자고 했어요. 디아니아 공작께서도 찬성한 일이고 황제 폐하께서도 저의 의견을 수렴해주셨지요.”

 

  “그건….”

 

  “이번 일에서 확실한 승리를 해두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어떤 상황이 오든, 권력을 잡던 사람이 바뀌게 되는 과정은 혼란스럽고 고통스럽지요. 저는 그 고통과 혼란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을 택한 것이었어요.”

 

  “전하께서 하신 말씀이 옳습니다. 혼란은 이르든 늦든 결국 찾아오게 되는 법이죠.”

 

 이미 벌어진 일. 아버지와 폐하께서도 나선 일에 내가 잘못되었다고 따지고 드는 것은 방금 전하께 했던 말로 충분했다.

 

 전하께서 정하신 일이고, 그 이유가 분명했으니 나는 불만과 걱정 대신 전하를 향한 믿음을 보여주기만 하면 되었다.

 

 더군다나, 황제 폐하께서 프리지아 전하의 편을 들어주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분명했다.

 

 지금이 확실한 승기였다.

 

 “곡식과 약을 풀 차례입니다.”

 

 이 흐름을 타기 위해서는 더 큰 움직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기사단을 준비했어요.”

 

 내 생각쯤이야 이미 읽었다는 듯 전하께서는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셨다.

 

 할 것이다. 해야 한다. 그런 말이 아니라 `했다.`라니 니.

 

 “약은 벌써 준비가 되었나요?”

 

 이 짧은 시간에 벌써 준비가 이루어졌나 싶어 놀라웠다.

 

 “아니요. 필요한 수량을 채우려면 아직 많이 부족해요. 그렇다고 모든 것이 준비되는 것을 기다리는 것도 웃긴 일이죠. 우선 급한 곳부터 차근차근 배급을 해 나갈 생각이에요. ‘농약’을 말이죠.”

 

  “농약….”

 

 병충해를 없애주는 약물의 이름인 것 같았다. 어색한 이름이었다.

 

 “아, 그 이름에 의미는 없으니까 묻지 마요. 아, 물론 있기야 하겠지만, 저는 알지 못해서. 그냥 해충이나 벌레를 죽여주는 건 농약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농약이라고 지었어요.”

 

 가끔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전하였고, 지금도 그랬다.

 

 이게 전부 전하께서 말했던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 때문인 걸까 싶기도 해서, 나는 전하의 말처럼 그 이유를 따지고 들지는 않았다.

 

 “제가 그, 농약이라는 것을 만들면 안 되는 것입니까?”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크리센트가 이상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제국 제일의 실력을 갖춘 마법사인 크리센트라면, 농약이라는 약물을 뚝딱 만들 수도 있었다. 그라면 하룻밤 새 뚝딱 필요한 수량만큼의 약물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니, 그건 안돼.”

 

 나도 그의 말에 의문을 품었다. 크리센트가 만들어도 될 것인데, 전하께서는 그런 일은 절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셨다.

 

 “왜죠?”

 

 자신이 도움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조금 불만인지, 크리센트가 나의 맞은편에 앉아 내 옆에 앉은 전하를 향해 삐딱하게 물었다.

 

 “네가 마법사라는 사실은 나랑 너, 그리고 로즈 밖에 몰라. 그런데 갑자기 황녀가 어디선가 출처를 알 수 없는 마법 약물을 들고 왔다? 사람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내가 마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내가 가뭄과 병충해도 생기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마법사와 아는 사이라고 생각할까? 사람들은 누군가 한 명만이 뛰어난 것을 좋아하지 않아. 그건 너도 잘 알 거야. 크리센트.”

 

 전하의 말은 틀린 말 없이 모두 맞는 말이었다.

 

 만약 어제의 회의에서 농약을 궁정 마법사가 갖고 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사람은 회의장에 들어오지조차도 못했을 것이다.

 

 그의 손에 들린 약물이 누가 만든 것이고, 누가 만들게 시켰는지는 매우 중요한 일이니까.

 

 뾰로통한 크리센트가 소파에 등을 묻고 누웠다. 나는 크리센트를 살짝 곁눈질하며 전하께 물었다.

 

 “곡식이나 농약은 언제쯤 출발할까요?”

 

 내 질문에 시계를 한번 쳐다본 전하께서 싱긋 웃어 보였다.

 

 “곧이요.”

 

 

 -

 

 

 ‘곧’이라는 전하의 말에 나는 서둘러 길을 떠나기 위해 기사단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물론 전하도 함께였다.

 

 “이러다 시간에 늦으면 어떡하시려고요!”

 

 내가 꾸짖는 소리에도 전하께서는 그저 하하, 웃어넘기셨다. 별로 가고 싶어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그곳에 가지 않는 것은 전하께서 바라던 승리에서 멀어지는 일이었으니, 내가 그런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걸어가는 중간중간에도 전하께서는 `천천히 가도 된다니까요?`, `아, 그러고 보니 행운의 장갑을 안 끼고 와서….`등과 같이 최대한 가지 않거나 늦게 가고 싶다는 듯 행동하셨다.

 

 전하께 있어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제시간에 도착했고, 일렬로 선 기사들은 출발하지 않고 있었다.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기사단은 마차 가득 실린 곡식을 튼튼히 고정하고 있었고 아버지를 비롯한 수많은 귀족들은 떠나는 기사들을 배웅하기 위해 모여있었다.

 

 그리고 프리지아 전하께서 이곳에서 오고 싶지 않다고 하셨던 것에 조금은 공감할 수 있었다. 이유는 다를지 몰라도 나는 지금 이곳에 온 것을 후회했다.

 

 레이먼드 그가 있었으니까!

 

 어제 있었던 귀족 회의 에서도 그를 보았고, 그와 눈이 맞았었다.

 

 그리고 그가 여기에 있는 것은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도 이 나라의 황자였고, 어쩌면 황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뒤섞였다.

 

 그를 보면 이리 신경 쓰이고 가슴이 뛰는 것을 보니, 아직 그를 사랑했던 마음이 전부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항녀 전하를 바라보자 전하께서는 내가 레이먼드를 보았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한숨을 내 쉬셨다. 전하께서 오고 싶어 하지 않았던 이유가 혹시, 내가 레이먼드를 만날까 봐 걱정이 되어서였나 싶었다.

 

 내게 말을 하지 않으셨지만, 미리 말을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전하의 표정 정도는 읽을 수 있었으니까. 나는 전하를 향해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레이먼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내가 멍청한 것이지, 전하께 잘못은 없으니까.

 

 먼 길을 떠나기 위해 분주히 준비 중인 기사들을 감싸듯 사람들은 길게 서 있었다.

 

 아버지와 레이먼드를 비롯한 고위귀족과 황자나 황녀들은 대부분 사람들의 중심에 있었기에 우리 또한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도 레이먼드와는 제일 먼, 그러나 황제 폐하가 서실 자리와는 제일 가까운 곳으로.

 

 다행히 그곳으로 가는 와중에 레이먼드와 눈이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주인,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내어준 자리에 서며, 크리센트가 물어왔다.

 

 “...아니야.”

 

 레이먼드가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해서, 그가 있다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는 말을 나는 하지 않았다. 그저 가볍게 웃으며 넘어갔다.

 

 “제국의 아버지이자 태양이신 황제 폐하와 제국의 어머니이자 달이신 황후 폐하께서 드십니다”

 

 무어라 말을 하려 입을 열었던 크리센트도 조용히 고개를 숙였고, 나도 치맛자락을 가볍게 쥐며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다들 고개를 들어라. 제국의 커다란 고난 중 하나를 무사히 넘기기 위한 한 걸음이고, 우리는 이 한 걸음이 큰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믿는다. 프리지아 제 1 황녀. 나의 딸이자 모든 일을 이끌어간 장본인임에 틀림이 없다.”

 

 폐하께서는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는 레이먼드를 황태자로 만들 생각이 없으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전하께서도 마찬가지 인지, 얼굴에 미소가 서려계셨다.

 

 그와 반대로 내가 바라본 레이먼드의 표정은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어쩌면 전하께서는 자신이 인정받은 것보다 그 모습을 보고 웃고 계신 걸지도 몰랐다.

 

 레이먼드가 얼마나 황제가 되고 싶어 했고, 그것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알았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나도 그를 보며 마음 아파하며 슬퍼하고,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그의 곁에는 루니아 영애가 있었다.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었다.

 

 난 이제 그의 곁이 아닌 프리지아 전하의 곁에 있었고, 그와는 멀리 떨어지게 선 지금의 자리가 그걸 뒷받침해주는 증거였다.

 

 루니아 영애의 반짝이는 은발과 레이먼드의 금발은 언제 보든 너무나 아름다웠다. 빛과 태양을 한데 모은 듯 그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

 

 그들은 완벽한 한 쌍이라 칭송받으며 모두의 부러움을 한데 받는다. 모두가 두 사람을 아름답다고 여기며, 그들이 제국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전까지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길거리를 뛰어다니는 아이들, 빨래터에서 빨래하는 이들, 일을 하거나, 밥을 먹거나, 누군가와 웃으며 얘기를 하고 있을 모두가 그들을 떠올릴 일 없도록.

 

 떠올리더라도 그 위에 프리지아 전하의 이름이 있도록.

 

 그들은 철저하게 패자로 기억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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